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과 새, 선비의 마음 - 화조화 ㅣ 보림한국미술관 2
고연희 지음 / 보림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보림 한국 미술관 시리즈중 두 번째 권인 화조화를 다룬 이 책은 정말이지 가슴에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아름답고, 소중하다. 이 책과 보낸 시간은 정말이지 향긋한 꽃밭을 꽃을 찾은 곤충들과 함께 거닐기도 하고, 새들의 날개짓에 머리가 흩날리는듯 하다가...이내 고요한 평정이 휘감아도는 그런 기분이였다. 요란하지도 않고, 조잡스럽지도 않지만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고, 너무 아름답고, 고요한 정신이 담긴 그림들은 혼자 보기가 아까울 지경이였다.
서양화를 볼때 느끼는 어떤 긴장감이나 완벽함은 그들의 놀라운 명암, 원근, 색채, 손놀림(기술)에 감탄이라면, 우리의 그림 화조화를 볼때의 느낌은, 마음이 울리는, 그리는 이의 마음과 정신이 그대로 보는 이에게 전달되는듯 하여 그 고요함에 함부로 좋다고, 놀랍다고, 아름답다고 방정을 떨지도 못하게 만든다. 그만큼 정신을 휘감아돈다.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분명 전생에도 한국인이였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모든 인간에겐 최초의 인류에서부터의 모든 기억들이 공존한다고 하지않던가....더군다나 같은 민족으로 다시 환생했다면 내 안엔 분명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더 큰 울림이 존재할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그림들을 보면서 자주 가슴이 턱 하고 막히거나, 혹은 저릿함을 느꼈다. 뭔가 추억이 떠오르듯....그 저려옴이....나자신을 지배할 만큼 말이다.
특히나 장승업이나 사임당의 화조화는 너무도 강렬하게 가슴에 남는다. 심지어 그 그림에 코를 가져가고, 손을 가져가고, 마음을 가져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 분명 책속 작은 그림인데도 이러한데....그림의 원본을 본다면 얼마나 더 강렬할 것인지를 상상하면서 어떤 갈증이 밀려 들었다. 섬세하거나, 혹은 강렬한 붓놀림의 끝에 함께 하는 기분이였다. 동양화에 이런 강렬함이 숨어 있을줄은 전엔 잘 몰랐다. 서양화에 너무도 친숙해져 있던 관계로 그것만이 그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야 안다. 계속 먹어도 먹어도 고팠던 배는 바로 이것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비어있고, 여유롭지만...더 강하다.
우리나라의 주체성을 잃은 정규 미술교육의 문제로 우린 어릴적부터 서양화에 익숙해져 있다. 동양화는 미술교과서에나 보고, 사찰이나, 지루한 박물관에나 가야 보는줄 알았고, 시험에나 나오는 것인줄로 알았지..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교육은 없었다. 그런 교욱을 마치면 달라지는가?....그것도 아니다. 대중들이 볼만한 동양화에 관해 쉽지만, 제대로 만든 미술서적 하나 본 적이 별로 없다. 그 많은 우리의 그림들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화조화만 묶어도 이렇게 훌륭하고, 감동인데...참 아쉽다. 그동안 우린 없어서 보지 못했고, 보지 못했기에 찾지 않았다.
이번 보림출판사에서 시도하는 한국미술관시리즈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일이 아닌가싶다. 이 책들로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우리의 그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현재 세 번째까지 출판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출판 예정이다. 정성들여 만든 이 책들은 정말 소장 가치가 넘친다고 보여진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