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보다 칭찬 하기가 더 어렵다. 내 성격이 비뚤어진 탓인지도 모르고, 글 재주가 없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좋은 책은 "아 좋아요" 말고 더 세세하고 꼼꼼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해보련다. 


이 책 정말 재미있고 매혹적인데 표지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층층이 쌓아 두고 있어서 각 장을 짚어가는 맛과 멋이 꽤 좋다. 


먹는 음식, 주말 음식을 준비하는 태도와 그 재료 (를 구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사회 경제적 위치와 취향을 분석하고, 음식을 통제하고 혹은 통제 당하는 방식과 그에 대항하는 인물의 심리를 읽는다. 


이국적인 식재료, 낯선 향과 맛이 어떻게 삶과 죽음을, 단조로웠던 한 노인의 인생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또한 미식계에서는 맛 보다 우위에서 점령했던 말이 허세를 벗고 순순히 맛에게 자리를 내 줄 때 비로소 표현되고 드러나는 진짜가 무엇인지 .... 책에서 글과 상상으로 함께 맛보게 해준다. 하지만 비싼 식재료, 상류층을 덮어놓고 따라하는 스노브들이 진정한 문화인이 아니다. 때론 소박하고 값싼 제철 음식이 진짜 맛과 멋, 풍류랄까, 그런 걸 드러내는 법이다. (런던의 고급 주택에 사는 신경외과의가 마신다면 그것이 일이 만원 대 와인이라도 무시할 순 없겠지, 라는 꼬인 생각도 든다. 문화의 대상은 그 향유자의 경제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품평되니까) 


컴포트 푸드, 소울 푸드도 생각하고 함께 읽는다. 엄마 잃은 아이가, 커서도 그 가슴 허전한 청년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 때론 우유를 담뿍 머금고 녹아버리는 카스테라, 실은 그 카스테라로 변해버리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몰랐네, 이런 이야기인줄. 푸드 포르노가 넘치는 요즘, 먹고 만들고 상상으로 과식과 괴식을 포식하는 시절을 연 것은 헤밍웨이였다고. 하긴 '노인과 바다'는 청새치와 노인의 밀땅 (생과 사를 건) 연애이기도 하지만 선상의 라임을 짜 뿌리고 먹는 스시 먹방으로도 읽힌다. 음식에 사랑을, 그 고백을 담는데 그게 너무나 보편적인 '가츠동'일 때도 있단다. 이걸 너와 함께 먹고 싶다! 이 맛을 너의 혀에도 얹어 주고 싶다, 는 그 마음. 


몸과 살, 그리고 피. 세계 각국의 육회 이름을 짚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함께 읽고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간볶음의 철분을 따지다가 중국의 매혈에서 프롤레타리아의 피를 뽑아먹는 자본가, 또 2000년대 중국의 의료산업이 붐을 일으키며 성행했던 매혈, 또 비위생적 관리로 많은 인구가 AIDS에 감염되었고 그 사실을 폭로한 의사는 나라를 떠나야 했던 일도 이야기한다. .... 입가심으로 커피. 


아마 시리즈로 세 권쯤 나왔을 수도 있을 이야기를 이 한 권에 야무지게 담았다. 저자는 문학 박사까지 공부하며 읽고 사유하던 그 오랜 시간 동안 쌓아왔을터다. 이렇게 요약하 쓰는 이유는..... 여러 서재 친구들도 읽어보시라고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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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1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께서 추천글을 두 번이나 쓰셨으니 보관함에 살며시 담아 봅니다ㅎㅎ

유부만두 2020-09-17 06:19   좋아요 1 | URL
네! 그리고 살며시 읽어보세요. 파이버 님 입맛에도 맞기를 바랍니다. ^^

2020-09-16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7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7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