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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카톡과 페북에는 한 장 두장씩 눈소식이 펼쳐진다. 아니 이 공간도 눈이 오고 있다. 첫눈이라고!! 꺅! 은 아니어도 이런 분위기다. 이것저것 동선을 갖고 남은 시간, 비닐봉투에 챙긴 귤을 가지고 서점엘 들르다. 마침 주문한 책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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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은 적이 있다. 아니 대전도 그렇고 목포도 그렇다. 대구역과 순종의 길과 읍성, 서문시장도 들러봤다. 청라언덕도 그렇게 한 발 두발 걷고나서야 이 도시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근대 문학 공간도 그렇게 채워간다. 포항 구룡포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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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뭔가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걸 느낀다. 뭔가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나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다. 축구경기의 축구공처럼 110년 역사, 어쩌면 자본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 상품에 대해서 신랄하게 얘기한다. 공의 그림자를 쫓고 있지만 공이 튀어가는 방향과 그 삶의 황폐화하는 축구 경기와 선수, 심판, 그리고 관객에 대해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19세기 제국 일본은 동아시아로 영토를 넓혔고 일본인들은 그 새로운 영토로 디아스포라를 시작했다. 조선의 읍성에도 일본인 이주자들이 늘고 제국의 군대와 이방의 신 아마테라스가 기차를 타고 들어왔다. 총칼과 신이 지나간 곳엔 공장과 유곽이 지어졌다. 군대-신사-유곽. 이 식민 기술 삼종세트가 펼쳐진 곳은 한반도만이 아니었다. 제국 일본의 점령지 타이완, 남양군도, 사할린, 난징, 상하이, 랴오둥반도와 만주 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시아에 편친 황군의 네트워크 모든 곳에 천황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고귀한 태양의 여신과 함께 유곽의 여인들이 뒤를 따랐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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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6개월을 대구에 머물렀다 한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작품을 만들고, 걷고 다니고 쓰고 작가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운다. 팔중원정, 야에가키초. 미나리꽝 습지. 여덟 개의 담이 드리워진 곳을 파고파도 알 수 없다. 다가서지 않는다. 그러다가 미식거리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앓는다.저자는 날카롭게 잡아낸다. 그리고 거침이 없다. 그 시작이 냄새다. 가장 오래가고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은 읽히지도 보이지도 않아 겪어내게 만든다. 그리고 여덟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작업.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도 놀랍다. 신들리지 않고서는 어찌 이런 작업을... ...


이모, 삼촌, 오빠, 이 호칭들의 중심에는 '아가씨'라 불리는 생략된 발화 주체, 젊은 여성이 있다. 이모도 오빠를 오빠라고 삼촌을 삼촌이라고, 다른 이모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삼촌도 이모를 이모라고 오빠를 오빠라고, 다른 삼촌들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오빠도 이모를 이모라고 삼촌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다른 오빠들을..., 오빠들을 손님이라고 부른다. '아가씨'의 시선으로 서로를 부르며 '아가씨'의 시선으로 서로에게 존재한다. 아가씨가 없다면 이들은 휘발된다. 한가운데에 아가씨를 놓고 에워싼 습지 전체가 가족이다. 이모, 삼촌, 오빠는 '아가씨'를 일-에너지로 전환한다. 아가씨-일-에너지는 자기 자신을 고정자본 삼아 자기 자신을 유동자본으로 일하고 자기 자신이 원료, 자원이자 상품이다. 아가씨-일-에너지는 재생산되지 못한다. 그저 소모된다. 130


2.


작년 초 대전역 앞 성매매를 다룬 김인경 作 <정동여인숙>이란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 지경이라는 걸. 팔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살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세상은 가장 약자에게 모든 비난과 책임을 거꾸로 씌우고 면피한다.  그 밖을 나서기도 건너뛰기도 어렵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장소에 매여 있다. 장소는 공간적이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옆 사람들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곳이다. 우린 그들의 시선에서 밀려나고 실패할까봐 두렵다. 공부가, 싸움이, 초이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다. 인정 투쟁에서 실패할 때, 그 시선들의 바깥으로 밀려날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생을 끝내기도 한다. 습지가 지옥이더라도 살아야 한다. 149


습지는 여덟 겹으로 잠겨 있다. 습지의 생태계는 성 판매 여성들이 돈을-벌고-돈을-쓰는-기계로 살아가도록 짜여 있다. 삶의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3


이 책은 하나의 작품이다. 찍은 사진들과 보탠 작품들이 글과 함께 어우러진다. 대나무 숲에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만든 이 작품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단선의 시선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세 번을 살고 네 번을 살아도 그 시선으로는 아무런 앎도 깨우침도 가져갈 수 없다. 110년만에 없어진 유곽. 그래도 계속 찾는다.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때로는 통찰과 자신의 삶의 방식에 물음표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크다. 초기에 물음을 제기한 X나 저X새끼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물음을 던진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볕뉘.


1. 이 책을 읽으면서 이계수 교수의 <<반란의 도시>>가 겹쳤다. 역사를 묶어서 볼 때, 우리의 출구가 가까워 왔음을 느낀다고 할까. 빛일까...아니며 또 다른 터널이 이어진걸까. 그건 알 수 없지만...


2. 날씨예보가 아니라 시대예보가 필요하다. <<핵개인의 시대>> 서문을 읽다. 예상이 된다. 하지만 에필로그는 새벽에 펼치다 잠들었다. 다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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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길, 두 권이 추려진다. 좀 더 들여다볼까. 데이비드 봄은 양자얽힘 현상에 분기점이 되는 학자다. 학계의 관행과 따돌림을 그는 몸소 느끼는 삶을 산다.  맑은?! 국물 돼지국밥을 한다는 곳엘 간다. 홀로 손님들도 많고, 외국인들도 있다. 순간순간 말을 건네는 사장님의 센스와 수완이 장난아니다 싶다.



독창성과 창의성은 인위적으로 기획되고 설정된 목표에 접근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마음이 온전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부산물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독창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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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같아야 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자 아이는 금방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걷고 달리는 세계지. 어눌한 노래와 말을 배우는 아이는 잠자리에 들자마자 연습을 하지. 목청을 돋궈 크게크게 아빠곰은 뚜뚜우해 엄마고믄 나씨 해에......그러다 질문이라는 걸 배우면 거침없지...또 다른 세계관을 갖는거야. 마술 세계에 사는거야.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고 사물을 다루는 일을 가르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일어난 일을 과거의 선입견에 비추어 파악한 것에 견주어 차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로부터 사람은 새로운 지각이나 차이를 파악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갖게 됩니다.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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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식의 선에서 얘기를 풀어간다. 왜 어른들은 이 모양 이꼴이 되었을까. 왜 동시대인들은 이리 형편 없어진 걸까. 그래 실수=실패라는 등식때문이다. 움베르또 마뚜라나가 말했듯이 실수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바보들이다.  배운다는 것은 실수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사한 스승을 만나 잘 배우게 된다고 착각한다.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눈여겨보는 것이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자 갖은 방법의 보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취미로 그림을 배우게 되는 분들이 무척 늘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주눅들고 자신의 방법과 도구를 찾지 않는다. 그리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토록 어렵게 배웠고 알았다는 핑계를 대며 자기 속으로 숨는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뭔가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지각하는 일을 막는 요인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 습관은 효용성만 따지는 학습관과 선입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기계적인 지각에 연결되어 고착화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지각하지 못하게 하여 독창적이지 못하고 범속하게 만들어버립니다.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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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이란 분열증을 앓고 있으면서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단체도 그러하며, 로또를 사듯 이들은 대박심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 방을 노린다. 유명해지고 난 뒤를 감당할 능력도 잠재력도 없으면서 몸을 기울인다. 전향하는 이들이 적의 편에 서는 것이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이가 고부의 갈등처럼 시어머니 편에 서는 것이나, 노조위원장을 했다는 작자가 거듭 반대편에서 서서 악랄해지는 경우들이 예외없이 이 범주에 드는 것이다. 그들에게 제3의 지대는 허울일 뿐이다. 본심은 시계추처럼 왔다갔다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맹렬히 꼬집어낸다. 아래를 보시라.


개인의 신분 안정, 야망, 세속적 영달이나 아니면 '한 건 심리' 또는 외적 보상 충족에서 비롯된 편협하고 옹색한 목적을 갖고 있다면 창의적인 마음 상태는 결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순응 교육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반된 자신의 일련의 생각을 가지고 기존의 사고와 질서에 들어맞는 모든 것을 '일격에 뒤집고자 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 또한 이분법의 사고에 갇힌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94


1


그의 사유는 창의성이 새로운 구조나 질서, 조화까지 낳고, 혼란을 낳는 갈등구조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언어로 설명으로 소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들어온다. 여러가지 버전이 필요하며 생각지도 못한 입장들을 고려하기도 해야한다는 점도 눈여겨본다. 브라운 운동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 이전에 발견한 이론이기도 하다. 봄은 단백질, 생물학까지 사유를 옮기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 장은 <과학과 예술의 대응>이다. 기대된다.


과학의 창의적인 발전은 기존 사고의 틀이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유사성과 차이점들의 부적합성을 찾아내는 데서 비롯됩니다:89 실제로 현재 시점에서 '창의적인 것은 기존의 것과 차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유사성이 되고, 새로운 질서를 인식시켜서 새로운 구조를 창출해 냅니다. 90


"무질서"라는 말은 하등 쓸모없는 말이며 모든 혼란의 근원이 됩니다. 이러한 혼란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질서라는 말 대신에 유사한 차이, 상이한 유사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82 카오스 운동, 브라운 운동; 무질서라는 말이 '총체적으로 어떤 질서도 갖지 않음'을 뜻한다고 해도 이것은 결코 무질서가 아닙니다. 브라운 운동의 질서는 유사한 차이가 무한 반복되는 무한 단계의 질서입니다. 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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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으로는 언어 컴플렉스 같은 것이 있다. 그 시간에 번역본을 읽지. 여기에서 나의 '하기'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숨은 비밀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없어지거나 쓰여질 단어들도 참 많다. 봄이 무질서를 예로 들듯이 새로운 사유의 지점에서는 소설의 구조나 그로 인한 없어져야할 단어들이 무진장이기도 하다. 사유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지뢰같은 단어들이 너무 많다. 천재란 단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싶다. 


<<지각의 정지>>는 진도도 못나갔군. 에구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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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고 액자를 맡기려고 전날 카톡은 남긴다. 오후에 계신다고 하니 아무래도 출강을 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전시관람 겸 산만한 느낌?의 관장님(중요한 시간을 정해야하는데 다른 답만 하시다니 ㅜㅜ)도 뵐 겸 건너간다. 액자 사장님은 첫 개인전을 최근에 여시기도 했다. 매년 액자를 하러가면 놀라 주신다. 이번에도 역시 대체 아이큐가 몇이세요? 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작품들이 마음에 드시는 듯...이러면 따라하시는데 모르겠다.(따라하셔도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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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관장님이 있어 위빙 전시를 같이 보며 얘기를 나눈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겹친다. 슬며시 도록 초록을 보여드리는데 마음에 드시는 듯, 나오는데 화이팅 모션을 취하신다.  출출하다. 점심시간도 애매하고 국수집이나 들러 요기를 하고 들어가자 싶다. <국수이야기>가 유명하다 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그래서 고른 식당이 꿈틀로, <수화식당>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식당, 수화로 말하면 500원 깎아주신다. 휠체어타신 분들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다. 유투버인가. 그런 공간 배치가 마음에 든다. 주 메뉴는 비빔밥이다. 뷔페 비빔밥 7,000원 제법 넓은 공간에 1과 3/4층도 있다. 잔치국수를 시켰는데 장애인 서빙도 마음에 든다. 깔끔한 국물맛에 양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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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것을 챙겨 복귀할까하다 부산스러운 일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다.  그래 쉬자. 오늘을 무작업의 날. 쉬기로 하니 만사가 편하다. 이것저것 챙기다나니 달팽이책방의 책도착 카톡이 온다. 쉬자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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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샘의 추천사가 있는 책이다. 철학으로 저항하다. 들어가며를 읽는데 중간에 끊긴 느낌이다. 아차 싶은데 그대로 1장으로 이어진다.  강물에 쓸려내려가는 꿈을 많이 꾸었다. 뭐라도 간신히 잡아 그래도 살아남는 꿈들 말이다. 그렇게 잠긴 물안을 발로 디디고 걸어 길을 찾는 꿈도 많이 꾸었다. 그렇게 바닥이 있는 것인지 아득하기도 했다. 철학은 늘 너무 멀리 서있었다. 몸을 바꾸어주지 못하는 철학. 자세조차 바꾸어주는 철학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구름 위를 떠돌고 있었다. 청천벽력도 벼락도 아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쓸려내려가지 않는 모든 것이 철학이라 한다.


인류세, 인신세, 툴루세, 자본세....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발트3국의 독립으로 인한 인공물의 노출 작품에서 인류의 황폐함을 느낀다. 디스토피아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두는 순간 그 짙은 회색빛에는 단조로움이 섞여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위험함과 섬세함을 불러낸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태위태하고 조심조심 깨질듯한 조심만이 살아남게 만든다. 없어지는 것도 끝도 아니다. 뭔가 대단한 전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환원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살려내는 감각. 저자가 소개하는 이들 가운데 있는지도 좀더 살펴봐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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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창의성>은 데이비드 봄의 창의성이다. 春 봄춘으로 읽다니, 봄이 간절했다 싶다. 다행히 고른 책이 <<전체와 접힌 질서>>에서 이어지는 책들이어서 감사하다. 여기서도 여지 없이 이분법은 밟힌다. 나름대로는 몰지각하다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분열증"으로 확정짓는다. 


 좀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다. 우리는 귀가 얇거나 없다. 지난 기간동안 숱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 현대인들은 듣는 귀가 없었다. 그때그때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 같았다. 학회의 디스커션, 디베이트처럼 이기기에 급급했다. '소리주기율표' 듣는 귀를 열어두면 온갖 감정과 감성이 색깔이 보일 수 있다한다. 마음을 읽어내는 과정, 이기지 않아도 되는 대화, 좀더 따듯한 것을 나누어가질 수 있는 과정이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조금만 다르게 들어가보자. 좋은 힌트를 줄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말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의중이 중요한 것이다.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관심과 끈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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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스티글러 아직도 이름이 입에 배지 않는다. 대체 보관함에 왜 둔거야 했다. 그런데 폴비릴리오의 한 켠에서 받은 이름인 것 같다. 새물결출판사  숱하게 읽었지 아마. 다행히 출간계획을 보니 이 양반 출간 소식이 일렬로 서 있다. 노동-망각이 아니라 기술-망각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에코(메아리)도 초음파처럼 그 공명으로 촬영하는 그 상태를 가르킨다 한다. 1952년생인데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데리다(잘 번역된 책이 없다.)의 제자. 이 곳에는 이상할 정도로 기술의 그림자를 살피지 않는다. 달에 태극기 꽂을 생각이나 어깨에 힘들어가게 해주면 마치 우쭐찬란으로 도배가 되니 말이다. 늦었지만 좋은 기획과 난상토론에 불꽃을 당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럴리가 당분간은 없겠지만 말이다. 스마트팩토리. 자기 일자리를 갉아먹으면서도 신음소리조차 못내는 현실이라니...꽁지는 타들어가는데 입으로는 스마트 스마트라 외치는 꼴이라니.. ..베르나르 스티글러, 난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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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디디-위베르만 어 또 책이 나왔네. 누가 읽는다고 출판이람...그래도 나는 좋아. 네 책을 읽고 볼 수 있다니...검색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왔네. 또 봐야지..


조너선 크레리도 지금까지 150년동안 '주의력 결핍' 의 역사를 쫓아간다. 그리고 기술과 그 후광과 칼날에 대한 좀더 큰 스케일의 묘사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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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루치기를 드뎌 시켰다. 설사장님은 오늘은 점심부터 모두 두루치기 메뉴를 시켰다한다. 식사하면서 책을 챙겨보다가 오늘은 금주를 해볼까 했는데 하이볼 한캔을 챙겨 천천히 독서를 즐긴다.  어 그런데 하이볼 너 도수가 쎄구나..울그락해진다....그래도 좋은 휴식이었지 오늘은. 동생 제주 감귤 두짝이 도착해 인심쓰고 맛본다. 상큼하다. 그래 그런 날이었어. 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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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식당에 정말 오랜만에 들르다. 주방에 불이 꺼져있고, 온풍기는 틀지 않았고 한기에 손님도 없어 지키고 있는 모습은 여전하다. 백색소음처럼 켜져있는 텔레비전은 막장 연속극이다. 순간순간 전환이 빠른 톤의 배경음악도 친숙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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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가서는 석고 작업한 것들을 포장한다. 귀퉁이나 모서리를 떼운 것들이 있어 조심조심 낱개 포장을 하고 상자에 쇼핑백에 담는다.  늘 준비과정에서 예상치 못하는 변수들이 있다. 생각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 긴장도 되고 나중의 이야기꺼리를 낳기도 한다. 이번에는 프사의 저 녀석이다. 물고기는 코가 둘이다. 들어온 물이 빠져나가야 되니 구멍이 뻥 뚫려있는데 냄새를 맡는단다. 연어의 귀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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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강연이 준비기간 중에 잡혀 매끄러운 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로 매끄럽게 해결된 부분이 많다. 시집출간 소식을 목격한 일도, 산책기간 내내 나눈 이야기들이 <다다르다>는 시로 되돌아 온다. 타이포그래피 즉석 강연 준비하면서 이어지지 않던 부분이 강연준비 밖에서 하고나서 굵은 실선으로 그어주는 부분이 생긴다. 그 때는 몰랐지만 정리해내면서 그 과정 역시 고비였다는 점. 곁에 있던 친구들의 조언이 도움으로 맴돌아 돌아온다. 

 0


 뇌과학이나 감성, 감정을 다루는 그물들은 우리가 미래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둔다. 찰라의 순간 우리는 점점 박혀있는 과거를 잇는 매듭이나 뿌리를 내린다는 걸 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이 아닌 것이다. 미래를 등지고 서서 지금의 지점에서 과거를 안고 밀려가는 것이 미래인 것이다. 


1


그러니 '지난 흔적'을 서투르게 여기지 않는다면 지난 일들에서 숱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 하나하나 한점한점 다른 각도로 빛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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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의 경마처럼 앞을 보고 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뒤를 보고 크게 쉼호흡하고 과거와 실수라는 양념을 첨가해두는 것이다. 당신은 그 그릇에 조금씩 기다리고 대기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적정한 온도로 말이다. 그래서 무의식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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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치기요 했는데, 김치찌개를 해주신다. 감사한 일이다. 과식 지점이었는데 후후. 반주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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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바쁘다 바뻐. 급여날이기도 하구, 전시미팅도 잡혀있구. 이런 날은 뱅킹도 잘 되지 않더라. 몇 차례나 다시 해서야 간신히 된다. 거래처부터 입금하구보니 시간이 미팅시간이 잠시 뒤다. 서둘러 섬안다리를 건너다. 시원시원한 큐레이팅 덕분에 일들이 가닥이 잡히고 해내야할 일들이 준다.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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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손가네 만두집을 간다. 봐둔 곳이긴 한데, 이곳이 그 비빔만두의 명소란다. 만두국에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모듬만두 한판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젊은 작가들은 자아란 것이 마치 있는 것 마냥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그 표현에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보탠다. 자기를 응시하거나 증상에 말을 붙여나서야 자기밖을 맴돌 수 있다. 그 한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독서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근시안때문일 것이다. 비평가를 애써 만나지 마라는 말도 살짝 걸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없을까. 이렇게 합을 맞춰보니 제법이다 싶다. 내년 전시 소식도 슬쩍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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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제주도 여행사진에 걸린 무표정. 마음에 걸려 올라간다. 배다리 막걸리 두 병을 사들고, 딩동. 그 새 아들 온다는 소식도 잊으셨나. 누님 전화까지 왔는데, 음식 준비해두었으니 빈 손으로 오라고. 하소연도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다. 하시라구.....하고싶은 얘기가 많으셨나보다. 먹을 걸 자꾸 갔다주는데, 그걸보면 아부지 생각난다고 같이 못드셔서 어떡하냐구......


좋은 데 가셔서 보고싶은 사람, 보고싶은 친구들 하고 술도 배워 잘 지내고 있는데 왠 걱정이냐구

이렇게 이렇게

틈만나면 말씀드리고, 그 음식 배드민턴 장 분들에게 주시라고...도록들도 가져왔으니 챙겨드리구요....그러더니 일요일 약속을 잡으신다....그 양반들 다음 날 아침 다시 연락이다. 피해줄까봐...오시지 못하겠다고....어머니는 음식싸서 가져가신단다.


그러다가 작은 수첩에 적힌 일기를 본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분이 어떤지 걸음수까지 적어놓으신다. 나아지고 계신거다.


-1


올라가는 길에 두 권이 걸려 챙긴다. 

 이 책도 생각나고, 식물의 사유부터 이끼까지 같은 부류의 책들을 모아 읽고도 싶다. 연결 지점이나 기획이 궁금했는데 서문을 보니 이어지는 연구서다. 


고양이를 연구한 칠레의 바렐라 책이 앞부분만 접혀있어 가져간다. 어디쯤에서 읽힐까. 하지만 어머니가 챙겨준 귤과 사과를 넣은 가방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렇게 예식까지 돌아다니다 내려온다.


0.


열차에 몸을 담으니, 옆자리에 아는 지인분이 타신다. 세상에 이런 일이...귤을 드리고 그간 안부를 나눈다.


1. 늦은 토요일 일요일 온전히 작업이다. 할 만큼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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