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스킵과 로퍼 x 카페테일 - 12g, 5개입 스킵과 로퍼 공식 굿즈 12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3월
평점 :
품절


3주 전 주말에 12일로 졸업 작품을 찍기 위한 촬영장에 다녀온 딸아이가 장염이 동반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밤새 빗속에서 촬영을 한 탓인지 그곳에서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링거까지 맞았지만 며칠 학교를 못 갈 정도로 많이 아팠었다. 딸아이는 몸이 회복되지 않아 그 다음 주 촬영엔 후배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하고는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주에 다시 촬영장에 가야하는 딸아이가 걱정이 되어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주었다. 밥에 약간의 간을 해 주먹밥을 만들고 진미채, 그리고 형님이 가져다주신 열무얼갈이 김치, 도시락 김을 함께 담아 주었다. 따뜻한 커피도 내려 텀블러에 넣었다.

 

간편하고 너무나 부실한 도시락을 싸고, 커피를 내리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내가 고3이었을 때 엄마는 매일 도시락을 두 개씩 싸주셨고, 보온병에 꼭 커피를 담아주셨다. 김치를 잘 먹지 않는 나였기에 엄마는 매번 김치대신에 다른 반찬을 하나씩 더 넣어야만 했다. 아침마다 식구들 아침 준비하고 내 도시락까지 싸려면 엄마는 얼마나 일찍 일어나야 하셨을까? 그나마 내가 막내였기에 그땐 학교 다니는 사람이 나 하나였지만, 언니, 오빠가 한꺼번에 학교를 다니고, 언제나 시골에 사는 친척들이 기숙하는, 군식구가 딸렸을 땐 엄마가 싼 도시락의 수는 엄청 많았을 것이다.

 

마침 알라딘의 드립백, 스킵과 로퍼 × 카페테일의 포장지의 교복을 입은 학생 그림을 보고 고 3때가 더 생각난 것 같다. 커피, 프림, 설탕의 2,2,3의 배합으로 엄마가 정성스레 타준 커피를 마시며, 내가 다닌 여고의 모든 것이 싫어 그저 그 학교를 벗어나기 위해 대학에 가야된다는 생각만 그때 했었다.

 

예쁘고, 잘 생긴, 멋진 교복을 입은 스킵과 로퍼(만화 주인공의 이름은 따로 있는데 애칭인가?)와는 생김새부터 다르고, 드립으로 커피의 향만을 느끼며 마시는 것과 다른 ‘2,2,3’의 촌스러움이 있었지만 그때의, 내게 해주었던 엄마의 정성이, 도시락과 커피에 담긴 따뜻함이, 지금 내가 힘들 때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자 내가 딸아이에게 군말 없이 해 줄 수 있는 내리사랑의 원초적인 근거가 된 것은 확실하다.

 

‘2,2,3’에서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툴리마, 포도의 산미, 캐러멜의 단맛, 카카오의 바디감으로 기능과 취향은 분명 변화되었지만, <커피>라는 정체성과 거기에 들어있는 사람 사이의 추억, 따뜻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엄마가 타 준 정성스런 커피에도 졸음을 이기지 못했던 내 고3 시절의 미안함도 있고.


자신이 아플 때 며칠 동안 병간호 해준 나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딸아이가 밥을 해주었다. 약간 국적불명의, 이름도 잘 모르는 음식이지만 맛있었다.

 

맛있게 잘 먹었지만, 그래도 아프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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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30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리뷰를 이렇게 멋지게 쓰십니까?!
국적 불명의 음식이긴 한데... 맛있어 보여요! ㅋㅋㅋ
토마토&오이는 터키식? 지중해식이라고 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5-30 18:35   좋아요 0 | URL
어디선가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만들긴 하더라고요.
지중해식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ㅎㅎ

blanca 2024-05-30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장염으로 난리예요. 요즘 바이러스가 돈다네요.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따님이 해준 음식 너무 감동인데요. 건강식인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4-05-30 18:38   좋아요 1 | URL
blanca님께서도 가족들 챙기시느라 고생 많으시겠어요.
일단 한 번 아프면 며칠은 가잖아요. 저와 다르게 딸아이는 손이 야무져 음식도 곧잘 하는데 맛도 괜찮아 좋은 시간 이었습니다^^

얄라알라 2024-05-30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웅~~ 사랑이 넘치는,따뜻한 이 한끼 식사...

가지 야채 커팅이 대범함을 나타내는 듯^^ 행복하셨겠어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4-05-30 19:36   좋아요 2 | URL
얄라님께서는 가지 야채 커팅도 보시는군요.
저는 음식 만드는데 젬병이라서 그냥 만들어 주는대로 먹어요.
제가 맨날 하는 음식이 아니라 딸아이는 색다른 음식을 해주어 그게 좋아요^^

독서괭 2024-05-30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나.. 페넬로페님의 도시락도 따님의 한상도 참 따뜻하고 좋네요~!! 따님 요리 넘나 맛있어 보입니다.. 전 요리똥손이라.. ㅋㅋ

페넬로페 2024-05-30 19:38   좋아요 1 | URL
저는 요리뿐만 아니라 손으로 하는 건 다 재주가 없어요.
오랜만에 도시락 쌌는데 저 간단한 것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엄마 생각이 났나봐요.
요리는 맛있었어요^^

자목련 2024-05-31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염으로 따님도 페널로페 님도 고생하셨네요. 따님의 요리 모두 맛있어 보여요.
오이, 토마토, 가지는 건강하고 맛난 재료. 쌈은 머위일까요?

페넬로페 2024-05-31 10:53   좋아요 1 | URL
계속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프니 짠하더라고요.
쌈은 깻잎이예요.
살짝 데쳐서 쌈밥으로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저 중에 젤 제 입맛에 맞았어요.
머위나 곰취로 해도 좋을 듯 해요

자목련 2024-05-31 12:19   좋아요 2 | URL
아, 깻잎이군요.
기억했다가 쌈밥으로 먹어봐야겠습니다!

서니데이 2024-06-01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커피를 선물로 받았는데, 포장을 열기 아쉬워서 상자 그대로 있어요.
사진 속의 음식들 맛있을 것 같은데요. 바쁠 때에는 평소에 잘 하던 것들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요리하는데 힘들었겠어요.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6월 시작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4-06-02 01:28   좋아요 2 | URL
포장지의 그림이 너무 산뜻하고 예쁜데, 저만 몰랐지 굉장히 유명한 캐릭터이더군요.

요리가 먹기는 좋은데 그 전에 준비할 것과 먹고 난 뒤 치우기가 만만치 않죠.
인간들의 세 끼 먹기가 힘들어요 ㅎㅎ
벌써 6월이 되었어요.
하루하루가 공평한데 제가 잘 사용하지 못한 날이 많았던 것 같아요.
6월 열심히 보내야겠어요.
서니데이님께도
행복하고 알찬 6월이면 좋겠습니다^^

2024-06-01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02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4-06-02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랜만에 쌈채소를 제 기준 듬뿍 샀답니다 이 달에는 채소를 좀 많이 먹어야겠어요 오늘 일요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6-03 17:51   좋아요 1 | URL
저도 매번 채소를 많이 먹자고 결심합니다.
저는 요즘 형님께서 텃밭을 가꾸시기에 채소를 자주 갖다주시는데 샐러드를 해 먹으니 좋더라고요.
6월이 되니 꽃보다는 초록이 좋아 보입니다.
서곡님!
6월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요^^

희선 2024-06-04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님이 도시락뿐 아니라 커피도 타주시다니, 그때 좋았겠습니다 그때는 어머님이 지금은 페넬로페 님이 따님을 위해 커피를 내리시는군요 커피로 좋은 기억이 있는 거네요 따님도 페넬로페 님이 싸주신 도시락과 커피 기억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06-04 14:46   좋아요 1 | URL
엄마가 저에게 해주었던 것의 반의 반도 저는 딸에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커피로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새 세월이 많이 흘러버렸어요.
그냥 훌쩍 넘어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