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의 자장가 - 내 아버지 최인훈과 함께했던 날들
최윤경 지음, 이은규 그림 / 삼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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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믿음을 주는 작가가 있다. 이유도 없이 그 작가가 작품을 발표하면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게 하는 작가, 그 작가의 작품을 다 읽지도 못하고, 내용을 잘 이해도 하지 못하지만 그냥 마음에 들어하는 작가가 있다. 내게 그런 작가는 바로 최인훈이다.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광장"보다도 "가면고"에 더 끌리기도 했고, "라울전"을 읽으며 종교적 깨달음과 이성적 사고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고, "총독의 소리"를 읽으며 우리는 일본을 완전히 극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또 "태풍"을 읽으며 일제시대가 조금 더 길어졌더라면 어쨌을까 하는 위기의식도, 그의 장편 "화두"를 읽으며 최인훈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많은 작품들, 또 그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읽을수록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하는 작가였다. 작년에 세상을 떠서 이제 그의 새로운 작품은 읽을 수가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딸이 아빠인 최인훈에 관한 글을 썼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담담하게. 최인훈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정 생활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서 최인훈에 대해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여전히 이 문구가 삭제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 책이 많이 읽히면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최인훈은 생활이 거의 베일에 싸여 있는 사람,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고, 예전에는 강의라도 나갔지만 정년퇴임 후 요즘은 그마저도 무소식이라고 《나무위키》에 적혀 있다. (272쪽)

 

《나무위키》에는 뒤에 몇 문장이 더 있다.

 

특히 최인훈의 가족같은 경우는 언론에 공개된 적이 아예 없다시피한 수준. 서울예대에서 봤을 때는 평범한 교수님 A같은 느낌이었다 카더라. 고. 그러니 이 책이 나온 지금에는 뒷 얘기에 이어 많은 것들이 덧붙여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작가로서 최인훈은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본 딸이 아버지에 대해서, 아버지와의 일을 쓴 것도 의미가 있다.

 

읽으면서 최인훈이라는 작가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쩌면 글과 삶이 일치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자식들 처지에서는 참 힘든 아버지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이 책에 나타난 아버지 최인훈의 모습은 딸에게 너무도 관심이 많은 아버지였다는 생각을 한다.

 

딸에게 거는 기대도 있었겠고... 자신이 쓴 소설을 가족들이 읽게 했다는 것, 함께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또 가족의 일에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도 있었다는 것 등등 최인훈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일화를 너무도 잘 드러낸 글이 이 책에 실려 있는 글 중에 '크리스마스 캐럴'(128-134쪽)이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같은 글이지만, 아버지 최인훈의 모습, 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기 소설을 통해서 하는 작가로서의 최인훈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책의 끝부분에 손녀가 그린 최인훈의 초상화가 있다. 그만큼 그는 손녀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베풀었다고 하는데...

 

  손녀가 벌을 세우면 손 들고 벌 서면서도 한없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는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

 

  자식들을 키울 때는 책임감이 있었거든. 야단도 쳐야 하고. 손녀들은 예뻐만 하면 되지. ... 할아버지는 그냥 예뻐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으냐. 최고지. (194쪽)

 

  이렇게 말하는 할아버지 최인훈. 그는 자신의 작품을 손녀들을 보듯이 하지 않고 아마도 자식들을 키우듯이 했을 것이다. 책임감이 있는. 그래서 자신의 작품이라도 야단을 쳐야 하는.

 

  "광장"을 여러 차례 개작을 한 이유도 아마 그러한 이유였으리라. 자신의 자식이었으니까.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랐으니까.

 

이렇게 최인훈은 작품이라는 많은 자식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작품을 통해서 그를 만나야 한다. 그가 남긴 작품 속에서 삶을 만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다.

 

최인훈이 세상을 뜬 지 이제 한 해가 넘어간다. 우리는 최인훈 작품을 그가 손녀를 대하듯이 대하면 될 것 같다. 가까이 두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렇게 그가 만들어낸 소설 속 삶에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들을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딸이 본 아버지 최인훈,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최인훈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요즘, 최인훈이 쓴 "총독의 소리"와 "주석의 소리"를 다시금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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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의 세상 이해하기 - 사회적 관계에 관한 불문율
템플 그랜딘.숀 배런 지음, 김혜리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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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템플 그랜딘 관련 책. 자폐인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자폐인들이 세상에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숀 배런이라는 사람과 함께 썼다고 하지만 사실은 편집자가 더 많은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다. 템플과 숀이 이야기한 것을 바탕으로 편집자가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형식이다.

 

템플은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는데, 그 비유에 맞춰 이 책도 구성되었다. 막 뒤에서라는 글을 시작으로 1막에서는 템플과 숀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있고, 2막에서는 자폐적 사고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3막에서는 자폐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한 불문율 10개를 제시해주고 있다. 물론 이 10가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명심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자폐인들을 이해하고 자폐인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명심하면 좋을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꼭 자폐인만이 아니라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열 가지를 보자.

 

1. 규칙은 절대적이지 않아서,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언어 그대로만 해석하는 자폐인들에게는 이것이 첫째 규칙이 될 수 있다.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규칙이 적용되는 것.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설명없이 일관성 없는 규칙 적용은 자폐인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작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큰 틀에서 보면 모든 일이 다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맞다. 그 당시에는 너무도 중요해서 자신의 목숨만큼 크게 보이는 일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것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시간을 두는 일,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세상 모든 사람이 실수를 한다. 실수했다고 하루를 망쳐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티끌만 보고 욕한다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한 실수를 계속 되뇌면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인정하고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4. 정직성과 외교적 언행은 다른 것이다. (오죽하면 하얀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안전과 같이 큰일이 아닌 경우에는 외교적 언행을 할 필요가 있다. 언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자폐인들에게는 이 항목이 꼭 필요하다)

 

5. 예의 바름은 어느 상황에서나 적절하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선량(選良-제 뜻을 잃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이라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짓거리는 참... 예의 없음도 면책특권이 있는 줄 아는 그런 인간들이 넘치는데... 자폐인들은 알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또는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행동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들에게도 이런 행동을 가르쳐야만 한다고 하니, 다른 사람에게는 더 말이 필요없다)

 

6. 나에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친구인 것은 아니다.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인에게는 이 규칙이 참 중요하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 우리나라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나에게 해주는 충언은 듣기에 괴롭다고... 감언이설, 교언영색... 피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감언이설(甘言利說)인지, 교언영색(巧言令色)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교육은 자폐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7. 사람들은 공석에서 하는 행동과 사석에서 하는 행동이 서로 다르다. (둘을 구분해서 행동을 하고, 다른 자리에서 하는 행동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도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뒷담을 하는 것은 사석에서 하는 행동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것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이다. 그러니 사이버 언어폭력은 결코 사석에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 명심할 것.)

 

8. 자신이 언제 사람들을 싫증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바로 관계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 나를 중심에 놓되, 나만을 생각하지는 않아야 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9. '어울린다'는 것은 주로 외모나 말과 관련된다. (자폐인들이 옷이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 장소에 어울리는 외모, 또 말을 해야 함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 것. 이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도 사회생활에 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

 

10.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것은 자폐인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그것이 어찌 자폐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일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이렇게 자폐인들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불문율이다. 하지만 자폐인들은 이것들을 배우는데 꽤 오랜 시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니... 성공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템플과 숀이 다른 자폐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신들이 겪은 일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로 배울 것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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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는 특별하다 - 템플 그랜딘의 자폐성 뇌 이야기
템플 그랜딘 & 리처드 파넥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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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템플 그랜딘의 책읽기. 자폐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물론 고기능 자폐인들에게 더 해당이 되고, 정도가 심한 자폐인들에게는 템플 그랜딘과 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책은 자폐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폐증이 병명으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단조차 받지 못하던 시대에서 심리적인 질병으로, 그래서 냉장고 엄마와 같은 말이 나왔던 시대로 있었다고 하는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폐증도 뇌와 유전자의 문제로 점점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는 것, 다만 여전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점점 더 발달해 가는 과학으로 인해 자폐증의 생물학적 원인도 명확히 밝혀질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완전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밝혀졌으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폐증도 이제는 상관관계를 넘어 뇌와 유전자의 인과관계 쪽으로 가고 있으니 자폐증 치료에 더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한다.

 

템플 그랜딘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둘로, 언어적 사고와 그림 사고로 나누었었는데, 최근에 여기에 한 가지 사고를 더해 패턴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도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니, 자신의 사고에 따라서 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으니,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을 체계화한다면 사람들에 따라 교육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여전히 그것은 힘들다. 왜냐하면 이 책에도 나오듯이 학교 교육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표 붙이기, 다른 말로 하면 낙인찍기, 또는 낙인효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자폐인이야 아스퍼거야 하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름에 맞게 대우해 줘야 하고, 그 이름에 따라서 기대를 접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던가. 그래서 그들이 지닌 강점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템플 그랜딘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 약점을 보완하는 교육보다는 강점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너무도 쉽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왜 굳이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고 할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면 되지 않는가. 전국민이 수학자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우리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적어도 비슷한, 아니면 정부가 정해 놓은 이해되지 않는 어떤 수준까지 꼭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요즘은 용어가 이렇게 바뀌었단다)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 아닌가.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표준적인 수준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수는 있어도 모든 면에서 표준적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은 발휘할 수 있어도, 그 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더 힘든 것이다. 

 

그러니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하고, 이들이 못하는 일은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서로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템플 그랜딘은 하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우리나라 교육에도 해당되는, 읽으면 슬픈 그런 구절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강연을 할 때에는 확실하게 자폐 스텍트럼에 속하는 듯 보이는 사람이 많다. 전국을 돌면서 학교에서 강연을 하다보면 또 이런 비슷한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아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이다. (251쪽)

 

똑같아야 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것을 꼭 다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그 많은 교과목에서 모두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사고 패턴에 따라서 학교 교과과정은 익숙한 과정이 될 수도 너무도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템플 그랜딘은 말한다. 왜 똑같아야 하지? 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지 않아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일찍부터 절망에 빠지는, 강점이 많음에도 수학때문에 도태되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파왔다. 꼭 수학때문은 아니라도, 성적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에고, 이게 무슨 저주받을 짓인지...

 

자폐인의 성공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템플 그랜딘의 책을 읽으면 함께 살아가야 함을, 다양한 사람들의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각자 다양하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도우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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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자폐인의 내면 세계에 관한 모든 것
템플 그랜딘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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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를 읽고 흥미를 느끼게 된 사람. 아니 그들의 사고체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가 쓴 다른 책을 계속 읽고 싶어졌따.

 

자폐인 하면 그냥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재단하고 있었는데, 템플 그랜딘의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와 사고체계가 다를 뿐이다. 다를 뿐인데,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고 또 일반 보통사람들에 비해서는 서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냥 다른 존재로 치부하고 마는 것. 하지만 자폐인들도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다양하니 -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다른지 생각하면 그것도 당연한 일인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의 언어 범주에 모두 넣어버리고 다른 점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된다 - 그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

 

함께 살아감, 더불어 살아감을 이야기하면서도 과연 다른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하려 했는지,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템플 그랜딘의 이 책은 자폐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남에게 알려줌으로써 그런 역할을 하는데...

 

템플 그랜딘은 시각으로 사고한다고 한다. 그는 우리처럼 언어로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고, 시각으로, 마치 사진이나 영상을 주욱 나열해 놓듯이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해하는 것은 선형적으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신의 경험으로 동물들을 이해하고, 자폐인이라는 것을 지니고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폐인도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자폐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템플 그랜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자폐인들도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에게 맞는 치료법, 또 생활하는 방법이 다양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기적적인 치료법은 없음을, 또 한 자폐인에게 맞는 치료법이 다른 자폐인에게 맞는다는 보장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가 다르듯이 자폐인들도 다르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해야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이 점을 놓친다. 그냥 자폐인이라고 퉁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랜딘도 남들과 어울려 사는데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한다. 약물치료까지도 하고 있으니, 보통 사람들보다는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자폐인으로서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자폐인 이야기"가 그랜딘 자서전 1부라면 이 책은 2부에 해당한다. 대학을 마치고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그간 느꼈던 점, 알게 된 점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자폐인들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했고, 자신이 알게 된 점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자폐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우선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폐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폐인들을 그냥 가두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녀가 노력한 만큼 인도적인 동물 도살도 법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사회가 되었고. 

 

이 책은 그들의 사고체계, 행동의 원인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자폐인들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에 대해서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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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 - 개정판
템플 그랜딘 지음, 박경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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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라고 하면 "레인 맨"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고, 거기서 자폐인의 역할을 했던 더스틴 호프만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성은 영에 가깝지만 숫자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만, 어느 분야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자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폐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꼭 어느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자폐인인 것은 아니다. 사실 주변에서 만나는 자폐인들은 어느 분야에서 뛰어나다기보다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존재다. 의사소통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잘하지도 못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되는. 게다가 가끔 보이는 폭력적인 모습까지.

 

다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폐인들이 사회 생활을 잘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지니게 됐다.

 

자폐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소위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사회 생활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고만고만한 자질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꼭 자폐인이라고 해서 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

 

자폐를 딛고(이 말도 좀 이상하지만, 자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문을 열고 열린 공간으로 나온) 가축 도구 디자이너로 성공한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공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가 겪어야 했던 어두운 현실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폭력적인 모습도, 또 남들이 전혀 하지 않고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 당하기도 했던 템플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동물들이 안락함을 느끼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 책.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템플의 어머니가 보여준 행동이다. 자식에 대한 믿음.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교육시킨 것. 이해해 주려고 노력한 것. 자식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한 것. 이것이 템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사랑만이 템플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템플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앞에 있던 문들을 하나하나 열어젖히게 된다.

 

문... 템플은 문에 대해서 고착적 증세를 보인다. 그렇다. 문이다. 자폐인들은 자신의 앞에 문이 있음에도 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템플은 문을 열고 나아가려 했다. 그 문이 성장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자폐인들에게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템플은 책 뒤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대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자폐증 아이가 바깥세상과 연결돼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즉 바깥세상에 관심을 끊은 채 자기안의 세계에 빠지게 내버려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223쪽)

 

그가 문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은 외부세계로부터 나를 차단시키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나를 외부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문을 의식하고 그 문 밖으로 나아가려는 행동, 그것이 자폐인에게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행동을 하도록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해보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로만 통합교육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 보통 학생들도 견디기 힘든데, 자폐나 또는 다른 증세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지옥과 다름없을 수가 있다. 또 입시에 찌들리고 있는 교육현실과 아직도 30명에 육박하는 학생들로 인해 개별 학생들 한명 한명을 신경쓸 수 없는 교사들까지 생각하면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공간은 학교일 것이다.

 

이러한 학교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통합교육은 고사하고 다른 교육조차 힘들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하는 템플 그랜딘의 자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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