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싸, 책을 가져오지 않았군!! 북토크가 있는 날인데, 첫장을 읽다가 개요는 알겠고, 그럼 할 수 있는 건 뭐지? 대중교통이 비단 자가용을 버리면 된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젊은 남성 중상상위층의 수도권적 발상이란 말인가? 그래 사실 접으려고 했어. 고만고만한 연구, 이것을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이라구 획일화된 주장 외에 다른 것들이 없잖아? 그렇지 않아!!
자본주의 때문이야 신자유주의잖아 먹먹한 기후위기를 이렇게 삶과 일상이 붙어있지 않는 시선으로 스스로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장하다니 과도한 건 아닐까?
14년째 일터 일로 생활은 하면서도 포항의 2005년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포항역에서 효자역 그리고 괴동역을 지나 포스코로 출근하는 통근기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포항 교통역사의 분기점으로 전현우 연구원은 이 부분을 짚고 있다.
첫 발령을 받고 포항에서 대전으로 가는 과정은 지난했다. 마침 신경주역이 생겨, 그곳에서 산업도로를 오갔던 기억, 2015년 포항역 KTX가 생긴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절반의 시간으로 대전을 오갈 수 있다니, 자차가 있는 여건에서는 정말 주말짬을 이용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시간 오천까지 오려면 택시비만 이만원가까이 나오고, 버스를 타면 보경사로 잘못타거나 빙빙 돌아오면 역에서 문덕까지 시간반이나 걸린다. 그는 이를 마찰시간이라고 했다. 차가 있고,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불편한 지점들이 한 두가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반면 수도권이나 대전세종의 교통망은 대학생이나 노약자, 노인, 환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한 편이다.
그래서 프런트의 한 분은 이를 이동권도 인권이란 개념을 쓴다. 아플나 늙은나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 모두 궁하면 자차 승용차나 사시지라고 개인부담을 일삼는 결과를 낳은 이동권불평등구조다.
티키타카를 하는 사회자 신새벽님은, 이름처럼 연구틀밖을 도식에 갇혀 잘 나오지 않는 전연구원을 끄집어낸다. 무겁네요. 분위기가 살지 않고 공중으로 떠 있는 듯해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프런트 객석에 한 분 한 분 짚어가며 얘기를 강권하는 이 분위기는 또 대체 뭐람? 그녀는 책 편집 리딩을 하면서 교통철학자라는 표현을 쓴다. 교통에 철학이라, 읽었으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겠지. 산업별, 교통별, 건물별로 에터지 소비 막대그래프를 눈여겨 보지 않았더라면 이 분이 철학자라는 인식을 못했을 것이다. 진짜 문제예요. 결어다니고 버스타고 현장 곳곳을 걸어다니며 이동하면서 취재하는 연구자였다니 점점 이해할 듯하다.
프런트의 뾰족한 질문이 있다. 당신이 시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도발이다. 회심의 미소인지 경주까지 아우르는 지도 피피티가 배경처럼 깔려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서로 겹쳐있다. 옆에 있는 분이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는 줄 몰랐다.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이동용으로 자차를 없애다니...(애기했잖아요. 소득있는 젊은 남성이기에 가능하다고) 대구에서 온 이십년차, 십년차 여성은 버티고 버티다가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나이가 들거나 병등거나 하는 남생각의 관점에서 이동을 생각한 것은 이 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마흔의 연구원은 SRT KTX포항유치를 요구하는 지역의원과 원희룡장관 주장에 마무리 화면에 수염에 머리묶은 모습으로 나온다. 전혀 다른 이미지. 제 몸을 불살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애기하는 시민운동가의 모습도 겹친다.
달라진 모습만큼 세상은 다르다. 수도권에서 생각하는 것과 여기서 생각하거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많다.
문득 자차로 이동해서 주차를 하다가 벌금커넥션때문에 벌금을 낸 경험에 반발해서, 대체 주차장도 만들지 않고 역을 이용하라니 단선적으로 반발하는 내가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시선들은 그렇게 단일하지 않다. 중앙상가나 거리나 곳곳을 발품 자전거품으로 경험한 나로서 그 이상의 발견들이 많다.
그의 시장 아니디어 남포항역을 한전사거리 중흥동에 만들어서 외곽의 역은 동해선으로 연결시키고 이곳은 종착역으로 만들어 사랑과 해병대와 바둑과 상권이 흐르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제안에 급 관심이 생긴다.



볕뉘
책을 완독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자신감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북토크에 끝까지 남았기 때문이다.
러닝을 하고 효자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고 정갈하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 <오송역> 책을 샀고,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를 읽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민음사 관계자 신새벽님의 글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우연이 겹치고 부딪쳐 저 태어날 아이의 심금을 울리고,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남포항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을 왔다갔다할지 누군들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