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Indignez Vous!

    

  스페판 에설 저, 임희근 옮김, 돌베게, 201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섰던 레지스탕스 투사이고 외교관을 지낸 93세 노인이 외친 연설을 출판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책으로 만들어 엮은 것이다. 연설을 묶은 책이라 지극히 짧다. 연설문이라서인지 전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내용이 불충분하지 않다. 또한 힘이 있다. 거기에 저자인 스테판 에셀에 대해 소개하고 특히 인터뷰를 통해 저자의 인생과 메시지를 더 이해하게끔 해주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은 프랑스가 처한 지금의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후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반세기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인권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 기꺼이 힘을 보태라고 호소한다. 대한민국에도 확실히 딱 알맞은 메시지 아닌가!

 

p22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 할 수밖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들은 인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글’의 문장력 때문에, 전하는 메시지 때문에 흡인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사회를 살다보면 한번쯤 듣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100세에 가까운 노인이, 젊은 시절 나치에 맞서 투쟁하고 수용소를 전전하며 목숨을 잃을 뻔했던 당사자가 오늘날의 현실을 보며 전하는 메시지이기에 더 울림이 크다. 스테판 에셀은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유대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 프랑스에 산 덕분에 프랑스 예술가들을 보며 자란 그는 이후 1937년 프랑스인으로 귀화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징집된다. 1941년에 런던으로 가 드골 장군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에 합류하여 방첩・정보・행동 담당 총국에서 일하는데 1944년에 그는 게슈타포에 체포된다. 이때 그의 체포는 누군가의 밀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물 담긴 욕조에 머리를 밀어 넣는 고문을 많이 받은 모양인데, 교수형을 당하기 전날 극적으로 탈출한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티푸스로 사망한 프랑스인과 신분을 바꿔치기 해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수용소로 이감되던 중 탈출하고 또 다시 잡히고 또 다시 탈출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그는 그렇게 살았다.

 

“이렇게 삶을 되찾았으니, 이젠 그 삶을 걸고 참여해야 했다”

 

   이 말이 그의 회고록에 있다는데, 수없는 시도 끝에 그곳에서 살아남은 그의 인생에 대해 대변하는 말 같기도 하다.

   저자가 단지 지난날 나치에 대항한 레지스탕스였다는 이력만으로 이런 메시지를,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외에 그의 이력 또한 중요하다.. 저자는 이후에도 외교관 활동을 했고 유엔에서 비서직을 맡아 1948년에 세계 인권 선언문의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를 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사회에 관심을 쏟고 활동을 이어나갔다. 아프리카 노동자 교육협회를 창설했고, 1996년에는 80세의 나이로 교회를 점거한 이주노동자와의 협상주재에 나서기도 했고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등에 관심을 쏟으며 관심을 쏟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저자, 자신의 경험과 그리고 실천적인 활동이 함께 했기에 그의 메시지는 진정성이 있고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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