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 - 차이를 넘어 금지를 깨트린 감각의 목소리와 문화다원주의
양효실 지음 / 시대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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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단일성을 추구한다.

 

통일, 질서, 안정, 단순함, 명료함... 이런 것들은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시행하는데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다.

 

이들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려는 것들에 대해서 권력은 가차없이 응징을 한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권력은 자신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용서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권력이 작용하더라도 어디선가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다른 물결이 몰아쳐 오게 된다. 그런 균열을 내는데 문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

 

문화의 기본이 바로 다양성이고, 변화이고, 단순함을 넘어서는 복잡함이며, 해석불가능성, 해석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를 어느 하나로 귀착되게 하지 않는다. 하여 문화가 융성한 민족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용인하는 모습을 지니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 단일 권력이 횡행할 수는 없게 된다.

 

이 책은 닫힌 사회에 구멍을 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앞으로의 문화운동이 아니라, 예전에 일어났던 문화운동을 찾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런 문화운동에 대해 알면, 닫힌 사회에서 그냥 눈 감고 사는 것이 아니라, 분명이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된다. 굳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지 않아도, 자신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68혁명부터 시작한다. 서양의 문화운동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문화운동으로는 홍대 근처 '두리반'에서 있었던 문화운동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문화운동에 굳이 동서양을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문화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그 상황에 맞는 문화운동을 해야만 하고, 지금까지는 서양에서 더 많은 문화운동이 일어났을 뿐이다.

 

이제 우리도 다양한 문화운동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점점 꽉 막힌 사회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면 할수록 그 막힘을 뚫을 수 있는 문화운동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68혁명에서부터, 힙합, 히피, 흑인차별철폐, 멕시코인들의 정체성 찾기, 에이즈에 대한 운동들, 그리고 여성미술가들에 대한 운동인 게릴라 걸스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우리나라 두리반 문화연대까지 나아가고 있는데...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 문화운동은 일어났다. 변화가 필요하기에 문화운동이 일어났는지, 문화운동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순서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문화운동으로 인해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날로 막혀가고 있는 사회에서는, 틈을 낼 수 있는 문화운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 어떻게에 대한 답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회의 문화적 역량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역시 다양한 문화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더 열린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떤 문화운동이 사회를 변화시켜 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문화운동이 필요할까에 대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소소한 오타. 그러나 정확해야 하는 오타.

49쪽.  1971년 노동자 전태일이 부당한 노동조건에 맞서 분신한 사건은...

전태일의 분신은 197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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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 신혜정 시인의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 기행
신혜정 지음 / 호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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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이 글에서 따왔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란 책에서 인용한 구절이라고 한다.

 

  "바람이 그쪽으로 안 불어 다행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시내로 키예프로.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바람이 벨라루스로 향할지는 아무도몰랐다. 나와 나의 어린 유리크에게로……. 바로 그날 아이들과 숲에 놀러 가서 괭이밥을 뜯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68쪽

 

이 글을 읽으며 선뜩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몇 년전 2011년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우리나라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지 않는다고.

 

살아오면서 가장 강조해서 배운 것이 지구는 둥글다였는데... 둥글다는 의미는 다들 통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면, 바람의 방향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설령 바람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 방향이 바뀌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도 없이 그냥 손 놓고 있는 상태 아니었던가.

 

그 때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는 엉뚱하게도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해서 핵발전소 폭발사고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더 건설하려고만 하지, 다른 대체 에너지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뭔가? 도대체 왜 그러는가? 왜 우리에게는 무언가 말해주는 사람이 없는가.

 

아니다. 말해주는 사람, 많다. 행동하는 사람, 많다. 단지 언론에서 깊이 있게 다뤄주지 않을 뿐. 정치권에서 무시할 뿐. 원자력 관련 단체에서 연구 비용을 받는 학자들이 그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뿐.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정확한 명칭은 핵발전소 또는 핵력 발전소라고 하는데... 워낙 광범위하게 원자력발전소가 알려져 있으니 그걸로 쓴다)의 실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

 

그러니 시인인 저자가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빌려 책을 내지 않았는가. 시인다운 감수성으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시인이 이해할 수 있는, 따라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아니라고...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원자력 발전의 대안은 있는가가 아니라, '탈원전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184쪽)

 

그렇다. 질문에 원자력을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

 

이게 시인의 주장이다. 옳은 말이다. 우리는 탈원전의 방법을 찾아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의 문제점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홍보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홍보는 과장과 허위를 품고 있으므로, 그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기본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본은 바로 원자력발전이 원자력발전 혼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에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으니, 그것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것들로부터 시작한다.

 

즉, 양수발전소(원자력 발전은 쉴 수가 없기 때문에...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 두 개- 아래의 물을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이용하여 위로 올리고, 전력이 부족할 때 물을 아래로 내려 전력을 운용하는 수력발전이라고 보면 된다)

 

송전탑(원자력 발전소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보다는, 바닷가 근처 한적한 곳에 세워진다. 그곳에서 대도시까지 전력을 보내기 위해서는 고압 송전선이 필요하고, 그런 송전선을 이을 송전탑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 송전탑으로 원자력 발전과 연결이 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리고 폐기물(어떤 것은 30만년이나 되어야 방사능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겨우 반만년이다. 그런데 그것의 60배나 되는 기간을 보관해야 한다. 과연 안전하게 보관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대로 그것에 신경써야 하는 후손들은 도대체 무슨 죌까?)

 

얼핏 원자력발전과 상관없을 것 같은 이것들이 원자력발전의 필수요소고, 이것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과학적인 서술이 아니라, 시인의 감수성이 살아 있는 서술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소가 왜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7번 국도에 왜 몰려 있는지, 서해안은 77번 도로에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는 7에 인간 재앙의 산물인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다.

 

그런 발전소들을 찾아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고, 원자력 발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시인의 감수성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책이다.

 

한번 읽어보자. 왜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후손들이 왜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했냐고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질문을 바꾸자.

 

"탈원전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자. 그리고 행동하자. 그게 나에게, 후손에게, 자연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될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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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슬람과 중동 문제의 모든 것
서정민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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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라고 한 말이 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종교가 이슬람일텐데, 좋은 쪽이 아닌 안 좋은 쪽으로 언급이 되고 있으니, 이 책은 이슬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쓴 책이라는 생각이 제목을 보면 우선 들게 된다.

 

IS라는 이슬람국가라는 테러단체(우리는 테러단체라고 하지만 그들은 이슬람 국가라고 국가로 선포했다)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들이 단순한 테러단체였으면 벌써 세력이 약화되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최근에 IS에 관한 책이 여러 권 나온다. 그 책들을 읽어도 IS의 실체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라니, "그렇게"에 궁금중이 확 인다.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라는 말에 대한 답은 명확히 나오지 않지만, 적어도 이슬람이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종교는 아니라는 생각은 하게 된다.

 

다만, 여러 정파들이 이슬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자는 이슬람 국가들 역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었음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렇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진다. 읽다보니 여러 번 강조되는 말이 있다. 바로 "지하드"에 대한 의미 풀이다.

 

'지하드'를 나는 '성전'이라는 싸움의 의미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지하드를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누고 있고, 큰지하드는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종교가 자신을 철저하게 성찰하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이 '지하드'란 말은 좋은 말이다.

 

작은 지하드는 바로 자신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다. 즉, 지하드는 공격의 개념이 아니라 방어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서 언급하는 지하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도 "저들이 먼저 너희와 싸움을 걸어온다면 살해하라. 이것이 신앙을 억압하는 저들의 대가"라는 구절이 있다. 외부의 침입과 점령으로부터 이슬람의 땅을 방어하기 위해 전투에 임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성전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민간인을 살상하거나 그들의 재산을 유린하는 것은 금지된다. 자살 폭탄 테러도 이슬람의 교리에 어긋난다. 이슬람 종교는 자살을 금한다. 창조물 인간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창조주 알라일 뿐이다.  276-277쪽

 

이런 말에 따르면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한다. 무함마드 시대에도 초기 칼리파들의 시대에도 그들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들을 포용하려는 정책을 폈다고 한다.

 

그런 이슬람이 과격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세계 대전 이후 준비되지 않은 근대국가로의 진입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불안, 그리고 이것을 이용하는 집단에 의해 이슬람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슬람이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군사적 개입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이 여유로울 때 군사적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IS가 세력을 확장하는 곳을 보면 다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이 심각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강한 주장이 살아남는다. 지지를 받는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여 IS의 세력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중동의 정치를 안정시키고, 또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중동 사람들의 생활이 향상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이슬람에 대해 간결하게 잘 정리해 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의 역사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테러단체로 분류했던 조직들을 개관할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시각도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막연히 언론에 비친 이슬람만으로는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에서 적어도 '지하드'에 대한 개념만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해도 이슬람에 대한 오해의 대부분은 가시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슬람 이해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이다. 이슬람에 대해 개관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고마운 일이다. 책을 받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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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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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 되었다면 오래 된 책이다.

 

이미 5년전에 나온 책이니.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효한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의 내용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과연 그 비중만큼 책임을 다학 있나 하면, 흔쾌히 동의하기가 힘들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중의 하나가 삼성이 아닐까 하는데,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고, 삼성의 회장인 이건희가 고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저지 시위를 했던 학생회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이 우리 학교 출신들이 삼성에 입사하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을 정도의 기업인데...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고발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가 임명이 되어 수사를 했다. 결과는 무죄.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끝이었다.

 

제보는 있었고, 증거도 있었으나, 처벌은 없었다. 삼성은 그냥 삼성으로 존재했고, 그 삼성의 최고 지배자인 이건희는 여전히 이건희였다.

 

이런 삼성의 모습에서 우리나라를 보게 된다.

 

힘있는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옹호하고, 그의 말을 따르려게 한다. 여기에 돈이 필요하니 비자금을 만들어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게 되고, 이를 폭로한 사람은 조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졌던 일이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닌 기업 구성원들의 것, 또 사회의 것이니 이익은 고루 나누어야 하는데, 특정 개인에게만 이익이 흘러가고, 그것이 마치 그 개인의 능력인양 포장이 된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견딜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일어나고, 능력보다는 인맥이 중시된다. 마치 정치권에서 친박, 비박, 친노, 비노 하듯이...

 

기업경영이나 사회공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오너의 구미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중심에 포진하게 된다.

 

그런 상태로 기업이 유지되니,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자부하지만... 운영은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홍보하지만, 그들만의 가족이고, 나머지는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검사로 복무하다, 법과는 거리가 먼, 나름대로 표준화된 기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삼성에 입사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겪은 일을 폭로한 책이다.

 

단지 삼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지금 삼성을 보면 우리나라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역시 국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전히 우리에겐 삼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많은 참조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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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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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분투란 말은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함' 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골목이란 마을이라는 의미로,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서 생계 및 생활을 유지해 간다는 뜻이고, 사장이라고 했으니, 자기 자본으로 일을 꾸려가는 사람임을 말한다.

 

그런데.. 분투란 말과 붙어서 자기 자본으로 생활을 꾸려가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힘듦을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때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하면 억대 연봉을 받았던 사람, 그러나 넓은 오지랖 때문에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할까 하다가 손을 댄 것이 커피 파는 '카페' 사업.

 

협동조합으로 운영을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책임 하에 하는 일인데... 얼마나 성공하기가 힘든지, 아니 성공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골목 사장들이 살아가기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무언가 방법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이 지닌 마지막 끈이 바로 희망이고, 사람들의 의지 아니겠는가.

 

그런 방법들에 대해서도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이라고 하여 이 책에서 나름대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왜 자영업자가 되는가? 정년이 보장이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50대 중반이면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이나 명예퇴직이라는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으로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들이 갈 곳이 어디 있는가? 다들 취업이 안 되어서 난리인데.. 아무리 경력직이고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미 나이든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아직도 밑 빠진 독처럼 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50대 중반이면 연세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아이들은 아직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돈 쓸 일만 많은데... 직장이 없으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막막하다.

 

이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또는 손쉽게 뛰어드는 시장이 바로 자영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게다. 그래서 이 책의 1부에서 말하고 있듯이 "자영업 대란"이 일어난다.

 

이 자영업 대란이 20년 후까지도 지속될 거라는 전망.. 베이비 붐을 타고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하는 50대 중후반까지는 아직도 20-30년은 남았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한다.

 

하여 얼마나 자영업으로 살아남기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암담하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임대료다. 터무니 없이 비싼 임대료를 갚기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지만.. 결과는 빚만 늘어나고 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게가 작으면 손님들이 많아도 망하고, 적어도 망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여러 수치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면서 한국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다시피 우리나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정말로 망하지 않을 10계명을 명심할 밖에. 십계명을 보면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인데.. 그럴 때 그냥 알고 있어 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1.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우지 말라

3. 빚지지 말라

4. 아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

5.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6. 영업하라

7. 자신을 브랜드화하라

8. 혁신하기 위해서 문서화하라

9. 피드백을 듣자

10. 실행은 즉각적으로

 

자, 이런 자세로 자영업에 임하면 망하더라도 쫄딱은 망하지 않는다. 그 점을 명심하자. 하여 3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영업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에 대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도 길은 있다. 루쉰의 말대로 길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협동조합'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바람직한 길로 협동조합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자영업 천국이다. 우후죽순처럼 가게들이 생겼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또 생기고, 사라지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자영업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손에 꼽을 정도로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또 혼자만이 아닌 함께 하는 자세를 지니도록 해야겠다.

 

오늘도 수고하는 자영업자들... 그들의 땀과 눈물이 이 책에서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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