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승헌 지음 / 창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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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사람들이 최후로 기댈 곳은? 정답이 '사법부' 였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이 말은 힘없는 사람들이 최후로 기댈 곳은 '없다'가 정답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힘없는 사람들만 그랬을까? 아니다.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지도가 있었던 사람들, 정치적으로 힘이 있었던 사람들도 사법부에는 기대지 못했다. 아니, 사법부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정의'를 지킬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런 오욕의 역사가 바로 우리나라 재판의 역사, 사법부의 역사 아닐까 한다.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 것은 바로 한승헌이 쓴 이 책,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를 읽고서다.

 

물론 한승헌이 쓴 "권력과 필화"라는 책에서도 재판부의 한심한, 강자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무한히 강한 모습을 보기도 했고, 사법부의 오욕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홍구의 "사법부"에서 통렬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한국현대사를 재판을 중심으로 서술해 간 이 책을 통해서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그렇게 하고, 사회에서 나름 힘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고,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의 한 권력기구인 사법부가 이토록 눈치보며 재판을 했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나라 현대사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런 그들이 아직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마치 사회지도층인 양 행세하고 있는 꼴이라니, 그런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게끔 우리가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서글퍼지는 책읽기였다고나 할까.

 

첫 시작을 몽양 여운형 암살 사건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을 고 노무현 전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해방이 된 직후 좌와 우의 대립이 심할 때 좌우합작을 주장했던 정치인,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던 여운형이 암살되었는데, 그 재판이 어떻게 졸속으로 처리되었는지 책의 처음부터 우리 역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온갖 민주화 투쟁에 대한 탄압 사건들... 그런 사건들이 모여 우리 현대사를 만들어 왔는데, 물이 서서히 데워지다 특정한 온도가 되면 펄펄 끓어 수증기로 변하듯이 우리 역사도 이런 사건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민주화라는 큰 흐름을 이끌어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우리는 과연 이루어내고 있는가? 이 책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 재판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이후 우리 사회를 격동에 빠뜨린 재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 판결들이 과연 과거로부터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우리가 이룬 것이 과연 민주주의 맞나? 이제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 마저도 위협 받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렇게 처참한 역사 기록들이 남아 있고, 재판이라는 특성은 판결의 주체가 명시되어 있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떵떵거리며, 큰소리치며 지내고 있는지...

 

부끄러운 역사다. 극복해야 할 역사다. 그래서 이런 책이 소중한지도 모른다.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다만, 이 책이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한국현대사라는 제목보다는 "한국정치사"라는 제목을 달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로 내용이 정치적인 내용이기 때문이고, 주요 사건들 역시 지식인들과 관련된 내용이지 노동자, 농민에 대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강물이 도도히 흘러가는데 그 강물의 표면에서 일어난 일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온 지식들의 재판들이라면, 강물이 쉬임 없이 흘러가게 만드는 힘, 강물의 아래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그런 힘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민중에게서 나오는데, 이 책은 그런 민중에 대한 재판 이야기는 없다.

 

어쩌면 한승헌 변호사가 자신과 관련된 재판, 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재판을 중심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온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 나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 어떻게든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그래도 대부분은) 보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전혀 보상받지 못한 민중들의 사건이 빠진 것이 아쉽다.

 

막강한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민중들은 재판에서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이 힘 한 번 못 써보고 감옥에 간 경우가 많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일은 그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또 가족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앗아가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 역사가 이렇게 민주화를 향해 나아간 것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잊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명확하게 우리 현대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한승헌의 "권력과 필화" 한홍구의 "사법부"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자꾸 반복하고 있는 듯한 우리 역사의 바퀴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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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7-28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려했으나 미처 쓰지못한 책인데
리뷰를 보니 반갑네요. ^^

kinye91 2016-07-28 17:14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읽었다는 분이 있음에 저 역시 반갑고 기쁘네요.
 
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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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성폭력에 관한 책이다. 만화책이라고 해야 옳다. 만화를 통해서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려고 하는 책이니 말이다.

 

물론 뒷부분에는 글이 있어서 온전히 만화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주를 이루는 것이 만화고, 만화를 통해서 더 쉽게 우리에게 성폭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서 남자는 모두 악어로 그려지고 있다. 여자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사람으로 그려진 여자들이 남자가 성폭력을 쓰는 것처럼, 또는 그를 정당화하는 말과 비슷한 말을 할 때는 초록색으로 대사가 칠해져 있다.

 

악어와 초록색은 모두 성폭력을 가하거나 정당화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모든 남자를 악어로 표현한 것에서 논란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이는 별로 논란이 될 거리가 없다. 이 책의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남자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또 성폭력을 가하는 남자들만 악어로 표현하면 자신들을 사람으로 표현된 남자에 마음을 주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의 공감 능력을 살리기 위해 모든 남자들을 악어로 표현하면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악어에 공감하기보다는 사람으로 표현된 여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신이 어디에 공감하는지, 어느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사회에서 강자다. 그리고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또 행동 하나하나가 성폭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 자신들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성폭력일 때가 많다.

 

자신의 행동을 여성들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어'로 표현된 남자들을 보며 나도 혹시 악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차분히 되돌아 보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선진국이라는, 그것도 예의를 잘 갖처었다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만화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강자인 남성이 여성에게 또 성소수자에게 알게모르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주 다양한 성폭력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 이 중에는 이것이 성폭력일 수가 있나 싶은 것도 있지만, 아니다.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명백한 성폭력이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또 상대방의 의사를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행동하는 것이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더 나아가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과연 나도 '악어'일까? '악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이 책을 읽어보자. 도대체 어떤 행동이 나를 '악어'로 만드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악어 프로젝트'지만 실질적인 제목은 '악어 방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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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캐슬린 배리 지음, 정금나.김은정 옮김 / 삼인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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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라고 할 수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그들마다 주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매춘이 아닐까 싶다. 매춘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페미니즘 진영도 갈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착각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춘에 관해서는 페미니즘 집단 내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니)

 

한 때 여성들이 성매매 하는 것을 성노동이라고,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성노동자라고 하고, 그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노동력(?)인 몸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니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여성 성노동자가 자신들도 노동자라고 성노동을 인정하라고 얼굴을 가리고(가릴 수밖에 없다) 시위를 하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폭행이나 착취가 아니니 이런 경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자신의 몸을 파는 길 이외에는 도무지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그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각을 하기도 했다?에서 그쳐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자유의지로 하는 행위인가? 공동체의 선을 해치는 개인의 자유가 과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성을 파는 행위는 자신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는 행위는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인격, 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테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대다수의 사람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이런 환경을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몸이, 성이 상품이 되면 이것이 다른 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즉 광범위한 성의 상품화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런 성의 상품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나 국가, 또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춘이 일어나는 이유는 구매자가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매춘활동을 한 여성은 처벌을 받았어도 성을 구매한 남성이 처벌을 받은 경우는 별로 없으며, 매춘 활동을 강제한 포주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음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자유의지로 인한 매춘을 허용한다는 논리는 구매자의 욕구를 그대로 따르는 논리일 수 있고,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무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더하여 성의 상품화는 곧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보게 만들 가능성이 많으니, 그야말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거의 400쪽에 걸쳐 성의 상품화를 비판하고, 그런 사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는 것, 그리고 성을 구매하는 사람을 먼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 그것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던 점... 우리나라 사례도 참 많이도 나온다는 것. 그 유명한 기생관광에 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이런 매춘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부끄러움.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작자들이 툭하면 성희롱, 성추행을 하고 있는 현실은 그들의 의식 속에 이러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부끄러움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두 가지, 그것만은 명심하자.

 

세상에 자발적인 성 판매는 없다. 그것은 사회적 선(善)이 아니다. 그 다음에 성판매자보다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더 엄격해야 한다. 구매가 있으니 판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는 대부분 판매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니 그들에 대한 처벌에 관대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성매매, 이건 없앨 수 있는 일이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으면서 참 많이도 부끄러웠던 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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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신용 -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클리포드 H. 더글러스 지음, 이승현 옮김 / 역사비평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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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스위스 국민들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한 나라에서 시도한 기본소득 지급에 관한 정책은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되었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이를 당연한 일이라는 식으로 보도를 했고, 일부 인터넷 댓글에는 놀고 먹으려고 하냐, 사람들을 모두 무위도식하는, 남에게 기생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냐는 글도 꽤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놀고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당연히 통과되었을 거다. 스위스니까 안 된 거다, 이 모두가 국민성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글도 있었는데...

 

기본소득이 도입되기까지는 좀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 스위스 투표 결과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녹색당에서 이 기보소득을 주장하고 있고, 성남시와 서울시에서는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기보소득은 결코 무위도식하는 소득이 아니라는 점, 이는 소득이라기 보다는 배당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홀로 살 수 없고, 그 사람이 이룬 일들은 혼자가 아니라 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자본가가 자신 혼자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없듯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이윤에는 모두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 논의인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에 관해서 거의 처음으로 이론을 제공한 것이 바로 더글러스의 "사회신용"이다. 이 책에서 더글러스는 고용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지금도 고용창출을 주장하지만 이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든다. 기술 발전으로 생기는 일자리보다는, 그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으니, 고용창출은 문제 해결의 방향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토록 불안한 시대, "해고는 살인이다"는 주장을 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지금, 농민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본소득인 것이다.

 

사회적 배당이라고 하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그 나라의 이윤에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이런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니, 그들에게 상응하는 배당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하자는 주장.

 

더글러스의 주장이 - 이 책이 1933년 재판인데.. 이로부터 근 80여 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주장은 마치 새로운 주장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 과거의 낡은 주장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야 할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더글러스가 제시한 논점에 대해서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제시된 내용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책의 말미에는 우리나라, 특히 녹색평론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룬 글들을 찾아볼 수 있게 색인작업을 해놓았고, 더글러스가 스코틀랜드를 대상으로 자신의 기본소득(그는 사회신용이라는 말을 쓴다) 주장을 펼쳤으니... 참고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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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김재진 지음 / 렛츠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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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목이 더 슬프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그런 "슬픈 대한민국 이야기"

 

약자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이,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그런 현실을 감추고 있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여기에 편승하는 언론들, 사법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 고 있으니 "슬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포기하고 마니, 이 책에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구조의 문제라고 제목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알아야 대처를 하지.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바른 정보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는가.

 

(알고도 행하지 않는데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을 때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아(大我)보다는 소아(小我)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다) 

 

문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강고한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법, 언론이 일체가 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으니,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계속 진실을 은폐, 호도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이 필요할 수밖에.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던,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그저 국가의 정책에 순응하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았던 저자가 '20140416'(얼마나 가슴이 아픈 숫자인가)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그런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알아야 한다. 아니, 몰라서 편안하기보다는 진실을 알아서 불편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도 '슬픈 대한민국'이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온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이루어진다.

 

역사, 국가, 자본주의, 복지, 노동, 교육, 언론, 경제, 정치, 시민으로 장을 나누어 현재의 모습을, 현재 이렇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시민'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실천, 어렵지 않다. 내가 대의제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던 결정권을 찾아오면 된다. 어떻게? 바로 그 '어떻게?'란 질문,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물음표'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 물음표를 통해 내가 결정권을 찾아오고,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멀리 가지 말자.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고, 이 사회에서 정치를 무시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시작은 정치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 지금 현실은 결국 선거다. 그렇다면 결정권을 찾아오는 방법은 바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있고, 우리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지녔지만 선거개혁을 이루어 낸 뉴질랜드도 있으니...

 

바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도화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와 어정쩡한 비례대표제(겨우 300석 중에 47석)는 우리에게서 결정권을 빼앗아 간다. 그러니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첫단계 실천 방법이다)

 

여기에 더하여 개표방식을 바꿔야 한다. 바로 투표소에서 손으로 직접 개표를 하는 것. 컴퓨터 개표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위험부담이 많으니 투표소에서 직접 손으로 개표를 하며 그 결과를 집계하면 개표 비리를 방지할 수도 있고, 조작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이것은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더불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 주장에 나 역시 동의한다.

 

많은 얘기들을 했지만 목표는 하나다. 슬픈 대한민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신민이 되지 않고, 공화국의 시민이 되어야 한다. 공화국이란 시민들이 자신들의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결정하는 나라 아니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바로 "민주공화국" 아니던가. 그러니 결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길, 그 길부터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읽으면서 슬프고 화나고,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꼼꼼하게 생각해 보고, 실천 방법도 생각해 보는 그런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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