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건 침략과 수탈의 역사는 비슷하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고 마지막 단물까지도 빼앗아간다. 위대한 인간 정신의 산물인 문명과 종교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숨겨진 채, 앞잡이가 된다. 미개하고 낙후되었으니 우리가 너희를 구원하러 왔노라고 선언한다. 폭력과 회유의 반복으로 약한 자는 저절로 충성하게 된다. 총 몇 자루에 눈이 멀어 족장은 자기 부족원을 가차 없이 노예로 팔아넘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혼란스러운 역사의 과정에서도, 개인은 어떻게 살 아내야 하는지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선택에 의한 결과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후의 삶은 전작인 낙원바닷가에서와 연결된다. ‘그후의 삶은 아프리카가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 분할되기 시작할 때의 동아프리카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낙원바닷가에서가 배경을 통해 함몰된 인간의 삶을 좀 더 조명했다면, 그후의 삶은 역사의 현장을 먼저 보여주고, 거기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후의 삶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책의 중반쯤에서 알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읽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지만 이 책은 낙원을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한 인물이 낙원에서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인물의 청년기와 중년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포르투갈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럽 사회에 알려진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각 나라는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인다. 처음에는 금과 상아에 관심이 있었지만 곧 노예무역을 시작한다. 영국의 종단 정책과 프랑스의 횡단 정책이 파쇼다지역에서 충돌하고, 18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 내륙지대 깊숙이까지 여러 나라가 진출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나눌지 논의한다.

 

[이때 만들어진 국경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에서 부족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야. 유럽 열강들은 똘똘 뭉치는 부족은 떼어놨고, 자주 싸우는 부족은 붙여놨어. 그런 식으로 국경을 정해버린 거야. 그들이 왜 그랬을까? 맞아,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싸우도록 조장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지배하기가 편하지 않겠니?

- '통아프리카사‘, p.163, 김시혁, 다산에듀]


[베를린회의에서 인위적으로 나눈 아프리카 국경선

-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p.45, 김유아, 초록비책공방]

 

동아프리카에 독일이 침범해 들어오고, 그에 맞서 아랍과 스와힐리족의 연안무역상과 카라반이 저항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쪽의 헤헤족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슈츠트루페(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프리카 식민지에 주둔한 독일군 부대)는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웅 했다. 독일은 아스카리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용병대를 조직해 그들을 반란의 진압에 동원했다. 독일은 헤헤족 사람들을 굶기고 마을을 불태워 8년 만에 그들을 굴복시켰다. 그 와중에 아스카리들은 악랄해지고 사나워졌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싸워주고, 아프리카 주민은 짐꾼(넝마를 입고 모두에게 경멸당한다)으로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독일인 장교들은 매번 우아하게 식사를 해야 했으며 밤마다 술파티를 벌였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고, 매번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다.

 

식민지 시대에 문명화되지 않은 곳에서, 부모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소년들과 청년들은 슈츠트루페에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침략국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그들의 언어와 학문을 배워야만 출세할 수 있었다. 저항자를 죽이고 고문하는 일은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지난 대한제국의 청년들과 비슷했다. 제국주의자들의 무력에 의한 침략과 현지인에 대한 무지막지한 수탈과 착취는 모든 식민 역사에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어린 일리아스는 집에서 도망쳤다가 기차역에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에게 납치당한다. 그곳에서 풀려난 뒤에는 미션스쿨로 보내진다. 글을 읽고 독일어를 할 수 있어 그는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부모가 빚을 갚을 때까지 상인의 집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던 함자는, 자신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스카리가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벌로이트난트(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장교는 그에게 독일어를 가르쳐주고 돌봐준다. 이것을 마땅치 않게 여긴 교관 펠트베벨 발터는 함자를 미워한다. 펠트베벨은 전형적인 침략국의 군인이었다.

 

[우린 너희에게 이걸, 수학을 비롯해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영리한 것들을 가져다주려고 왔다. 이게 우리의 치빌리지어룽미시온(문명인의 사명)이다. ....우린 너희를 문명화시키려 온 거다....

다만 나는 너희가 절대 수학은 배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에는 너희 민족으로서는 불가능한 정신적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03]

 

독일이 동아프리카의 아랍인과 스와힐리족, 본토의 여러 부족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때 영국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일과 영국의 충돌은 당연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프리카인들이었다. 독일을 위해 일리아스는 다시 슈츠트루페에 자원입대한다. 자신을 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건 독일인뿐이고, 그들에게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일리아스는 알려지지 않고, 함자의 입장에서 독일과 영국의 전쟁이 서술된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그들보다 더 잔인하게 지역민들에게 공포를 주고 약탈한다.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거대한 산맥이 비를 막아주는 평원을 가로지를 때만 해도, 이들은 앞으로 몇 년 내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며 늪과 산맥과 숲과 초원에서 싸우면서 알지도 못하는 군대를 살육하고 또 그들에게 살육당하게 되리라는 걸 몰랐다. 펀자브인과 시크교도, 판티족과 아칸족, 하우사족과 요루바족, 콩고족과 루바족, 이들 모두가 유럽인을 대신해 그들의 전쟁에서 싸우는 용병이었다.

-p.138]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음), 게다가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기에 누구나 어려움을 겪지만 여성의 삶은 더 척박하다. 토착 부족민들과 이슬람 종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쿠란에 여성에게도 재산권이 있음이 명시되어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잠시 쿠란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다가 여성은 곧 그만 다녀야 한다. 눈만 내놓은 채, 온 몸을 가리고 다니고 남자와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집에서만 모인다. 남편이 두 번째, 세 번째 부인을 맞아들여도 받아들여야 하고, 더 젊은 여자를 원해 이혼을 계속하는 남자도 있다. 불행한 결혼일 수 있지만, 여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결혼밖에 없다. 어른이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야만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이다. ‘아샤 푸아디는 남편 칼리파가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평생 마음에 원망과 시기심을 새긴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다른 사람 집에서 노예처럼 살던 일리아스의 동생 아피야는 단지 글을 조금 읽는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다. 독일이 영국에게 거의 패하게 되자 교관 펠트베벨은 평소 미워하던 함자에게 칼부림을 한다. 함자는 그 후로 다리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아피야와 함자는 결국 칼리파가 거둔다. 아샤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지만 성품이 착한 그가 두 사람에게 아버지가 되어 준다. 함자와 아피야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다. 아이에게는 외삼촌의 이름인 일리아스를 붙여준다.

 

어린 일리아스는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외삼촌 일리아스의 행적을 추적한다. 외삼촌 일리아스는 독일의 군대에서 계속 복무하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이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때 독일로 간다. 그는 독일인 여성과 결혼하고, 독일정부에 군인연금 수령과 동아프리카 작전에 참전한 공으로 훈장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재식민화운동(글라이히샬퉁-베르사유조약으로 빼앗긴 식민지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리아스는 나치당에 가입하고 재식민화운동을 위한 행진에서 단상에 올라 슈츠트루페 제복을 입고 특별히 디자인된 깃발을 흔든다. 그는 엘리아스 에센으로 이름을 바꾸고 아스카리 군복 차림으로 카바레에서 가수로 활동한다. 그는 인종법을 어겨 베를린 외곽의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고 거기서 죽는다.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

이 싸움은 폭력적이고 악랄한 두 침략자의 싸움이야. 하나는 우리 옆에 살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 살 뿐이지. 놈들은 누가 우리를 통째로 삼킬지를 놓고 싸우는 걸세. 이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악명 놓은 용병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나? 심하게 다칠 수 있어....그보다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제정신으로 하는 생각인가?]

 

일리아스는 자신을 도와 준 독일 군대에 충성하다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한다. 식민지 청년의 삶은 이렇게 지리멸렬하다. 가해자는 책임져주지 않고, 억울하고 힘든 개인의 삶만 남을 뿐이다. 일리아스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본토 아프리카가 그를 구제해주지 않고 관습에 얽매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리아스의 행동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세 편은 나에게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에 대한 역사를 궁금하게 만들어주었다. 구르나의 소설을 통해서, 또 내가 찾아본 아프리카에 대한 책으로 어느 정도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만약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소설은 더 늦게 번역되었을 것이고, 나는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벨상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만들고, 책의 배경과 인물을 통해 또 다른 역사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후의 삶을 읽으며 구르나 작가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잊혀져가는 것들을 경계하게 하고 다시 인식시켜주는 힘! 그것을 구르나가 해주었다. 그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강한지를 생각해야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간이 저지른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그것이 글의 힘이다.

 

며칠 후에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대한민국의 황석영 작가의 수상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댓글(45) 먼댓글(0) 좋아요(5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구원 ㅠㅠ현지인들에게 저항자를 고문하게 하는 것이란 문장에서 노덕술이 떠오르네요. 제국주의 아래 하는 짓들은 어찌나 비열하고 끔찍한지 ㅠㅠ 구르나 작가님 책도 읽어야 하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2-10-03 16:25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ㅠㅠ
이 책 읽으며 너무 우리 일제 강점기와 비슷해서 우울하고 슬펐어요. 여성의 삶도 넘 척박하고요. 노예 무역상에 자국민을 넘겨주는 놈들도 우리시대와 똑같았어요..
지금도 정신 차려야하는데 걱정입니다^^

scott 2022-10-03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의 문학 여정은 동시대인들이 몰랐던 그곳의 전쟁 같은 삶 난민처럼 떠돌았던 작가의 여정이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같이 읽혀지기에 세계문학상을 수여 받은 것 같습니다 문학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한 그후의 삶 ^^

페넬로페 2022-10-03 16:29   좋아요 3 | URL
네, ‘그후의 삶‘을 읽으며 노벨상이 왜 주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개인의 이력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어요. 원문이 너무 좋다고 하던데 영어가 짧아 아쉬웠어요^^

그레이스 2022-10-03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 살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한 개인의 삶에 있는 부조리를 다 덮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생각을 좀더 묵히게 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5   좋아요 3 | URL
어느 시대, 어떤 공간에서라도 개인의 삶에 대해 개인의 책임도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03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만 읽으면 이분 소설은 다 읽는건데 마지막 한권을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제 책탑 맨 위에서 매일 저에게 눈짓하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그동안 이 책 리뷰는 잘 안올라와서 어떤가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3권 중 제일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이 리뷰에서 팍팍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8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몰입도가 커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역사와 사람을 적절히 잘 연결시켰고요. 끝부분에서 일리아스의 삶으로 바로 끝을 내어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미미 2022-10-03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리아스는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특정 삶으로 내몰린것 같네요.
제국주의의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낙원‘을 먼저! 기억해둬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10-03 19:50   좋아요 2 | URL
일리아스가 본국에 남느냐, 떠나느냐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그만큼 그에게 조국은 신뢰를 주지 못했어요.
제국주의, 언제나 악랄합니다 ㅠㅠ

새파랑 2022-10-03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압둘라자크 구르나‘ 하면 페넬로페님~!! 역시 노벨상은 괜히 타는게 아닌거 같아요 ㅋ
저는 <바닷가에서>만 읽어봤는데 핵심은 <낙원> 이군요 ^^

페넬로페 2022-10-03 19:52   좋아요 3 | URL
낙원보다 그후의 삶이 좀 더 잘 읽혀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되어 있는데 순서는 상관없지만 주인공을 잘 이해하려면 낙원을 읽는 것이 도움이 돼요^^

coolcat329 2022-10-0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구르나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바닷가에서 읽을 차례인데 낙원보다 좋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기대됩니다.
며칠 후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누굴지 제가 다 설레입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이런 작가가 있는줄도 몰랐어요. ㅎㅎ
구르나 작가의 세 작품이 저는 다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0-03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세 권 다 읽으셨네요 페넬로페 님.
낙원에서 더 못 나가고 있네요 전.
작품성의 힘이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4   좋아요 2 | URL
서사와 문장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쓰인 시기가 달라 문체의 변화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삭매냐 2022-10-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세 좋게 <구원>과 <바닷가에서>
까지 읽고서 이 책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멈추어 버렸네요.

페넬로페님의 리뷰에 다시 버프를
받아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3 23:47   좋아요 1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레삭매냐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매번 신간 소식 전해주셔서 그저 편하게 따라가고만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10-03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원...전 여름에 낙원에 발 담그기만 하구선...저도 늘 똑같은 말! 읽지 못했네요~ㅋㅋㅋ
작가의 책이 참 많군요?
전작하면 정말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다시 보는 눈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의 역사도 이렇게나 험난하고 힘들었네요.ㅜㅜ

페넬로페 2022-10-03 23:51   좋아요 2 | URL
이번에 세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와 계속 읽게 되었어요.
이 작품들을 통해 이슬람교를 믿는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어요~~
그들이나 우리나라나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는데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펀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stella.K 2022-10-03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읽을만 하던가요? 저는 노벨문학상 작품은 좀 오글거려서...
오늘 모기관지에선 살만 루시딘을 점치던데 뚜껑은 열어 봐야알겠죠?

페넬로페 2022-10-03 23:52   좋아요 2 | URL
구르나 책은 일단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혀 좋아요.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공감되어요.
이번에 살만 루시디가 노벨상 받으면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04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가 작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될 까요. 문학상은 6일에 발표된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아는 작가일 수도 있겠고, 또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주에 발표되는 다른 부문의 수상자가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어요. 올해 누가 되든지, 아마 그 작가의 책은 우리 나라에 소개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5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노벨상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다른 분야의 상을 받는 분들도 다들 천재처럼 보여요 ㅎㅎ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는게 재밌더라고요^^

2022-10-06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0-0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일리아스라니, 호메로스 《일리아스》 안 읽었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자기들 싸움이 아닌 영국과 독일 사람 대신 싸움을 하다니... 국경은 다른 사람이 정한 거였군요 그것도 참 슬픈 일이네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내전이 일어난 까닭이기도 하다니... 서로 다른 부족이라 해도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5 15:19   좋아요 1 | URL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같은데 둘이 별로 연관되지는 않더라고요.
식민역사는 어느 곳에서나 참 슬퍼요. 영국이 물러가고도 아프리카에는 독재가 계속 지속되어 그것도 맘 아파요ㅠㅠ

2022-10-05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5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7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겐 구르나 하면 양대산맥 ㅎㅎ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최근에 매냐님까지 ㅎㅎ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2022-10-0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10-21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구루나 책이네요. 읽고 싶은데...읽어야할 책들이 산더미라 나중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루나 읽을 때 참고할 게요~~ㅎㅎ

페넬로페 2022-10-21 14:36   좋아요 0 | URL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 노벨상 수상작인 이유로 읽었는데 구르나 작가의 작품들이 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에 배반도 번역되어 읽고 싶은데 저 역시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고민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편인 갇힌 여인은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일 년 만에 출간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전 편에 비해 약간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발베크에서 화자는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의심해 그녀를 파리로 데려온다. 그녀를 독점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와 칩거 생활을 시작한다. 화자는 알베르틴의 친구인 앙드레와 운전기사를 통해 감시하게 하는데도 그녀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지만 끝내 알베르틴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질투와 의심, 육체에 대한 욕망으로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 보인다. 가을부터 다음 해 봄이 시작될 때까지 육 개월 동안의 화자와 알베르틴의 동거는 고전 비극에서 전개되는 다섯 개의 막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날은 다시 화자 집에서의 알베르틴의 정착, 베르뒤랭 집에서의 연회, 알베르틴의 떠남이라는 삼분법적인 구조로 요약된다. 지극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한정된 행동이 고전 비극의 삼일치의 법칙을 환기한다

-p. 386, 작품 해설 중에서]

 

 

 

플라톤의 향연에서 천상의 아프로디테에 속하는 에로스에 영감을 받은 자들은 본성상 더 건장하고 지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 남성에게로 사랑이 향한다고 했다.

 

[바로 소년 사랑 그 자체에서도 순수하게 이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는 자들을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네. 그들은 그냥 소년들이 아니라 이미 지성을 갖기 시작할 때의 소년들을 사랑하거든.....내 생각에 이때부터 그들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전 생애 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네.

-‘향연’, 플라톤, 이제이북스, 강철웅 옮김, p.79]

 

프루스트는 순수하게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었던 옛 그리스의 관습은 사라졌으며,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으로 표현되는 소돔과 고모라는 비의지적이고 신경증적인 동성애, 타인에게 숨기고 자신에게 위장하는 동성애(p.23)만이 증식되고 있다고 한다. 수치스럽고 퇴색한 동성애만이 살아남아 있다. 자신의 실제 생활과는 다르게 프루스트는 동성애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샤를뤼스에게는 조롱을, 알베르틴에게는 금지 혹은 멈춤을 바란다. 화자는 알베르틴에게 끊임없는 질투와 의심을 한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안 알베르틴은 화자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한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 또는 그녀와 결혼까지도 생각한다는 모순적이고도 상반되게 변화하는 화자의 정신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바깥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코르크마개로 벽을 막은 채 칩거하며 글을 써내려간 결과로 얻은 프루스트의 문장은 인간의 오감과 모든 세포를 다 열어놓은 듯하다.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으로 알베르틴을 표현하고,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봤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어렵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아찔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그들의 사랑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까지 포함하고 있어 비판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알베르틴과 화자의 사랑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The Lovers)'과 흡사하다. 베일로 가려진, 위장된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인간의 삶에서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타자와의 관계 역시 여러 겹의 가면이 존재한다. 베르뒤랭 부인은 자신의 사교모임에 참여했던 회원이 죽었거나 위독할 때,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슬픔을 고백하는 순간, 쾌락을 포기(p.83)'할 용기가 없으므로, 연회를 취소하지 않기 위해 무관심을 선택한다. 모든 사교계에서 인기가 있었던 스완이었지만, 그의 죽음역시 조용히 파묻힌다. 자신의 쾌락과 자존심을 위해 타인에 대한 음모도 자행된다. 어쩌면 화자의 미필적 고의적인 그물망에 알베르틴도 걸려 들었는지 모른다. 겨울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사랑이 부담되고 지루해진 화자는 더 두꺼운 베일로 자신을 가려버린다. 봄이 되는 시점까지 계속된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집착은 화자를 피곤하게 한다. 이 세상 모든 아담들의 욕망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알베르틴은 떠남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는 현실과는 매우 다른 외관을 서로에게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두 존재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부분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그래서 둘 다 자신에게서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만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인상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그런 인상을 전하려 하며, 또 내게서 그 생각은 집에 돌아온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온순한 상태로 간직하여, 그녀가 화를 내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 266~267]

 

화자는 베르뒤랭 부인의 저택에서 뱅퇴유의 7중주를 들으며 인간의 사랑과 관계보다, 예술, 특히 음악을 더 우위에 둔다. 타자와의 관계는 불완전하고 이기적이다. 그에 비해 빛의 찬란한 부동성(p.108)’인 음악은 , ‘지속적이고 행복한 움직임인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것이다. 글과 그림보다 음악은 순간적이다. 음악은 듣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악기나 인간의 소리에 의해 재생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뭔가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이미지로 저장할 뿐이다. 프루스트는 이것이야말로 영혼의 소통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고, 최고의 예술이라 정의한다.

 

프루스트는 이 책에 뱅퇴유, 베르고트, 엘스티르라는 세 인물을 등장시켜 음악, , 그림에 대한 자신의 예술론을 펼친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하는 서사도 흥미롭지만 프루스트가 표현하는 예술에 대한 글은 너무 아름답고 깊이 몰입하게 한다. 작가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존경스럽다. 프루스트의 악명놓은 긴 문장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고, 특히 갇힌 여인편의 사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내놓는 이런 예술론은 매혹적이다. 



민음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표지가 무척 예쁘다. 각 권마다 연상적으로 언급되는 중요한 식물, 나무, 꽃 등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하여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하여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흩날리는 패턴을 시각화시켰다(민음사 편집부 제공)

 

이미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2- ‘스완네 집 쪽으로’~~ 월계수 잎

3, 4-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라일락

5, 6-‘ 게르망트 쪽’~~ 장미

7, 8- ‘소돔과 고모라’~~

9, 10-‘ 갇힌 여인’~~ 제라늄

11- ‘사라진 알베르틴’~~ 산사나무

마지막 12, 13권은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전체적인 흐름과 세부적인 상황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한다. 물론 어떤 책은 전체인 숲이 보이고, 또 다른 책은 숲보다는 나무가 선명하게 각인될 때도 있다. 책에 따라 의미를 두는 곳이 다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취향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화자와 알베르틴의 관계에 더 많이 머물렀다. 그래서 혹시 다른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편인 갇힌 여인은 예술에 대한 뛰어난 묘사는 좋았지만, 화자와 알베르틴의 비틀린 사랑은 아쉬웠다. 내가 두 사람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끝내 거기에서 아름다움이나 완성된 합일을 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단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 명의 눈을 통해 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우리는 한 사람의 엘스티르, 한 사람의 뱅퇴유, 그들의 동류인 예술가들과 더불어 할 수 있으며, 정말로 이 별에서 저 별로 날아다닌다.

-p.113~114]


댓글(4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9-25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요. 잃사찾 읽은 페넬로페님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걸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
문장이 너무 길면 저는 전체를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부분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너무 벅차서... 그러면 보통 다시 읽고는 하는데 이 책은 다시는 커녕 한번 읽기도 일단 큰 결심을 먼저 해야해서.... ㅠ.ㅠ
그런데 민음사의 이 책은 진짜 표지가 너무 예뻐서 안 읽어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계속 부추기네요. 저렇게 확 펼쳐놓고 나니 더 예쁘다는....

페넬로페 2022-09-25 20:21   좋아요 2 | URL
이제 3권 남았어요.
나머지 2권 출간되면 올해 마무리해야겠어요.
잃.시.찾은 겉표지도 예쁜데 속표지의 색깔도 다양해 좋더라고요.
읽지 않아도 소장하면 뽀대나는 책인 것 같아요.
이 소설도 워낙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 제가 이해를 다 못하는 것 같아요.
리뷰도 그렇고요^^

미미 2022-09-25 19: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헤어질결심,미필적 고의에도 공감만땅입니다.ㅎㅎ 페넬로페님 1회독에서 이정도로 읽어내시면 2회독때는 어떠실지 두근두근합니다.^^*

제가 어릴때 프루스트를 읽었더라면 연애하면서 그렇게 힘든 시기를(초반 너무 힘들었던ㅠㅠ) 좀 더 빨리 벗어났을거라고, 초연했을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페넬로페 2022-09-25 20:26   좋아요 2 | UR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그림 잘 모르지만 넣어봤어요.
전 10권에서 화자가 조금 싫어졌어요 ㅎㅎ
책에 헤어질 결심이란 말이 많이 나와 계속 영화가 생각났어요.
초반에 우리가 다 어리고 미숙해서 연애가 그렇게 힘들었나봐요.
사실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데 재독하면 안보이는 것도 보일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9-25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10 권!!👏👏👏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의 흐름‘ 나름의 의미가 있었군요.
저는 <예술가의 서잼>를 읽다가 펭귄북스 북디자이너 예술가편에서 책 표지 디자인 중 드라큘라 책의 마늘 꽃 모티브로 책 표지를 디자인한 것이 인상깊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잃시찾 책 표지 디자인 그림이랑 비슷하다? 생각했었어요.
꽃이 똑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패턴이 비슷해 보여 저도 언제 한 번 잃시찾 책 다 모으면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요렇게 카드처럼 펼쳐 찍으시니 더 예쁘네요^^
뿌듯하시겠습니다. 이 10 권의 책을 완독하시다니~^^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책을 읽질 않아 책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도 할 수가 없네요ㅋㅋ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2-09-25 20:29   좋아요 3 | URL
제가 책표지가 궁금해 민음사에 메일을 보냈더니 저렇게 답장이 왔어요. 저는 표지의 꽃이 산사나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게 표현되었더라고요.
책 만드는 사람들도 멋있어요.
잃.시.찾 표지는 제 취향에 맞아 책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새파랑 2022-09-25 1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이랑 마그리트의 작품이랑 정말 잘어울리는거 같아요. 사랑 자체가 어쩌면 저 그림과 같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미미님에 이어 페넬로페님도 이젠 프루스트 찐팬 인증 ~!! 저도 10권이 읽고 싶습니다 ㅋ

전 쫌전에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을 가볍게 읽었는데 이 책도 장난아니네요 ㅋ

페넬로페 2022-09-25 20:31   좋아요 3 | URL
사랑 정말 그렇죠.
르네 마그리트는 천재인 것 같습니다.
원조 찐팬인 미미님과 새파랑님이 더 대단하시죠.
책을 힘들게 읽어가니 그걸 알겠더라고요.
질투의 끝, 저도 구매해놨는데 나중에 읽어야겠어요 ㅎㅎ

프레이야 2022-09-25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의 잃시찾 페이퍼도 대단원으로 달려가네요. 좋아요 ^^ 마지막 12,13권 표지는 어떤 흩날리는 꽃잎일지 기대됩니다. 이파리가 흩날리면 시간의 흐름이 가시화하고 우리 마음도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도 어느새 석달 남짓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5 20:43   좋아요 3 | URL
네 저도 마지막 권의 표지 그림과 색깔이 궁금해집니다. 표지의 색깔이 점점 짙어져가는데 그것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돼요.
올해 남은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봐야겠어요. 매번 일분 일초가 똑같이 흐르는데도 빠름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이곳엔 은행이 떨어져 그 냄새로 가을을 알려 주네요^^

서니데이 2022-09-25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 디자인이 예뻐서 사고 싶은 책이예요. 처음엔 연한 바탕색의 표지에서 점점 진한빛으로 달라져가는 것도 괜찮네요. 한 권씩 볼 때보다 여러권 같이 있어서 더 예뻐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평범한 사진을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작가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지만, 감춰진 부분이라거나, 낯선 부분에 시선이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25 23:28   좋아요 3 | URL
요즘 꽃이 좋아서 그런지 책표지가 더 맘에 들어요.
본문에 여러 꽃이나 나무가 언급되어 있어 아마 그것을 모티프로 책표지를 디자인한 것 같아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한 서니데이님의 해석, 넘 탁월하세요.
서니데이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돼요.
좋은 시간 많이 보내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9-26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되짚어 보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랑이 가능할까 싶
기도 하네요.

책읽기의 고민 중의 하나지요.
숲인가 나무인가.

때로는 디테일에 감동 먹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웅장한 스케일
에 넋이 빠지기도 하지요.
그 또한 책읽는 재미가 아닐까요.

페넬로페 2022-09-26 12:40   좋아요 3 | URL
사랑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도 완벽한 이해는 힘들 듯 해요.
가족도 그렇고요.

책읽기의 매력이 다양함에 있는데 , 어려운 책은 제가 오독을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그것을 극복해야 되니 부담 지우고 제 마음대로 리뷰 쓰고 있어요 ㅎㅎ

mini74 2022-09-26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마그리트 그림과 연결이 되다니 ! 페넬로페님 잃시찾이야기는 차근차근 정갈하지만 힘있는 리뷰같아요 ~ 표지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 페넬로페님 잃시찾 의 여정, 제가 막 자랑스럽습니다 ㅎㅎ 주책이죠 ㅠㅠ

페넬로페 2022-09-26 20:30   좋아요 2 | URL
저는 방금 미니님 영상보고 그렇게 가슴이 벅찼어요~~
제가 그림과 연결시킨 건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격입니다. ㅎㅎ
잃.시.찾 읽는 여정에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2-09-28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도 잃시찾 완독 못했다는데
이번에 페넬로페님 완독하시면
독서계 북플계 으뜸👑

페넬로페 2022-09-28 00:50   좋아요 3 | URL
그저 완독만을 목표로 읽어가고 있어요. 잃.시.찾은 내용이 넘 많아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가겠습니다^^

희선 2022-09-28 0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두권이 더 나와야 하는군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 한번쯤 본 것 같은데, 잘 몰랐던 것 같네요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 보고 그런 뜻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여기 나온 이야기와 잘 맞네요 사람 마음이 늘 그대로면 좋을 텐데, 좋은 것만 보고 안 좋은 게 있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책 표지도 예쁘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9-28 09:12   좋아요 3 | URL
네, 두 권이 더 나오면 민음사판은 완간되어요. 총 13권이니 이 책의 분량이 많기도 하죠.
제가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냥 그렇게 연결되더라고요~~
이 책은 표지가 예쁘고 양장으로 되어 있어 책읽기도 편해서 좋아요^^

그레이스 2022-09-29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시찾 사진!
아름답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9 16:10   좋아요 3 | URL
민음사의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scott 2022-10-0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추카!

프루스트옹 마니아 1등급 이쉼 ^^

페넬로페 2022-10-08 09: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우리 모두 책에 관해서라면 1등급 입니다. ㅎㅎ

thkang1001 2022-10-07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드려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10-07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하면 페넬로페님과 미미님~!! 축하드립다~!!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하면 새파랑님이시죠.
감사합니다**

미미 2022-10-07 16: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11권 리뷰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11권 열심히 일고 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07 1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mini74 2022-10-07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근 되실 줄 알았어요.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잃시찾 대망의 마무리로 ?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10-08 09:42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올해 마무리해야지요~~

서니데이 2022-10-07 22: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9 22: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10-09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보람이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09 22:36   좋아요 2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리뷰로는 처음으로 당선작이 되어 보람도 있고 넘 기뻐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거리의화가 2022-10-10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은 프루스트로 가는 길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내년에 이 책을 읽게 될 때 다시 한번 페넬로페님 리뷰 들여다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0 23:1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 작가가 워낙 고밀도의 글을 써서 사실 리뷰에 많은 것을 담지 못했어요.
내년에 읽으실 때 서로 같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가요^^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과,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 그렇지만 갑자기 우리를 엄습하고, 또 함께 여행하는 친구에게 그저 인사치레로 소리 높여 말하는 이 모든 망각한 일들에 대해 응답하는 것은, 절대적인 거부를 의미하는 기차 좌석의 현실과 승무원이 외치는, 실현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더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역 이름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누락된 일들에대한 생각을 접고, 그 대신 음식 꾸러미를 풀고 신문이나 잡지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 P15

부인의 절친한 친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슬픈지 모르겠다고 브리쇼가 말하자, 부인은 무척 놀랍게도 "그래요. 전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해야겠네요.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느끼는 척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부인이 그렇게 말한 것은 기력이 부족한 탓에 연회 내내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피로했거나, 또는 자존심 때문에 연회를 취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변명거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거나, 아니면 남들에 대한체면과 능란한 수완 때문에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일반적으로 무감각한 기질 탓이라기보다는 대공 부인에 대한개인적 반감이 돌연 표출된 것으로 보이는 편이 보다 정직하며,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이런 솔직함 앞에서는 사람들이 무장 해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82

왜냐하면 일단 무감각하거나 부도덕하다고 고백하고 나면, 평범한 도덕관과 마찬가지로 삶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비난받을 행동을 해도 그에대해 애써 변명하거나, 솔직함의 의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으니까. 신도들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며 고통스러운 관찰이 담긴 몇몇 희극 작품이 야기했던, 그런 감탄과 거북함이 뒤섞인 감정으로 베르뒤랭 부인의 말을 
경청했다. 그들이 존경하는‘여주인‘이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여 준데 대해 감탄하고, 어쨌든 그들의 경우는 이와 똑같지 않으리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생각하고, 또 그 죽음이 다가오는 날 콩티 강변로에서 슬퍼할지, 아니면 연회를 베풀지 자문해 보았다. "내가 초대한 손님들 때문에라도 파티가 취소되지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하고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서 베르뒤랭 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 P85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이런 악기 한가운데서,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무한대의 시간 동안, 적어도 자기 삶의 일부를이어 가도록 허락받았다. 단지 인간으로서의 삶일까? 만약 예술이 진정으로 삶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면, 예술을 위해 뭔가를 희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예술은 삶 자체와 마찬가지로비현실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칠중주곡에 좀 더 귀 기울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 P109

왜냐하면 저택이나 미술관곳곳에 분산된 여러 단편 속에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우주, 이를테면 엘스티르가 보고 살았던 엘스티르의 우주가 있는 것처럼, 뱅퇴유의 음악도 이 음에서 저음, 이 건반에서 저건반으로, 우리가 상상해 보지 못한 우주, 시간을 두고 행해진작품의 청취가 남긴 균열로 인해 파편화된 우주의 더없이 보배로운 미지의 색채를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소나타와 칠중주곡의 그토록 다른 움직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상이한 질문,
일련의 지속적이고 순수한 선율을 짧은 부름으로 중단하는질문과 흩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분리될 수 없는 뼈 - P109

뼈대로 다시 결합하는 질문, 하나는 매우 고요하고 수줍고 거의초연하고 철학적이며, 다른 하나는 매우 절박하고 불안하고애원하는 질문,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여러 상이한 내면의해돋이 앞에서 분출된 동일한 기원이었으며, 다만 그가 뭔가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했던 세월 동안 발전한 상이한 사유와 예술적 탐색이 각각의 다른 환경을 통해 굴절되었을 뿐이다. 다양한 뱅퇴유 작품의 위장된 모습 아래서 식별할 수 있는 이 기원이나 희망은 사실상 동일한 것이었으며, 더욱이 뱅퇴유의 작품에서만 발견되는 것이었다.  - P110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명의 눈을 통해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 P114

그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을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되며, 어떤 사악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보다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의 영혼이 다른 순간에 진심으로 원하고 실행했던 그 모든 착한 일들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을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  - P237

인간의 성격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격은 사회와 정념처럼 변하며, 또 우리가 그 성격의 비교적 변하지 않는 모습을 찍고 싶어도, 당황한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우리의 성격은 부동성을간직할 줄 모르고 그저 움직일 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면서) 연이어다 른 모습이 나타남을 보기 때문이다. - P238

이제 내 집에 온순하게 홀로 갇힌 그녀는, 발베크에서 내가 그녀를 발견했을때 해변에서 보았던 그런 도망치는 신중하고 교활한 존재가아니었으며, 그 존재가 능숙하게 감출 줄 알았던 수많은 밀회로, 그토록 나를 고통스럽게 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게 했던 밀회로 길게 이어지면서, 다른 이들을 대할 때면 그토록 냉정한태도와 진부한 답변 아래 전날과 내일의 밀회가 느껴지고, 또내게는 멸시와 술수로 에워싸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바람이 불어도 옷이 부풀지 않고, 특히 내가 날개를 잘라 버린 탓에 더 이상 승리의 여인이기를 멈춘, 오히려내가 떨쳐 버리기만을 바라는 귀찮은 노예였기 때문이다. - P311

뱅퇴유의 음악이 주는 이 어렴풋한 감각은 추억이 아닌 인상에서 온 것이므로(마르탱빌 종탑의 인상처럼), 그의 음악이 주는제라늄 향기로부터 물질적 설명이 아닌, 그 심오한 등가물인다채로운 미지의 축제를(뱅퇴유의 작품이 그 축제의 분리된 조각들이자 진홍빛 균열의 파편으로 보이는), 즉 뱅퇴유가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을 발견해야 했는지도모른다. 유일한 세계, 어떤 음악가도 우리에게 결코 보여 준적 없는 세계의 낯선 특징은,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작품 자체의 내용보다 훨씬 더 예술가의 천재성을 보여 주는진정한 증거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알베르틴에게 말했다.  - P317

그리고 나는 뱅퇴유의 작품이 지닌 그 단조로운 양상을 다시 생각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은 단 한 권의 작품만을 썼으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이 세상에 전하는 동일한 아름다움을 다양한 환경을 통해 굴절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P317

세비네 부인은 엘스티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사물을 논리적 순서로 제시하는 대신, 다시 말해 원인부터 시작하지 않고 우리를 사로잡는 결과나 환영을 먼저 보여 주죠. 도스토옙스키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인물을 제시하고 있어요. 엘스티르가 창출한 바다가 하늘 속에 있는 듯한 효과들만큼이나, 도스토옙스키가 창조한 인물들의 행동은 기만적으로 보인답니다. 그 음흉한 인물이 실은 매우 훌륭한 인간 또는정반대의 인간임을 알게 될 때면, 우리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어요."  - P325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09-16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문장은 다시 봐도 길이가 길어요. 그러면 번역하는 분들도 어려울 텐데, 읽으면서는 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읽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6 22:2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의 문장은 워낙 길어 저도 읽다가도 몇 번이나 되돌아가요 ㅎㅎ
오늘은 오후에 생각지도 않게 세찬 소나기가 내리네요.
서니데이님!
9월도 벌써 반이 지나갔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16 22:23   좋아요 2 | URL
여긴 조금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남은 9월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

2022-09-17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9-18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옹의 [ 엄습하다]라는 문장을 마주 할 때면 길게 심 호흡을 합니다

곳곳에 쉼표로 이어지는 기나긴 문장의 향연 ㅎㅎㅎ

프루스트는 분명 방구석에서 펜을 쥐고 인간의 심연을 너머 우주 까지 파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
예술가들 작품에서 이런 기운이 느껴짐 ^^

페넬로페 2022-09-19 21:03   좋아요 1 | URL
그 기나긴 문장에 눈과 머리에 쥐가 납니다 ㅋㅋ
방구석에서 칩거하며 글 써서 그런지 무슨 오감만 잔뜩 열어놨어요^^

2022-09-22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알려진,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짧은 소설을 읽었다.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의 글답게 각 단편마다 내용이 풍부하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책을 읽는 내내 서늘하기도, 슬프기도 한 감정들이 교차되며 작가의 글만으로 웬만한 세상사가 이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삶에 대해 무수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절제된 문장에서 극도의 신산함이 표현되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 한다.

 

고인 곁에 앉다의 에밀리는 고집스럽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거친, 자신만의 유별 속에서 산 남자와 23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가 죽자 가톨릭 평신도 단체인 마리아 군단의 일원인 제라티 자매가 죽어가는 이의 곁을 지켜주기 위해 에밀리를 찾아온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색했지만 에밀리는 지나온 얘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자신을 모욕한 남편에 대해, 자신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에 대해....그래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리티 자매는 돌아가면서, 고인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이상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라고 서로에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들려줄 때, 그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그 얘기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겉으로는 수긍해도 속으로 비난할 수도, 다시는 상종 못 할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의견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너무 힘들거나 잃어버린 자신에 대해 쏟아 붓고 싶을 때, 상대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더 적절하다.

 

[두려움이 에밀리가 말한 사랑을 고갈시켜 껍데기만 남았지만, 방문객 앞에서 그랬듯 에밀리는 사랑의 잔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슬퍼할 수 없었고, 애도할 수 없었다.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방치된 방 안에서 에밀리는 선의를 보인 여자들에게 자신이 한 말을 하나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상관없었다.

-P.27~28]

 

고독의 나는 이탈리아의 한물간 해변 리조트에 정착한 쉰세 살의 여성이다.(p.142) 나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나는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뒤, 그 남자를 계단에서 밀어버린다. 부모님은 그 사실을 무마해버리고, 나를 위해 호텔을 전전하며 떠돌이의 삶을 선택한다. 원망과 미안함이 공존한 나의 가족의 대화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빈틈없이 완성된 작품(p.138)’처럼 속의 말을 감춘 채, 공허하게 살아간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나는 여러 곳을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탈리아의 리조트로 돌아온다. 해변을 산책하며 내가 만든 유령, 다르블레 씨에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나의 또 다른 자아인 다르블레 씨는 나를 위로한다. 사람들이 나를 고독한 여자라고, 고독 속에서 늙어갈 것이라 수군 되지만, 나에게는 다르블레 씨가 있다.

 

로즈 울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들어줄 수 있는 여력과는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언제나 올바르게 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대부분 말로 진행되는 사람의 관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고, 공유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피폐해진 삶이 주는 고통과 무의미한 바램

 

저스티나의 신부에서 저스티나는 펠리시아의 여정에서의 펠리시아가 연상된다.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소녀의 불행은 더 측은하다. 학습 장애로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저스티나는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밥 먹듯이 한다. 시아버지와 술꾼인 남편, 못 배운 동생을 책임져야하는 저스티나의 언니, 매브는 언제나 짜증이 나고 지쳐있다. 가능하지 않지만 매브는 덜떨어진 동생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54세의 클로헤시 신부는 저스티나의 잦은 고해성사에 상실감을 느낀다. 신자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람들에게서 종교의 영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똑같다. 신부의 입장에서 세상의 변화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또 그만큼 희미해진 소명의식에 절망한다. 내가 가톨릭교도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공감을 했다. 내 사전에 전염병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인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엄습했다. 처음 이 감염병이 우리에게 왔을 때, 모든 동선이 체크되어 내가 병에 걸리는 것보다 누군가에 그것을 감염시키는데 더 두려움을 느꼈다. 강제적이자 자발적으로 1년 반 정도 성당에 나가지 못했고, 나의 신심은 그에 비례해 줄어들었다. 내가 성당에 나가지 않은 기간 동안 내가 다니는 성당은 신부님의 비리로 시끄러웠고, 결국 다른 신부님이 부임하는 큰 사건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변화되는 이 시점에서 종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신부님의 고뇌가 이해되었다. 신심이 없어져도 사람들이 편하게 잘 살게 된다면 그것이 더 좋은 것인가? 무엇을 고해해야 할지 모르는 뻔뻔함이 난무할 때, 순수한 저스티나의 잦은 고해에 클로헤시 신부는 더 무력감을 느낀다.

 

[진부해진 상념은 밤이 되어 가게들이 반쯤 문을 닫은 시내에 남겨졌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클로헤시 신부가 알든 모르든, 이것이 그가 가진 것이었다. 비좁은 고해실에서는 또다시 불필요한 고해와 용서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신을 본 얼굴에서 만족감이 사라질 것이다.

-p.73]

 

성인(聖人)조각상을 만드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코리 역시 세속의 물결이 밀려들어 성스러운 아일랜드가 사라져버린 곳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코리와 그의 아내 누알라는 가난하다. 세 명의 아이가 있고, 넷째를 임신 중인 누알라는 이웃의 아이가 없는 에티 린을 찾아간다. 그녀가 꺼낸 말은 죄악에 가깝지만, 에티 린에게는 유혹적인 말일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서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이 세상의 보편적인 도덕을 강요한다. 잔인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누알라는 최선을 다해 남편에게 연민과 지지를 보냈고, 이제 영원히 혼자서 간직할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 코리는 누알라를 위해 조각상을 만들었고, 조각상들이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으로 자신의 시선을 돌려보내자 누알라는 처음으로 분노가 조금씩 흘러 나가는 것을 느꼈다. 감화되어 평온함에 잠긴 누알라는 조각상의 체념을 느꼈다. 실패한 것은 누알라가 아니라 이 세상이었다.

-p.182]

 

 

한 번뿐이지만 그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다

 

무용 선생의 음악의 브리지드는 열네 살 때부터 남의 집에서 일을 한다. 그녀의 활동 영역은 그 집 부엌의 뒷방뿐이다. 어느 날 주인집 딸을 위해 피아노를 치는 동시에 스텝을 가르치는 무용 선생이 온다. 일을 하며 브리지드는 간간이 음악 소리를 듣는다. 처음 들은 피아노 소리가 좋아진다. 그리고 그 선생은 떠나기 전에 집안의 일하는 사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기로 한다. 초상화와 벽난로,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이 있는 거실에서 브리지드는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다. 한 번뿐이었지만, 선율이 다시는 들리지 않았지만, 브리지드에게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이미지와 느낌이 살아 있고, 그것은 그녀를 충만 시킨다. 오랜 장마 끝에 나타난 햇볕처럼 삶이 잠깐 반짝인다.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어쩌면 찰나가 가져다 준 순간의 환희일 수 있다.

 

 

사랑과 불륜의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사랑할 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강도(强度)는 다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이지만, 그 사랑이 불륜일 때 왜 여자는 매번 먼저 이혼을 하고, 남자는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만 할까? 밀회에서 그녀가 그랬고, 그라일리스의 유산에서 여자는 떠난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부담스럽고 신경 쓰여, 남자들은 불편해한다. 그러면 사랑을 시작할 때, 직장의 파티션으로 분리된 곳에서 몰래 육체적 관계를 나눌 때, 프루스트와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해 얘기할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없었는가 말이다. 미래의 건사한 집과 결혼한 아내와 사는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여자를 필요로 한다. 소문이 시작된 것을 불편해하는 남자를 위해 여자는 떠나고 그녀는 그 남자에게 유산을 남긴다.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남자는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은퇴해도 별로 돈이 많지 않은 남자에게, 유산을 받지 않겠다는 거절은 하나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웠지만 기만적이다.

 

[두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이 백화점 유리창에 반사되어 새겨졌다. 두 사람은 순간 그 이미지에서 우아함이 드러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그 우아함이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연애에서 자신들에게 우아함이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으나 이해한 사랑의 규칙은 끝나지 않은 것을 끝내는 괴로움 속에서도 깨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사랑은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둘은 그 사랑을 지니고서 몸을 떼고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미래가 지금 보이는 것만큼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 그 미래 안에 여전히 두 사람의 과묵한 섬세함과 한때 사랑이 만든 그들의 모습이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채로.

-p.287]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단편 소설은 각각의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많이 연결되기도 한다. 작가는 각 단편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거의 알려준다. 어느 나이이고 삶이 힘들지 않을 때는 없다. 그러니 어쩌면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한 것일까? 그의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소설의 맨 끝 문장이었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문장에 어떤 결론이 내려진 듯하지만, 오히려 거기에서부터 수많은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갔다. 이해할 수도, 결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인생의 단면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한없이 먹먹해진다. 이 글에 인용된 문장은 모두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자는 트레버의 섬세한 문장들과 여백의 깊이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분명하게 이해하고 내가 이해한 내용을 정확하게 옮기고싶다고 했다. 번역자마다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번역자의 노고에도 항상 감사한다. 그렇지만 번역자의 이해보다 우선되어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번역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국어를 지금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정확하게 옮기는 것이다. 김하현 번역자는 그런 면에서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다. 책을 읽으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번역 때문에 별점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단지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소설에 경의를 표하기로 한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2-09-14 0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소설은 쓸쓸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거 같아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들 다 읽어봤는데 내용을 다 몰라도 쓸쓸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제가 봐도 번역이 좀 불편하네요.

페넬로페 2022-09-14 09:36   좋아요 2 | URL
네, 이 단편들이 여운이 많이 남고 맘을 엄청 쓸쓸하게 만들었어요. 괜히 아, 정말 이놈의 인생이란 말이야~~
이런 말을 하게 만들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2-09-14 0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트레버의 단편을 읽으셨군요 ㅋ 번역도 좀 그렇지만 트레버의 문장 자체가 왠지 번역하기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특유의 여백 ㅋ 그래서 좀 깊게 생각하게 해서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9-14 09:40   좋아요 3 | URL
워낙 트레버 작가의 문장에 여백이 많아 이렇게 긴 리뷰가 필요없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할 얘기기 또 많이지더라고요. 그게 이 작가의 능력이지 싶어요.
새파랑님 말씀저럼 깊이가 있어 생각할 것이 많았어요^^

미미 2022-09-14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대해 말씀하시니 기회가 되면 원서를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페넬로페님 리뷰는 항상 해당 책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해줍니다.^^* 각 단편을 읽으면서 여운이 긴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느끼는것도, 질문도 많을 작품. 트레버의 저력이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9-14 09:44   좋아요 3 | URL
번역가가 조금만 더 조사했다면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텐데 그런 면에서 아쉽더라고요.
제가 넘 길게 썼는데 저의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워낙 여운이 많아 읽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더라고요.
저력있는 작가의 모범적인 문장을 읽어 행복했어요^^

scott 2022-09-14 23:34   좋아요 2 | URL
저 🖐소장 하고 있는데
크기 부피가
전화번호부와 비슷^^

미미 2022-09-15 08:35   좋아요 2 | URL
헉!! 그러고보면 미들마치도 원서 꽤 두꺼울것같아요.^^* 그런 두께도 읽을 수 있고 소장도 하고 계신 스콧님👍

mini74 2022-09-14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에밀리 이야기가 전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 낡고 오래된 집에 남겨진 외로움을 읽은 기분ㅠㅠ

페넬로페 2022-09-14 16:17   좋아요 2 | URL
에밀리 이야기, 넘 좋죠!
뭐라 딱 말할수는 없지만 그 기분을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9-14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었는데, 밝고 명랑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는 내용이 좋더라구요.
코로나19 시작되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조심하면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4 22:18   좋아요 3 | URL
네, 책을 읽으면서 감정의 흐름이 많이 느껴졌어요.제 감정은 슬픔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 심란하기도 하고요^^
코로나가 이제 일상생활이 되어 누군가 확진되었다는 소식 들려도 담담해지는 것 같아요^^

scott 2022-09-14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작품 국내 출간 된것 들중에
제대로 번역(심지어 정영목 번역가조차도)
된 것이 없습니다.

트레버 작품은
교수님들도 기피 한다공 ㅎㅎㅎ

페넬로페 2022-09-15 14:59   좋아요 2 | URL
문장은 간결한 것 같은데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커서 그런 걸까요!
생각보다 어려운가 봐요.
번역가가 좀 더 조사해서 옮기면 좋겠더라고요^^

han22598 2022-09-18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멋! 저도 이책 지난주에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단편한개 밖에 못 읽고 있지만 말이죠....
많은 알라디너님들이 좋아하는 트레버라서...저도 이 책을 사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단 한편만 읽어서일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ㅎ
다 읽고 페넬로페님 리뷰도 다시 읽어봐야겟어요!

페넬로페 2022-09-19 09:18   좋아요 1 | URL
트레버 작가의 글이 단편의 맛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han님께서도 좋았으면 합니다^^

희선 2022-09-19 0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기 이야기는 잘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게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잘 모르기에 솔직하게 하고 잘 모르기에 들어줄지도... <무용 선생의 음악>은 괜찮네요 좋은 건 순간이죠 그 순간은 영원하기도 하고, 사람은 그런 때가 있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19 09:24   좋아요 2 | URL
잘 모르는 사람에게 오히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편견없이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잖아요~~
순간의 환희, 우리는 그것으로 삶을 살아 갈 힘을 얻을듯요.
아니면 매번 일상이 똑같잖아요 ㅠㅠ
그나마 책을 읽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고 거기서 위안을 받아요^^

그레이스 2022-09-20 2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비슷해도, 나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가봐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허용된다는 뜻일까요

페넬로페 2022-09-22 13:54   좋아요 1 | URL
삶의 방식이 비슷해도 각자의 삶으로 들어가면 또 다들 특별하고, 자신의 고통이 더 크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그후의 삶에서도 그렇듯이 가십거리가 되기도 하겠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 소돔과 고모라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돔과 고모라는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지명으로, 타락으로 인해 몰락한 성읍을 말한다. 하느님은 이 두 지역에 대한 원성이 너무 커 파멸시켜버리려고 하지만, 아브라함은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여서는 안 된다며 구제를 요청한다. 하느님은 그곳에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한다.(창세기, 18)

 

두 천사가 소돔에 와 롯의 집에 머무른다. 그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성읍의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모든 사내가 사방에서 몰려 와 롯의 집에 든 사람을 내 놓으라고 한다.

 

[“오늘 밤 당신 집에 온 사람들 어디 있소? 우리한테로 데리고 나오시오. 우리가 그자들과 재미 좀 봐야겠소

-창세기, 19, 5]

 

롯은 남자를 알지 못하는 두 딸을 대신 내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문을 부수려 한다. 하느님은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과 불을 퍼붓는다. 그 곳엔 열 명의 의인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 소돔과 고모라는 주로 성적 타락을 상징하는 말이 된다. 또한 동성애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 소돔은 남성 동성애로, 고모라는 여성 동성애를 비유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보여 지는 사랑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과 약간 달라 보인다. 사랑은 욕망이나 상상으로 더 많이 표출되고, 그것은 질투로 이어진다. 스완이 오데트에게, 생루가 라셸에게, 화자가 알베르틴에게 주는 사랑은 상호작용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주로 남자의 입장에서 말해지고 있다, 자기 안의 내적 상태에서 사랑은 시작되고 끝이 난다. 여기에 더해진 소돔과 고모라적 사랑도 모호하게 전개된다. 깊이 들여다보고 관찰한 사실을 자신의 기억과 환상으로 표현하기에, 화자의 본심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소돔과 고모라는 단지 제목의 직접적인 의미만을 연관시켜 내용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이 챕터 역시 프루스트 문장의 특징인 비유와 은유가 가득하다. 현학적인 대학교수의 표상인 브리쇼가 열 한 페이지에 걸쳐 지명의 어원에 대해 말하는 부분 역시 은유적이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기에 그 부분을 가볍게 읽어 넘겼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의미에 대한 번역자의 설명은 나를 무척 당황하게 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다간 작가 프루스트의 역습에 당하기 십상이다.

 

귀족의 권위를 온 몸에 지닌 채 거만하게 보였던 샤를뤼스 남작이,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화자에 의해 발각된다. 프루스트는 외적으로는 남성이지만, 내적으로 여성의 성향을 많이 지니고 있는 샤를뤼스 남작을 꽃의 자가 수정으로 비유한다.


[샤를뤼스 남작의 모델이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프루스트의 친구였던 그는 상징주의 시인이자 미학자, 예술품 수집가이자 댄디로 유명했다. 조반니 볼디니가 1897년에 발표한 초상화이다.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줄리아 크리스테바 외 지음

책세상p.91]

 

앞부분에서 표현된 샤를뤼스 남작은 분명 사진의 모습처럼 연상되었다. 그러나 잃..7~8권에서 그는 뚱뚱해 보이는 몸을 좌우로 뒤뚱거리며 불룩 나온 배와 거의 상징적인 가치를 가진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걷는 모습(p.17)’을 보이는 사람으로 서술되어 놀라움을 준다. 샤를뤼스 남작은 왕족의 오만함과 뛰어난 지성을 갖추었지만, 자신의 눈에 띄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여성성과 상냥함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향을 숨기려 한다.

 

두 번째로 발베크를 방문한 화자는 그곳에서 베르뒤랭 부인의 소모임에 참석한다. 파리에서부터 여러 사교계의 파티에 참석한 화자는 그곳을 자세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묘사해준다. 각 살롱에서 인간의 끈끈하고도 강력한 속물근성을 보고, 서로를 견제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끼지만, 화자 역시 그곳을 갈망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그 당시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는 사교계에서 거의 이루어졌다. 현재의 시각으로만 이 부분을 평가한다면 이 책이 재미없어 질 것이다.

 

화자는 이 책에서 스노비즘(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치밀하고 집요하게 사람과 상황에 대한 관찰을 한다. 일종의 관음증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외모에서 받은 느낌으로 시작해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는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경증 증세가 있는 사람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각과, 자신만의 환상이 겹쳐진다. 약간의 뒤틀린 냉소와 신랄함 속에서, 풍자와 유머가 있기도 해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끝없는 관찰의 묘사가 이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가 프루스트는 물론 사람의 광기란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깨닫게 되는 불균형은, 보통 섬세한 생각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들의 기이한 모습에 분노하는데, 사실 매력적인 사람치고 기이한 점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p160)”라는 문장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향을 우리에게 알려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광기도 성실의 한 종류가 될 수가 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려면 그 특별한 광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잠시도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베르뒤랭 부인은 자신의 살롱을 벗어나려는 사람을 야비한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막고, 이미 떠난 사람을 경멸한다. 베르뒤랭 부인의 작은 동아리 신도가 죽기라도 했다면 금방 그 사람은 부인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린다. 망자를 애도하며 슬퍼하는 시간은 현재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모임을 이끈 결과로 그녀는 기진맥진한 모습에 아스피린 두 스푼을 삼키기 위해 몸을 감추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으며 귀족 사회에 입성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베르뒤랭 부인은 모든 사교계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늘 사람들과의 모임만을 필요로 했고, 따라서 그들이 사망하여 더 이상 수요 모임이나 토요 모임 또는 실내복 차림으로라도 저녁 식사에 오지 못하게 되면 단 하루도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에서는 모든 살롱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그 작은 패거리도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죽고 나면 그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p. 80]

 

발베크에서 알베르틴을 만난 화자는 그녀를 욕망하지만(혼란스럽게도 화자는알베르틴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이 끝났다라는 표현을 되풀이하고 있다)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의심한다. 콩브레 시절, 음악가 뱅퇴유의 딸과 그의 여자 친구가 아버지 사진에 침을 뱉는 모습을 목격한 화자는, 알베르틴이 그녀들과 알고 지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마르셀은 알베르틴이 그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어머니를 슬프게 하면서도 파리로 알베르틴을 데려간다. 그 후의 스토리가 갇힌 여인으로 연결된다. 화자의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은 복잡하다. 사랑, 욕망, 질투, 집착이 섞여 있는 듯 모호하기도 하다. 이런 화자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샤를뤼스 남작은 프루스트의 친구였던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알베르틴은 그의 운전사인 알프레드 아고스티렐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은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도 표현되고 있다. 프루스트는 어머니가 유대인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감추고 싶어 했다. 그 당시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일어난 사건처럼, 유대인과 동성애는 거의 동급으로 취급될 정도로 혐오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예술가들의 동성애는 빈번했다. 프루스트는 그러한 사실을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과거 속으로 들어간 화자가 그리는 동성애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런 표현이 프루스트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후회하는 것인지, 반대로 자신이 숨기고 싶은 부분을 작품에서 마음껏 나타내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화자의 시선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고정되어 있다. 구름 뒤로 사라져버리는 이 금빛 날개달린 비행물체의 실루엣은 그를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 간결한 이미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에서 일어난 어느 구체적인 일화와 관련된다. 알베르틴 시모네를 만든 실재 인물 중 한 명이자 가장 주된 인물이고, 프루스트가 열렬히 사랑한 연인이었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다.....프루스트가 경험한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속에서 재발견된다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p. 96~97]

 

프루스트가 경험한 일을 알고 나서 읽게 되는 책 속의 문장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읽었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다시 되돌아 와 읽은 문장은, 그것이 글이라는 실재를 떠나, 시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 언제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비행기를 보면 프루스트가 생각나고 그의 슬픔을 같이 느낄 것 같다.

 

[나는 말을 제어하고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먹었으며, 그러다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을 향해 눈물 가득한 눈을 쳐들었고, 햇빛 속 머리 위 약 50미터쯤 되는 곳에서 별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뭔가 인간의 얼굴과도 흡사한 존재를 실은 두 개의 반짝거리는 커다란 강철 날개를 보았다. 처음으로 반인반신을 본 그리스인처럼 나 또한 감동했다. 눈물도 흘렸다. 소음이 바로 내 머리 위에서 왔다는 걸 인지한 순간 내가 처음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 비행기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신문에서 감동적인 말을 기대할 때처럼,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비행기의 모습이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비행사는 가는 길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앞에-습관이 나를 포로로 하지 않는다면 내 앞에도-모든 공간의 길, 삶의 길이 열려 있음을 느꼈다. -p313]

 

 

화자는 두 번째 발베크 방문에서 할머니와 함께 왔던 첫 번째 발베크 여행을 떠올린다. 전에 할머니와 묵었던 호텔의 같은 방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동안 잊고 살았다는 사실에 오열에 흔들리며 눈물을 흘린다. 얼마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중단되었다 되풀이되는 심장 장애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인 마음의 간헐(intermittences du coeur)’을 프루스트는 정신적인 의미에서 사용한다(7, p.270) '불연속적으로 우연히 나타나는 회상이나 비의지적 추억의 동의어로 간주되는 마음의 간헐로 이어지는 화자의 회상은 비극적이다. 발베크에 어머니와 함께 온 화자는 할머니를 꼭 닮은, 할머니의 죽음을 여전히 슬퍼하는 어머니에게서 마음의 간헐을 다시 일으킨다.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하기에 그가 하는 행동을 다 이해하려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알베르틴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이런 어머니에게서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제는 결코 젊지 않은 노년의 어머니를 먹먹하게 바라본다.

 

순간순간 느끼는 화자의 마음의 간헐적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고, 뒤에 혼자 남겨 질 딸아이가 느낄 마음의 간헐에도 신경 쓰인다. 깊숙이 파고드는 프루스트의 감정은 동시에 나의 감정을 일깨우고, 결국 그와 나의 감정이 일치하는 지점에 이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길고도 지루한 문장을 읽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지만, 이런 번뜩이는, 시리면서도 감동적인 문장을 수시로 발견하기에, 끝까지 프루스트를 읽을 결심을 한다.

 

헤어질 결심’(실제로 이 책에도 이 문장이 있다)이 아닌 읽어내려는 결심....

 

 

[그것은 어머니였다-내 공포를 진정시키려는 듯, 한 번도 교태를 부린 적 없는 그런 소박한 자긍심에 빛나는 아름다운 미소와 더불어 할머니와의 닮은 모습을 고백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흐트러진 머리칼이며, 걱정스러운 눈길이며, 나이 든 뺨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그 감추지 않고 드러낸 희끗희끗한 머리칼이며, 어머니가 입고 있는 할머니의 실내복마저 이 모든 것이 한순간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게 했고, 내가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할머니가 부활했는지 잠시 머뭇거리게 했다. 오래전부터 이미 어머니는 내가 어린 시절에 알았던 그 환한 웃음을 짓는 젊은 엄마보다는 할머니와 더 많이 닮아 있었다. -p. 489]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2-08-30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홀려서 다시 프루스트 읽으러 갑니다. 이거 다 페넬로페 님 때문이에요. ….(씨익 웃으며)

페넬로페 2022-08-30 14:52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프루스트 다시 읽기 좋아요^^😀🥰

유부만두 2022-08-30 17:14   좋아요 2 | URL
다시, 라고 쓴건 번역본 4권까지 읽고 중단했기 때문이에요. 재독, 은 절대~ 아니고요. ^^;;;

책읽는나무 2022-08-30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2년의 여름은 페넬로페님께 프루스트 앓이의 여름으로 기억되시겠어요.
온전히 잃시찾에 빠지신 페넬로페님!!^^
리뷰를 읽으면 덕분에 함께 푹 빠지게 되는 느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8-30 18:24   좋아요 4 | URL
이왕 시작했으니 내처 읽으려고 합니다. 이번 여름 더웠는데 이 책이 더 더위를 안겨준 것 같아요 ㅎㅎ
잃.시.찾은 문장이 워낙 좋아 오늘 좀 길게 써 졌어요^^

scott 2022-08-30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간헐!

전 간헐적 단식
식사량을 줄이고 끼니를 줄여 버린지
십년이 넘으니
이런 저런 곳 아팠던 곳이
말끔히 ㅎㅎㅎ

페넬로페님에게 여름, 8월 동안
프루스트 옹은 마음의 간헐, 지식의 양식이였네요 ^^

페넬로페 2022-08-30 18:27   좋아요 3 | URL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번도 실천하지는 못했어요. 배고픔을 못 참으니 저는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여름내내 이 책과 함께 하고 있으니 왠지 우영우의 뿌듯함이 느껴져요^^

새파랑 2022-08-30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간헐‘ 정말 멋진말 같아요. 페넬로페님 리뷰는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

벌써 8권 이시군요~! 전 갇힌 여인이 더 재미있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08-30 18:29   좋아요 2 | URL
마음의 간헐, 넘 멋지죠.
이럴 때 프루스트에 푹 빠져요.

지금 9권 읽고 있는데 젤 읽기 쉬워 좋아요^^

미미 2022-08-30 1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꽃의 자가수정!!ㅎㅎㅎ 샤를뤼스에 대한 묘사에서 특히 프루스트의 위트가 넘쳤던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늘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쓰시는것 같아요. 다음 책의 리뷰도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2-08-30 19:58   좋아요 3 | URL
프루스트는 비유적 표현의 거장같아요. 어찌 그리 무릎치게 글을 적절히 잘 쓰는지 모르겠어요.
리뷰 쓰면서 글 잘 쓴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요?
미미님 말씀에 넘 힘이 나고 기분 좋아요.
감사,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8-31 0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서 가운데 책 위에 있는 꽃이 그려진 나무조각도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이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표지가 예뻐서 좋아요.
페넬로페님, 오늘은 8월 마지막 날이예요. 좋은 일들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8-31 10:46   좋아요 2 | URL
책 표지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작가가 꽃에 대해서 많이 언급해 아마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가장 유력한 건 산사나무 꽃잎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속표지의 색깔도 넘 예뻐요.
서니데이님!
8월의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08-31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 8권 보시고 9권 시작하셨군요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뜻 잘 몰랐네요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사랑에 좋은 것만 있지는 않겠지요 넓은 사랑은 다르겠지만...

이 책 읽기 힘들어도 여기까지 오고 여러 가지를 느끼기도 하셨군요 비유와 은유... 읽어내려는 결심... 멋집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8-31 10:52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다시 성경의 이 부분을 찾아 읽었어요. 어렴풋이 기억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새로웠어요. 이 책에 있는 사랑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지금 우리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워요.
이제 세 권 남았는데 열심히 읽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8-3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8권째입니까. 그동안 저는 뭐 했을까요? ㅋㅋ 열독을 응원합니다!!!

매력적인 사람은 기이하다, 그럴 듯해요. 평범하기 보다 특이한 사람이 매력적이긴 하죠.

페넬로페 2022-08-31 13:52   좋아요 1 | URL
그냥 옆으로 눈 돌리지 않고 읽으려고 합니다 ㅎㅎ
근데 다 읽고 다시 읽어야만 할 것 같아요.
매력적인 사람이 좋지만 아무래도 좀 힘들겠다는 느낌도 들어요.^^

coolcat329 2022-08-3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들지만 프루스트의 감정과 일치하는 순간의 기쁨이라니~
여름에도 프루스트를 읽어내신 페넬로페님 멋집니다!

페넬로페 2022-08-31 20:10   좋아요 1 | URL
지금과 시대가 달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인간의 감정은 어느 시대이고 비슷한 걸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도서관에 냉방이 잘되어 있어 거기서 많이 읽었는데 어떨땐 졸기도 해서 밖으로 나와 커피 사러 갔어요^^

coolcat329 2022-08-31 20:29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는 ☕️ 가 필수겠어요! ㅋㅋ

서니데이 2022-09-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좋은 아침입니다.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많이 차가워졌어요.
이제 더운 날은 지나간 것 같았는데, 오늘 낮에는 기온이 조금 올라갈 거라고 해요.
오늘부터 9월 시작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9월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06 17:28   좋아요 0 | URL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넘 청명하고 맑아요.
지금부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가을 충분히 느끼시고 즐거운 9월 보내시길 바라요^^

2022-09-06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리나 2023-07-2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님의 글의 감동을 받아 댓글달다가 길을 잃었나봐요~ 마음의 간헐이란 프루스트의 아름다운 표현을 더 멋지게 해주셨어요.

페넬로페 2023-07-25 16:55   좋아요 0 | URL
카리나님,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