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김진호 지음 / 현암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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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에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빨간 십자가가 보인다. 빨갛게 멀리서도 보이게... 그런데 이게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어나 싶을 정도로, 기독교 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다.

 

오죽하면 예전에 한 집 걸러 하나씩 다방과 교회가 있다고 했겠는가. 이렇게 많은 교회들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종교가 기복신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도덕, 인간의 철학을 넘어선 단계가 바로 종교 아니던가.

 

그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인간 세상의 추악함과 비루함을 넘어 신성한 아름다운 세상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개신교 교회의 십자가들이고, 그들의 선교이고, 그들이 말하는 말씀들이었는데... 그런데,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어떤 때는 개신교의 욕망에 혀를 내두를 때도 있었고,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내게 한다는 정책에 대해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때, 신성과 세속이 다르고, 신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세속의 세금은 말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럼에도 그런 신성이 왜 사람들 속에 들어오지 않나 하는 생각.

 

성경 구절에 매어 성소수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고 억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른 종교인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난하는 모습들을 보며 이건 뭔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한 때 목사였고, 신학을 공부했던 사람이 개신교에 대해서 개괄하는 책을 내었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이러구러 하다가 읽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다음,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아직도 유효하다 싶어 읽기 시작.

 

"교회를 나가다"라는 말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먼저 이야기한다. 하나는 "교회에 나가다" 또 하나는 "교회에서 나가다"다.

 

개신교에 몸담고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개신교와 거리를 두고 비판적 이야기를 하면서 개신교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나를 살피고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 개신교가 창대해지기 시작하는 기점을 저자는 러일전쟁시기로 잡았다.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하는데, 그 무대는 우리나라가 되었고, 일본군의 만행을 피해 교회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

 

이 때 교회는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존재였고, 이런 상태는 일제시대에도 유지가 된다고 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녕을 위해서 교회에 나오게 되었고, 해방뒤 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개신교는 급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물론 정치권과의 영합도 있었음을 빼먹지 않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개신교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와서 교회의 성장이 멈추고 오히려 하락세에 접어든다. 교회들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대책으로 나온 것이 공격적 선교활동과 정치세력화다.

 

해외선교가 붐을 이루고, 또 기독교당을 만들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은 대형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극우친미성향의 집회를. 이것은 미국의 번영신학을 받아들인 결과가 지금까지 나타난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개신교는 앞으로도 하락세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번영신학은 그러한 자본주의적 체계를 가장 잘 반영하는 신앙적·신학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번영신학으로 무장하면서 정치세력화라는 종교전쟁을 벌이고자 하는 한국 기독교의 행보는 공공영역을 지켜내고 확장하려는 민주화의 노력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252쪽.

 

개신교가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함께 번영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오늘의 교회가 품어야 하는 생각은 '사회를 교회화'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 신앙을 사회적 영성화' 하는 것이다. 253쪽

 

이라고 한다.

 

개신교 내부에서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를 살피고, 개신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아마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한 대로 사회적 영성화된 개신교가 된다면, 개신교의 신도는 줄지 않고 늘게 되겠지. 그만큼 우리 사회도 영성이 풍부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위하는 사회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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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 우리 시대의 질문 1
노명우 외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 현실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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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메르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재난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고라고도 하기도 하는데, 이를 다시 사건이라고 하면, 사고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매르스를 사건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사건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 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되려나.

 

메르스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메르스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책임자는 없이 사고만 일어난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하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방역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텐데, 그리 못하면 사건이 되는 것이지.

 

메르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질병의 사회학이라든지 하는 제목으로 질병에 관해서는 인문학적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병을 나름대로 분석해낸다.

 

하지만 '세월호'라는 이름을 호명하면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만다.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도대체 이 법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메르스 때문에 방송이 되지 않으니 나같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고.

 

아직도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9명이나 있는데, 실종자 수색부터 배를 인양하는 문제까지 어느 하나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실종자, 인양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알려져 있지 않은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예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사고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하면 그래서 답답하다.

 

답답한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한데, 이 점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나왔다.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모았다.

 

어떤 책은 너무 이론적이다 싶을 정도여서 이런 내용을 일반인들이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기도 하지만, 이론이란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니, 어려운 글들도 우리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 중임을,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비대칭'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권력을 비롯한 힘을 지니고 있는 세력에 맞서 약자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비켜서서 대응하기'가 아닐까 한다.

 

정면으로 맞서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살짝 비껴서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힘을 미끌어지게 하기... 그것이 힘이 없는 사람들이 비대칭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비켜서서 맞서기는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하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잊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월호를 잊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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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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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한심함까지... 딱히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쯧쯧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으니...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이 대부분인 이 책은 그래서 읽은 부분도 있지만, 신문에 실린 시의성과는 달리 책으로 엮어졌을 때는 어떤 체계성이 느껴져서 더 역사책 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읽으면서 정치는 사법부 출신들, 교수 출신들(그것도 경제학분야나 사회학 분야가 많은데)이 아니라 역사학자들이 하는 편이, 아니 학자들은 먹물들 습성을 버리기 힘드니,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옛날에 왕이 되기 위해서는, 또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던가. 하다못해 동양의 성인인 공자도 자신이 스스로 역사책(춘추)을 쓰지 않았던가.

 

역사를 알지 못하고 정치를 하면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할 수가 있고, 현재에서 과거를 발판으로 미래로 나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한국사가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이 되어 이제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야 하는데... 그런데, 과연 이런 식의 교육으로 바른 역사의식을 지닐 수 있는가 질문을 하면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고, 현재에서 과거를 해석하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고, 숨길 수 없거나 속일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먼 후대에서라도 밝혀지는 진실이 있는데... 그런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역사는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사다. 멀어야 일제시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안된 역사를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그렇게 역사를 망각의 늪에 빠뜨려버린 결과 우리나라 역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얽혀 버렸는지 하나하나 풀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알렉산더처럼 한 칼에 자를 수는 없는 일. 그것이 통쾌해 보일지라도 알렉산더의 해결책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어버린 결과만 낳게 되니 말이다.

 

일제시대부터 꼬인 일들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기에 꼬이고 꼬여 지금 누구도 풀 수 없고, 또 풀려고 하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그것을 "역사와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분석해내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 적이 있는가? 그 때 책임져야 했을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한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출세의 길을 달린 것이, 더 큰소리를 친 것이 바로 우리 현대사의 모습 아니던가.

 

그런 현대사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 것이 이 책이다.

 

우선 세월호부터 시작한다. 배를 버리고 팬티바람으로 탈출한 선장. 이 선장의 모습에서 6.25당시 서울을 버리고 한강다리도 끊어버리고 저 혼자 도망친 이승만을 떠올린다. 세월호 선장은 실형을 선고 받아 감옥생활이라도 하지만, 서울을 버리고 도주한 이승만은 돌아와서 오히려 서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처벌한다.

 

여기서 우리의 역사는 책임에서 벗어나 버렸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책임져야 할 자가 큰소리를 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다음에는 간첩사건이다. 실제로 간첩들이 존재했음은 이미 사실로 밝혀졌지만, 억울하게도 조작된 간첩사건이 있었음을, 그것도 엉성한 논리로 간첩으로 몰아갔음을,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다. 간첩 조작사건의 주역들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우리 역사의 슬픈 모습.

 

간첩 조작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바로 내란죄, 내란 음모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대통령이 된 자부터 유명 정치인까지 도대체 내란죄로 한 번 안 걸린 사람이 없을 정도니... 한 마디로 내란 공화국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내란 공화국에서 진정한 내란은 단 세 차례라고 한다. 5.16과 유신체제, 그리고 12.12에 연결되는 5.17.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내란 사건들을 조작해 낸다.

 

정권에 위협이 되면 모두 내란이다. 이건 문제다. 국가와 정권을 의도적으로 혼동하고 있는 것인데...이런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는지 다시 내란 음모죄로 한 정당을 해산시켜버렸다.  

 

이 다음에는 지금 정권의 실세가 되어 있는 과거 실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주로 안 좋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 했던 사람이거나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이들 중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이다.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에고... 마지막 장은 야당에 대한 이야기.

 

야당이 바로 서야 정권교체고 뭐고 할 수 있는데,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니 역사학자로서 야당이 어떨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지를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 과연 야당 정치인들이 귀를 기울였는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 현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치 역사는 정말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히고 설켰다. 어떻데 풀어야 할지 막막하게도 말이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 축적된다. 역사는 계속 공부된다. 이런 축적과 공부를 통해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한다. 기억한 역사는 재반복되는 것을 막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아무리 복잡하게 얽혀 있더라도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가면 언젠가는 풀리게 되어 있다. 결코 조급해서는 안된다.

 

이게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을 알면 바로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잘못인 줄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사람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 얽혀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것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정치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 깨어 있는 시민이다. 역사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토록 지리멸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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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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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 살기"

 

이런 제목이 달린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문화로 먹고 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문화에 속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문화에 관련된 직업 중에서 방송, 책, 영화, 음악, 스포츠를 들고 있다.

 

왜 미술은 뺐는가?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참 슬프다. 미술은 작가가 죽어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인정받기 때문에 '문화로 먹고 살기'라는 제목과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술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어서야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 그것이 비록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더라도(피카소의 경우가 살아서도 자신의 작품에 굉장한 가치를 인정받았으니), 경제학자가 분석하기엔 적당하지 않아서 제외했다고 한다. 타당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머지 분야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분야다. 방송은 전국민이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니, 그 종사자들이 엄청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송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수치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방송으로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 바로 우리 세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책을 내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영화는 거품이 빠지고 우리나라 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이 나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 그리고 몇몇 감독과 배우에 의존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영화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할 지경이니, 이쯤되면 문화로 먹고 살기가 아니라, 문화에 종사하면서도 살아남을 일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돈이 안 되는 이런 문화에 얼마나 투자를 할까? 아니, 반대로 우리나라 국민이 음반을 얼마나 살까? 그 통계는 말할 수도 없을 지경으로 적다. 음악 방송들이 있기는 하지만, 연주회에 가는 사람, 음반을 직접 사는 사람, 그리고 국악이나 다른 음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비정규직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엘리트 체육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체육활동이 사회활동의 일환인 체육활동으로 전환되어 국민들의 건강도 살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렇듯 문화에 관한 여러 분야를 분석하고, 그 분야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하부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적어도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문화는 한 눈에 딱 들어오지 않지만, 또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 걱정에 이 분야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문화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갈 뿐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은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백범 김구도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겠는가.

 

소수만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하고, 문화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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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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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은 지구화가 되었는데, 사람만은 자기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처음 든 생각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는데, 오로지 사람만은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 자기만을 위해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세계 어느 곳의 문제는 그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문제인데도 사람들은 지구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그 곳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또는 반대로 지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 말 속담처럼 아무리 커다란 문제라도 해결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결국 해결은 개인이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저건 내 문제가 아니야, 저 사람들의 문제야 하고 손을 놓고 있었거나, 나 혼자 어떻게 해결해,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하자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먼저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에는 아프리카의 종족 분쟁이나 다이아몬드 또 콜탄에 얽힌 착취들, 에이즈 문제, 어린이 노동 착취, 굶주림, 소액대출은행, 국영없는 의사회를 다루고 있다.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회에서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아 인위적으로 나이어진 국경선, 그들에 의한 차별로 인한 탄압과 보복,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하고 먹지를 못하는 현상 등에 대해서 충분히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작고 미미한 힘이지만, 그 힘들이 모이면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듯이' 세상을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이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고,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에서는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물부족 현상, 탄소배출권, 모피거부운동, 생물 보호,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한 이후에 급속도로 자신의 과거를 잃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구의 자원 및 생명체들을 착취한 결과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들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통계지표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내 문제임을, 이것을 치유하지 않고는 나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내가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 있는 일들'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참여하는 유명인들을 소개하고, 공정무역과 그 지역에 맞는 원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친환경적으로 일주일을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리가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지구 전체의 문제라고 너무 커다랗게만 생각해서는 안됨을, 그 커다란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음을, 아니 인간이 너무 큰 개념이니 바로 나 자신에게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책이다.

 

마치 EBS에서 하는 '지식채널e' 방송의 멘트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간결한 문체로 호소력 짙게 주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영상을 떠올릴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읽는 효과를 주는 편집을 한 책인데...그보다도 더 바로 이 책을 읽은 개인이 지구를 치유할 수 있음을 깨닫도록 해주어서 더 좋은 책이다.

 

그래 미루지 말자. 지구 전체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는데,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또 능력있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하자. 그것이 바로 지구를 치유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자세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는 구호는 이럴 때 필요하다.

 

나도 충분히 지구를 치유할 수 있다.

 

"HEAL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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