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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최효찬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생 큰 아이의 방학 숙제로 나온 책이다. 세계 여러 명문가와 위인들의 독서 취향과 교육관을 정리했다. 저자의 다른 책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그저 책을 읽으라고만 하는 대신 부모가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데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런 독서가 - 요즘 말로 공부 잘하는 학생을 '공신'이라 부르듯 저자는 독서를 잘하는 학생을 '독신'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재치도 없는 이 표현을 저자는 계속 반복한다 - 만들어내는 진정한 독서가는 대입 시험장에서 독서 기록장을 자랑스레 내밀수 있는 학생, 미국 명문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저자에게는 신사임당도 '알파 맘'이 된다.
세계의 명문가의 자녀들은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서 특별한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저자가 예로 든 흥청망청 부자 아들들도 있었겠지만, 그외 명문가 사람들의 독서 이력을 내 자녀에게 그저 본받으렴, 하고 보여주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유럽의 강대국이 식민지 정책을 죄책감 없이 펼치고 있을 때의 대갓집 도련님들이 읽는 책들을 말이다. 빌 게이츠가 공공 도서관 이용을 했다지만, 그도 있는 집 자제였고 자퇴를 했어도 하버드 대학에 다녔던 사람이다. 스티븐 잡스의 요즘 구설수를 생각한다면 그를 단순히 '위인'으로 부를 수는 없다. 아무리 그가 책을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특권층들이 누렸던 기존 독서 필독서 목록 말고, 진짜 (어느 독서가의 표현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 목록과 그 책을 읽고 기뻐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 안에서 간간이 인용되는 청소년기의 방황이나 애독서는 너무 간략하게 소개되고 넘어가 버리고 시종일관 이렇게 해야 좋은 대학에 갑니다, 식으로 설명을 하니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읽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이책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 교육법, 대학 보내기 법, 의 또다른 변형에 불과하다. 표지에 책과 독서가들을 내세웠지만 대학입시나 유명인사가 목표가 되어버린 '독신讀神'이라면 반갑지 않다. 이 책이 중학생들에겐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