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9년 <<영남일보문학상>> 신인상 시상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서정이 빛바랜 시대에 서정을 담은 그 시를 골라내어 <이름>을 불러준 비평가와 심사위원의 시선이 놀라웠다. 당선작인 <이름>이란 시를 낭독하는 행사장의 분위기는 남달랐다. 구상시인의 손주가 야구선수 구자욱이라는 것도 안 것이 그 날이다. 뒤풀이에서 대구 문인들과 분위기를 익힌 것도, 그 뒤 대구 도보여행을 번갈아 해본 것도 그 시작점인 그날이다.



2. 


삼월 마지막 봄날. 통영행 버스에 시집을 챙기고 읽다. 독서등을 켜고 흐릿한 흔적들을 남김없이 훑어 본다. 시를 나누는 사이라 나에게로 보관해둔 이력도 만만치 않다. 굵직한 몇 편들만 여기에 실렸을 뿐, 대부분 새로운 작업들이자 작품이다.


3. 


해설 작업을 한 이경수 비평가는 시상식때 심사위원 가운데 한 분이다. 우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먼저 나온 제안이라고 들었다. 날카롭고 가감없는 해설에 만족하는 이유도 몇 번을 읽고 낚아챈 마음들을 우려내고 있는데, 어쩜 그렇게 짧은 기간 잘 볼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해서이다. 아니 정작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던, 볼 수 없던 부분까지 짚어내서 이기도 하다.


4.

 

시인의 삶의 과정들이 순탄하지만 않다. 하지만 나라면 드러내지 않을 일도 그는 시의 중심부에 그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다른 아픔들을 이어붙인다. 그래서 그 시선들은 변방을 향하고  생생하게 날 것인 아픔을 건들면서 지금을 그 곁에 배치한다. 그는 약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강하고 단단하다.


5. 


제목은 포항 한 귀퉁이 작은 책방 전시회에 그가 써준 방명글이기도 하다. 물론 시의 집, 시집의 대문이 될지는 몰랐던 일이다.



0. 


몇 번을 읽고, 선물 삼아 권하고, 어느 한 편을 낭독할 예정이지만, 나침판처럼 흔들리는 그의 시감은 중첩되고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요동치면 읽힌다. 부디 멋진 시의집을 당신의 손 안에 마음 안에 넣길 바란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다. 서정과 서사가 녹아있는 흔치않은 시인을 얻었다 싶다. 2024년 봄날은 찬란한 슬픔이다. 이 시집으로부터... ...



-1.


당선작인 <이름>이란 시도 마지막 편으로 실려있다. 음미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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