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30에 뒤척이는 둘째 때문에 깼다. 다행히 둘째 녀석 다시 잠이 들고, 나는 선택지 3개 중 고민에 빠졌다. 

 1. 다시 잔다.

 2. 운동한다.

 3. 책을 읽는다. 

 달리기는 격일로 하므로 오늘은 하는 날이 아닌데, 어쩔까.. 하다가 3번을 선택. <고독의 우물>을 폈다. 이 두꺼운 장편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긴 이야기의 흐름과 세밀한 감정묘사를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정도의 장편은 근래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잘 팔리지 않아서일까.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고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걸까.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최근 문학에서는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작은따옴표('')속에 넣어 보여주는 기법을 나는 좋아한다. '오, 신이시여!' 그녀는 생각했다. '내일이 되면 이런 기분은 잊히겠지. 하지만...' 뭐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속삭임 말이다. 


<고독의 우물>은 주인공 스티븐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아이는 생식기는 여성이지만 남성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남성적 젠더표현을 하는, 트랜스남성(FTM이라고도 한다)으로 보인다. 스티븐의 아버지 필립경은 학식이 깊고 사려깊은 귀족 남성인데, 보수적인 영국 신사답지 않게, 아이의 내면을 알아보고 신중하게 지켜보면서도 기존의 틀에 가두려고 억압하지 않는다. 이 아버지, 진짜 멋지다... 스티븐은 아버지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버지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자라면서 운동과 책을 동시에 사랑하는(!) 멋있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스티븐의 어머니 애너를 포함한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스티븐은 괴상하게 보일 뿐이다. 사춘기에 들어 스티븐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과잉 의식하게 되면서 괴로움을 겪게 된다. 


 스티븐이 일곱살일 무렵, 이웃 귀족의 집에 방문했다. 고작 일곱살 아이에게 많이 먹는다고 조롱을 던지는 그집 부인, 케이크를 먹는 내내 스티븐을 지켜보며 비웃을 거리를 찾는 남자아이 로저와 자신은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린다며 내숭을 떠는 그 동생의 모습을 보며 경악스러웠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건방지게 구는 로저에게 맞서는 위풍당당한 스티븐이, "난 여자랑은 싸우지 않아."라며 나가버리는 로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장면은 정말 슬펐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육체적, 정신적 코르셋은 자신이 여성이라고 느끼는 여성들에게도 가혹했지만 자신이 남성이라고 느끼는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했을 것이다.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겪게 되는 이 부조리함을 촘촘하게 펼쳐보인다. 

 그래도 스티븐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아버지 필립경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만 봐도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 예상된다. 스티븐에게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강력한 예감.. 으으 불안불안 마음이 조이는 느낌으로 읽고 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여성의 종속에 관한 이야기를 '듣똑라'에서 들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데뷔했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당시 브리트니와 크리스티나아길레라가 그야말로 핫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둘 모두 좋아했다. 그 시절 이후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삭발을 했다던가 마약을 했다던가 살이 쪘다던가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왓챠에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가 방송되었다고 한다. 브리트니는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보아 성인이면서도 피후견인이 되었는데 후견인으로 친아버지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브리트니가 콘서트도 활발하게 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후견이 계속되어 무려 13년째라고 하며, 브리트니는 그동안 아버지의 승인 없이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속박을 받았다며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프리브리트니(freebritney)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고.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여성연예인에 대한 이중잣대, 여성혐오, 선정적 언론 등에 의하여 브리트니가 얼마나 고통받아 왔는지 조명했다고 한다. 한때 최고의 디바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렇게나 힘든 시절을 겪고 있었다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연예인에 대해 특히 가혹한 언론보도로 인해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선정적인 언론보도에 흥미로워하며 소비하는 독자들도 공범이 아닐지.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140&aid=0000043900




성년후견제도는 우리나라에도 2011년에 도입되었다(그 전에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년후견제도에 의해 부당한 권리침해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아차, '주제독서: LGBT+'를 이제 슬슬 마무리하려고 이론서 두권을 골라 주문했다.
















 <퀴어, 젠더, 트랜스>는 번역서이고 <퀴어 이론 산책하기>는 우리나라 연구자가 쓴 책이니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얼마나 어려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재미있다'는 평이 있는 것만 믿어본다. 

 그러나 이것으로 주문을 마치려던 나에게 알라딘이 알림으로 이런 책을 알려주었다. <변이의 축제>라고 하여 난 그냥 진화론 책인 줄 알았지.. 책 소개를 읽어보니 동성애/트랜스젠더 관련 서적이 아닌가. 아이고 어쩐다.. 684쪽이나 되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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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7-19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독의 우울>은 제 스타일은 아닌데 독서괭님 리뷰 읽고 나니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
독서괭님 주제 독서 너무 멋져요! 저는 봄바람에 살랑살랑 스타일이라 두서가 없는데, 저도 언제쯤 독서괭님처럼 주제 독서 함 도전해 볼래요!!
브리트니 이야기는 저도 기사에서 본 적 있는데, 뭐야? 이게 진짜야? 할 정도로 믿어지지가 않더라구요 ㅠㅠ

독서괭 2021-07-19 13:13   좋아요 1 | URL
아니 단발머리님, 전방위로 많이 읽으시는 분께서 무슨 그런 말씀을. 전 많이 안 읽으면서 두서없이 읽으니 뭔가 남는 게 없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즐거우려 읽는 거니 꼭 남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더 의미를 찾고 싶어서요^^ 다음 주제는 뭘로 할까 고민하는 것도 꽤나 즐겁습니다.
브리트니 진짜.. 저도 충격적이었어요 ㅜㅜ

잠자냥 2021-07-19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고독의 우물>은 제목이 완전 스포일러네요..;;; ㅜㅡㅜ

독서괭 2021-07-19 13:15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아무래도 조만간 아버지가 죽을 것 같고 그러면 엄청난 시련이 펼쳐질 것 같아 너무 무서워요 덜덜(제발 아부지 오래 사세요 ㅜㅜ)

단발머리 2021-07-19 13:16   좋아요 1 | URL
스포일러라 하시니, 자꾸 쳐다보게 되네요. 흠.... 고독의 우물이라.....

다락방 2021-07-19 13: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브리트니를 엄청 좋아해서 시디 나오면 다 사고 그랬엇는데요 제가 아주 오래전에도 브리트니에 대한 글을 쓰니 누군가가 브리트니의 방탕한 생활이나 뭐 그런걸료 얘기하고 그랬어요. 저는 그런 댓글이 좀 기분 나빠서 ‘그렇게 어린 여자를 유명하게 만들어놓고서는 그것들을 한꺼번에 끌어안게 된 사람에게 다들 너무한 거 아니냐‘라는 뉘앙스로 댓글 달고 그랬었는데요, 젊은 여성을 자기들 기호에 맞게 소비해서 대스타로 만들어놓고 그런데 그녀가 자기들 생각대로 혹은 자기들 기준대로 살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 어리석다 철이없다 튄다 등등 말이 많았더랬죠. 그때는 여성혐오가 뭔지도 모르던 때였는데 그녀에게 대중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그 젊은여성을 대중은 얼마나 성적으로 소비했는지. 하아-

저도 생각난 김에 브리트니 다큐 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07-19 14:12   좋아요 4 | URL
여성혐오가 뭔지 모르던 시절에도 핵심을 파악하셨군요. 어린 소녀를 성적대상으로 삼아놓고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사귀자 혼전순결 유지하는지 캐묻고.. 진짜 너무합니다. 듣똑라에서 그러던데 11살에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인가 나갔던 브리트니에게 심사위원이 ˝남자친구 있냐, 나는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는데요(듣다가 이런 씨불놈하고 현실욕 튀어나왔..). 이것도 다큐에 나온다고 합니다. 꼭 보시고 감상 알려주세요(흐흐)

레삭매냐 2021-07-19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브릿니가 나이가 몇 개인데
여적 성인 후견을 받아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득 어느 방송인가 인터뷰
에서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
이 브릿니를 쏠 수 있는 기회
가 있다면, 그러겠다고 말한
기억이 나네요...

독서괭 2021-07-19 18:16   좋아요 3 | URL
헉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대요?
한번 피후견인 낙인이 찍혀버리면 되돌리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이번에 의회까지 나섰다고 하니 브리트니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7-19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독의우물 표지가 너무 눈길이 가네요. 내용도 흥미롭고~!!
선택지 3개중 운동하면서 책을 읽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서괭 2021-07-19 18:17   좋아요 3 | URL
표지가 참 의연하면서도 쓸쓸해 보이죠? 정말 재미있어요.
저도 늘 하는 생각입니다 운동과 책을 함께한다면 참 좋겠다는..!

얄라알라 2021-07-20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3 선택지에 저라면 4 아침부터 스마트폰이 있었을텐데 독서괭님의 1,2,3 선택안은 다 건전건전 이시네요.

브리트니 속옷 노출 = 엄마자질 부족

이런 식의 *같은 기사도 있었던지라, 오래 전 일이지만, 그 기사보고 분개했던 생각이 납니다. 브리트니가 한 순간 정신이 무너진 것 처럼 묘사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겨내고 잘 활동하는 그녀가 대단해보입니다.

독서괭 2021-07-21 10:39   좋아요 2 | URL
ㅎㅎ 어쩌다보니 최근 매우 건전한 여가생활을 하고 있네요^^
저런 기사도 있었나요.. 대체 엄마의 자질이란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자격없는 기자들 좀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자들까지 묶어서 욕먹잖아요. 이런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걸 보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알라딘과 함께한지 어언 17년, 서재에 첫 글을 등록한지 13년, 북플을 시작한지 5년(?), 그리고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서재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이달의 당선작>에 선정되었다. 다른 분들의 당선작에 비하면 부족해보이긴 하는데, 아무튼 기쁘긴 기쁘다. '합격'은 해봤어도, '당선'은 처음이라. 게다가 적립금 3만 원이라니, 제법 호쾌하지 아니한가. 

한편, 이렇게 알라딘 개미지옥이 형성되는구나 싶었다. 이제 나도 확실히 발을 담근 느낌이다. 이러면 글을 더 열심히 쓸테고, 글을 쓰기 위해 더 열심히 책을 읽을테고, 또 책을 사겠지. 알라딘의 영업전략을 생각하며 눈빛이 날카로워진 독서괭.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바구니에서 책을 고르기 시작한다..  

잠자냥님이 추천해주신 <고독의 우물>을 일단 고르고, <조선의 퀴어>도 골라본다. 100자평 이벤트 참가 위해 산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 몰라. 일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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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8 11:0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와 첫 당선이어서 더 큰 의미가 될거 같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싶네요. 저는 서재 글 쓴거랑 북플한지 아직 1년도 안되었는데(6개월?) 너무 좋은거 같아요. 책의 천국~!!

독서괭 2021-07-08 11:12   좋아요 7 | URL
오오 새파랑님 진정 뉴페이스이시군요. 루키라고 해야할까요. 다른 sns와 달리 책이야기로 가득해서 너무 좋죠?^^

다락방 2021-07-08 11: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자세입니자. 몰라 일단 사!!!!!!!!!!!!

독서괭 2021-07-08 11:12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도 가불 몰라 일단 사세요!! ㅋㅋ

잠자냥 2021-07-08 11: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아 서재활동 13년이나 되셨군요! 전 괭님 그 절반도 안 된 쪼꼬미... ㅋㅋㅋ 저도 어제 탄 적립금으로 100자평 이벤트 도전용 책 여러 권 질렀습니다. 이것이 알라딘 개미지옥의 블루오션인가 봅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1-07-08 11:13   좋아요 6 | URL
‘활동‘이라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밑줄긋기 간간히 올린 것 뿐이라서요 ㅋ 잠자냥님 독서력은 저의 두배 이상이신 듯한데요. 많이 지르셨군요. 진정 개미지옥입니다 ㅋㅋ

미미 2021-07-08 11: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선배 셨네요! 저는 작년 후반기부터 찔끔찔끔 들어오다가 12월에 리뷰를 길게 쓰기 시작했어요.ㅋㅋ이 모든 재미를 알았다면 북플 오픈하자마자 시작했을텐데... 쩝 당선축하드리고 계속 불타는 개미지옥 함께 해요~♡

독서괭 2021-07-08 12:42   좋아요 3 | URL
선배는 무슨요. 민망합니다^^; 미미님도 루키시군요. 저 또한 좀더 빨리 열심히했다면 좋았을텐데 싶어요.ㅎㅎ 감사하고 앞으로도 함께 해요~^^

겨울호랑이 2021-07-08 12: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당선을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07-08 12:45   좋아요 4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합니다~^^ 저도 축하드려요!

scott 2021-07-08 11: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괭님 첫 당선 추카 꽃다발 놓고 가여 (*ˊᵕˋo💐o

독서괭 2021-07-08 12:45   좋아요 3 | URL
우왓 꽃다발 감동~ 감사합니다^^

초딩 2021-07-08 11: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개미지옥 :-)
절대 공감합니다!
북플 포레버 ㅋㅋㅋㅋ
그리고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07-08 12:46   좋아요 2 | URL
우리는 개미지옥 패밀리패밀리-예! 감사합니다. 포레버!

행복한책읽기 2021-07-08 11: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당선은 처음이라. . . 일단 사!!! 머릿말과 맺은말 진정 조화롭군요. 개미지옥 입성과 첫당선 축하드려요. 클났네요 ㅋㅋ

독서괭 2021-07-08 12:46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클났네요 진짜 ㅋㅋ

페넬로페 2021-07-08 12: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재 활동이 13년이나 되셨다니요~~
저는 이제 겨우 2년 가까이 되어 가니까 대선배님이시네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07-08 12:48   좋아요 3 | URL
대선배라니 민망합니다^^; 중요한 건 활동량이지요. 축하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07-08 1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대선배이시네요.
친구신청하고 갑니다 수락해주시면 영광^^

독서괭 2021-07-08 12:49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제가 영광입니다. 올려주시는 좋은글 많이 읽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7-08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립니다. 여기가 알라딘 개미지옥입니다. ㅎㅎ

독서괭 2021-07-08 15:28   좋아요 2 | URL
ㅎㅎ네 지옥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축하드립니다^^

러브유1416 2021-07-08 1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오랜 시간동안 공들인 보람이^^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07-08 17:06   좋아요 1 | URL
러브유님 축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8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1-07-09 16:31   좋아요 2 | URL
또한번 축하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함께 산다면 누군가가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함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이 우주의 순리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하디약한 존재니까.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겠지만, 그것이 꼭 사랑의 절정인 젊은 시절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늘어가고, 그래서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그때 찾아오는 이별이야말로 비탄과 고통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48~49쪽


차곡차곡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써나갈 때, <비상의 죄>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갈 때, 그는 차분하게 이 글을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109쪽의 저 문장을 쓰다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다시 오열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그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답게, 무척이나 유려하게 이 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추슬렀던 감정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는 문장을 쓰면서 폭발해버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그가 아프게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이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결국 저 문장에 이르러서야 나는, 함께 엉엉 울고 싶어졌으니까. 극도의 사랑 앞에서 그렇듯 극도의 고통 앞에서도, 우리가 깨닫는 사실은 굉장히 단순하다. 네가 가버리고 난 뒤, 그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이것만큼 상실의 고통을 잘 표현할 만한 말이, 대체 뭐란 말인가.  - 51쪽


 <잘 지내나요?>의 첫 장에 등장하는 책들 중 하나인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작가 자신의 사별의 아픔을 담은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을, 작가 이름과 제목만 알고 아무 정보없이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그 전에 줄리언반스의 소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을 읽었던 기억 때문인지 당연히 소설인 줄 알았다. 열기구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건 대체 무엇..? 하면서도 재미는 있어서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이것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며 배우자를 잃은 경험을 쓴 것임을 깨닫는 순간 앞의 열기구 이야기가 이해되면서 엄청나게 마음이 아팠다. 당시 나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무렵 지인이 교통사고로 배우자를 잃어 조문을 다녀왔던 터라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고.. 그 결과 얼마 후 남편이 죽는 꿈을 꾸고 새벽에 엉엉 울며 남편에게 전화했더랬다..(그땐 떨어져 살았다) <잘 지내나요?>를 읽는 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내가 느꼈던 감상을 잘 표현해준 글을 보니 좋았다.  

















결혼 후 확실히 실연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에는 이입을 덜하게 되었고, 배우자 사별을 다룬 이야기에는 이입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도 그래서 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었던 소설.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이와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에 많이 이입하게 되는데, 아이를 잃는 등 너무 아픈 이야기는 배우자 사별보다 더 괴로워서 읽기가 힘들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한다. 

 '가을방학'의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그중 '동거'는 이런 가사다. 


 우편함이 꽉 차 있는 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

 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

 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

 (중략)

 내가 어렸을 때 얘길 엄마는 꼭 어제 일처럼 얘기하죠

 나는 사실 기억이 없는 일들도
 오래 전 옆에 누워서 칭얼대던 아이는
 누구보다 당신을 더 사랑했다 확신할 수 있지만
 고백할게요 나 거리에서 당신을 지나친 적 있어요

 같이 살면서 같이 지내면서 못 본 척 지나친 적 있어요 


 이 노래 이야기를 하면서 비혼인 지인은 부모님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내가 부모 입장이 되어 생각했다. 지금 내 아이들은 엄마인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지만, 몇 년 지나면 달라지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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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05 15: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망센빠이의 책에서도,
책은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고 하
더라구요.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독서괭 2021-07-05 17:26   좋아요 5 | URL
아 망센빠이가 누군가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름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망겔인거죠?
괴물 사놨는데 시작하기 무섭네요~

초딩 2021-07-05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하나인 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무너진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네요.
부재 보다도 더 크고 속수무책으로 다가옵니다.

독서괭 2021-07-06 10:37   좋아요 0 | URL
사별의 고통이 정말 크다고 하더라구요.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배우자 사망하면 얼마 안 있어 뒤를 따르듯 사망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7-05 2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해주는 글을 만나면 정말 기쁘기도 하고 뭣보다 동지를 만난 듯해 행복해지더라구요. 아무도 몰라주는 내 맘을 저자만이 알아주는 듯해 깊은 위로도 받구요. 그땀시 우리가 책을 읽지 않겠어요.^^ 남편이 죽는 꿈에 엉엉 우셨다 하여 살짝 웃었습니다. 지는 요즘 남편이 겁나 밉거든요 ㅋㅋ

독서괭 2021-07-06 10:39   좋아요 0 | URL
그땀시 책 읽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 저도 그때는 신혼 때라.. ㅋㅋㅋ 한집 살며 남편이 미워질 땐 많이 괴롭더라구요.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너그러워지는 게 차라리 낫다 싶은데 사람 맘이 뜻대로 안 되더라구요 그쵸 ㅠㅠ
 

<몽마르트르 유서>는 잠자냥님께 땡투~
나머지는 개인회원 중고거래로 구입했습니다. 원래 사려던 건 <술라>였는데 배송비 2,500원을 아끼기 위해서는 같은 분이 판매하는 책들을 더 골라 50,000원을 채워야 했다는 익숙한 이야기. 도착한 책을 열어보니 <술라>가 제일 얇더군요. 배보다 왕창 큰 배꼽.
이책들을 쌓아놓자마자 7월 적립금 사용과 100자평 이벤트 참가를 위해 다시 주문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요즘 책구매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시라는데 저는 그동안 자제해왔으나 최근 부쩍 알라딘서재 활동이 늘다보니 그에 비례해서 책구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22주년 당신의 기록노트를 보니 지금까지 알라딘 결제금액이 상위 0.362% 임에도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너무 자제 안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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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 빼곤 안읽어본 책들이네요 술라포함3권이 끌립니다😊

독서괭 2021-07-02 22:45   좋아요 1 | URL
읽으신 건 무엇이고 끌리는 나머지 두 권은 무엇인지 막 궁금합니다 ㅎㅎ

미미 2021-07-02 22:47   좋아요 0 | URL
헤헷 태고의 시간들 읽음요~윗쪽 3권이 막 끌려요. 게다가 토니모리슨~♡ㅋㅋㅋㅋ

독서괭 2021-07-02 23:00   좋아요 1 | URL
오오 태고의시간들 궁금해요. 토니모리슨 <빌러비드>로 입문하여 많이 읽어볼 생각입니당❤️

잠자냥 2021-07-06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요즘 퀴어 관련 책에 꽂히셨나봐요? 제가 예전에 읽은 <조선의 퀴어>에도 하트 누르고 가시고 ㅎㅎㅎㅎ

독서괭 2021-07-06 12:2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트랜스젠더 관련 자료조사할 일이 있어서 그김에 주제를 좀 정해서 독서해 보려고 계속 퀴어 관련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자냥님 이미 많이 읽으셨네요! <내이름은샤이엔/말랑>에서도 잠자냥님 봤습니다ㅎㅎ

잠자냥 2021-07-06 12:38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이쪽(?) 책 정리해 보라면 할 것도 같습니다만... ㅋ

독서괭 2021-07-06 12:41   좋아요 0 | URL
오 정리 한번 해주시죠!! 7월에도 몇권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잠자냥 2021-07-06 12:46   좋아요 1 | URL
래드클리프 홀, <고독의 우물> 읽어보셨어요? 이 작품은 레즈비언 문학으로 분류되긴 합니다만... 저는 이 책 읽는 내내 주인공이 트랜스젠더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때 당시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이 없어서 주인공이 자기를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것이지, 그의 정체성은 FTM에 더 가까워보였거든요.

독서괭 2021-07-06 12:50   좋아요 1 | URL
아니요!! 읽어보겠습니다. 궁금하네요. 성정체성-지향성 이게 얽히면 엄청 복잡하더라구요(LGBT+첫걸음 읽는데 뒤에가서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뱅글뱅글)
툭 치면 와르르 나오는 잠자냥님, 진정 주크박스. 최고.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이도우 작가의 이 에세이집을 화장실에서 읽고 있는데 - 화장실에서 읽어서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지만 화장실에 두고 읽는 책도 나름 엄선합니다^^; -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이라는 책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이런 책이 다 있어? 하고 검색 













백과사전이라니 예상 못 할 바 아니지만, 책두께를 살짝 보여주는 알라딘 이미지를 보니 거업나 두껍다(1256쪽). 가격도 어마무시. 그래도 책장에 꽂아두면 참으로 뿌듯할 것만 같은 이 책... 읽다보면 읽고싶은 책들의 목록 또한 어마무시하게 늘어날 것 같은 이 책... 끙... 

어릴 때 집에 백과사전이 한질 있었는데, 그걸 뒤적이는 걸 꽤 좋아했다. 한 주제를 정해서 스크랩북을 만들면서 백과사전에 쓰여있는 정보들을 옮겨 적기도 했다. 여러 종류의 멍멍이 사진들이 나온 부분을 특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백과사전이라 하면.. 


 
















베르베르씨의 이 책을 빼놓을 수 없을텐데, 나는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라는 다소 없어보이는 제목의 구판으로 읽었다. 그 후에 내용이 추가된 개정판으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나온 것 같고(1권이라고 붙어 있으나 다음권은 안 나온 모양), 다시 <상상력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듯. 


백과사전이라고 검색해보니 흥미로운 책들이 제법 있다. 















<악마 백과사전>이라니!! 그런데 <신 백과사전>과 세트다!! 신과 악마라니.. 표지도 너무 멋지다..

<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 백과사전>은 정보성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림책인데, 그림이 상당히 예쁠 것 같다.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중국,중동, 유럽까지 네권이 시리즈로 나와있다. 아니 너무 재밌어 보이잖아..

 














이도우 작가 에세이로 인해 뜬금없이 백과사전 검색해봤다가 보관함에 책만 왕창 늘어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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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6-30 1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과사전 뒤적거리기 좋아하셨다구요? 지인 중 그런 이가 있었는데. 저에게는 고개 갸웃거려지는 이였어요. 박식한 분들은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ㅋ

독서괭 2021-06-30 12:25   좋아요 2 | URL
전 뒤적거렸을 뿐 지식을 흡수하지는 못했습니다..ㅋㅋ

미미 2021-06-30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군요.하...1256쪽이라니 서서 들고 읽다가 떨어뜨리면 발등 3주는 나올것같아요. 그래도
망겔이니 일단 찜ㅋㅋㅋ♡

독서괭 2021-06-30 12:47   좋아요 2 | URL
가격도 두께도 무시무시해서 저도 일단 보관함에만 넣어뒀습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1-06-30 1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모름지기... 화장실에서...

정말 오래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의 백과사전을 읽고서 이 작가 참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싶었는데
<개미> 이후에 손절했네요.

독서괭 2021-06-30 18:07   좋아요 3 | URL
그런가요? 화장실은 역시 독서하기 좋은 장소지요? ㅋㅋ
저는 <개미>랑 <뇌> 읽은 후 안 봤습니다. 계속 꾸준히 출간되는 작가지만 이제 별로 관심이 안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