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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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정신없이 굶고, 일하고, 술마시는 뒷골목의 생활을 따라 가다보면 <안젤라의 재>를 쓴 프랭크 맥코트가 생각난다. 그 역시 뉴욕 생활의 처음 몇년간 호텔에서 청소를 하며 하루 하루 지냈다. 고생담이긴 한데 타지에서 보내는 젊은 나날이었기에 어느정도 즐긴다는 기분이 조지 오웰의 글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별로 고생이 고생스럽지 않고, 우리 말로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고 훈수를 둘라는 찰라, 조지 오웰은 목소리 톤을 싹 바꾸면서 뼈있는 말을 남긴다.  

이런 고생이 과연 무엇이냐고. 정말 사회에 필요한 값진 땀의 노동이냐고. 아니라고. 그건 그저 노예의 값싼 사치를 위한 헛된 삽질이라고. 더 나은 곳에 더 낫게 쓰일 수도 있는 시간과 노력을 이렇게 노예의 노예의 또 노예에게 '서비스' 하는데 들이는 것 뿐이라고. 왜? 사람들은 노예들, 대중들이 놀고 있는 꼴을 못 보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잠을 줄이면서 일을 해 봤자, 노예의 형편은 더 나아지지도 않고, 그럴 여지도 없다고.  

바쁘게 달달 볶아대는 가난의 삶이 파리의 경험이었다면, 역시나 가난한 런더너들은 바삐 일을 하는 대신, 빈민 구제소 여기 저기를 규칙에 따라서 (한 곳을 한 달 안에 다시 방문할 수 없으며, 구걸 역시 불법이기에 피해야한단다) 방랑해야만 했다. 런던의 가난한 사람들은 바쁘지 않지만 역시나 배가 고팠다. 그리고 그들도 상황이 더 나아질 듯 싶지 않다. 어디선 음식이 남아 썩어가지만 배고픈 이들은 (편한 맛을 보면 절대 안 되기에) 배를 곯는다.  

어째 낯선 이야기들이 아니다. 끝없는 고생과 노동, 한심한 탁상공론에 대한 분노가 어쩜 1984에 스며있겠다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이곳 서울에도 별로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신문에, 뉴스에, 그리고 골목마다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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