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400. 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공장, 이라는 말에서 기계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무서운 얼굴의 작업반장이 ˝어이, 빨리 못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떠올렸던 나는 이렇게 다양하고 활발한, (게다가 아름... 답기까지한) 공장이 있으리라 생각 못했다. 나의 공장 체험(혹은 기억)은 초등 3학년 겨울방학을 보낸 둘째 고모네(충청도)서였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사촌언니를 따라 소도시 시내에 있던 화실에 놀러갔는데, 그 화실 옆에 빵공장이 있었다. 지금 떠올리니 팥소가 들어간 빵이었던것 같은데 그 많은 빵을, 상자에 수십개씩 담아, 리어카로 근처 가게에 옮기고 있었다. 나름 서울 깍쟁이었던 나에게 빵이 리어카에 실리는 것도 그 무지막지하고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먹거리가 나오는 것도 모두 충격이었다. 말로만 듣던 북한의 밥공장 만큼이나 . 물론, 그 자리에서 나는 그 빵을 두 개 얻어 맛있게 먹었다.
공장이란 말이 이런저런 의미를 품게된 오늘 날, 작가 김중혁의 공장 견학문은 우리의 삶과 인생의 여러 면을 곱씹게 만들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이 나온지 시간이 좀 지난 탓에 친구들과 수다를 못 떨어 아쉽지만, 가벼운듯 ˝중혁˝한 글에 설날 이동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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