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주빌리 - 오늘을 위한 사회적 상상, 희년
양희송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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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jubilee)은행이라는 말을 최근에 듣고, 이런 말도 있고, 이런 은행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주빌리'라는 말을 '희년(禧年)'이라는 말로 이야기하는데, 기독교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49년이나 50년에 한 번 원상태로 돌리는 일이라고 한다.

 

어려운 말로 할 것 없이 '희년'은 빚으로 몰락한 사람이나 노예 상태가 된 사람을 본래대로 되돌리는 사상이라고 하면 된다.

 

즉 없는 사람들이 없기 전의 상태로 돌려주는 해, 그것이 희년이고, 이것이 희년의 사상이다. 이런 희년 사상은 역사를 통해서도 실천되기도 했는데... (이 책의 2,3장 희년 사상I,II 참조)

 

특히 지금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희년의 사상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에서 희년 사상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희년 사상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다루고 있으며, 그 공동체는 빚이나 노예나 토지의 독점이 영구적인 것으로 용납되지 않고 주기적인 회복과 해방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체제를 지향한다는 이상을 담고 있다.' (191쪽)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사유재산이 보장이 되고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보장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재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희년 사상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것은 그저 공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이런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에서, 공유재가 점점 없어지고 공공부문까지도 민간 차원으로, 즉 사적인 이윤 쪽으로 내몰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희년 사상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럼에도 이런 희년 사상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3의 법칙이다.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 한 명이 있다면, 그는 그것에 미쳤기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혼자만 미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희년 사상도 마찬가지다. 나만 좋다고 알고만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여기에 동조자가 필요하다. 즉 두 번째 사람이다. 이 사람은 가만히 지켜보다 처음 미친 사람의 행동이 좋다고, 옳다고 생각해서 참여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렇게 두 번째 사람이 나오면 세 번째 확산자가 나온다. 이 확산자는 처음과 두 번째 사람의 주장을 널리 퍼지게 한다. 더 많은 동조자가 나오게 한다. 이게 바로 3의 법칙이다.

 

희년 사상에 대해서 미친 듯이 주장하는 사람,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 여기에 확산하는 사람이 나오면 세상은 변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적 상상력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이 변해있기 때문이다. 생각 너머 상상, 상상 너머 변화인 것이다.

 

바로 이 책의 작가는 이런 변화를 바란다. 그래서 주빌리라는 개념, 희년 사상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기 쉽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게...

 

이 책에 쓰인 주빌리 개념을 이해하면, 우리 사회에 대두한 '기본 소득' 논의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치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이 실천으로 나아간다면, 희년 사상은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 희년을 상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적 상상이 바뀌고,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유토피아(utopia)는 헬라어로 '장소(topia)'란 단어 앞에 접두사 '오우(ou)' 혹은 '에우(eu)'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다. '부정'을 뜻하는 '오우'로 읽으면 '어디에도 없는 곳(outopia, no-where)'이 되는 것이고, '좋다'는 의미의 '에우'로 읽으면 '좋은 곳(eutopia, good place)'으로 새길 수 있다.  (31-32쪽)

 

이 말을 적용하면 우리가 희년을 상상할 때 유토피아는 없는 곳에서 좋은 곳으로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희년을 상상하자.

 

이게 지금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회적 상상까지, 그 너머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이 책 작지만 참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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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 ~ 2015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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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헬조선'

 

대한민국이라는 엄연한 국호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헬조선'이다. 지옥이라는 말도 아니고 영어로 헬(Hell)이고, 한국이 아니고 '조선'이다. 참으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뜻일텐데...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헬조선이라는 말을 듣는가?

 

어째서 한창 미래를 꿈꿀 젊은이들이 삼포니 오포니, n포니 하면서 좌절의 늪에 빠져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지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답답함, 역사를 통해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이 하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가 어느 순간 똑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면, 지금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 결정적인 원인을 사회학자답게 찾아나선 것, 이 책의 역할인데... 그 결정적 원인을 1945년 해방에서 찾는다.

 

사실 해방이라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해방에 앞서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1904년 러일전쟁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 특히 윤치호와 안중근의 시각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러일전쟁을 동양과 서양의 전쟁으로 보고, 일본이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것이 당시 조선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서양을 침략자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러나 일본 역시 서양과 동일하게 침략자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일본을 서양의 침략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존재로 파악했던 윤치호와 같이 친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것도 철저한 친일... 그리고 이들이 우리나라 해방공간에서 다시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름으로써 우리나라의 현재가 규정되기 시작한다.

 

반면, 안중근은 처음에 일본에 호의를 품었다가 일본의 본질이 침략주의임을 알고,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론이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 앞에서는 불가능함을 깨닫고 자주독립의 길을 모색한다.

 

그의 무장투쟁론을 이어받은 사람들, 일제시대에 변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싸우는데...

 

여기에 근대화될 때 조선에 들어온 두 사상, 기독교와 공산주의.

 

여기서 1945년이 중요해진다. 45년을 기점으로 이 두 사상은 확연히 갈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시대에도 갈라졌지만, 화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것은 1945년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할 1945년이 전혀 새롭지 않게 시작한 것.

 

남한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공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고, 북한에서는 공산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다.

 

친일한 사람들이 처단되지 않고 사회 고위층으로 올라가고, 여기에 극단적인 반공주의가 가미되어 우리사회는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오게 된다.

 

이 기점, 1945년이 바로 대한민국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과정을 수정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은 1945년에서 6.25까지를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기간으로 잡는다.

 

그 이후의 독재정치나 경제중심으로의 사회 재편은 이 때의 방향에서 온 것이라 한다.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데...

 

문제는 지금,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은 왜라는 부정적인 질문에, 이제는 대한민국은 이렇게 만들어져 왔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만들겠다고, 우리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고, 실천하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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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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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사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 이 사람은 아마도 미쳐버리거나 성인이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불경에서 "본생담"이라는 책이 있다. '자타카'라고도 하는데, 부처의 전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믿는다면 부처는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기억이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으리라. 다 기억하는데, 어떻게 안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의 결과를 알고 있는데, 어찌 허튼 행동을 하겠는가?

 

그런데 반대로 자신의 자그마한 실수 하나도 다 기억한다면, 그것을 잊지 못한다면 어떻게 제 정신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 아마도 미치는 것이 정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성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기억을 다 한다면, 고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되,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미치지 않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되,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기억하는 것,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기억으로부터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유추해서 사건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억을 작동할 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게도 망각이라는 도구를 지니고 있다.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정작 잊어서는 안 되는 일까지도 잊고 만다. 이것도 문제다.

 

망각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자신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도 한다. 아니, 똑같은 상황이 아니라 더 나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큰 문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 예로부터 성인은 중용이 중요하다고 했나 보다.

 

잊을 것은 잊되, 기억할 것은 반드시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용 아니겠는가.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잊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더 악화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3.1운동부터 시작하여 4.19정신을 계승했다는 헌법을 지니고 있는 이 나라, 그 헌법이 87년 민주화투쟁으로 만들어졌는데...

 

과연 우리는 헌법에 명기된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가? 헌법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 잊은 것이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을 이 책이 주고 있다. 바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민중들의 힘, 우리들이 바로 민중이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민중을 잊고, 민중임을 잊고, 오로지 소비자로서 그날그날을 소비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닐지... 민중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잊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기억해내야 한다.

 

기록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많은 역사 기록들이 있지만, 우리 곁에 생생하게 다가오는 기록들은 바로 문학으로써의 기록이다. 로포문학이라고 하는 것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한 때 이 '르포 문학'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많이들 읽었고, 많이 읽혔다. 그리고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런 기록들, 이제 와 새삼 다시 펴내는 것은 우리가 민중을 잊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보라고, 이 기록들을,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다고.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일이라고.

 

이 책은 전태일의 분신으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끝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에 대해서 그때그때 작가들이 기록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야 더 의미가 있다. 근 45년의 역사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일들을 그 상황에서 멀지 않은 때 작가가 직접 쓴 글이다. 그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필요없다. 직접 읽어야 한다.)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지금은 많이 멀어진 사건들이어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책에 기록된 민중들의 삶, 민중들의 행동이 지금 우리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안다면 이 기록들은 잊혀져서는 안된다.

 

또한 이 기록들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우리들을 만들게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기록들은 더욱 의미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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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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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곁에 두고 읽으면 될 것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보아도 좋다.

 

글과 그림과 글씨가 다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잠언이 있어 좋은 말씀이 우리 삶으로 다가오는데...

 

잠언과 더불어 시편은 말씀들이 하나하나 시로 우리 가슴에 다가오는데...

 

신영복 선생이 자주 하는 말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 머리에서 가슴까지, 또 가슴에서 발까지.

 

이 책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우리를 단숨에 인도한다.

 

한 편 한 편의 글과 글씨와 그림이 머리와 함께 가슴을 울린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 한 켠에서 어떤 울림이 일어나는데...

 

잔잔한 물에 떨어진 돌멩이가 일으키는 파문,

 

이 책은 우리들 가슴에 동심원을 일으키며 퍼져 나간다.

 

가슴에 도달한 이 책은 다시 발까지의 여행을 하도록 한다.

 

이것은 바로 이 책을 세 번 읽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고, 작가를 읽고, 그리고 바로 읽는 자신을 읽는 것.

 

삼독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단계,

 

독자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가슴에서 발로 여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작은 제목이 '신영복의 언약'이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까지 가야 한다는.

 

우리는 머리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보다, 손이 좋은 사람보다,

 

발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바다는 낮아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바다'라는

 

함께 가는 길, 그것이 바로 '관계'이고 삶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주변에 두고 손에 잡힐 때마다 들여다 보면 될 것을.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보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이제는 발로 함께 가면 될 것을.

 

그것이 이 책의 의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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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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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는 약하다. 그러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면 강하다. 무언가를 지킬 수가 있다. 사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참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면 강한 존재가 된다.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

 

더불어 숲이 되자. 이것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막자는 말이기도 하다.

 

신영복 선생이 오래 전에 낸 책이다. 국내 여행을 하면서 엽서 형식으로 보낸 글들이 "나무야 나무야"라면 이 "더불어 숲"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편지 형식을 빌어 쓴 글들이다.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다. 마치 나에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글쓴이와 일체감을 느끼기도 한다. 글쓴이의 생각에 더 쉽게 동의하기도 한다.

 

이것이 편지 형식이 지닌 장점이다. 어떤 사상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그 사람의 사적인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태산과 황허에서 끝나고 있다. 이 두 글만 보면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고대 사상의 완성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다.

 

이는 신영복 선생이 근대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란 침탈로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엘바 항구는 콜럼버스가 출항한 항구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대륙을 발견하여 유럽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그가 넓힌 지평은 본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줄어드는 공간과 살아가기 힘듦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근대다. 어느 지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확장과 축소로 나뉠 수 있는, 이분법이 작동했던 시대가 바로 근대다.

 

그러나 이제 이 근대는 극복되어야 한다. 어떻게 극복될까? 바로 인간다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정신을 배우려고 하듯이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사는, 더불어 숲을 이루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돌고돌아 여행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여행이 동양 사상의 완성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자리에서.

 

글들 하나하나가 읽을 만하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것이 신영복 선생의 글이 주는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세계를 다 돌아다니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정신의 이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신의 여행.

 

안동의 작은 마을,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을 살았지만, 그래서 그가 움직인 공간은 좁디좁았지만, 그의 정신은 세계를, 우주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던 권정생 선생처럼... 우리의 여행은 정신의 여행이어야 한다.

 

그런 정신의 여행을 세계 곳곳에서 신영복 선생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여행을 함께 했고, 또 내 정신의 여행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두고 두고 읽고 읽어 내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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