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윌리엄 브리지스 저, 이명원 옮김, 이끌리오, 2008.


The way of Transition



 저자, 윌리엄 브리지스는 이 책을 통해 ‘변화’와 ‘전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와 전환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인생에 있어서의 변화와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변화가 새로운 시작이라 강조하고 우리가 가지게 되는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변화가 외적인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전환은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아내가 암으로 사망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변화’와 ‘전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와 전환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와 전환은 인생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것으로서 이 변화와 전환을 통해 보다 성숙한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전한다. 또한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아내와의 사별’이란 경험을 녹여 풀어 가고 있으며 단락의 전환은 다른 저자들의 인용구-격언, 소설이나 시의 글귀 등-를 제시하면서 하고 있다. 자신의 글에 관련된 의미의 문장을 삽입하면서 저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뒷받침하게 하고, 나아가 공감하도록 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대한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p298-299 이 책은 내가 저술한 10권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나는 처음 경험했던 때만큼이나 기억하기도 힘든 개인적인 경험을 모두 드러내야만 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 나의 경험에 일반화라는 옷을 입혀 대부분의 이야기를 감추어두었다.


p299 소로가 자서전에서 말했듯이, 내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나는 다른 누군가를 이용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각각 다른 장에 실어서 서로 대비되는 방식으로 써나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일은 더 어려워졌다.

    첫 번째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나 오랫동안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에 우울한 날들을 보냈던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나뉜 것이었다.


 우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고 보니 저자의 글보다는 저자가 인용한 다른 이들의 문구가 훨씬 많았다. 어떤 장은 저자의 글은 없고 인용구만 나열된 장도 있었다. 장마다 인용된 다른 이들의 글귀가 그만큼 내게 와 닿았다.

 인용구 이외 저자의 글을 많이 기록한 것은 1장이다. 전체적인 글이 시작하는 첫 장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드러나는 것이었다. 저자 또한 시작할 때는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이렇게 저렇게 읽다 보니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막 쏘아댄다.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저자 자신은 힘들게 고민하고 토로한 것을 바탕으로 너무 쌍심지를 키고 읽는 건 아닌지 싶다가도. 어쩌랴........


1) 인용구의 조절


  저자는 영문학 전공자답게 문학작가들의 글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마음을 흐르게 한다.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인용하여 자기의 생각인 것 마냥 글 속에 배치를 하고 있다. 적절하게 배치된 인용구는 좋다. 글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면 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다른 이들의 이름에 기대어 저자의 글에 대한 명확성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너무 많다. 이 책에서 이 글들을 다 빼버린다면 어떨까? 내가 마음에 드는 글귀로 적은 글들은 보다 보면 저자의 글보다 다른 이들의 인용구였다. 이 책은 인용한 글들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타인의 글의 인용은 자신의 글에 맞게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경험과 이론 사이의 조절


 이 책은 무슨 책인가? 자서전인가? 지난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인가? 전환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이 책의 지금의 모양은, 자기계발서도, 자서전도 아닌 듯하다. 책의 원제를 보면 더욱 그렇다. “The way of Transition”(전환의 방법). 저자는 전환의 방법적 측면보다는 아내와의 사별과 재혼하는 과정에서의 감정 토로를 더욱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책은 자신의 영혼 치유, 상실감 극복의 치유책인 듯이도 생각되기도 한다.

 감정적인 토로와 그 감정을 겪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생각을 미칠지 염려한 부분이 있던데, 오래동안 전환관리의 전문가의 책이라고 보기엔 경험과 이론 사이의 조절이 적절하지 않게 느껴졌다. 아니, 아내의 사별을 핵심으로 두고 모든 내용을 전개하기에는 오히려 무리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감정적인 토로를 하다 ‘전환’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전개와 방법이 자연스럽게 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글의 배치나 문장 부분의 차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많은 컨설팅을 하고 수많은 기업을 상대하는 컨설턴트로서 생각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았을 것인데 아내와의 사별만을 이야기하며 ‘전환’을 재생각 했기에 차라리 6장의 제목을 이 책의 제목으로 하는 것이 더 이야기의 흐름이 맞는 듯이도 생각했다.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다’라는 제목 아래, 결혼과정과 자연스러운 사별 과정, 재혼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생의 ‘전환’으로.


3) 번역, 장의 구분과 제목


원제목과의 차이가 있다. 책의 원제목은 “The way of Transition”(전환의 방법)이다. 글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더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How to live,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이다.

 11장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서술형으로 달고 다시 개념 정리 형태의 제목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문에는 개념 정리 형태의 제목이 없다. 이것이 번역과 편집상의 누락인지, 원본 자체에 없는 것인지 확인하려 했으나 확인을 못했다. 그래서 제목 구분 역시 저자에 의한 것인지, 번역자와 출판사에 의한 것인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목과 내용의 조합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념적인 개념 설명, 개인적인 경험 토로, 개인적인 감정 토로, ‘전환’의 이론적 방법 소개 등등.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중언부언하는 부분이 있기에 조절이 필요하다.

4) 그 외


 ‘전환’에 저자는 너무 집착한 듯하다. 자신이 전환관리자이며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 ‘전환’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경험도 ‘전환’이란 틀을 거치는 것일 게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 그간 자신이 강조해 왔던 ‘전환’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은 같지 않은가. 인생에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오히려 ‘전환’의 방법적 측면을 빼고 저자가 혼란을 느꼈던 경험과 감정적 토로의 형태로, 그간의 이론적 측면을 강조했던 부분에서 ‘심리적’ 측면이 강조된 전환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책의 흐름이 이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미 저자는 ‘전환’의 이론서들을 널리 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내용적인 분리와 서술방식의 분리를 했다면, 조금 과하게 반응하여 이 책이 개인의 재혼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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