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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찬 바람이 거슬린다. 할인매장에 알바하시는 분이 또 바뀌다. 특대사이즈 고무장갑과 비닐봉투를 고른다. 단골집에 저녁하러 가기에 앞서 막걸리 한병도 챙긴다. 


티브이에서는 여전히 격앙되고 새된 목소리로 방송중이다. 어디를 틀어도 같은 뉴스다. 저기 저 화면 안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해진 궤변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살려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한다고 변명할까.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한 곳에 멈춘다. 패널 가운데 보지 않던 인물이 앉아 있다. 강한 어조에 다른 패널과 진행자도 놀란 모양이다. 


논리란 일관성이 있고 선후가 맞아야 할텐데 그들은 여전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고 한다. 하루 먹고 하루 살기 어려운 친구들은 그렇게 들은 대로 내뱉는다. 정치에 관심없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것으로 보이려면 무의식중에 들은 것들이라도 옮겨야 한다. 다 나쁜 놈들이예요.



한밤중에 일어나 목감기약을 챙겨 먹다. 자제했어야 한다. 술은


봄꽃이 몽울져 있다. 그래도 꽃들은 제 할 일을 한다는 설사장님의 말이 맴돈다. 우리들에게 제 할 일들은 다 다르지만 그 말이 틀리다곤 할 수 없다.


우리 이런 세상에 살아지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좀더 운을 좋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타니처럼

해석가능한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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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TV> 영상을 본다. 색채편을 보다나니 흔히 지나쳐 간과하기 쉬운 분야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색채 연습을 하기 위해 주색-보조색-포인트색을 갈라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색을 쓰기가 수월해진다. 이렇게 하면 음이든 색이든 무지의 분야, 취향의 분야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연습하고 덧 쌓아가면 나아지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이란 말은 어쩌면 그 분야는 모른다는 핑계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반추상이든 추상이든 의식을 많이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자꾸 자신이 잘모르거나 서툰 것을 폐기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나이든 티를 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란 것은 이렇게 뭍힌 무의식들을 인식의 틀로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마음 속의 경직된 울타리를 걷어내고 좀더 색다른 목표를 잡아볼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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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1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쁜놈들이란 말이 현 정치인의 도덕성을 지적하는 촌철살인같은 말이네요.ㅠㅠ
내가 제일 잘한일은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정치판에 발을 들이밀지 않은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학생회장 출신들에게 이런 제안들이 먹혀서 똥팔육들이 등장한 거니까요.ㅠㅠ

여울 2024-03-19 10:10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해요. 늘 그러했지만 종교, 정치 역시 불문율처럼 조심조심 할 부분이 되어버렸죠. 옳다 그르다의 나누기로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해서일까요. 무신론자인 저는 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니 유신론자가 아니기는 할까. 정치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어요. 신심이 부족하거나 정치에 관심없다고 하대할 수는 없는 일이죠. 거기까지 포함하는 것이 정치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연습하는 것은 관찰입니다. 니편내편이 유난히 강한 이 섬나라는 욕의 저편으로 너머서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으련 건 아니었는데. 암튼 반갑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