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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인생 - 조지프 캠벨 선집
조지프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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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신화와 인생, 조지프 캠벨 저, 갈라파고스, 2009.


  말장난에 혹하지 않으려 했는데, 캠벨, 캠벨을 되뇌며 어느새 나는 포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신맛과 향기가 강한 이 포도를 삼키며 캠벨 또한 그의 생에서 ‘신화’라는 강한 맛과 향기를 좇았고 살아내었구나 싶어 놀랍고 놀라웠다. ‘신화’에 관한한 대표적인 학자인 그의 생애가 신화로 흘러가고 집약되기까지 그가 주장한 영웅의 여정과, 천복을 좇는 삶이 그의 생에 드러나 있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캠벨의 유년 시절은 나쁘지 않았다. 상위 중산층에 가톨릭 가정이었고 아버지는 그를 늘 믿었고 자랑스러워한 듯하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 캠벨은 아버지와 함께 미국자연사박물관을 구경갔다가 아메리칸 인디언에 대해 매료된다. 이후 인디언에 관한 신화와 민담들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신화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던 그는 14세 때에는 병으로 집안에 머물며 자연과학을 공부하였고 대학에서도 생물학과 수학을 전공하였다.

 그의 인디언에 대한 매혹은 어쩌고 이과계 공부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즈음, 그가 대학 2학년에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겨서 중세 영문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어릴 적 그토록 인디언에 매료되었던 그의 공부의 방향이 다르게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그는 그의 천복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가 학사와 석사 공부를 하는 동안 어릴 적 읽던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담과 아서 왕 전설에 나오는 많은 주제들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에 대한 공부를 지속한 것이다. 그리고 콜롬비아 대학을 비롯한 파리 및 뮌헨의 대학에서 세계 전역의 신화를 섭렵하고 중세 프랑스어와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배에서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게 되면서 힌두교와 인도 신화에도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에 의견에 따르자면 그가 천복을 좇자 자연스레 그에게도 천복의 삶이 맞닥뜨려 지는 것이다.

 콜롬비아 대학의 지원으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캠벨은 영문학 대신 인도 철학과 미술 쪽으로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나, 대학 측의 반대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 1929년, 대공황의 시기였고 사회 전체가 경제적 불황으로 침체된 그 때, 캠벨은 우드스톡의 오두막집에 칩거하며 5년 동안을 독서와 사색, 습작에 몰두한다. 물론, 이 시기 많은 이들과 교류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캠벨은 소설가 존 스타인벡을 만났고 해양생물학자 에드워드 플랜더스 로브 리케츠와 교류하였다.

 우드스톡의 시기를 보내게 되는 캠벨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나는 다시 저 유리병 속으로 되돌아가야만 할까?”였다. 그가 여행을 하며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힌두교, 융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의 그 느낌은 강렬하였던 모양이다. 그는 대학으로 가서 유리병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학위 취득을 위한 필수과목을 모두 이수한 상태였고 논문만 쓰면 끝이었지만 학교는 다른 곳으로 옮겨 공부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는 ‘이까짓 것 개나 줘 버리자’라고 생각하며 우드스톡으로 들어갔다고. 그리고 박사학위를 얻지 못했지만 덕분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아무런 책임질 일도 없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책만 읽었다. 그리고 돈은 없었지만 당시 뉴욕의 큰 서점에서 책을 주문해 있었고 책값을 지불하지 않았다 한다. 대공황의 시기에는 다 그랬다고 하니, 뭐 특별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서점은 그에게 돈을 재촉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캠벨은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 책값을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IMF 시기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를 한번 생각해본다. 자연스레 부정적인 답이 뒤따른다. 아, 캠벨은 배짱도 운도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에는 정말로 어찌할 수 없다. 내겐 아무런 철학도 없었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영문인지 우리는 함께 존 듀이를 공부했다. 카멜 도서관에서 나는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두 권짜리 『서구의 몰락』을 꺼내 들었는데, 이런, 세상에! 거기 적힌 내용은 벼락과도 같았다. 슈펭글러는 말했다. “젊은이여, 만약 그대가 미래의 세계에 있고 싶다면, 자신의 그림붓과 시 쓰는 펜일랑 선반 위에 얹어 두고, 멍키 스패너나 법전을 집어 들어라.” 나는 스타인벡에게 말했다. “저기요, 이것 좀 한번 읽어 보세요.” 나는 책의 제1권을 다 읽은 다음에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잠시 후에 내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 나는 이 책 절대 못 보겠는걸. 아, 내 예술은 어쩌나.” 그는 거의 2주 동안이나 한방 먹은 사람처럼 넋이 나가 좀처럼 글을 쓰지 못했다.


 우드스톡의 칩거는 세라 로런스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끝이 났다. 그는 1934년 이 학교에서 문학 담당 교수로 임용된 후 38년 동안을 재직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학교에서 교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일자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일자리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독서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그러나 그 학교에 가서 ‘예쁜 여학생들이 와글거리는 것을 보자, 이것도 나쁘진 않겠다’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이 학교에서 제자였던 현대 무용가 진 해드먼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캠벨이 그의 강연과 저서에서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듯 그는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무언가 들떠 있는 느낌, 이끌림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난 후 캠벨이 졸업선물로 그녀에게 슈펭클러의 <서구의 몰락>을 전하며 그의 마음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캠벨의 아내 진 해드먼은 그의 사후에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조셉 캠벨 재단을 설립하고, 캠벨의 유고와 대담, 그리고 강의록 등을 정리, 출간하고 있다. 

 캠벨에 대해 그가 신화에 관한 책을 썼고 대공황의 시기에 실업자로서 우드스톡에 들어가 칩거하며 살던 시절만을 알았을 땐, 나는 그의 성정이 조금은 우울적 기질이 다분한 조용한 학자로서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조금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오히려 미국식 사고방식이 다분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미국식 사고방식이라 말하면서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약간은 난감하지만 쿨함과 유쾌함이 조합된 코믹적 느낌이 조금씩 들고 있다. 게다가 그는 색소폰을 연주했고 육상 선수로 달리기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샌님같은 학자 스타일은 아니었던 듯하다. 더 많이 알게 되면 달라질까. 어쨌든 경제적인 좌절감으로 인한 칩거가 아니라 오로지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에서 오는 칩거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의지대로 신념대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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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기원전이란 말은 참으로 아득하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마저도 실체가 없는 미지다. 다만, 이 기원전 BC라는 단어에선 동양이 아닌 서양의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그리스와 로마가, 그 나라의 풍경이 떠올려진다. 문명의 발상지가 서양만 있던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기원을 그리스로마로 만들어버린 건, 신의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리스로마신화를 처음 접한 건 이야기 가득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이었다. 처음의 감흥이었는지 이후로 토마스 불핀치 것보다 재밌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널리 알린 공로자가 토마스 불핀치였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어쨌든 무수한 판본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러 종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했다. 그림책, 만화책, 동화책 등등등.

  같은 이야기일텐데도 ‘원전’이란 말에 혹해 아폴로도로스의 책을 집었다. 이 원전이란 말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단단한 뼈대일 테고 기원이겠지만 어쨌든 뭐가 다르랴 하면서.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원전’이라는 그 이름에 맞게 단단한 기원을 주는 느낌이었다. 형태에서 그것이 전해졌는데 성경식 형태와 같아 보였다. 또 신들의 탄생이나 자손들의 가계보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보통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야기’로 이어져 온다면 이것은 사건과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다. 보다 간결한. 그래서 어쩜 이야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불친절하게 여겨질 것이다.

  기원전 2세기 경 사람이라는 아폴로도로스가 쓴 이 책은 ‘신’이 존재하는 듯이 역사서인 듯한 서술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이야기가 생략됨이 없이 잘 전개되어 있다는 점도 이설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도 좋았다. 먼저 이 책을 읽고 참고하며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의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그만큼 기원이며 원전이며 객관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의 목적이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루기보다 그에 대한 ‘정리’라는 말에서 왜 이 책이 이렇게 서술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잘 쓰여진 책이다.

  저자가 만든 것인지 출판사가 정리한 것인지 신들의 가계도가 잘 정리되어 좋았다. 비슷한 이름이나 연대가 가물가물한 신들의 서열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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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생각정원, 2013.

 

  

 이 책은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전체 3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신화 속의 인간’이란 제목으로 고대 그리스의 문명의 시작과 전성기 문명 속의 인물들을 살펴보고 있고 2부는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이라는 제목으로 트로이 전쟁 전장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3부는 ‘혹독한 귀환’이란 제목으로 트로이 전쟁이 종결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귀환과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여정 속의 인물을 담고 있다.

   1부에서는 미케네, 크레타, 아테네, 테베의 각 1, 2, 3, 4장으로 나뉘어 각 문명 속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는 아테네에서 트로이로 출항하는 여정과 격돌의 현장인 트로이의 각 5, 6장으로 나누었다. 3부는 7장 ‘아테네-운명의 굴레에서’, 8장 트로이→이타카-승리한 자의 고난‘, 9장 ’트로이→로마-위대한 로마의 탄생‘의 각 3장으로 구성되고 있다.

   각 장에서는 특정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떤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거기에 얽힌 사람들을 풀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이 겪는 사건들과 그들의 인간관계, 그들의 고뇌와 방황 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부에서는 미케네의 페르세우스, 크레타의 미노스 왕, 아테네의 테세우스, 테베의 오이디푸스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2부에서는 전쟁에서의 대결을 중심으로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파리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3부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향하면서 겪게 되는 고된 여정 속의 인물들과 전쟁에서 패한 후 떠돌다 로마를 건국하게 되는 아이네이아스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중간 그 인물이 겪은 사건을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들의 명화를 삽입하거나 인물들의 조각상을 삽입하여 보다 생생한 느낌을 북돋우고 있다. 또한, 각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시로서 읊고 있다. 이야기로서 인물의 삶을 들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긴 여운을 남기게 하며 각 인물의 삶을 읊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물의 삶에 대해 보다 공감의 요소를 더하도록 작용하는 듯하다.

저자는 그리스인의 모험과 변신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이들의 이러한 이야기는 결코 신과의 관계를 떠나지 못한다.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신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웅들의 모험담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적인 신과 괴물들을 Tip으로 분류하여 각 장마다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과 괴물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인물들과 연계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보나 내용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앞서도 이야기하였듯이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 모두에게 시를 부여한 것은 이 책의 대표적인 특성이자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각 인물의 삶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이들의 삶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화를 다루는 저작물 속에서(물론 각자 나름의 시각에서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사실 반복되는 패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로 재창조해냄으로써 인물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부여한다. 이러한 작업은 인물들의 삶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저자의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인물들에서 섣부른 교훈이나 억지적인 감상을 설득조로 강요하지 않고 그가 이해한 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 마다마다에게 전해질 감상은 배가되고 확장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외 전체적인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부의 4장이야기다. 4장의 제목은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이다. 나는 여기서 특히 안티고네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사실, 비극이 가지는 그 무게감에도 끌림이 있으니 가장 무거운 운명을 지닌 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비극’이 정녕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비극에 대한 저자의 말을 빌어보자.

 

   비극이란 주인공의 극적인 투쟁을 담고 있다. 투쟁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힘을 확장하여 한계의 벽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므로 모든 비극은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끌어올리는 투쟁과 모험을 담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카레이서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궤도를 탄환처럼 달린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충돌하고 파멸한다. 그 벽 너머에는 인간 세상이 아닌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신은 인간이 자신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리스 비극의 위대함은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용기와 믿음으로 스스로를 넘어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저 멀리 밀어낸 사람들의 추락과 파멸을 다룬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평은 바로 이런 영웅들의 부딪힘에 의해 알려진다. 어느 영웅이 넓혀놓은 경계는 다른 영웅이 나타남으로써 다시 조금 더 확장된다. 모든 영웅의 공통점은 그때까지 알려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척후병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변방을 넓혀왔다.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들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물로는 비극을 쓸 수 없다. 비극은 눈물과 피로 쓰일 수밖에 없다(p185~186).

 

   이 책의 각 인물이야기는 저자가 이야기해주듯 말하고 있다. 간혹 나오는 대사라도 이것은 인물의 독백으로 그저 뱉어내어질 뿐이다. 4장에서만큼 인물들의 대화가 자세히 묘사된 장은 없다. 심지어 인간의 극한 대립이 치닫는 전장을 묘사하는 2부에서조차도 전쟁하는 그들의 맞선 상황에서도 대화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비극이 치닫는 이 장에서는 인물들 간의 극명한 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대화가 없이 그저 이들의 이야기가 묘사되었다면 이 내용의 느낌은 얼마나 반감될까.

   비극적 인물의 묘사, 인물들간의 대화 이것 외에 이 장이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또 다른 데 있다. 바로 여성 ‘안티고네’이다. 부제의 신화가 된 ‘영웅’이란 말을 곱씹으며 책을 읽어가다 문득, 아니 여성은 어디있어? 왜 없어? 여성은 영웅거리의 이야기가 없나?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분명 그리스시대에도 여성은 존재하지만 이야기들 속에 여성에 대한 인상이 너무 없었던 차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특히나, 옛날 옛적이라면 더더욱 강조하는 ‘여성이미지’를 벗고서 나타난 안티고네의 이야기는 나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없는 신념과 곧은 정신의 소유자. 어찌 보면 신화속에 나오는 이들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풍랑이 없다고 할지 모르나, 그와 같은 사고를 갖기까지,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기까지 얼마나 무수한 고뇌의 풍랑을 겪었을 것인가. 그리스인이야기 속의 영웅들, 특히 남성들은 외부의 여러 사건들 속에서 모험하고 방랑하고 영웅으로 성장하고 그들의 행동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반면 안티고네는 사건을 바라보는 그의 사고 속에서 영웅으로 성장한다.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발견한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따라서 신화를 읽으면서 우리는 ‘신’이라 불리는 그들의 막강한 힘과 능력에 감탄하며 절대적인 그들의 위치에 경탄한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위치의 그들이 내보이는 저차원적인 분노와 질투에 흥분하고 그들의 놀음에 운명지어진 그리스인들의 슬프고 고된 운명을 보며 비탄해한다. 그렇게 신들은 우리에게 조롱의 대상이기도 하고 경탄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들은 신이기에 알 수 없는 경외감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리스인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신이 아니다. 바로 인간을 다루고 있다. 신들이 그려놓은 모습으로의 ‘인간’이 아니라 자아를 가지고 성장하고 역사가 되고 있는 인간을 다루고 있다. 신이 창조한 인간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삶을 이뤄가는 그들의 삶에 신이 조연처럼 따른다. 그러므로 같은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그들의 분노와 질투, 사랑이야기는 신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점이, 이 그리스인들을 동일한 시각으로, 좀 더 내 이웃의 이야기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 왜 이들인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를 놓고 다루는 인물들 중 왜 이들을 다루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익숙하게 ‘영웅’으로 알려진 이들이 각 장의 중심점으로 나오면서 독립적인 이야기를 부여받지 못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또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1부와 3부에 비해 2부에서 다루는 인물이 적게 나타난다. 2부에 중첩되는 인물들이 3부로 빠져 귀환의 여정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트로클로스, 아이아스, 메넬라오스 등 트로이 전쟁의 인물들이 독립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들의 삶은 영웅의 조력자로서 혹은 영웅을 괴롭히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영웅을 사랑하고 기다리다 배신당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들에게 복수하는 삶이 주가 되고 있다. 각 장마다의 영웅 이야기 속에 스테레오타입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라 안티고네와 같은 여성의 이야기를 보다 찾아내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각 장마다 신들의 이야기를 Tip으로 하여 인간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신들의 이야기가 각 장에서 신이 등장하면 그에 맞추어 배열이 되면 좋을듯하다. 12신의 이야기를 먼저 배치하고 이후 신화 속 기괴한 괴물들, 동물들, 3대 마녀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들, 신화 속 예언자들의 이야기를 각 장마다 나누어 나타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각 장의 이야기 속에 다수의 신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요하게 다뤄지는 신이 있는 경우에 Tip에서 그 신의 이야기를 배열하였으면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나타나므로 두 신을 다루고 헬레네 이야기 다음에 헤라와 아르테미스 신을 Tip으로 다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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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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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 Metamorphoses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 민음사, 1998.



  변신이야기는 서사시로 천지창조에서부터 작가인 오비디우스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변신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전체 작가는 그리스신화뿐만 아니라 당시에 떠돌던 소아시아 설화, 트로이아 전쟁사, 로마 건국 신화까지를 두루 섭렵하여 전체 15권의 이야기로 엮어 내었다. 1~5권은 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6~10권은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11~15권은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천지창조에서부터 거인족의 시대를 거쳐 신과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주로 신이나 인간이 동물, 나무, 식물 등으로 변신하는 이야기가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신들과 신들에 의해 ‘변신’된 인간의 모습보다는 전쟁을 거쳐 그리스 문명이 끝나고 트로이 유민들이 로마를 건국하는 과정과 케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를 다루며 이야기를 맺고 있다.

  이 책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 순간 순간 바뀌는 특징을 가진다. 묘사에 치중하며 작가가 이야기를 서술하다가 등장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제3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서술되고 있다.

  또한 변신이야기는 연대기 순으로 신과 인간의 대립을 담고 있다. 늘 신에게 당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것을 묘사하는 오비디우스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작가가 수사학을 배웠다고 하는데 그가 내 앞에서 말하고 있지 않아도 책을 통해 그의 언변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실체적이지 않은 사물에 대하여 구체성을 더하는 묘사들, 안타까움과 사랑을 토로하는 말들, 타인을 설득하는 논리적인 언어 구사 등,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존경을 보내게 된다. 그러므로 보통 책에 대해 글귀에 대해 ‘감동적’이라 할 때, 특히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읽어 나갈 때의 감동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해준다.

   그러니까 내가 감동받는 것이 단지 스토리인지, 작가의 묘사인지를 정하는 것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문학에 관해서는 스토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엮어 내느냐가가 필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므로 변신이야기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 내용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글 자체로만 파악하여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역시 작가의 탁월하고 세밀한 묘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의 신에 대한 묘사, 복수의 신에 대한 묘사, 질투에 대한 묘사 등. 실체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마치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양 적확한 묘사가 놀라웠다. 또한, 구구절절하게 자신에 대한 변명들을 늘어놓는 주인공들의 그 언변들도 놀라움을 안겨줬다. 생각하면 황당한 발언에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수려하게 자기의 심정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힘 아니겠는가.  


  책을 몇 페이지 읽자마자 ‘그리스로마 신화’이야기를 굳이 ‘변신이야기’라 제목을 바꿔서 다루고 있는가 의아했다.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감히 그리스로마 신화이야기를 또 떠들어대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내 신화 속에서의 ‘변신’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임을 알고는 넘쳐나는 신들과 인간의 이름에 지쳐, 명칭의 표기 차이에 지쳐 연대기 순이 아니라 일목요연하게 식물도감 동물도감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변신을 당하는 자가 아니라 변신을 시키는 자를 중심으로 한 구조이다. 변신을 시키는 이들이 신들이므로 각각의 신들이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변신시켰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은 어떨까. 그리하여 가장 많이 인간을 변신케 한 신은 누구인지도 파악해 보고.

  두 번째, 변신의 형태별로 다루는 구조이다. 동물, 식물, 광물, 무생물로 변신하였는가. 그 중에서도 동물 변신이라면 포유류, 조류, 파충류로 변신하였는가, 식물이라면 꽃과 나무 각각 어떤 꽃과 어떤 나무로 변신하였는가 하는 식이다. 마치 식물도감의 꽃을 다루듯이 그 이야기를 다루는 형태를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두 가지 형태의 이야기로 짜여진다면 좀더 ‘변신’에 초점을 맞춘 일목요연한 내용으로 다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변신이야기의 본질이 변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우구스투스’를 신격화하는, 신의 위치로 격상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책이라면 작가가 정리한대로 연대기적인 서술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찌되었든 일관되지 않은 시점은 산만한 느낌이었다. 그의 탁월한 묘사력과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참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번역자가 2인칭으로 된 것을 읽기 편하게 바꾸었다고 하는데 원문을 읽지 못하기에 그러한 번역의 영향인가 싶기도 하다. 기록에 의하면 변신이야기는 작가가 추방되기 훨씬 전부터 쓰여졌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오비디우스는 추방된 것으로 나타난다. 변신이야기의 흐름이 후반부로 갈수록 변화를 겪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가는 작가의 마음이 가는대로 그가 많이 다루었던 사랑과 애욕의 변신 모티브를 뽑아내어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던 어느 날, 그는 추방되었고 유배지에서 마무리되는 책의 내용이기에 번역가 이윤기의 말처럼 ‘용비어천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가 유배되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까 생각하며 작가의 처음의 의도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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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Joseph Campbell, 이윤기 옮김 / 민음사, 1999



  이 책은 비교신화학자로 널리 알려진 조셉 캠벨의 신화와 관련된 초기 저서이다. 캠벨은 이 책의 저술 목적을 ‘종교와 신화의 형태로 가려져 있는 진리를 밝히되, 비근한 실례를 잇대어 비교함으로써 옛 뜻이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데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캠벨은 전세계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의 구조가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여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캠벨은 이를 신화의 원형이라 명명했으며 융과 심리학의 이론들을 인용하여 각 나라의 영웅전설을 분석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영웅이란 신화와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도 인류의 무의식속에서 나타나는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영웅은 본질적으로 영웅을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그러한 영웅의 모험과정에서 통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웅은 출발→입문→귀환의 3단계를 거치며 영웅으로 변모한다.

  출발단계에서 영웅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던 중 모험에의 소명을 받고 이 소명을 거부하다가 초자연적인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첫 관문을 통과하여 성서의 요나처럼 어두컴컴한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입문단계에서는 시련을 겪고 여신을 만나 도움을 받거나 영웅을 유혹하는, 즉 방해하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런 시련을 통해 원만하지 못한 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정신적 화해를 하게 되고 신격화의 경지에 이르거나 궁극의 공을 깨닫는 경지에 이른다. 귀환단계에서의 영웅은 귀환을 거부하고 그 세계에 머물러 있거나 그 세계를 어렵게 탈출하거나 외부로부터 구조되고 영웅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생활로 귀환하여 두 세계의 스승이 되어 삶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캠벨은 1부 영웅의 모험이란 제목 아래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부는 우주발생적 순환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영웅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각 나라의 신화, 전설, 민담을 찾아 영웅의 공통 요소를 추출하여 구조를 세우고 심리학적 이론을 토대로 하여 체계를 정립하면서 그가 찾아낸 사례들을 예화로 보여주는 형태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한 예화가 더욱 방대한 분량으로 나타나 있다.


  "신화적 영웅의 길은, 부수적으로는 지상적(地上的)일지 모르나,

 근본적으로는 내적인 길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이것이다. 영웅이 모험을 떠나고 스펙타클한 여정을 겪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러나 그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 실제적인 예화들보다 캠벨이 이들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고 주장하는 부분에 마음이 간다.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들을 명료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영웅은 참 부러워


만화의 주인공은 참 부러워

거인 나라, 요정 나라, 별나라 다 가보고

나도 가고 싶어, 나도 가고 싶어

우주의 왕자 히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쿠아맨.....히맨.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영웅 만화는 노래 가사처럼 못하는 것이 없다. 못 가는 곳도 없이 심지어 초능력, 마술을 부려가며 그 존재를 보여준다. 세상에 수많은 만화영화 속의 영웅들이 이 세계를 구해주리라는 믿음에 익숙해져 영웅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한편 만화영화 속의 영웅은 이미 그 나라의 왕이나 왕자들이었다. 2014년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현실에서 영웅은 없다.....사회를 지키고 구원해야 할 창조적 영웅의 역할은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다.

 이미 어린이들도 영웅의 모험에 익숙해져 있다. 만화영화 속의 영웅들 역시도 캠벨이 말하듯 영웅의 여정을 고스란히 겪는다. 이와 같이 익숙한 패턴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명확한 이론으로 각인시켜 흩트려진 이야기들을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캠벨의 직관과 노력이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특정한 나라의 신화 이야기는 분명 접하지 못할 이야기들일 것인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복종인가?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수수께끼이며, 

영웅의 바탕되는 미덕과 역사적 행위가 풀었어야 하는 문제다.

오직 탄생(낡은 것의 새로운 태어남이 아닌, 새로운 것의 탄생)만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 죽음의 끈질긴 재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내부에, 

사회적인 무리의 내부에 끊임없는 <탄생의 재현(palingenesia)>

(우리가 갱생하지 않는다면 오래 잔존하게 되어 있다면)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갱생하지 않는다면 응보 천벌여신 Nemesis의 복수만이 

우리가 얻게 되는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며, 

파멸은 우리 미덕의 껍질부터 깰 것이기 때문이다.(P29)


영웅은 과거 개인적, 지방의 역사적 제약과 싸워 

이것을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정상의 인간적인 형태로 환원시킬 수 있었던 

남자나 여자를 일컫는다. 그런 사람의 상상력과 이상과 영감은 태고적부터 

인간의 생명과 사상의 원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영웅은, 현재의 붕괴되어 가는 사회나 정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회재생의 심원한 원리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웅은 현대인으로 죽었지만 영원한 인간(완전하게 되되, 특이하지 않은 우주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라서 두 번째 엄숙한 과업과 행위는

(토인비가 주장하고, 인류의 모든 신화가 보여 주듯이)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재생의 삶에 대해 그가 배운 바를 가르쳐주는 것이다.(p33) 



   그러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토대를 심리학, 정신분석에서 가져와서 설명함으로써 이 책이 신화를 이야기하는가 정신분석을 이야기하는가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었다. 이미 정신분석은 인간의 외현적인 행동을 무의식의 작용으로 간주하여 끊임없이 무의식의 기저에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궁극적으로 캠벨이 말하는 영웅도 내면탐험이라는 점에서 결국 정신분석학적인 이야기를 길게 서술한 느낌도 없지 않다.

  몇 번을 읽으면 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읽혀지겠지만 번역의 문제로 봐야 할지 어색한 문체가 독해에 방해를 하는 점은 아쉬웠다. 또한 작가가 서술한 다른 신화 책에 비해서 이론의 흐름을 설명하는데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오타의 향연과 함께 한) 1999년 출판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 책이 작가의 처음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문장 하나 하나를 떠나서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이 책을 보자면 그 주제,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하나 더, 거의 모든 신화와 종교에서 나타나는 여성이미지가 폄하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웅이야기에서 ‘여성’은 영웅이 아니라 영웅의 방해꾼으로 나타난다. 전세계 그 많은 나라에서 정말로 영웅의 여정을 따르는 ‘여성’은 없었던가? 유혹자로서의 여성 이야기도 좋다. 다양한 영웅의 분류에 ‘여성 영웅’이야기를 한꼭지 첨가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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