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제창하며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돌베게, 2004.

 

 

 

   이 책의 제목이 ‘강의’인 이유가, 이 책이 실제 강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교양과목인 ‘고전 강독’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묶은 것이다. 고전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읽기 방법으로 고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강의>에서 다루는 고전은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사상가인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등의 핵심 사상이다. 즉 이들 사상가들이 서술한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에 담긴 사상과 철학이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때의 사상을 현재와 미래에서 '관계론'에 초점을 두어 이들 사상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걸어놓는 화두는 ‘관계론’입니다. 존재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개별적 존재는 부단히 자기를 강화해가는 운동 원리를 갖습니다. 그것은 자기 증식을 운동원리로 하는 자본 운동의 표현입니다. p23


  이와 같이 관계론적인 관점에서 이들 사상을 풀어가는 것은 작가가 보기에 동양의 사회 구성원리가 관계론이기 때문이다.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바로 인성, 인간관계라고 보는 까닭이다. 작가는 ‘관계론’에 집중하여 이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기에 전반적으로 일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양한 ‘관계론’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고전은 늘 읽어본 듯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오래도록 접했지만 직접적으로 접한 것은 없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고전의 맛보기라도 새로움을 준다. 그래서 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학자의 사상에 매료되어 사상가의 책들을 읽어야지라는 마음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공자 다음엔 맹자, 맹자 다음엔 노자, 노자 다음엔 장자...이런 식으로 학자들의 사상이나 그에 대한 해석이 좋게 여겨지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글의 순서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의 흐름에 따른 것일 뿐인데도 점점 더 좋아지는 글의 내용으로 인해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차례야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고전을 읽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전은 꼭 읽어야 하는지 세상은 ‘고전읽기’를 강조하고 강요하고 있다. 지금도 넘쳐나는 수많은 책들이 많건만, 화려하고 깔끔하게 포장된 책들로 줄줄이 나와 주고 있건만 아주 오래전의 사상들을, 책들을 끊임없이 읽으라고 재촉한다. 도대체 왜!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관점입니다. 고전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p21


      우리가 이 지점에서 합의해야 하는 것은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라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사상이 서주 시대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담론을 현대의 가치 의식으로 재단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지요. 공자의 인간 이해를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의 인권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인에 대한 담론이든 민에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141


   책읽기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고 자기만의 질서와 체계가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책읽기라는 것은 교과서조차도 읽을 시간없이 문제집 풀이에 혈안이 된 현실이다(이런 교육현실을 겪은 나를 기꺼이 불쌍히 여겨주며). 또한 너무나 획일적인 풀이로 일관되었는데 그러한 관점의 전환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어쩌면 너무나 맛뵈기 식의 고전 소개가 사람에게 애간장을 끓게 하는 면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개된 모든 고전을 마구마구 읽고 싶어진다. 수많은 사상가들의 사상들을 막 아우르고 싶어진다. 읽는 것에만 매달리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것입니다. 단지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사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p509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무수히 입만 떠벌이지 말라고 공약만 남발하지 말라고 립서비스만 남발하지 말라고 쇼좀 그만 하라고 제발 자신의 것, 사상을 가져라, 라고 무수히 벽에 대고 외치는 말을 또 막 질러 댄다. 이 말들을 끊임없이 제창하는 게 안 들리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한 사람들에게 - 공감하라! 행동하라! 세상을 바꿔라!

원제 An Die Emporten Dieser Erde!

 

 스페판 에설 저, 유영미 옮김, 뜨인돌, 2012.

 

 

   저자는 말만 내지르는 사람이 아니다. 앞서 저자는 “분노하라”고 외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했다. 대한민국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분노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어쨌든 저자의 메시지들을 ‘옳게’ ‘바르게’ 이해한 이들은 분노했다. 그렇다. 그러고 난 다음엔?

아 책은 분노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분노하라고 해서 분노했고 분노한 사람들에게 다시 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감하고 행동하라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라고 말한다. 이 책은 또다시 저자의 연설을 글로 바꾸었고 다른 학자들과 청중들과의 대담을 함께 묶어 만든 책이다.

   1부에는 저자의 연설문으로 저자의 신랄함이 나타나며, 2부 「지금은 깨어날 때)」에서는 앙드레 마티와 청중들과의 대담으로 인류의 현안들에 대한 일관된 신념이 나타난다. 3부 「공감하라! 지속적으로 항의하라」에서는 롤란트 메르크와의 대담으로 역사, 철학, 문학, 예술을 넘나드는 해박하고 독창적인 사유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프랑스의 문필가 몽테스키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좋지만 가족에게 나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좋지만 조국에게 나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안 된다고 말한다. 내 조국에는 좋지만 이 세계에 나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자세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올바른 세계시민의 자세라 할 수 있겠지요. p78

 

 "저항, 그것은 창조이며 창조, 그것은 저항이다!“ 텍스트 속에서 읽지 않으면 굉장히 추상적인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무슨 뜻일까요? 창조는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고 저항은 뭔가를 창조할 때만 실현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마티 씨를 비롯한 귀한 청중들과 작별을 하고자 합니다. 자, 다시 일어나 저항하고 창조합시다! p79

 

   스테판 에셀의 말은 군더더기가 없고 핵심을 명확히 하고 있기에 읽기에 편하다. 또한 그것이 연설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자의 얘기에 빨려 들어갔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서구사회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오랜 시간 활동한 이의 확신과 사회에 대한 통찰과 관심이 묻어난다. 똑같은 말을 한다 해도 ‘스테판 에셀’이니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그의 삶과 함께 저자가 말하는 목소리에 감동하게 되는 것이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경험에 대해 사람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말을 전하는 것에서 울림이 다른 것이 오로지 스테판 에셀이 말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에서의 울림이 그러했던 것, 스페인으로 이어진 것,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스테판 에셀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결같기에 또다른 이야깃거리가, 있을 수 있긴 하겠지만, 이전의 메시지보다 강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엔 대안이 따라야 하는 것이니 메시지에 대한 삶의 철학들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분노하라와 마찬가지로 연설이라는 짧은 분량을 책으로 만들어 내다 보니 느껴지는 아쉬움을 위해 여러 대담을 싣고 있다. 이런 대담 덕분에 이 책의 아쉬움이 달래 진다. 자칫, 스테판 에셀을 앞세워 책팔아 먹기로 호도될 뻔한 출판사인데, 이런 노력들 덕분에 그 점은 쉽게 가라앉혀진다.

   특히 한국어판에서는 신자유주의에 관한 사진이 있다. 사진작가인 이상엽, 정택용 씨의 사진이다. 저자가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과 오버랩되며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시각적으로도 각인할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노하라 Indignez Vous!

    

  스페판 에설 저, 임희근 옮김, 돌베게, 201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섰던 레지스탕스 투사이고 외교관을 지낸 93세 노인이 외친 연설을 출판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책으로 만들어 엮은 것이다. 연설을 묶은 책이라 지극히 짧다. 연설문이라서인지 전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내용이 불충분하지 않다. 또한 힘이 있다. 거기에 저자인 스테판 에셀에 대해 소개하고 특히 인터뷰를 통해 저자의 인생과 메시지를 더 이해하게끔 해주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은 프랑스가 처한 지금의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후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반세기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인권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 기꺼이 힘을 보태라고 호소한다. 대한민국에도 확실히 딱 알맞은 메시지 아닌가!

 

p22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 할 수밖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들은 인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글’의 문장력 때문에, 전하는 메시지 때문에 흡인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사회를 살다보면 한번쯤 듣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100세에 가까운 노인이, 젊은 시절 나치에 맞서 투쟁하고 수용소를 전전하며 목숨을 잃을 뻔했던 당사자가 오늘날의 현실을 보며 전하는 메시지이기에 더 울림이 크다. 스테판 에셀은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유대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 프랑스에 산 덕분에 프랑스 예술가들을 보며 자란 그는 이후 1937년 프랑스인으로 귀화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징집된다. 1941년에 런던으로 가 드골 장군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에 합류하여 방첩・정보・행동 담당 총국에서 일하는데 1944년에 그는 게슈타포에 체포된다. 이때 그의 체포는 누군가의 밀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물 담긴 욕조에 머리를 밀어 넣는 고문을 많이 받은 모양인데, 교수형을 당하기 전날 극적으로 탈출한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티푸스로 사망한 프랑스인과 신분을 바꿔치기 해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수용소로 이감되던 중 탈출하고 또 다시 잡히고 또 다시 탈출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그는 그렇게 살았다.

 

“이렇게 삶을 되찾았으니, 이젠 그 삶을 걸고 참여해야 했다”

 

   이 말이 그의 회고록에 있다는데, 수없는 시도 끝에 그곳에서 살아남은 그의 인생에 대해 대변하는 말 같기도 하다.

   저자가 단지 지난날 나치에 대항한 레지스탕스였다는 이력만으로 이런 메시지를,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외에 그의 이력 또한 중요하다.. 저자는 이후에도 외교관 활동을 했고 유엔에서 비서직을 맡아 1948년에 세계 인권 선언문의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를 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사회에 관심을 쏟고 활동을 이어나갔다. 아프리카 노동자 교육협회를 창설했고, 1996년에는 80세의 나이로 교회를 점거한 이주노동자와의 협상주재에 나서기도 했고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등에 관심을 쏟으며 관심을 쏟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저자, 자신의 경험과 그리고 실천적인 활동이 함께 했기에 그의 메시지는 진정성이 있고 울림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윌리엄 브리지스 저, 이명원 옮김, 이끌리오, 2008.


The way of Transition



 저자, 윌리엄 브리지스는 이 책을 통해 ‘변화’와 ‘전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와 전환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인생에 있어서의 변화와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변화가 새로운 시작이라 강조하고 우리가 가지게 되는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변화가 외적인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전환은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아내가 암으로 사망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변화’와 ‘전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와 전환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와 전환은 인생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것으로서 이 변화와 전환을 통해 보다 성숙한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전한다. 또한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아내와의 사별’이란 경험을 녹여 풀어 가고 있으며 단락의 전환은 다른 저자들의 인용구-격언, 소설이나 시의 글귀 등-를 제시하면서 하고 있다. 자신의 글에 관련된 의미의 문장을 삽입하면서 저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뒷받침하게 하고, 나아가 공감하도록 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대한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p298-299 이 책은 내가 저술한 10권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나는 처음 경험했던 때만큼이나 기억하기도 힘든 개인적인 경험을 모두 드러내야만 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 나의 경험에 일반화라는 옷을 입혀 대부분의 이야기를 감추어두었다.


p299 소로가 자서전에서 말했듯이, 내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나는 다른 누군가를 이용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각각 다른 장에 실어서 서로 대비되는 방식으로 써나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일은 더 어려워졌다.

    첫 번째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나 오랫동안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에 우울한 날들을 보냈던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나뉜 것이었다.


 우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고 보니 저자의 글보다는 저자가 인용한 다른 이들의 문구가 훨씬 많았다. 어떤 장은 저자의 글은 없고 인용구만 나열된 장도 있었다. 장마다 인용된 다른 이들의 글귀가 그만큼 내게 와 닿았다.

 인용구 이외 저자의 글을 많이 기록한 것은 1장이다. 전체적인 글이 시작하는 첫 장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는 것이었다. 저자 또한 시작할 때는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이렇게 저렇게 읽다 보니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막 쏘아댄다.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저자 자신은 힘들게 고민하고 토로한 것을 바탕으로 너무 쌍심지를 키고 읽는 건 아닌지 싶다가도. 어쩌랴........


1) 인용구의 조절


  저자는 영문학 전공자답게 문학작가들의 글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마음을 흐르게 한다.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인용하여 자기의 생각인 것 마냥 글 속에 배치를 하고 있다. 적절하게 배치된 인용구는 좋다. 글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면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이들의 이름에 기대어 저자의 글에 대한 명확성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너무 많다. 이 책에서 이 글들을 다 빼버린다면 어떨까? 내가 마음에 드는 글귀로 적은 글들은 보다 보면 저자의 글보다 다른 이들의 인용구였다. 이 책은 인용한 글들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타인의 글의 인용은 자신의 글에 맞게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경험과 이론 사이의 조절


 이 책은 무슨 책인가? 자서전인가? 지난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인가? 전환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이 책의 지금의 모양은, 자기계발서도, 자서전도 아닌 듯하다. 책의 원제를 보면 더욱 그렇다. “The way of Transition”(전환의 방법). 저자는 전환의 방법적 측면보다는 아내와의 사별과 재혼하는 과정에서의 감정 토로를 더욱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은 자신의 영혼 치유, 상실감 극복의 치유책인 듯이도 생각되기도 한다.

 감정적인 토로와 그 감정을 겪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생각을 미칠지 염려한 부분이 있던데, 오래동안 전환관리의 전문가의 책이라고 보기엔 경험과 이론 사이의 조절이 적절하지 않게 느껴졌다. 아니, 아내의 사별을 핵심으로 두고 모든 내용을 전개하기에는 오히려 무리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감정적인 토로를 하다 ‘전환’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전개와 방법이 자연스럽게 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글의 배치나 문장 부분의 차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많은 컨설팅을 하고 수많은 기업을 상대하는 컨설턴트로서 생각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았을 것인데 아내와의 사별만을 이야기하며 ‘전환’을 재생각 했기에 차라리 6장의 제목을 이 책의 제목으로 하는 것이 더 이야기의 흐름이 맞는 듯이도 생각했다.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다’라는 제목 아래, 결혼과정과 자연스러운 사별 과정, 재혼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생의 ‘전환’으로.


3) 번역, 장의 구분과 제목


원제목과의 차이가 있다. 책의 원제목은 “The way of Transition”(전환의 방법)이다. 글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더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이다.

 11장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서술형으로 달고 다시 개념 정리 형태의 제목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문에는 개념 정리 형태의 제목이 없다. 이것이 번역과 편집상의 누락인지, 원본 자체에 없는 것인지 확인하려 했으나 확인을 못했다. 그래서 제목 구분 역시 저자에 의한 것인지, 번역자와 출판사에 의한 것인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목과 내용의 조합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념적인 개념 설명, 개인적인 경험 토로, 개인적인 감정 토로, ‘전환’의 이론적 방법 소개 등등.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있기에 조절이 필요하다.

4) 그 외


 ‘전환’에 저자는 너무 집착한 듯하다. 자신이 전환관리자이며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 ‘전환’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경험도 ‘전환’이란 틀을 거치는 것일 게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 그간 자신이 강조해 왔던 ‘전환’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은 같지 않은가. 인생에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오히려 ‘전환’의 방법적 측면을 빼고 저자가 혼란을 느꼈던 경험과 감정적 토로의 형태로, 그간의 이론적 측면을 강조했던 부분에서 ‘심리적’ 측면이 강조된 전환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책의 흐름이 이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미 저자는 ‘전환’의 이론서들을 널리 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내용적인 분리와 서술방식의 분리를 했다면, 조금 과하게 반응하여 이 책이 개인의 재혼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색입니다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

리처드 N. 볼스, 조병주 옮김, 동도원, 2005.

 

  이 작가는 수식어가 너무 많다. 불행히도 내가 관심없어 하는 분야에서 많은 타이틀을 수여했다. 끊임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기에 관련 책들을 찾아보니, 제목이 늘 같다. 이건 뭐지?

  우리는 일해야 하고 취업해야 하고 그렇기에 취업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에 천착한다. 이전엔 취업에 관한 노하우를 알려 준 이들이 없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단다. 그 덕분에 이 사람은 경력개발과 직업탐색 분야에 관한 엄청난 권위자로 등극했다. 사진의 활짝 웃는 노년의 모습은, 나 성공했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력개발 컨설턴트들은 왜 이렇게 많고 이들의 책들은 어쩜 그렇게 잘 팔리는지. 이 세상에서 취업해야 하는 모든 구직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늘 이런 책들은 비슷비슷하게 여겨지는데, 그럼에도 왜 잘 팔리는지 의아함을 가진다. 이 작가는 같은 책을 제목만 조금씩 수정하여 계속 우려먹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고 대단한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정말 대단해라고 말해 지지 않는 것은...

   그런데, 이 작가 배움이 강하신 분인 모양이다. 거듭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다. 화공학과 물리학은 그나마 유사 분야라 하더라고 신학을 다시 공부했다. 신학이니까 이해가 간다. 종교는 가끔 학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가처럼 다른 전공을 가지고도 신학을 공부하거나 신학을 공부하고도 다른 전공을 가진 저자들을 북리뷰하면서 너무 많이 봐서 또 딱히 ‘놀라운 걸, 대단한 걸’이라기보다는 그렇구나, 하게 된다. 이쯤되면 큰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인데 나는 이 작가를 너무 밍숭맹숭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의 생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쪽 분야의 책들을 몇 권 보고 나니 작가들의 이미지가 겹친다. 윌리엄 브리지스도 리처드 불스도 결국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강연에 나가고 강연활동과 컨설턴트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년의 나이에 재혼을 했다. 77세. 그의 정확한 결혼 과정은 모르지만 이 부분에서는 놀랍다. 우와, 대단한 걸.

    

   

    이 책은 구직자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직업 선택의 요령은 자신의 소질에 대한 이해와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소질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이것이 필요한 최적의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소질인 능력을what 어디에where 어떻게how 발휘할 수 있는가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구직자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자 취업을 위한 실용매뉴얼로서 이 책은 무엇보다 개인의 ‘소질’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데 힘을 쏟고 있는데 그것이 직업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전용성 스킬’ 개념을 제시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어떤 스킬을 자주 사용하고 성취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소질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꽃송이 연습’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제목으로 “파라슈트”를 선택했는데 파라슈트는 ‘생존의 위기에서 행복하고 안전한 직업으로서 당신을 구해주는 구조장비(시스템)’으로 저자는 정의하고 있다. ‘What Color is your Parachute?’, 이 제목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1968년도의 모임에서의 한 일화 덕분이다. 이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조직에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용어로 bailing out은 파산하기 직전의 회사에서 사람들이 탈출하는 것, 낙하산으로 비행기를 탈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농담으로 ‘그렇다면 당신의 낙하산은 무슨 색깔이요?’라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실직을 겪으며 이러한 글을 쓰면서 이 제목을 붙인 것이다. 제목에 대한 일화가 이 책의 제목이 왜 이 제목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한다.

   어쩌면 구직이 필요하고 절절하게 일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면 구절 하나하나가 와 닿았을지 모른다. 저자가 알려주는 매뉴얼을 하나하나 보면서 구직과정에서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새롭게 의지를 불태웠을지 모른다만....나의 절절함이 덜한 탓인지 그렇게 놀라울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받진 못했다. 아, 43년 동안이나 세계적으로 취업자에게 바이블이 되었다는 이 책은 내게 그저 그런 또 하나의 구직자를 위한 매뉴얼 정도로만 기억되게 되었다.

 

   취업 매뉴얼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고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책은 결국 어떤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결국 방법에서의 실행이 관건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이 어떤 도움을 줄까를 생각해 봤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에 있지 않은 내게는 이 책 역시 관련된 분야의 수많은 책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그러면서 그 수많은 책들 중 왜 하필, 이 책이 더 유명한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미국이니까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저자가 목회자 신분이었다는 점이 크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것은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외적인 부분이다.

내적인 부분에서는, 잘 모르겠다. 이미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다른 책을 통해 봤기에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했다. 아마도 그렇기에 저자는 매번 개정판을 내고 책을 보완하고 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바꿔서, 내용을 조금 달리하여....우려먹기 식이라도 해도 변해가는 구직세계의 흐름에서 나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보완이 아니라 그냥 아예 처음부터 독립된 책을 쓰라고. 문장 몇 개, 방법 몇 개 달리한 것이 새 책인가, 보완인가하는 물음을 가지게 한다. 이런 종류의 업데이트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미국의 카운슬러의 대가라고, 취업커리어 컨설턴트로 매우 위대한 자라 칭송받는데 받는 이의 태도가 열려 있지 않으면, 결국 와 닿지 않는 방법들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열려 있지 않은 자도 설득할 수 있는 책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로 곰국을 끓여내고 있다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