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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후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유심(USIM)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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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똥덩어리 위에


구본형, 내 삶의 터닝 포인트-‘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 후


  공자가 집 앞으로 이사를 왔다. 그 앞으로 달려가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 애쓰며 제자이고 싶다고 간절히 애원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한때는 스승의 날이면 딱히 찾아가고픈 이가 없음에서 오는 허전함이 있었다. 뭔가 기막힌 운명에 방점을 두었기에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주어진 관계엔 운명이라 하길 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니다, 라는 결론을 맺고 안심한다. 공자는 나의 취향이 아니라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 것이 예의와 존경이라는 데 의문을 표하는 바이니 말이다. 예의란 좋은 말임에도 관계에 진전을 더디게 하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설정시키는 공신이다. 그 공신이 미치는 힘이 내 인생에 얼마나 강했던가를 생각하고 있노라니 이 책 속 열두 명이 공신을 어떻게 다루며 스승을 만들어 갔는지, 관계를 맺어갔는지, 인생을 나아갔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죽은 거나 진배없었지만 내 발목을 내어주는 대신 나는 살게 됐다. 떨어져 죽었어야 할 나를, 내 발목이, 자신을 27조각 내며 살려냈다. 산신이 바스러진 발목을 차가운 수술대에 올렸다. 의사는 절단이라는 말을 무덤덤하게 뱉어냈다.


  스승에 대해 말하기 전 제자들은 그들의 지난 삶을 얘기한다. 그 면면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의 ‘나’가 아닌 ‘고호’다. 방황과 절망과 실패의 날들이 지속되며 피폐해지고 자존감을 잃어가고 의미와 목표를 상실한 삶, 그저 분주하기만 한 삶, 공허함에 허우적이는 삶이었다고 말한다.


삶은 구석에 내팽개쳐진 목발처럼 초라했고 짝다리로 서서, 똑바로 선 모든 것들을 경멸했다. 절망이 지배했고 냉소와 비관으로 세상은 가득 찼다. 그때 스승을 만났다.


  그때 스승을 만나 그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당연, 그래서 그 변화를 이끌어 주는 스승의 가르침을 요약판으로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이라 기대하면 안된다. 무엇보다 그리하여 그들이 변했다는 말도 적절치 않은 듯하다. 그들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변화의 속도를, 방향을 제 마음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그들은 항상 변화에 있었다. 상황의 변화를 기회로 디딤으로 삼아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걸 알지 못했을 뿐. 그들이 자신의 변화의 조종자가 될 수 있게끔 해준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존재는 강렬한 영웅으로 묘사되진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로 단번에 모든 상황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런 소리를 기억에 남긴다.


자리를 잡고 무념에 빠져 있던 그때 누군가 내 옆 칸에 앉는다. 바지 벗어제끼는 소리가 조신하게 들렸다. 나는 혼자 눈을 크게 떴다. 움직이지 않았다. 작전상 상황 종료 시까지 음소거를 유지하기로 한다. 괄약근을 힘껏 조여 나오려는 모든 것들을 중단시켰다. 숨을 멎게 했다가 가늘게 내쉬며 숨소리조차 가라앉혔다.

그는 화장실에 앉아 시를 읊었다. 어떤 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읽어 내리는 것인지 외워서 읊조리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시를 듣지 않고 그의 멋진 목소리만 들었다. 그리고 이따금 무언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와 굽이굽이 스승의 장기를 빠져나온 가스 소리를 들었다. 귀를 쫑긋 세웠다. 소리들이 만연한 가운데에서도 그는 시를 멈추지 않았다.


  왜인지 나는 붐빈 화장실을 피해 들어간 공용화장실에서 스승의 배설의 전과정을 몰입하여 듣고 있는 제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참으로 자연스러운 상황이지만 어쩐지 기묘하고 난감한 상황에서 노동요(?)처럼 흐르는 스승의 시낭송 속으로 빠져들어간 것처럼 다른 제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같은 자세로 귀기울이고 있는 열 두명의 제자를 떠올리며 쓸데없이 파안대소한다. 그때 스승이 외우고 있던 시가 최영철의 「아직도 아직도 쭈구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였으면 아주 좋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누가 쏟아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똥덩어리 위에

또다시 자신의 똥을 내려놓으며

아직도 하나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 최영철, <아직도 쭈구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中 -

 

  그들 삶에서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알아가도록 스승은 온몸을 다해 말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궁합과 타이밍의 조화다. 힘들어 죽겠다 말하면서도 그들은 스승으로서 구본형을 선택했다. 이 책은 스승이란 주어지는 것도 내게 무엇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 함께 무엇을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스승의 가르침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과정을 통해 공감과 공명의 울림임을 보게 된다. 스승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 꿈을 그려가는 방법이 가슴으로 인식되고 머리로 이해되어 손발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각각의 삶의 태도와 방향을 깨우쳐가는 과정들이 책속에 담겼다. 각각의 지난한 여정들 속에서 변화해가는 그들 자신에 대한 인식이 뭉클하게 전해진다. 제자들의 이야기는 한순간에 일궈지지 않았고 삶의 변화 또한 완결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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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 - 22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회복지사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17
김세진 외 지음 / 부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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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페이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

  22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회복지사의 세계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는 22명의 사회복지사들의 자신의 업무 이야기를 전한다. 그저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사회복지사라고 통칭되는 이들의 활동 영역은 무수히 많다. 그 대상자만 하더라도 노인, 청소년, 아동, 장애인, 청소년 등등으로 나뉘고 각각을 담당하는 복지관과 센터, 병원, 학교, 조합, 시민 단체 등등 활동기관은 무수하다. 사이버 시대이니만큼 사이버 공간에서도 복지 업무가 이뤄진다. 이 책에서는 실제 활동하는 영역에서의 일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기에 사회복지사의 업무의 영역이 이렇게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이해의 출발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갈등, 직원과의 갈등 속에는 항상 감추어진 내가 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 없이 사회복지의 길을 간다는 것이 ‘허망’하기까지 한 일이다.


  글쎄, 어떤 직업이든 직업을 선택할 땐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갈등이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사회복지’ 업무에서는 이런 염려 외에도 많은 염려가 붙는다. 단순히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갖춘 것과는 별개로 어디서든 요구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자세, 마음가짐을 빼고서도 ‘사회복지’를 업무로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 있다. 실제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의 이념과 사회복지사의 의무를 제정한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이 있다. 이런 윤리강령을 성실히 지키고 모든 자세를 갖추고 업무에 임하는데도 사회복지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뭘까.

  출근한지 2개월쯤 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투신 뉴스를 접한 지 열흘쯤 지났다.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투신과 업무 관련성에 대한 감사가 아직 진행 중인지 이후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사망한 줄 알았는데 기사를 보니 중태인 모양이다. 쾌유를 빈다.

  많은 청춘들이 어려운 취업관문으로 힘들어 하고, 공무원 준비에 매달리고 있기도 하다. 공무원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는 다른 이들에겐 꿈을 이룬 성공한 사람이다. 이제 출근한지 두달, 힘들고 어렵기도 하겠지만 아직은 취업성공에 대한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은데 직장생활에서의 힘겨움을 토로하며 투신한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충격받았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당연한 업무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있을텐데 조금 더 참아볼 것이지 하는 안타까움도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메모에 대다수의 사회복지사가 수긍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지옥 같은 출근길'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는데 냉정한 사회는 받아들여주질 않는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인권보장이 시급하다'는 메모.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의 업무가 또다시 이슈가 되었다.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해선 오래도록 지속되어 온 이야기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해 사회복지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복지사에게 부과하는 ’이미지‘다. 어떤 경우라도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하고 착한 일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는 은근한 강요가 있다. 그것이 사회복지사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민간 사회복지사에 비해서 처우가 높기에 사회복지공무원 선발이 있을 때면 민간에서의 대규모 이직이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처우가 좋다는 사회복지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할 정도라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상황은 어떠하단 말인가. 어느 직업에선들 인권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냐만은 유독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인권’이라는 말이 계속 붙어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사회복지대상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들 자체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면 건강하게 그들이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대상자들의 인권을 챙길 수 있을까.

  책에서 사회복지사들은 지금의 업무를 맡기까지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얘기한다. 자신에게 맞는 활동영역을 찾고서도 업무에서의 힘겨움은 줄지 않는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보니 그와 얽힌 갈등관계도 담겨 있고 감동과 희열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사회복지에 관해서는 이 후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더 중시여기는 듯하다. 물론 모든 갈등관계를 풀고 사회복지대상자들의 변화된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기적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을 보상처럼 여기며 그 앞의 모든 힘들 과정이나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결과만을 따져서는 안되는 것이 또한 사회복지 영역 아닌가. 그런 점에서 사회복지가 현실과 이상이라는 괴리에서 ‘이상’을 추구하며 그것에 가치를 두면서 ‘현실’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열정페이처럼 사회복지사들의 마인드를 강요하며 이상을 추구하자는 한마디 말로 현실적인 힘겨움을 부족한 마인드와 자세 때문이라 치부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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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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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할지어다

라틴어 수업-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2017.


  이탈리아 정치 혼란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는데 투자할 금융도 없고, 남의 나라라서인지 그 혼란과 불안이 와닿지 않는다. 그동안 외국인은 한국에 전쟁위협과 정국불안정 소식에 얼마나 불안했을까. 휴전된 나라이니만큼 전쟁 조짐·위협에 매우 민감했는데 정작 한국인들만은 불안을 모르고 무심한 반응이라 의아해 한다는 얘기 또한 수없이 들었다. 전쟁 위협에 덜 민감했더라도 평화 분위기에 벅차오른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역시 ‘조국’ ‘민족’ 이런 것을 무시할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 나라가 어떤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는지,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나’를 형성해 가는데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을.

  그러다 문득 이탈리아하면 무솔리니와 파시즘만을 떠올렸는데, 이탈리아의 역사에 로마제국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늘 두 나라를 분리해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 많은 변화와 재편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별개로 인식하고 있던 것은 여전히 ‘다른 나라’의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로마 제국의 문화적 유산은 전세계에 산재하며 그 중심에 이탈리아가 있다. 심지어 사어가 되어버린 라틴어조차도. 나라만큼은 멸하여 사라졌지만 문화와 언어만은 뿌리를 깊게 두고서 영원히 소멸하지 않았다. 철학, 문학, 과학 등등 모든 학문에도 라틴어가 생생해서 책을 읽다 보면 항상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는, 배워야 할까 생각하게끔 한다. 그렇다면 『라틴어 수업』이 매우 효용성 있는 책 아니겠는가.

  실제 수업의 강의안이 책으로 엮어졌다는 이 책은 라틴어를 읽히는 단순 어학 강좌가 아니라 로마와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의였다고 하는데 한국인이자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재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작가의 경험과 통찰이 재미와 흥미를 주었기도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학생들은 학점 이수를 떠나서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게끔 한 강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라틴어를 배우는 수업에서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한두 시간의 이야기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다. 언어 속에 깃든 삶의 이야기가 쉴새없이 쏟아지는 강좌에서는 낭만이 지식이 풍겨져 나온다. 익숙히 알고 있던 단어의 어원과 파생된 단어들, 그 속에 깊게 담긴 뜻들을 살펴보다 보면 분명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생기게 된다.

   

어원학을 바탕으로 할 때 ‘거룩한’이란 말은 분리의 개념, 의식의 순결에 해당하는, 특별 조건이 아니면 다가설 수 없는 불가촉의 어떤 것이라는 개념을 말합니다. 라틴어 ‘사체르sacer'는 ’거룩한‘이란 뜻도 있지만 ’저주받은‘이란 뜻도 있는, 양가감정이 함께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거룩할지어다sacer esto”라는 말로 저주를 나타냈고, 이 문구는 로마인들의 단죄 양식이 되었어요.


  이 책을 읽지 않았던들 ‘거룩할지어다’가 저주의 표현임을, 로마인의 욕설은 세련되고 섬세하여 마치 욕설인지 모르듯 하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었을까. 라틴어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여 ‘거룩’한 느낌 또한 지워지지 않았는데, ‘거룩할지어다’가 이토록 저주의 말로서 단연 으뜸이란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온다. ‘거룩할지어다’.

  그렇다. 이 책은 거룩하다. 지극히 경건하고 담백하다. 그리하여 정화의 느낌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불편함도 있다. 말씀을 고이 따르지 않는, 못하는, 불건전한 사람임을 자꾸 느끼게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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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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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드기는 기술들

일상기술연구소-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어크로스, 2017-05-17.


  언제부터 일상이 흐트러졌는지 모르겠다. 일상의 게으름이 규칙적으로 안착되는 것도 참으로 끈질기다. 균열은 한번인데 파동은 징하다. 그렇기에 때때로 일상을 ‘잡아놓고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같다. 물론 꾸준히 지켜지지 않을 것들이다. 현안에 매몰되어 하려고 하는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돌려놓았지만 어쩔 수 없는 찝찝함에 마치 새로운 결심이라도 하는 양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한 것인 양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사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어쩌면 이런 반복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련다와 나는 그렇게 못 살겠다는 것을 더욱 확고하게 굳혀 촘촘한 시간을 쓰려는 나를 해방시키려는 진득한 노력의 과정일 것이다. 맘과는 다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며 방어막을 형성하는 모습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일정한 삶의 양식이 있잖아요. 그런 사회에서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을 실천하고 유지하면서 살려면 스스로 생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일상은 흐트러졌고 일은 미뤄놓았고 그렇기에 일은 쌓였고 난관을 파헤치기 위해서 규칙과 정리라는 단어를 일부러 끌어다 놓는다. 그래서 굳이 ‘일상기술'을 집어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사회가 강요하는 일정한 삶의 양식을 잘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하면서 그것대로 살기 싫어 발광하는 것일 게다.

  돈을 주고 배우라고 해도 배우지 않을 ‘기술’을 기우적거리며 관심있는 척했는데 이 책은 방학 생활계획표처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형성시키는 기술에 관한 책은 아니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답이 보이지 않고 불안하기에 일과 삶에 대해 가깝게 초점을 맞추어 하루를, 미래를 살기 위한 방편을 얘기한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려 하다 보면 내일을, 한주를, 한달을, 점점 멀리까지도 잘 살아갈 힘이 생길 거라는 것이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은 기획되었다.

  몸은 따라 주지 않지만 마음속에 한번쯤은 저장해 놓은 삶의 방식을 몸으로 행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얘기한다. 각각의 이야기에 딱 맞는 사람이 돈관리, 일벌이기, 배우기, 운동하기, 독립하기, 함께 살기 등등에 자신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큰 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어떤 면에선 따라하기엔 너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러 기술 중에서 “함께 살기의 기술”에 눈이 갔다. 셰어하우스처럼 공동주거생활을 하지만 공간나눔만이 아니라 경제와 생활까지도 공유하는 함께 살기의 유용성에 혹하기도 했다. “느슨한 관계”. 느슨한 공동체적 삶은 이상적인 환상인지 실천가능한 대안인지가 궁금해진다. 같은 취미나 신념을 공유하는 이들과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맺고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필수적인 개인적인 공간에 관한 욕망이 어떻게 조절될지는 겪어봐야 아는 것이니까. 


일에는 자아를 채워주는 일과 통장을 채워주는 일이 있다는 거예요. 자아를 채워주는 일은 페이가 좀 적어도 어떻게든 조건을 맞춰서 웬만하면 하고요. 통장을 채워주는 일인데 클라이언트가 딱 봐도 까다로울 것 같고 일정도 촉박하다 싶으면, 페이를 많이 요구해서 협상이 되면 그 일을 수락하죠.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그 두 개를 동시에 할 때인 것 같아요.


  맞다. 일은 자아와 통장 모두를 채워줘야 만족된다. 이 책은 한편으론 어떻게 될지 모를 ‘직장인의 삶’에 대비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같다. 삶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경제적인 면과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삶을 위해 경제적인 면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가 다양한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들의 기본 전제로 깔려있다. 한편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직장인이기보다는 프리랜서 혹은 자영업자들이라는 점에서도 직장인이 아닌 삶을 준비하기 위한 기술책인 것도 같다. 왜 이토록 ‘직장인’ 아닌 삶을 원하는가 생각하면서 씁쓸하다. 취업난으로 직장인이 되지 못해 힘겨워하면서 직장인이 되어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 힘겨워한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선택한 이들의 결과물을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그 방법들을 알고자 한다. 소소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많다. 돈관리 방법도 알아야 하고 손기술을 익히는 것도 더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야 하기도 하고 생각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이 어렵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 사람들은 “꼬드기고” 이런 일들이 궁금한 이들은 “또 기꺼이 꼬드김을 당하려” 한다.

  책을 보다 보면 기술을 터득한 이들의 삶은 모두 좋아 보이고 내게는 어떤 기술이 있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사는 일이란 늘 이렇게 남이 하는 일엔 끌리면서 내가 하는 일은 비루해 보이나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들이 꼬드긴 기술들에 쉬이 꼬드김 당하지 않으려면 내 삶의 방식을 잘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내 삶의 태도와 취향을 잘 알아야 얇은 귀가 벌인 일로 실패하지 않는 확고한 내 삶의 완성을 이루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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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공무원이라서 행복합니다 

- 고군분투 사회복지 공무원 성장기 

함창환, 바이북스, 2017-01-15.


  5월이라서 그렇기도 할 것이고 여러 가지로 분위기가 들떠있다. 착 가라앉은 것보다 나쁘지 않다 생각하지만, 이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훗날의 이 상태에 대해 또다른 얘깃거리를 안겨 줄 것이다. 그래도 일단, 희망과 기대를 긍정적인 선상에서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이 긍정인지 부정이 될 지는 일의 과정과 결과가 알려주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지 너무나 오래인지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올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정부로서야 일단 공공일자리 부분의 증가를 먼저 제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공무원이 많은 사회가 좋다, 나쁘다라는 주장이 예로부터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따르니까. Working poor가 되려도 Working할 곳이 없어 Working poor에도 속하지 못하는 poor한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단 양적인 Working할 곳의 증가 소식은 반길만하다. 그리고 질적인 부분은 살펴봐야 할 일이다.

  공공일자리 창출과 연이은 공무원 증원 채용계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이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이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기분좋음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않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의 차이가 역시 농간이었음을, 가치의 의지의 문제였음을 실감하는 것은 기쁘지 않은 일이다.

  2016년 5월 28일이 1년 만에 되돌아왔다. 젊은 청년이 떠난 자리에는 꽃이 놓였고 사람들의 울분이 가득했다. 늘 반복되어 온 열악한 노동환경이 빚어낸 19세 비정규직 수리공의 사망은 요즈음 연이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과 맞물려 더욱 비애감을 준다.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오긴 오는 걸까. 직장인이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의 희망사항이라 치고 직장인의 애환 역시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직장인이라는 말을 떼고 오로지 업무만을 가지고 행복을 나누기도 애매하긴 하다. 결국 행복하게 일을 하는 것은 개인 차이인가. 하지만 적어도 업무의 특성과 취향을 떠나 고정적이고 안정된 수입이나 처우 등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개인의 업무를 통한 성장과 발전, 그리고 만족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일요일 저녁에 설문조사를 하면 당연 모두다 직장인이고 싶지 않을 것이고 월급날 설문조사를 하면 또한 대다수가 적정의 만족을 표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감을 가진 이들이 갈수록 덜해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은, 만족감을 가지기에 총체적으로 부실함이 곳곳에 드러나는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헤쳐나가는 것이 개인의 마음가짐의 몫으로 되는 것 또한 얼마나 문제인가.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다. <사회복지 공무원이라서 행복합니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부러운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저 말이 정말이지 책의 제목으로서의 표현일까, 실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마음의 표현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대한민국에서 여러 가지로 열악한 직업의 대표격이다. 공무원이라는 점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하지만 ‘사회복지’ 분야가 이 사회에서 대접받았다는 이야긴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업종에 관한 열정페이와 같은 노동업무가 가치와 의무, 도덕으로 가려져 있다. 적절한 노동환경과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하는 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회복지사든 사회복지공무원이든 과도한 업무강도로 인한 과로사나 자살 사건도 발생한다. 물론 사회복지시설 수급자나 대상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를 행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은 1991년부터 시작되기에 어쩌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의 역사적 전개도 함께 볼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섬에서 시작한 저자의 사회복지 업무는 저자가 도청으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확대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업무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당시만 해도 일반행정직에서 사회복지업무를 진행했고 직할시 정도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선발했다. 전담 사회복지공무원 선발은 2000년에야 이루어졌으니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정도를 알 수 있다. 저자도 말하듯이 단지 나이가 어리고 면지역이라는 것을 떠나서 잡다한 업무를 맡았다고 하고 있다.

  저자가 사회복지공무원으로 맡은 업무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은 변사자 업무다. 당시 섬지역에서는 변사자가 발생하면 시신 수습 업무를 사회복지담당자가 맡았다는 것이다. 시신 수습 업무란 시신 매장까지를 포함한다. 담당자가 직접 땅을 파고 매장하였다는 데서, 그 이전 담당자는 태풍으로 인해 하루 20~30구의 변사자를 처리한 적도 있다는 경험을 얘기하는 데서,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해경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다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해수욕장에 쌓인 수십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목에선 별거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아무리 마구 버린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말이다.

  저자는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업무들을 다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훗날에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하고 있지만, 엄연히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저자 자신의 열정적인 업무 스타일과는 별개로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업무 분장이나 상사의 일 떠안기기는 일종의 업무 방해 아닌가. 맡은 일을 잘 해나가는데 장애를 주는. 그러니 상사로 인해 저자가 팔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저자는 놀라우리만큼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담당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신념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터라 그것이 무너질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저자는 의지로 극복하며, 아직 몸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업무를 잘 수행해나가고 있다 한다. 업무를 하는 동안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또한 사회복지만이 아니라 가정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하며.

  많은 고난과 경험을 겪고 지난 시절을 풀어놓은 저자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겠다. 저자처럼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월요일은 여전히 출근하기 싫다고 느낀다 해도 하는 일에 만족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기를, 그러한 터전이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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