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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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었다.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고자 절치부심, 좋은 기회를 엿보던 세가(世家)의 수장에게 마침내 출전해야 할 때가 오는 법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를 얻기 힘들고, 여기서 머뭇거린다면 용맹하지 않거나 비겁하다는 평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출전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순간 믿기 힘들 정도로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고, 몇 년에 걸친 지지부진한 싸움이 시작될 수도 있다. 운명의 마지막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

 

책을 계속 읽어 오면서, 이때껏 내가 읽은 책속에 많이 언급된 작품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단연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 읽은 여러 작품에 연속적으로 이 책이 나왔다. 안드레 애치먼의 하버드 스퀘어에서, 에릭 드 케르멜의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에서도, 심지어 신곡을 읽으며 참고하고자 읽은 해설서에서도 프루스트가 언급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드디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단테의 작품을 현대 문학과 관련시키는 것은 교수 기법이 아닌 의무이다. 현대에는 신곡과 견줄 순수한 시 작품이 없다. 하지만 시어의 긴장감을 가지며 시가 드러낼 수 있는 심상 효과를 보이는 작품은 있다. 바로 프루스트와 제임스 조이스 두 작품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가히 현대의 지옥편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프루스트는 <스완의 사랑>에서 질베르트와 알베르틴느를 향한 마르셀의 사랑 그리고 두 개의 세계, 즉 스완과 게르망트의 양식을 알고자 하는 갈망을 예고한다.

-p9~10, ‘단테의 신곡-지옥편’, 윌리스 파울리, 예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편에서 프루스트도 신곡에 대해 말한다.

 

[마치 내가 부모님 뒤를 쫒아가야 했듯이, 베르길리우스가 성큼성큼 멀어지면서 단테에게 빨리 쫒아오라고 강요하지만 않았다면, 그 죄인은 자신이 받는 형벌의 특별함이나 이유를 더 길게 이야기해 주었을 것이다.

-p292~293]

 

역자의 해설에서 프루스트는 베르길리우스 같은 안내자를 두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들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감동적이다. 프루스트는 또한 다른 좋은 것들을 제치고 책을 최우선으로 두는 나에게 책을 읽는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 날들의 오후는 평생 동안 경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그 사건들과 관계되는 인물들은 사실 프랑수아즈의 말대로 실제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인물의 기쁨이나 불운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모두 이런 기쁨이나 이런 불운에 대한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서만 생겨나는 것이다....소설가가 우리를 이런 상태로 몰아넣으면, 우리가 오로지 내적 상태에 있게 되면 모든 감동은 열 배나 더 커진다.....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서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

-p154~155]

 

듣던 대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 소설 속에서 나를 내적 상태에 머물게 하며 감동을 폭발시켰다. 재미없고 지루해서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닌 프루스트가 그려낸 언어의 마술에 푹 빠져 자주 머물러야만 했다. 의식의 흐름 속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모든 문장에 의미가 있었다. 그것을 좇아가고 내 것으로 만들며 삼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것도 많았다.

 

병마와 싸우며 코르크 마개로 방음벽을 설치한 방에 칩거하며 치열하게 써내려간 그의 소설은 첫 부분부터 엄청났다. ‘불면으로 시작된 어린 시절 콩브레에서 보낸 회상과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생생하게 표현해 글이 곧 영상이 되고 음악이 되고 시가 되었다. 모든 사물과,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결국 그것들을 관념으로 연결시켰고, 자아와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1부인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는 부활절 휴가 때, 고모할머니 또는 그의 딸 레오니 아주머니의 집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회상이다. 여러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대화도 흥미롭다. 특히 이웃인 유대인 부르주아 스완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예고한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사회적 계급이 존재했던 그곳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중적인 사교생활을 했고, 화류계 여인인 오데트를 아내로 맞아들인 자유로운 인물이다. 아버지의 직업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부르주아 계급에 속한 듯한 화자는 자신이 갈 수 없는 게르망트쪽의 귀족적인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열망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는 소설의 특징은, 그것이 일종의 회고록 또는 내적 연대기라는 점이다. 회고록이되 일반적으로 시대와 사건들을 축으로 삼아 펼치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증언, 그것을 기록하는 이의 명료한 기억이나 비망록에 입각하여, 또한 그 사람의 의지가 그 내용을 선별하고 구상하여 술회하는 것과는 다른 회고록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펭귄클래식코리아, ‘옮긴이의 말중에서]

 

이 소설에는 회상이나 추억도 많지만, 여러 사물에 대한 리듬감 있는 다양한 표현들도 탁월하다. , 정원, 나무, 산사나무, , 성당의 종탑, 아스파라거스, 스완쪽과 게르망트쪽으로 가는 길들의 상세한 묘사가  저돌적일 정도로 뛰어나다. 잠깐 동안 질베르트를 만난 순간과 성당에서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게르망트공작 부인과의 시선 교환도 앞으로 마르셀의 여정을 기대하게 한다.

 

그 당시 부르주아와 귀족들의 삶은 지금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위도식하는 느낌이다. ‘벨 에포크로 구분되는 시절의 전형적인 좋은 삶의 모습들이다. 이 소설보다 앞서 발표된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 표현된 서민들의 가난과 아픔과는 대조적이다. 그러한 계급적인 차이는 단지 과거 프랑스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들의 삶에서도 그 계급은 이어진다.

 

어린 마르셀은 잠자기 전 엄마의 키스를 열망한다. 소년이 가진 예민함이 어쩔 수 없는 신경병으로 간주되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며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야하는 프루스트의 삶의 고달픔이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엇이며, 전정한 자아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우리는 매번 혼란스럽다. 한 순간 말하고, 행동하며 겪어오는 모든 것의 의미에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작가의 움직이는 의식 속에서불면과 마들렌과 냄새에 얽힌 기억들을 따라가며 나 역시도 나의 '의식의 흐름'속에 빠져든다.

 

길게 이어지는 소설을 읽으며 프루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잃어버린 시간또는 오랜 시간의 뜻을 잘 알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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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03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게 되는 책들에서 자주 만나는 ‘어떤 책‘은 ‘운명‘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페넬로페님의 마음을 두드린 운명적 징후들에 저까지 흐뭇해집니다♡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도 있으시니 앞으로 한권한권 읽어가실때마다 리뷰 기대되고요!
무엇보다 프루스트 세계에 스며드신것 축하드립니다~♡^0^♡

페넬로페 2022-05-03 22:50   좋아요 4 | URL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읽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안되는 책 같아요.
일단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읽으신 분들과 소통하고 느낌도 공유하고 싶네요~~
잃.시.찾, 거꾸로 읽으내신 미미님이 참 대단하다는 걸 직접 확인 했습니다 ♡♡
리뷰쓰기 어렵네요.
그냥 문장 전체를 필사하고 싶더라고요^^

scott 2022-05-03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1권만 n년째 읽다가(다음 스토리로 넘어가지 못해서)
완전히 1권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1권만 여러번 읽다보니
다음편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우토반 질주 하듯 쭈욱!

페넬로페님 신곡 속에 프루스트 옹도!
탑승!
*。*.。*∧,,,∧
ヾ(⌒(_=•ω•)_

페넬로페 2022-05-04 01:46   좋아요 4 | URL
저도1권은 여러 번 읽을 것 같아요.
2권 잠깐 읽었는데 1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네요.
근데 어느 정도 경지까지 가야 아우토반을 달리듯 할까요? ㅎㅎ
신곡도 연옥, 천국이 남아 걱정이 되는데 5월도 열심히 달려야겠어요^^

희선 2022-05-04 0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어야겠다 생각도 안 하는 책이군요 언제가 읽어야지 할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말한 사람이 많고, 다른 책에도 자주 나왔군요 그러면 봐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 듯도 합니다 어린 마르셀을 보고 프루스트의 삶의 고달픔을 보기도 하셨군요 그런 걸 보셨으니 앞으로도 잘 보실 듯합니다 시간은 걸려도 다 보면 보람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5-04 01:49   좋아요 5 | URL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해요.
그래도 읽어 나가다 보면 완독할 수 있겠지요.
어릴 때 엄마 일을 도와줄때 언제 이걸 다 하냐고 투정부릴때 시나브로 하다보면 다 할 수 있다고 한 엄마의 말이 생각나네요~~
기회되면 희선님도 같이 읽어요^^

서니데이 2022-05-04 02: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는 다른 것보다 홍차와 마들렌만 남은 것 같아요. 길어서 다 읽기도 부담인데 점점 표지가 예쁘게 나와서 구매충동 생깁니다.
페넬로페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2-05-04 13:27   좋아요 4 | URL
표지가 넘 예쁘죠~~
어떤분은 읽지 않더라도 꽂아두면 예쁘다고 그러셨어요 ㅎㅎ
얼마전에 옆 신도시에 갔는데 홍차를 파는 카페가 생겼더라고요
책 가지고 가서 마들렌과 홍차 마셔야겠어요~~

새파랑 2022-05-04 07: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드디어 읽기 시작하셨군요~!! 왠지 책을 좋아하면 꼭 읽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드는 책입니다 ^^ 페넬로페님은 금방 읽으실거 같아요~!!

완독을 응원합니다 😆

페넬로페 2022-05-04 13:29   좋아요 4 | URL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책을 드디어 시작했어요. 잃.시.찾 완독 선배님,
잘 이끌어 주십시오^^

독서괭 2022-05-04 08: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와 제임스조이스는 자주 등장해서 아이고 또야? 나 아직 안 읽었는데 ㅠㅠ 하게 만드는 작가들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님 시작 축하드립니다! 신곡을 비롯해서 읽어내신 여러 책들과 연결지어 써주시니 더 흥미로워요. 끝까지 즐겁게 읽으시길 빕니다. 전 나중에.. ㅎㅎㅎ

페넬로페 2022-05-04 13:32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와 조이스는 참 많이도 등장하죠 ㅎㅎ
이 분들의 작품이 유명도에 비해 많이 읽지 않은 작품에도 들어가더라고요~~
시작했으니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서괭님 기다리고 있을께요^^

coolcat329 2022-05-04 1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서 내가 읽은 책이 나올 때 정말 기분좋죠.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마지막 발췌 문장 너무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2-05-04 13:34   좋아요 3 | URL
1편의 문장들에 거의 밑줄을 친 것 같아요. 어쩜 이런 표현을 했을까 감탄했어요~~
덕분에 저의 유년시절도 생각했어요^^
쿨캣님, 같이 읽어요~~

mini74 2022-05-04 1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 속에서 유난히 자주 언급되는 책, 그래서인지 저는 숙제같아요 ㅠㅠ 하기 싫어서 방학 마지막날까지 미루는 숙제 ㅎㅎ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는데 또 읽고는 싶고 ~ 그래서 완독한 분들이 부러워요 ㅎㅎ 저 책표지 그림의 , 사은품으로 받은 냄비받침대만 잘 쓰고 있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2-05-04 19:01   좋아요 2 | URL
네, 그럴땐 책 읽어주는 아바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 책이 아니어도 미니님은 워낙 책 많이 읽으시니 퉁 쳐도 될 것 같은데요 ㅎㅎ
이 책 표지가 예뻐 냄비받침위에 놓여 있는 음식도 맛있을 듯 해요^^

서니데이 2022-05-04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초여름 날씨에 가까워졌다고 해요.
내일은 어린이날이라서 오늘은 금요일 저녁시간 같아요.
페넬로페님, 내일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04 21:05   좋아요 3 | URL
네, 며칠 추웠는데 이제 완전히 봄날씨로 돌아왔어요.
이번에 여러 날이 겹치고 어버이날까지 있어 맘과 몸이 더 바쁠것 같아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즐거운 휴일 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5-05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매일 햇볕이 밝고 더워지고 있어요.
오늘은 어린이날이라서 그런지, 창문을 열었더니
아이들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고 계신가요.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10 20:06   좋아요 2 | URL
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왁자지껄해요 ㅎㅎ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를 들으면 참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생동감이 느껴져 좋아요^^

레삭매냐 2022-05-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를 통해 느끼게 되는
강렬한 기쁨,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당분간은 책 읽기에 매진
해 보렵니다.

페넬로페 2022-05-10 21:19   좋아요 2 | URL
정말요,
그 강렬한 기쁨이 좋지요~~
레삭매냐님,
독서에 매진하신다니 기대됩니다^^
 
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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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처음 부분에 아마도 우리 주위 사물의 부동성은 그것이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사물이라는 확신에서, 그리고 그 사물과 마주한 우리 사유의 부동성에서 연유하는지도 모른다(민음사)‘고 썼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읽으며 작가는 그 부동성을 깨는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호러SF소설이라고 분류된 정보라의 단편집, 저주토끼에 수록된 10편의 소설에서 어떤 기시감이 느껴졌다. 전래동화나 영화에서 그 내용을 미리 본 듯한 인상을 받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웠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읽어 온 전래동화나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권선징악을 토대로 한 내용과 결말은 거의 비슷하다. 그렇지만 매번 넋 놓고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스토리텔링의 탄탄함일 것이다. 정보라의 소설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괴하고 섬뜩하지만 집중할 수 있었고, 큰 울림이 남는 건 그녀가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모든 것을 중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는 건 부동(不動)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물과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기만과 욕망, 허용되고 이해되는 저주

<저주 토끼>

<차가운 손가락>

<>

<흉터>

<즐거운 나의 집>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단테의 신곡-지옥편에서,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는 기만이란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인간 고유의 악(열린책들)’이라고 말한다. 기만은 적의, 악의라고도 해석되며 남을 속여 넘기고 해치려는 마음을 뜻한다. 나쁜 의도로 남을 해하려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이 세상의 폭력은 시작된다. 거기엔 하늘을 저주하고 싶도록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런 이유로 권선징악은 필요악이 된다. 허용되고 이해되는 저주마저 없다면? 그러나 그 저주의 끝을 모르는 것도 인간의 숙명이다.

 

[저주 토끼는 쓸쓸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복수의 끝은 외로움과 쓸쓸함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주토끼가 한없이 늘어난다는 것은, 악의나 기만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탐욕으로부터 생겨나고, 만족을 모르는 이 뒤틀린 세상에 끝없이 질주하는 것들을 막고자 하는 최소한의 방어인지도 모른다. 꼭 죽어야만 지옥을 경험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지금이 바로 지옥일 수도 있다.

 

[“저주는 풀 수 있으나 자신의 욕심에 스스로 눈먼 인간을 눈 뜨게 할 방법은 없다. 저들이 언젠가는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 할 것을 알고 있었다.”

-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중에서]

 

 

<머리>

 

하필 밥을 먹으면서 책을 펼쳐들고 머리를 읽기 시작했다. 어릴 때 들었던 화장실 괴담,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보다 훨씬 더 섬뜩하고, 새롭고 의미가 깊었다. 밥을 먹으면서 이 글을 읽어 더러움을 느꼈던 게 아니라, 나의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밥을 계속 먹기 힘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고, 산더미같이 쌓인 아파트 재활용품 위에 내 집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쏟아 붓고 돌아온다. 냄새나고 더러운 것들을 내 집에 둘 수는 없으니 지구가 황폐화되고 온난화를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의 피조물들을 바깥으로 실어 나른다. 내가 가진 것보다 광고에 나오는 것들을 욕망하며 기회 될 때마다 새로운 것으로 바꾸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것들을 바깥으로 내몬다. 작가는 이런 우리들의 치부를 생각해보지도 못한 얘기들로 구성한다. 정말 기발하다.

 

[“은혜라니, 무슨 은혜란 말이냐?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 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네게서 비롯된 피조물이라 하여 네가 한 번이라도 따뜻이 돌보아준 적이라도 있었더냐? 너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태어나게 했고 이후에도 나를 혐오하고 역겨워하여 줄곧 없애고자 하지 않았느냐? 내게 베풀어준 것이라고는 있어 봤자 네게는 백해무익할 따름인 배설물과 오물뿐이 아니었느냐? 그나마 받아먹으며 사람다운 외양을 이루기 위해 나는 네게서 갖은 수모와 박해를 받아야 했단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는 몸을 이루었다. 어두운 구멍 속에서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리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우리가 만든 피조물들이 언젠가 우리들의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몸하다>-월경을 치르다, 월경이 나오다.

<안녕, 내 사랑>

몸하다는 피임약을 계속 먹어 저절로 임신이 된다는 특이한 내용이다. 완전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그 가족의 대체품은 무엇인지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과학이 더 발전할 미래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22, 카퓰렛 가의 정원 장면같은 감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인지, 인간의 번식은 어떤 용도로 진행될지도 궁금하다.

 

안녕, 내 사랑은 인공 반려자에 대한 얘기이다. 과학은 이제 인간위에 군림하고 우리는 그것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 그러한 과학의 실재에 거대한 자본주의가 결합되어 있다. 그것들이 어떤 역습을 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다.

 


<재회>

유대인만이 나치가 만든 수용소에 강제로 수용된 것은 아니다.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폴란드의 길거리에서 유대인 혈통과 관계없는 많은 사람들이 그냥 끌려갔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를 낳는다. 사랑이란,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트라우마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삶이란 거대한 충격과 명료한 생존본능이 동시에 찬란하게 떠오른 과거의 어느 시간에 갇힌 채,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그 순간에 했듯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되풀이해 확인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순간은 짧지만, 순간이 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자신의 생존을 그저 무의미하게 반복해서 확인하는 동안 좋은 시간도 나쁜 시간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과거에 고정되어버린 사람들, 그도, 그의 할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나도, 살아있거나 이미 죽었거나, 사실은 모두 과거의 유령에 불과했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전에는 작가를 몰랐었지만 부커상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이 소설을 읽었다. 동화처럼, 한국적 정서가 많이 가미된, 유머러스하기도 한 정보라의 소설을 읽으며 이 작가를 알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녀의 글을 단숨에 다 읽었다. 그 정도로 소설에 대한 몰입감과 내용이 좋았다.

 

이 책을 중3 남학생에게 선물도 했다. 피부과를 다녀도 여드름이 고쳐지지 않는데 라면을 좋아하고,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그 녀석이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끝가지 읽기라도 할 것인지 불안하다. 잘 이해 못해도, 글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지 몰라도 끝가지 다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 소설을 다 읽어낸다면 생각의 크기와 넓이가 조금은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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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4-29 0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받은대로 갚으면 기분 좋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좋지는 않을 거예요 복수는 다른 복수를 낳을 거고, 폭력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집에는 안 좋은 걸 놓지 않는다는 말 맞기도 하네요 덜 버리려고 해야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이런 책 못 봤는데, 페넬로페 님이 책을 준 아이는 좋겠네요 페넬로페 님 덕분에 책을 보게 됐으니... 천천히라고 끝까지 보겠지요


희선

페넬로페 2022-04-29 08:52   좋아요 3 | URL
복수나 저주라는 말이 끔찍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는데 저는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그럼 아무 이유없이 당한 사람은 용서만이 살 길인가? 하고요.
이 소설이 의미하는것이 이런것들만 있는건 아닐텐데 제가 너무 그쪽으로만 향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선물했는데 그 아이도 잘 읽어 내겠지요. 지금 잘 이해 못해도 그런것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랄 뿐이예요^^

파이버 2022-04-29 0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필 식사하시면서 ‘머리‘를 읽으셨다니ㅠㅠ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결말을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도 오늘 버린 쓰레기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2-04-29 08:54   좋아요 4 | URL
‘머리‘의 내용이 쇼킹했는데 제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라 또 신선했어요. 작가들의 생각과 필력에 감탄도 했고요.
근데 하필 밥을 먹으며 읽기 시작해서 ㅎㅎ^^

미미 2022-04-29 0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어쩜 이렇게 리뷰를 잘 쓰셨나요! 소름돋았습니다. 제가 읽고 나서도 표현하지 못했던것들도 담기고 페넬로페님의 더욱 깊이있는 시각도 있어서 새롭게 읽은 기분입니다. 다시 읽으려고 즐겨찾기 함요~거기다 프루스트 인용까지!!*^^*

페넬로페 2022-04-29 14:44   좋아요 3 | URL
미미님, 저의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 감사해요. 다른분들은 어떠실지 몰라도 저는 이 소설이 좋았어요. 제 해석이 맞을지 몰라도 셍각할 요소도 많고 내용이 특이해서 신선했어요. 충분히 맨부커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잃아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얼마 읽지 않았는데 그 문장에 푹 빠져버렸어요.
앞으로 계속 인용할 것 같아요^^

mini74 2022-04-29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쓸쓸한 이야기 모음이라는데 공감합니다. 여드름 중학생 무언가 느끼지 않았을까요 ㅎㅎ 머리 !! 저도 정말 충격적인데다 제 주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참 많은 은유를 담은 단편이라 느꼈어요 *^^*

페넬로페 2022-04-29 14:46   좋아요 2 | URL
쓸쓸함이 맞는 것 같아요. 읽으면서 계속 그런 감정이 들었고 좀 우울하기도 했어요. 사람 사는게 뭔지, 다들 잘 살고, 선하게 살면 언될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드름 중학생이 잘 읽기를 바랄 뿐이예요^^

페크pek0501 2022-04-29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를 신문에서 보면서, 꾸준히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이길 자가 없도다, 하는 생각을 했네요. 저는 단편 저주토끼만 오디오북으로 들었어요. 잘 썼다는 생각을 했지요.

페넬로페 2022-04-29 14:49   좋아요 3 | URL
작가의 이력을 보며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글도 많더라고요.
매번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닮고 싶어요~~
오디오북으로 저주토끼 들으셨다면 더 스토리가 실감났을 거예요.
저는 마치 전래동화를 읽는 느낌이었어요^^

새파랑 2022-04-29 1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중3학생에게 선물을 주실 정도로 좋은 책이군요~!! 페넬로페님까지 별 다섯에 극찬이라니 아주 훌륭한 작품인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4-29 14:51   좋아요 4 | URL
저는 이 소설이 좋더라고요. 근데 중3 남학생한테는 좀 쇼킹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호러sf라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었어요^^

서니데이 2022-04-29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음달에 최종 수상작이 발표된다고 하니, 정보라작가와 번역자 안톤허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9 21:27   좋아요 3 | URL
네,, 정보라 작가가 상 받으면 좋겠어요^^저도 행운을 빕니다^^
벌써 금욜 저녁이예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4-30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 날씨가 어제보다 차가운 것 같아요.
따뜻한 차를 마시면 좋을 만큼 기온이 내려간 것을 느낍니다.
일교차 큰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01 14:25   좋아요 3 | URL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산책 나가는데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가도 덥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감기 들기 좋은 날씨인데 코로나 시국을 지나서인지 이제 감기가 별로 두렵지 않아요 ㅎㅎ
마스크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scott 2022-05-01 12: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주 토끼 정보라 작가님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이 이어지고 있죠
오월에 기쁜 소식이 있었으면 ^^

페넬로페 2022-05-01 14:26   좋아요 3 | URL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좋은데요^^
정보라 작가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han22598 2022-05-01 1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님 덕분에...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네요. 피임약을 계속 먹어서...임신을 하게 되다...이해가 안되는 문장인데...작가의 의도가 있는 표현이겠죠?

페넬로페 2022-05-01 14:29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이 책이 10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고 내용도 다양해서 그것을 옮기기가 어려웠는데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많았어요.
소설 속 내용이 모두 다 의도가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었기에 읽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를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5-02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부터 5월이 시작되었어요.
좋은 일들 가득한 가정의 달 되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04 02:04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5월이 시작되고 또 며칠이 지났어요. 햇빛이 좀 더 따뜻해질거고, 초록이 점점 더 무성해 지는걸 느껴요.
서니데이님!
5월에도 행복 가득, 건강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신곡 : 지옥 열린책들 세계문학 93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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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고 학창 시절을 거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운다. 세상이 변하고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지만 그때 배운 걸로 어느 정도는 충당이 된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후회는 언제나 함께 한다. ‘단테=신곡이라는 공식을 언제부터 내가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단테의 신곡-지옥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비해 훨씬 쉬웠고 재미있었다.

 

<신곡-지옥>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고전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서를 비롯하여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작품들의 내용이 반복해서 나왔다. 강대진 선생은 단테의 신곡을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희랍과 로마의 작품들을 피해갈 길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 책들을 지금까지 힘겹게 읽어 기초를 쌓아왔기에 쉬운 접근을 할 수 있었지만, 신곡은 한 번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한 번 읽고 이 위대한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어림없다. 그저 이 지면의 글은 신곡에 대한 나의 감상과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해설서를 앞으로 열심히 읽겠다는 다짐에 불과하다.

내가 좀 겸손해졌나

지옥을 읽고 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오뒷세우스는 저승을 방문한다(오뒷세이아, 11). 트로이아의 유민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떠나는 아이네아스의 여정에도 저승은 들어있다(아이네이스, 6). 이미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도 저승여행을 거쳤고, 단테의 신곡은 아예 작품 전체에 저승이 있다.

 

[앞으로 수많은 영웅들의 저승여행의 원조가 될 이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은 이야기에서 영웅들이 저승을 여행하는 것은, 이것이 아마도 모든 통과의례의 대표여서일 것이다. 통과의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나아가는 위험스런 순간을 무사히 지나게 해주는 예식이다. 여기서 오뒷세우스는 말하자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이전의 존재를 죽이고있다. 많은 통과의례들이, 이전에 속해 있던 집단과의 격리와, 그 이후의 재통합 과정을 포함한다. 그 격리기간에 이전 것이 죽고새 존재가 생겨난다.

-p315,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읽기’, 강대진, 그린비]

 

단테는 35(1301), 인생의 중반기에 피렌체에서 추방당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여러 곳을 전전하며 신곡 집필을 했다. 그 역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저승이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에게, 피렌체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서양 전체의 역사에서 사실상 중세에서 근대로 바뀌는 과도기가 13세기였다면, 변화는 다른 어느 곳보다 피렌체에 집중되고 있었다....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단테는 교육을 받고 사랑을 하며 글을 쓰고 현실 정치에 몸을 던졌다.

-p21, '단테×박상진', 아르테)]

 

 

<신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테의 생애와 그 당시 이탈리아 여러 공국, 특히 피렌체라는 도시의 상황을 먼저 알아야만 한다. 단테의 평생과 그의 사후에도 오랫동안 궬피당(교황당)과 기벨리니당(황제당)사이의 이념갈등은 끝이 없었다. 지옥편은 이 정치적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가 있어야 더 잘 읽힌다. 그가 어릴 때 만나 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일찍 죽었는데 단테에게 평생 영감을 준 여인이다. 단테의 지옥여행에 길잡이가 되는 사람은 베르길리우스이다. 그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단테를 구해주고 지옥의 심연, 연옥의 산, 그리고 그 꼭대기 지상낙원까지 안내한다.

 

[하지만 제2곡에서 우리는 이들의 만남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의 베아트리체 때문에 단테에게 왔다....속세에서 출발해 먼저 지옥을 살피는 여행의 절대적 시작점은 천국이다. ...베르길리우스는 모든 단계와 죄의 모든 경험을 통과하도록 단테를 인도한다.

-p12, '단테의 신곡-지옥편‘, 윌리스 파울리, 예문]

 

'지옥3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두운 숲에서 방황하는 단테를 베르길리우스가 구해주고, 그는 단테를 지옥으로 안내한다. 지옥은 제 1원인 림보에서 제 9원인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까지 골짜기를 이루며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1; 림보

2; 음란함과 애욕의 죄인들(바람, 태풍에 휩쓸리는 자들)

3; 탐식의 죄(비에 젖은 자들)

4; 재물의 죄인들, 낭비와 인색함의 죄(쓰라린 말씨로 서로 싸우는 자들)

5; 분노의 죄인, 스틱스 늪(늪이 잡아당기는 자들)

6; 영혼의 불멸을 부정했던 에피쿠로스와 그의 후계자들

7; 세 개의 작은 둘레(girone)

-첫째 둘레; 이웃에게 폭력을 가한 자들(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핏물의 강)

-둘째 둘레; 자신의 육체와 재산에 폭력을 가한 자들(자살한 이들의 숲)

-셋째 둘레; 신성에 폭력을 가한 죄인들(모래밭에서 불비를 맞음)

8; 열 개의 작은 구렁(말레볼제)

-첫째 구렁; 뚜쟁이와 유혹자(속이는 자)들이 악마들에게 채찍을 맞고 있다.

-둘째 구렁; 아첨꾼들이 더러운 똥물 속에 잠겨 있다.

-셋째 구렁; 돈을 받고 신성한 물건을 거래하는 고성죄(구멍에 거꾸로 쳐 박혀 있다)

-넷째 구렁; 점쟁이, 예언자(앞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머리가 등 뒤쪽으로 돌아가 있다)

-다섯째 구렁; 탐관오리(펄펄 끓는 역청 속에 잠겨 있다)

-여섯째 구렁; 위선자(겉은 화려하지만 안은 무거운 납으로 된 옷을 입고 다닌다)

-일곱째 구렁; 도둑의 영혼(많은 뱀들이 형벌을 가한다)

-여덟째 구렁; 사기와 기만을 교사한 죄인들(타오르는 불꽃)

-아홉째 구렁; 종교나 정치에서 불화의 씨앗을 뿌린 자들(신체의 여러 곳이 갈라지는 형벌)

-열 번째 구렁; 온갖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화폐를 위조한 자들이 역겹고 악취나는 질병에 시달리는 벌

9; 마지막 원(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천사장에서 악마가 된 루키페르가 있다)

-배신자들이 코키토스 호수 속에 얼어붙어 있다.

 

단테는 저승의 지옥을 여행하지만 그것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벌 받는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을 궁금해 하고 자세히 듣는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름을 밝혀 주겠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지옥에서 죄지은 자들의 고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그런 단테를 보고 나무라지만 단테의 눈물은 계속된다. 저승의 죄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다가 스승에게 혼나기도 한다. 인간인 단테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 그에게 정감이 간다. 단테는 적절한 비유와 시적인 표현으로 지옥의 모습을 묘사했다. 라틴어에도 능숙했던 그는 신곡을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어(토스카나어)로 썼다. 특정한 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해 서사시를 지었다는 것에 그의 위대함이 있다.

 

열린책들의 신곡은 번역이 쉽게 되어 있고, 각 페이지마다 짤막한 해설과 각주가 있어 읽기 편하다. 민음사의 신곡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 있어 좋다. 기회가 된다면 민음사판으로 다시 읽고 싶다.

 

가톨릭교도인 나는 일 년에 두 번(부활과 성탄) 의무적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어떤 죄를 고백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신곡의 지옥편을 읽고 죄라는 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남에게 잘못하는 것도 죄지만 나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나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도 죄가 되었다.

 

단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지옥을 설계했다. 1원에서 제9원까지 어떤 죄인을 배치하고 어떤 벌을 가할지 그는 스스로 정했다. 개인적이거나 집안의 원수도 있고, 평소 자신이 부정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 단테의 집안은 금융업에 종사했는데 그 당시 금융업은 고리대금업도 같이 다루었다. 그는 지옥에서 만난 고리대금업자에게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내리는 심판은 완전하지 않다. 단테의 지옥을 보며 우리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저자 김영민 교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죽음을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단테를 통해 죽음을 보고 지옥을 여행했지만 난 아직 죽음이 두렵다

다음엔 연옥천국이다.

 

[하지만 저는 왜 갑니까? 누가 허락합니까?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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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20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겸손해지는 책이군요ㅎㅎ역시 지옥에서도 싸움구경이 재밌나봅니다.ㅎㅎ 어렵지 않다하시니 안심이 되네요. 사두었는데 어쩐지 손이 안갔었거든요.^^;아르테의 <단테>와 김영민 교수의 책 저도 있어요🖐

페넬로페 2022-04-20 23:56   좋아요 3 | URL
ㅋㅋ~~말도 조심하게 되고 ~~하겠다는 말의 남발도 좀 자제하게 되네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제가 단순하게 읽어서 그렇겠죠!
해설서를 읽다보면 문장마다 많은 의미가 들어 있으니 조금씩 알아가겠습니다**

희선 2022-04-21 0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책은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모르기도 해요 그래도 단테가 쓴 《신곡》은 아는군요 몇해 전에 책도 사뒀는데, 여전히 안 봤습니다 페넬로페 님은 다른 책을 먼저 보시고 보셔서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단테는 글을 이탈리아말로 썼다고 했군요 누구나 볼 수 있게 쓰는 건 중요하죠

고해성사를 의무로 한해에 두번 해야 하는군요 그럴 때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괜찮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4-21 08:02   좋아요 4 | URL
단테가 신곡을 썼다는 것은 학교 다닐때 배웠던 것 같아요.
저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어요.
고해성사 볼 때 어떤 죄를 고백할것인가가 언제나 고민입니다.
사람 잘 변하지 않는다고 매번 고백할 내용이 비슷해 저란 사람에 대해 실망도 많이 해요^^

새파랑 2022-04-21 07: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왠지 어려워 보여서 접근하지 않았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말로만 들었던 고전이야기가 다 들어있는거 같아요 ㅋ

페넬로페 2022-04-21 08:04   좋아요 5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읽기가 쉬워요. 열린책들은 각 페이지마다 친절한 주석이 있어 별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민음사는 주석이 책의 끝에 한꺼번에 있더라고요^^

독서괭 2022-04-21 0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조금 읽다가 중단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보니 제가 고전 지식이 부족해서 힘들었던 것 같네요. 나중에 지식을 더 쌓아서(언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저는 열린책들 합본 구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단테 집안이 고리금융업자라 거기서 슬쩍 외면했단 얘기가 재밌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2-04-21 08:08   좋아요 5 | URL
단테가 중세와 근대에 걸쳐져 있는 사람이라 결국 그의 시선도 거기에 머물러 있어요. 기독교적인 사상과 그리스 로마의 고전과 철학사상을 가지고 책을 썼기에 배경지식을 아무래도 알고 읽으면 편한데 그것 다 알려면 딴 책 하나도 못 읽잖아요.
그러니 그냥 시도해 보셔도 좋을 듯 해요^^

2022-04-2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2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4-21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민음사로 읽었는데 윌리엄 블래이크 그림이 좋았어요 ㅎㅎ 자살한 자들이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나무가 되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ㅠㅠ

페넬로페 2022-04-22 01:46   좋아요 3 | URL
자살한 사람을 표현한 게 정말 절묘하죠?
지옥의 곳곳에 죄를 지은 사람들과 그들이 받는 벌의 연관성에 단테의 위대함을 보았습니다^^

coolcat329 2022-04-21 2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진정한 고전을 읽으셨네요. 8원은 또 구렁이 열개라니 인간들이 지은 죄 종류가 무지많네요. ㅎ
하긴 놀랄 일도 아니지만요.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어로 썼군요.
단테가 인간에게 따뜻한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나한테 잘못해도 죄라는 거 마음에 새겨야 겠습니다.
카톨릭신자로서 이 찐고전을 읽으셨으니 더 의미있는 독서였겠어요. 👍
제가 이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읽겠다하면 열린책들로 읽고 그림 참고는 민음사로 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04-22 01:49   좋아요 3 | URL
인간의 죄가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어요.
제가 벌받는 상황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민음사판은 그림은 좋지만 주석이 책의 뒤에 한꺼번에 있어 읽기에 약간 불편해요.
쿨캣님 말씀에 저도 동감이예요.
열린책들 읽고 민음사판으로 다시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22-04-22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테의 신곡 여러 출판사의 책으로 보셨군요.
이 책이 희곡이라서 소설보다 읽기가 잘 안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다시 보면 모르지만, 전에는 희곡 읽기가 편하지 않았거든요.
죄가 너무 많은 건 복잡한 법률처럼 좋지 않을 것 같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일수록 고백할 일이 많아질 것 같긴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3 12:50   좋아요 3 | URL
서사시에는 그 언어에 맞는 리듬감이 있으니 한국어로 사는 사람은 읽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이가 사춘기때 서로 갈등이 심했는데 그땐 고백할 죄가 많더니만 요즘은 별로 없어요.
제가 착하게 살고 있나봐요 ㅎㅎ

레삭매냐 2022-04-23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고전이라고 해서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으로
구해서 읽겠다고 도전하다가
그만...

여전히 서양 작가들이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오마쥬하
고 인용하는 작품이니 대단
하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4-24 08:09   좋아요 2 | URL
저도 기회있다면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판으로 다시 읽고 싶어요.
원어로 읽으면 더 대단하겠지만 번역판으로 읽어도 잘 썼더라고요.
입문을 잘 한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4-24 0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것처럼 차가웠는데, 오늘은 그 전보다 기온이 더 많이 올라가서 따뜻한 날이었어요. 다음주 초에는 기온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초여름 같은 날씨예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4 08:07   좋아요 3 | URL
날씨 변화가 심하네요.
좀 쌀쌀하다가 초여름 날씨처럼 덥기도 하고요.
서니데이님, 주말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4-25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는 차가운 날이었는데, 오늘은 여름처럼 느껴지는 날이었어요.
흐리고 습도 높은 날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날이 더 많아질 시기가 되었어요.
이번주는 4월 마지막 주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6 13:13   좋아요 3 | URL
봄이 되고 꽃이 피어 좋더니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그 순간을 지나며 견뎌야 하겠지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오늘 하루 항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4-26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초여름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날이었어요.
비가 올 때마다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셨나요.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7 09:53   좋아요 2 | URL
정말 초여름같은 날씨였어요.
봄에서 성큼 여름으로 점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몇 달동안 더위를 참아야하는지 세어 보기도 했어요 ㅎㅎ
아쉽지만 그래도 남은 봄을 즐겨야겠습니다^^

꼬마요정 2022-04-26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대진님 책이네요!! 반가워요 ㅎㅎ 저 책 저도 읽고 있습니다. 아는 책 나오니까 너무나 반가워요 ㅎㅎ 저는 신곡 중 지옥이 제일 재미있었고 천국이 제일 신기했어요. 천국 묘사가 상상이 잘 안 되어서 이상하게 뱅뱅 돌면서 빛이 한 군데인가 뭐 이랬어요.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파울로와 프란체스카가 지옥에 있는 건 너무 슬펐어요ㅠㅠ

페넬로페 2022-04-27 09:58   좋아요 3 | URL
강대진님 글로 일리아스 넘 재밌게 다시 읽고 있어요.
마치 참고서 보는 느낌으로 머리에 잘 들어오게 해설을 잘 하셔서 재밌어요.
저는 아직 천국과 연옥 시작하지 않았는데 아마 우리들은 지옥이 제일 상상하기 좋은게 아닐까요.
살아오면서 지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또 매번 똑같이 잘못한 일을 되풀이하고 ㅠㅠ
저도 파울로와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웠어요.
사랑도 죄가 되나요!

서니데이 2022-04-27 2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공기가 좋지 않아요.
내일도 아마 미세먼지가 나쁨일 것 같습니다.
봄이라서 그런지 황사 오는 시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페넬로페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9 09:00   좋아요 3 | URL
언제부터 내렸는지는 몰라도 일어나보니 비가 제법 내렸어요.
멀리 보이는 산에 구름이 내려와 산의 모습이 감춰져 있어요.
계속 더웠는데 이 비로 날씨가 좀 누그러지고 미세먼지가 씻겼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평안하고, 건강한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05-06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여러 지옥 모습을 보니 작은 잘못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사람이라는 게 죄일지도...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네요 우울해지니...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만 해도 괜찮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5-10 00:3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그래도 ‘우리는 연옥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ㅎㅎ

mini74 2022-05-07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2-05-10 00:34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5-07 08: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 천재 페넬로페님~! 언제나 멋지십니다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5-10 00:36   좋아요 3 | URL
제가 새파랑님이 아니면 어디서 천재 소리를 들어보겠습니까.
멋지다는 말도요^^
정말 넘, 감사합니당**

미미 2022-05-07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립니다🌹
게다가 단테로 당선되시니 어쩐지 더 멋집니다^^*
고전 신화는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아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체로는 흥미진진한것 같아요ㅎㅎ

페넬로페 2022-05-10 00:38   좋아요 2 | URL
세계 4대 시인에 뽑히시는 단테님의 글을 읽고 당선되어 넘 기쁘고 영광입니다.
ㅋㅋ
흥미롭고도 깊이있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5-07 1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5-10 00:39   좋아요 2 | URL
감사드려요, 독서괭님**

서니데이 2022-05-07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5-10 00:39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러블리땡 2022-05-08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캬

페넬로페 2022-05-10 00:40   좋아요 2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캬~~ㅎㅎ

Redman 2022-05-22 0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연구자들은 단테의 신곡은 당시 피렌체의 상황, 단테 개인사 등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역사적 배경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사람들이 더 읽기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신곡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인물들도 많은데, 이건 단테의 어떤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인물은 무슨 당이고, 어디 출신이라는 등 역사정보를 담은 각주를 담은 건 단테의 의도에 배치되지 않나...

페넬로페 2022-05-23 17:48   좋아요 1 | URL
신곡을 처음 접하니 단테가 쓴 글들이 모두 비유적이라 주석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석대로 움직이다보니 민우님의 말씀대로 자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많고요~~
기회 있으면 여러번 읽고 싶은데 그러기도 쉽지 않아요^^
 

「신곡」의 원제목은 Commedia 즉 ‘희곡‘ 또는 ‘희극이다. 참으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지옥 편에 비해 연옥 편)과 천국 편>은 매우 쾌적하고 행복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슬픈 시작‘에서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 하여 이 같은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보카치오가 다시 이 제목에 형용사 Divina를 덧붙임으로써 단순한 희곡 차원을 넘어 숭고하고 성스러운 뜻을 가진 DivinaCommedia(신성한 희곡)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ㅡ머리글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나를 통해 슬픔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영겁의 고통으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저주받은 영혼들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정의는 지존하신 하느님을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상의 지혜, 
그리고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이루셨도다.
나보다 먼저 창조된 것은 영원한 존재인 전사 이외는 없으니 나는 영원토록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 P27

"저들은 이처럼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곳에서 언제까지나 미로를헤매느니보다 차라리 지옥의 구멍에라도 틀어박혀 죽어 버리고 싶은심정인데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 저들에게는 천국에가는 사람들은 물론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마저 부러운 존재일세. 자.이제 그만 자리를 이동하세나."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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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29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더 자세한 문장이군요. 저 마지막 문장은 늘 무섭네요. 단테는 어쩜 저런 표현을 썼을까요?! 두렵지만 역시 명문입니다.^^*

페넬로페 2022-03-29 22:22   좋아요 2 | URL
4, 5월에 신곡 읽을 예정이라 가벼운 책으로 워밍업 하고 있어요.
지옥을 슬픔의 세계로 표현한 것이 넘 멋진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은 지옥에도 못 들어가는 영혼이 있는 곳이예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있어야 해요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더라고요^^

scott 2022-04-04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보는 신곡!
이런 류 책 좋아합니다!

영상 강의 추!천 ^^

페넬로페 2022-04-04 23:48   좋아요 2 | URL
쉽게 씌어 있고 그림도 있어 좋아요.
영상으로도 찾아봐야겠어요^^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에릭 드 케르멜 지음, 강현주 옮김 / 뜨인돌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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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해 많이 읽고 있으며, ‘책쟁이의 대열에도 당당히 끼이고 싶다. 내게 감동을 준 책이 너무 많아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혹은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꼽는다면?”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빨리 대답할 수가 없다. 이런 대답은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백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떠벌릴 수 있는 사람이 더 잘할지도 모른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우연히 읽게 된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이나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의 서문만 읽어도 주눅이 든다. 책 얘기로 한 권의 책을 채울 수 있다는 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독서에 바쳤다는 뜻이다.

 

에릭 드 케르멜의 장편소설인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에세이처럼 읽힌다. 이 책속에 많은 책이 있으며, 책을 통한 만남, 관계의 발전, 소통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다. 이국적이고 프랑스적인 걸로 거의 채워져 있지만, 그런 것들이 나를 설득하고 감동을 준다면 그것은 더 보편적이고 삶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예의와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나탈리는 내가 나이 들어가며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파리 생활에 지친 문학교사 나탈리는 그곳을 떠나 인구 8573명이 거주하는 남프랑스의 위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이라면 뭐든지 사랑하는 그녀는 위제의 에르브 광장 모퉁이에 있는 작은 서점을 운영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은 서점을 찾아온 9명의 사람들과 나탈리가 책을 통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사연과 상처가 있다. 나탈리는 서점 주인으로서의 자세를 가진 채, 그들을 책의 세계로 초대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각자의 상처는 독자적인 것이지만,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것을 본다. 타인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내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엄마가 골라주는 책을 더 이상 읽기 거부하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나선 클로에. 아내와 딸을 유방암으로 잃은 슬픔을 순례의 길을 통해 이겨내는 자크. 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 필립. 마그레브 출신의 임신 거부증이 있는 레일라.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그에게 책을 보내는 바스티앙. 외인부대의 군인이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당해,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세르비아인 타릭. 소박한 행복을 가르쳐주는 베로니카 수녀님. 배우가 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갇혀 있는 우체부 아르튀르. 자신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에 함몰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솔랑즈.

이들에게 나탈리는 책을 통해 다가가고 그들에게 자신을 찾고, 꿈과 자유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나탈리에게도 자신의 가족이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사람은 자신 안에서만 머물며 거기에 멈추어있다. 기대, 갈등, 상처가 내부에만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고통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깥의 것을 끌어당겨 내 것을 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타인의 고통에 내가 안도하는 것이 아닌 감사를 배우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스스로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p214)’을 이해해야 한다.

나탈리 역시 서점을 찾아 온 9명의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가족을 더 잘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엄마가 된다.

 

[책이 흘러가는 여정과 우리 자신의 여정이 겹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럴 때 우리는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만남이 발생하는 순간이 존재한다. 따라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단지 읽었던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책에 쓰인 단어들은 세상의 다른 끝에서 시작된 파도와 같다. 우리의 인생을 휩쓸고 가서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거나, 고운 모래사장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지게 한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다시 덮는다고 해서 이러한 절벽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p62]

 

책이 흘러가는 여정과 우리 자신의 여정이 겹친다는 구절을 읽고, 한 번씩 리뷰에 나의 이야기를 쓴 것에 대해 안도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거나 책 내용에 대하여 평가하여 논하는 글인 리뷰에 내 얘기를 쓰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매번 고민을 해왔다. 나탈리가 책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듯 우리도 책에서 종종 나 자신과 마주친다.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나, 거기에 존재하는 내가 책 속에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얘기를 쏟아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의 주인공 마까르가 고골의 외투를 읽고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자기 마음속에 절벽이 사라지지 않아서이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읽은 책이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명상 수업이었다. 책을 읽는 방법과 자세를 알게 해주었고, 책 속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력, , 사랑, 자유 같은 단어들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단어를 다시 찾았다. “당신이 희망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면, 내가 당신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겠노라는 세네카의 말처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법(p286)“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나탈리는 나에게도 도움을 주었다.

 

[네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p330]




책은 당신 내부에 있는 욕망의 왕국, 가능성의 민족, "안 될 게 뭐야?"라는 무적함대를 일깨웁니다. - P7

나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나를 성장케 하고 내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독서였다. 나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독서였다. 책을 읽을 때만큼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 P2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풍요롭고 깊이 있고 웅장하다. 그 흐름 속에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마치 큰 강 한가운데 있는 섬에 멈춘 것처럼 우리는 책을 읽다가 한 단어, 한 문장 앞에서 멈출 수 있다. - P38

아버지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마젤란의 전기를 읽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책과 함께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책 아래에서......사람들은 대개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고인의 눈을 감긴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을 감긴 것은 펼쳐진 책장이었다....입관을 할 때까지 우리는 마젤란을 아버지의 얼굴 위에 그대로 두었다. 아버지가 슈테판 츠바이크와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 P154

같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함께 읽은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거의 무방비 상태로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182

마크툽(mektoub)-우리의 삶은 신에 의해 이미 대강의 윤곽이 그려져 있다는, 즉 각자의 정해진 운명이 따로 있다는 의미의 아랍어.
운명이란 우리 자신을 넘어서 있는 그 무엇이며, 운명으로 인해 우리가 펜이 아닌 잉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는 뜻이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요구되는 기준 따위는 없다는 것. 그러므로 세속적 의미의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 P211

태양, 꾀꼬리, 달, 혹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할 거라 여기지 말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면 어떨까? 괜한 불안감 속에 살라는 말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에 행복해하며 살아보자는 뜻이다. - P299

문학뿐 아니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
단어만으로 충분했고, 단어는 하나의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와 공범이 되어주었다. 외부에서 나를 구하러 온
단어 덕분에 나는 바깥세상의 지지에 의존할 수 있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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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21 1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인생책이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님은 이미 책쟁이 이십니다 ^^ 행복을 주는 책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게다가 책에 대한 책이라니~!@

페넬로페 2022-03-21 19:31   좋아요 4 | URL
책 속에 있는 글들이 다 마음에 와 닿았어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요.
프랑스의 위제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미미 2022-03-21 1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말씀하신 프루스트가 언급된 책이 이거군요~♡ 같은 책을 통해 연결된 견고한 느낌! 제가 북플에 중독된 이유네요.ㅎㅎ 페넬로페님이 올려주신 발췌문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쏙 듭니다. ^^*

페넬로페 2022-03-21 19:36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도 그렇고 저의 로망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나와 있어 좋았어요. 하버드 스퀘어에서도 프루스트가 언급되잖아요. 조만간 ‘잃어버린 시간들‘을 읽어야겠어요.
이 책에서도 같은 책을 읽고 꼭 얘기를 나눠보라는 해요. 북플의 기능이 그런 것을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cyrus 2022-03-21 2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이 많으면 책쟁이 맞습니다. ^^

페넬로페 2022-03-21 23:10   좋아요 3 | URL
cyrus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오늘부터 저는 책쟁이 1일차인 걸로 하겠습니다 ㅎㅎ
반가워요, 잘 지내시지요?

희선 2022-03-22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교사였다가 작은 책방을 하게 됐군요 멋지네요 교사도 많은 사람(제자)을 만나야 하고 책방에서도 많은 사람(손님)을 만나겠습니다 이런 소설을 보면 책방 주인과 친해지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거 못하네요 책과 책방이 여러 사람이 소통하게 해주기도 하는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22 20:22   좋아요 3 | URL
서점 가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동네 책방은 조그마한데 아이들 문제집과 참고서를 거의 파는 곳이라 별로 가지 않거든요. 문학책을 많이 파는 서점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사람과의 소통의 내용이 잘 나와 있어요.

얄라알라 2022-03-22 00: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저는 ˝책벌레˝라는 단어 쓰면서, 뭔가 아쉽다 싶었는데 페넬로페님께서 쓰신 ˝책쟁이˝ 이 말 좋은데요?^^

에릭 드 케르멜

한꺼번에 잘 외워지지 않는 조합이라, 일단 케르멜부터 외우고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리딩리스트에 올려두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3-22 20:26   좋아요 3 | URL
책쟁이란 말은 레삭매냐님께서 많이 사용하시는데 저도 이 말이 좋더라고요. 왠지 거국적이면서 약간의 소속감도 주는 말이라 멋지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책벌레는 은둔형 외톨이 스타일이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도 에릭 드 케르멜 작가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어요. 에릭이란 이름으로봐서 아마 남자작가이겠죠?

stella.K 2022-03-22 1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과연 그럴까요?
어렵다고 해서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책이구만요.ㅠ

페넬로페 2022-03-22 20:28   좋아요 5 | URL
저도 아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는데 다른 책에서 자주 언급되길래 역시나 읽어야하는 책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사는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라 좋았어요^^

mini74 2022-03-22 2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얼마나 좋은데요 ㅎㅎ 책벌레보단 책쟁이가 정말 더 좋네요. 책이 좋아서, 책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여기 북플을 찾아오는거겠지요. 북플님들 글 읽으며 저는 여기가 책방이기도 하고 에세이 한권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그 중심엔 페넬로페님도 계시구요 ㅎㅎ

페넬로페 2022-03-22 21:53   좋아요 2 | URL
책쟁이는 뭔가 연대하는 기분이 들어 저도 좋아요. 이곳 북플이 아마 에르브 광장의 작은 서점 같은 곳인것 같아요. 책을 매개로 여기서 소통하고 격려하고 서로 위로해주고요~~이곳 높은 곳에 미니님께서 딱 중심에 계시고요.
저에겐 서재 친구분들이 다 나탈리 같은 분이십니다^^

서니데이 2022-03-22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는 읽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내용을 읽었을 때에도 이전 지식에서 연장선이 될 때가 있기도 하고, 타인의 경험과 생각을 읽으면서 이전의 기억과 경험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23 19:37   좋아요 3 | URL
네, 서니데이님의 말씀에 공감해요. 이 책에서 나와 맞지 않는 책은 오히려 그 책속의 내용과 같은 경험때문이라는 내용도 있어요. 내가 아는것 만큼, 내가 경험하고 인식한 대로 이해의 폭은 정해지는것 같아요^^

2022-03-2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6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epapggot 2022-03-27 0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정말 책쟁이들이 책고 만나고 서로 소통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여기 와 보면 등불을 보는 것 같네요. 독서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선 독서는 글쓰기의 마중물이라는 확신은 듭니다. 오늘 우선 세 권 구했슴니다. ˝에브르 고아장의 작은 책방˝, ˝끝내주는 과물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페넬로페 2022-03-27 13:14   좋아요 3 | URL
네, 정말 이곳은 책에 대한 정보도 많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더 좋아요. 독서가 완벽한 구원을 주는것은 아니지만 삶을 헤쳐나갈 힘을 주는것은 맞는것 같아요. 오늘 만난 세 권의 책이 다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leepapggot님의 감상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2022-03-27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8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8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2-04-02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통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깥의 것을 끌어당겨 내 것을 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내것만으로도 회복될 수 없고 한 인간은 다른 이가 필요하고..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나를 알게되는 거이라는 생각인가요? 아. 먼가...저에게 요즘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이 책도 꾹꾹 담아두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4-02 11:16   좋아요 2 | URL
힘들거나 사람과의 갈등이 있을 때 나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것만 보이고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타인이 옳지 않다고만 생각할수도 있고, 주관적이고 편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려면 일단 그 어떤 종류든 바깥의 것을 끌어와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떨때는 내것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조금 부족할때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