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 문예창작 실용서를 읽었다. 소설 쓰기를 과연 배울 수 있는가? 라는 큰 질문 부터 시작하지만 배우고 고쳐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는 믿음으로 주요한, 그리고 매우 실용적인 기술을 열거하고 끝엔 연습문제를 달아놓았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믿음, 사랑 (그리고 소망)이 넘치는 교본이다. 소설을 많이 읽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감히 소설을 쓰겠노라고 까불지 말라고 (은근히) 말하고 저 옛날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 세익스피어로 부터 현대의 여러 실험적 소설들의 특징을 예로 들고 있다. 친근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는 당당하게 한 분야를 맡아 소설쓰기의 중요한 부분을 가르친다. 포우는 반짝반짝 빛나는 작가였고 멜빌의 지성은 본받아야한다. 책만 사놓은 포크너를 드디어 만나야하고, 도널드 바셀미와 윌리엄 개스의 소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다만 미국의 소설쓰기 강의를 위한 책이라 현대 소설 작가의 예가 미국에 제한되어 있고, 문장의 리듬에 대한 부분은 영어가 아니면 그 효과에 대한 공감이 어렵다.

 

플롯짜기, 인물과 배경, 시점을 정하고 속도를 조절하기, 고전을 이용하기 등 유용한 조언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신념, 심미안에 대한 것이다. 작가가 세상과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이 소설에 배어나온다. 도덕적으로만 쓰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을 써야한다고. 해서 안될 말이면 하지 말라고. 그것이 싸구려 소설(도 아닌) 나부랭이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그래도 저자가 못 가르치는건 바로 소설의 결말. 어떻게 갈등과 고민이 해결, 혹은 파국을 맞는지, 그건 쓰는 과정에서 결정되기에 절대 남이 공식으로 말해줄 수 없다고. 책 읽기의 기쁨,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흥분이 다 합쳐져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교향악이 되는 장편소설의 결말은 특히나. 아, 다시 깨달았다. 나는 소설을, 단편도 장편은 더 사랑한다. 소설 읽을 생각에 이렇게 가슴이 뛴다. 안경을 닦고 커피를 내린다.

 

 

 

 

안경선배, 나도 이 안경 있어요. (영미영미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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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2-2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소설을 많이 읽고 사랑하는 사람은 감히 소설 쓰겠다고 까불어도 되는 건가요? ㅎㅎ
이건 농담이고 소설을 읽을 수록 아 나도 소설 써볼까 라는 생각은 티클만큼도 생길 수 없더라는...

유부만두 2018-02-27 08:11   좋아요 0 | URL
까불다가 이 책의 저자에게 혼날걸요? 사랑은 기본, 노력은 더 기본, 이런 기분이 들어요.
언니 말에 공감 백만배. 소설을 읽을수록 쓴다고 까불수가 없죠. 그만큼 엉터리 소설을 만나면 화도 더 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