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공공 - 자립, 학습, 비평, 삶의 기획
00그라운드 기획단 엮음 / manilpress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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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하는 공공이다. 제목이 이중적이다. 하나는 공공이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적인 면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개인으로 살아가지만, 이 개인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고, 사회 속에서 공적인 면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극히 개인적으로 변했다지만, 이들의 삶 역시 공적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이들이 개인적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시도가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만 제대로 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이 책의 제목을 받아들여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담자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 삶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이고, 그 삶의 길에서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세상에서 개인이 자기 자신 속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우고, 세워진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것. 그래서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시작하는 공공'에 부합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기보다는 그냥 공공을 00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시작하는 00은 어떤 일이든 청년들이 시도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어른들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만들어 하는 모습, 그 일이 바로 00이다.

 

이 00에는 수많은 일들이 포함된다. 그래서 공공이란 말이 공적 영역이란 말보다는 그냥 무한히 열려 있는 00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다가온다.

 

청년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어냈다. 따라서 이 기획에 따라 다양한 주제들이 이 책에 나오는데...

 

그 주제들이 하나의 틀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다 다름으로 오히려 통일성을 지니게 된다. 열려 있는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갖고 들어온 청년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이 때 이런 기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경제논리, 자본논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길이 있음을 보게 되는데...

 

그 길을 보여준 것이 바로 이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이 바로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로 끝나고 있는데... 기본소득은 바로 청년들이 어떤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작하는 공공.

 

이제 청년들이 시작해야 한다. 아니, 그들은 이미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그들을 우리가 보아주어야 한다. 이미 있는데 없는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자꾸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길이 있음을 많은 청년들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덧글

 

다만, 글씨가 너무 작다. 청년들이야 눈이 좋아 읽기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겐 읽기가 참 힘든 글씨 크기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동년배들이 어떻게 시작하고 있는지, 그 00을 알려주는 목적이라고는 해도, 오히려 나이 있는 사람들도 읽고 아, 청년들이 이렇게 시작하고 있구나, 이런 00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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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비타 악티바 : 개념사 30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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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분 성과연봉제가 논의되고 있다. 공공부분에서 성과에 따라 차등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퇴출까지도 가능하단다.

 

이러면 누구나 성과를 내려고 덤벼들 수밖에 없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의 생계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주의는 곧 결과주의를 낳고 (과정이 아무리 민주적이고 공공적이며 여러 사람에게 좋아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결과주의는 승자독식주의를 낳는다.

 

이런 승자독식주의는 피로사회를 낳고,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는 팔굼치 사회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성과연봉제라는 것이 사적인 분야에 도입이 되어도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데... (이미 성과제를 도입한 사적인 기업들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피로에 몰려 삶이 찌들어 있는지) 공공부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불안정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성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 바로 공공성 아니던가.

 

이런 공공성을 국가로 치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공공성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공공성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은 책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뽑는 박정희 때 공공부분 개발이 과연 제대로 된 공공성의 실현인가에 대해서 이 책은 단호하게 아니다라는 답을 하고 있다.

 

공공성은 민주주의와 떨어질 수 없는 개념이고 공공성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를 앞세우는, 특히 공무원을 주로 의미하는 공()의 개념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책임있는, 책임지는 주체들이 함께 한다는 공()의 개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독재시대에 발전한 공공부분을 공공성에서 멀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식민지 시대에 일어난 일들은 더더욱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공공성이라는 말에는 민주적, 함께함, 열려 있음 등이 포함되어 있가 때문이고, 이러한 공공성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적부분 성과연봉제는 공공성에서 얼마나 멀어지고 있는지, 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많은 일들이 공공성이 아닌 사적 이윤을 위한 일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한 공공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작은 책에서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사적' 이득을 취하는 집단에게 진정한 공공성은 무엇인지 판단하게 하는 자료로 이 책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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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
한홍구 지음 / 돌베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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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통해 남겨야 할 이유를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기록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기록이 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 그것도 안 좋은 역사만.

 

사법부.

 

이곳은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다. 사법고시를 통해서 선발된 인원들이 다른 사람들의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법에 의해 판단해야 하며, (이를 이들은 판결을 통해서 말한다고 하는데) 어떤 외적인 압력도 있어서는 안된다.

 

개인의 생각이나 개인의 이익, 선호도 있어서는 안 되고, 외부의 압력도 있어서는 안되는 오로지 법에 의해 사실 확인, 그리고 공정한 판결이 있어야 하는 곳, 이곳이 바로 사법부다.

 

어쩌면 외국의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도 눈이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본다는 행위 자체는 이미 그 봄으로 인해 자신의 관점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볍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법전(책)을 들고 있다고 하니... 책이란 엘리트들의 결과물 아니던가.

 

이런 사법부가 '오욕과 회한의 시절'을 지내왔다고 전두환에 의해 쫓겨난 이영섭 대법원장이 퇴임사에서 말했다는데...

 

그런데... 과연 사법부가 오욕과 회한의 시절을 겪었을까? 이들이 말하는 오욕과 회한이란 자신들이 좀더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고 외부의 눈치를 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절대 권력을 휘둘러야 하는데, 절대권력에 제동이 걸리자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안기부(예전에는 중앙정보부, 다음에는 국가안전기획부, 다음에는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름이 바뀌었다고 그들이 실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 책을 보면 그 점을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무소불위의 정보력을 통해 사법부까지도 휘둘렀으니 말이다. 최근에 벌어진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보라. 사법부가 과연 이들에게 책임을 물었는지...)의 통제를 받아 꼭두각시처럼 지냈던 시절이 있었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고, 고문을 받았음에도 고문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고, 누가 봐도 엉터리라고 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었으니...

 

그렇다. 그들은 판결로 말했다. 우리는 권력의 시녀라고. 나도 권력의 중심부로 가고 싶다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야겠다고.

 

이게 한 나라 독립기관인, 인권의 최후 보루이자, 억울한 사람들이 기대야 하는 사법부의 현실이었다.

 

읽을수록 화가 나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 그들은 판결로 말한다고 했으므로, 그 판결에는 반드시 자기의 이름을 남겨야 하고, 그것이 바로 기록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생각.

 

진정한 엘리트라면 역사의 심판을 잊어서는 안될텐데... 자기의 출세가 아니라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권력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법에 의해 그 사람들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 그들이 바로 사법부에 있는 사람들일텐데...

 

참담한 사법부의 역사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법부는 판사들을 말한다. 검찰은 여기에서 간간히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들은 사법부에서는 제외된다. 그러니... 판사들도 이 따위였는데...(이런 거친 표현을 용서하시라. 하지만, 이 말을 들을 만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면) 검사야 뭐...

 

자기들은 물라면 무는 개라고 스스로도 얘기했으니, 이 사법부라는 책을 읽다보면 검찰에 대해서 이런 책이 나온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검찰과 사법부...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정의를 바라며 기대어야 할 곳인데, 지금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 여기에 제4부라고 하는 언론까지도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으니, 이래저래 힘없는 사람 기댈 곳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권력집단으로 남을 수는 없다. 이런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 이들의 허상을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춘추전국시대를 보자.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가의 사상이 필요했지만, 이미 통일된 국가에서는 법가가 아니라 유가가 통치의 이념이 되었다는 사실.

 

법으로만 다스려지는 사회, 법에만 호소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법은 마지막에 동원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난무하는 수많은 소송들,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는 증거다.

 

사람이 사람을 믿고, 서로 돕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드는데... 사법부도 기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이들은 엘리트 의식을 내려놓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을 정의를 실현하는데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에 이름이 나오는 판사들처럼, 안 좋은 예로 계속 역사 속에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의 사마천이 "사기"를 쓴 이유. "사기"에서도 그 유명한 "열전"을 쓴 이유. 그것은 역사를 통해서 사람들이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경계하기 위해서이지 않겠는가.

 

이 책. 사법부.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도 사법부의 실상을 파헤쳐주는 역할을 해서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법부에 관련된 사람들, 그 사람들부터 읽어야 할 것이다.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사법부 개혁은 일어날 수 없으므로.

 

우리 역시 두 눈 똑바로 뜨고 사법부가, 검찰이, 국정원이, 정부가, 국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함을 이 책을 읽으며 더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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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 교양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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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 중의 하나. 축구로 유명한 나라. 어쩌면 축구보다도 투우나 또는 토마토 축제로 유명한 나라. 아니면 산티아고 길로 유명한 (이 길을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이 생겼다나 뭐라나) 이 나라.

 

열정적이고 직설적이고 여러 문화가 섞여 있고, 가우디라는 건축가로 유명하기도 하고, 또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하기도 한 나라.

 

그런 나라다. 우리는 스페인을 유럽에 있는 나라니, 이 나라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민주주의가 오래 전부터 실시되어 온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스페인은 1975년까지 독재 국가였다. 그것도 심한 파시즘 국가. 파시즘 하면 독일과 이탈리아 등을 떠올리지만, 이 스페인은 1939년부터 1975년까지 한 사람에 의해 지배당한 독재국가, 전체주의구가, 피시즘 국가였다.

 

그가 죽은 뒤 그의 망령을 씻어내어 지금은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이런 스페인에 대해서,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스페인과 비슷한 역사적 상황을 겪지 않았는가. 스페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 우리나라 현대사이기는 하지만, 비극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약 3년 동안 스페인은 극심한 내전에 휩쓸린다. 인민연합이라고 하는 공화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쿠테타에 머무르지 않고 공화파와 국민파로 나뉘어 내전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 주변 국가들이 개입하게 되고, 주변 국가에서 의용군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전하기도 한다. 수십만 명이 죽어간 내전은 단지 공화파와 보수파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에다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아나키즘 대 가톨릭 보수파와 지주, 군부들이 한 편이 된 사람들의 갈등. 여기에다 중앙집권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자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갈등. 노동자, 농민과 지주, 자본가의 갈등에다가 히틀러 무솔리니의 파시즘 국가들과 이들 국가를 견제하려는 소련과 또 영국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일어난 것이 바로 스페인 내전이라고 한다.

 

따라서 스페인 내전은 딱 이거다라고 정리할 수가 없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중첩되거 있기 때문인데...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들이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이 책은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 객관적으로란 말이 참 어려운 말이다. 역사는 사실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저자의 관점에서 취사선택한 자료들일 뿐이니. 이 사실들이 모여 개관이 아닌 주관을 형성할 때가 많다) 서술하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내전의 시작부터 경과 그리고 그 후의 일까지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스페인 내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스페인 내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작가의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도 내세우기는 하지만, 역사가로서 분석한 다음 주장을 도출해낼 수도 있으니 그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책이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스페인 내전은 복잡하다. 그 복잡함이 스페인 내전을 보수와 진보의 갈등만으로 정리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일이든 몇 가지 요소들만으로 결정이 될 수 없음을, 참으로 복잡한 우연들이 모여 필연이 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더 알 수 있는 것들은 내전이라고 해도 그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내전이지만 국제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 무엇보다도 내전은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것.

 

덧글

 

이 책을 읽은 다음 여러 책들을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나키즘의 입장에서 서술한 이 책들.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미지 프레임(길찾기)

한스 마구누스 엔첸스베르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실천문학사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또하나 국민파라는 말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 국민파들이 또 국민군으로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독재자인 프랑코의 군대라는 사실... 참, 독재자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포장을 잘한다. 이 명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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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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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 영화 "귀향"이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그런 상황을 고발한 영화였다면,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활동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모두 2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루고 있는데,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아직도 이런 사람들에 대한 사실조사가 부족하여 정리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소수일 때 수식어가 붙는데, 소수라고 해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수식어를 붙이는 일은 삼가야 하지만,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갈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기억하도록 하는데는 이러한 수식어가 '강조'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제시대 무려 35년간이나 지속된 그 시대에 어떻게 독립운동에 남자들만 참여했겠는가? 여자들도 많이 참여했을텐데,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또 남아있더라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이렇게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내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이 책에 나온 24명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먼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보자.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품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양반집 안방 마님부터 해녀,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다뤄주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독립을 위해 힘썼다는 것이다.

 

성별을 떠나 조국의 독립 앞에서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자각,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남자들보다 더한 일이 있는데, 이들은 남자들처럼 가정을 등한시하면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 운동에 헌신할 수가 없었다는 것.

 

여성에게는 이중의 일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과 가정을 꾸리는 일. 그러므로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남성들의 독립운동보다도 더 힘들고 더 의미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기에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해방된 조국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남과 북에서 서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

 

사상 때문에 독립운동 유공자도 인정받지 못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인정받은 사람부터 시작하여 훈장을 전해 줄 후손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죽은 지 90년이 넘어서야 조국에 묻힌 사람도 있으니...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통일되지 않은 조국에서 편히 잠들지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한 때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면서 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냐고, 이건 역사교육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국정화를 주장한 근거가 되는 사람이 '유관순'이었는데, 그럼 이들은 유관순보다 한 살 어리지만 유관순과 거의 비슷한 만세운동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이 사람이 이 책에 나오는 동풍신이다)

 

유관순만큼 치열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역사는 특정한 사람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어쩌면 이 책은 이렇게 편협하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의 근거가 얼마나 편협하고 협소한 것인지 알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친일파들에 대해서 오래동안 연구해 온 저자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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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4-2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이름이 5명이네요.
지금 이름으로만 봐서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면 아는 분이 더 있을 것 같아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kinye91 2016-04-25 14:33   좋아요 0 | URL
아마 읽어보시면 아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저는 읽다가 아, 이 분이 누구의 부인이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 책은 누구의 부인이라고 서술하기보다는, 자신이 독립을 위해 일을 한 주체로 서술을 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일제시대 다양한 방식의 독립운동에 종사한 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