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잘린 머리나 도조 겐야 시리즈를 읽지 않았지만 1950년대 말 일본 대학 도서관 지하의 민속자료 연구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괴담 나누기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를, 교수와 문학과 학생을 중심의 ‘추리‘는 기타무라 가오루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공포와 폭력의 수위는 매우 높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갖고 있다. 민속학자 도조 겐야는 이야기를 채집해서 (영적 능력이 있는) 여학생 도쇼 아이에게 편지나 전화로 전달한다. 아이는 대학원생이자 작가인 덴큐 마히토에게 구두로 풀어 전한다. 그리고 대화하듯 덴큐는 아이에게 기담의 수수께끼, 혹은 범죄의 배후를 밝혀낸다.

지방 어느 산골의 살인과 요괴의 출현은 지역사람들의 구전(내가 봤슈)과 교수, 아이의 개입을 거쳐 덴큐에 닿고 그의 추리 기록이 다시 미쓰다 신조, 김은모 역자의 손을 지나 독자인 나에 와 닿았다. 그러니 애초의 그 입 찢어진 귀신이나 목없는 혹은, 잘린 목의 악한 기운이나 두꺼비인간 없이 안전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살해된 피해자들에 대해 연민은 옅어지고 귀신/망자 혹은 살해범들을 향한 궁금증만 커진다.

책 마지막은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로 연결된다. 이미 작가의 팬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난 범죄 해석이 너무 억지스러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범인을 밝혀낸 다음의 일 처리도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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