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이라서 행복합니다 

- 고군분투 사회복지 공무원 성장기 

함창환, 바이북스, 2017-01-15.


  5월이라서 그렇기도 할 것이고 여러 가지로 분위기가 들떠있다. 착 가라앉은 것보다 나쁘지 않다 생각하지만, 이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훗날의 이 상태에 대해 또다른 얘깃거리를 안겨 줄 것이다. 그래도 일단, 희망과 기대를 긍정적인 선상에서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가.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이 긍정인지 부정이 될 지는 일의 과정과 결과가 알려주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지 너무나 오래인지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올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정부로서야 일단 공공일자리 부분의 증가를 먼저 제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공무원이 많은 사회가 좋다, 나쁘다라는 주장이 예로부터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따르니까. Working poor가 되려도 Working할 곳이 없어 Working poor에도 속하지 못하는 poor한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단 양적인 Working할 곳의 증가 소식은 반길만하다. 그리고 질적인 부분은 살펴봐야 할 일이다.

  공공일자리 창출과 연이은 공무원 증원 채용계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이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이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기분좋음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않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의 차이가 역시 농간이었음을, 가치의 의지의 문제였음을 실감하는 것은 기쁘지 않은 일이다.

  2016년 5월 28일이 1년 만에 되돌아왔다. 젊은 청년이 떠난 자리에는 꽃이 놓였고 사람들의 울분이 가득했다. 늘 반복되어 온 열악한 노동환경이 빚어낸 19세 비정규직 수리공의 사망은 요즈음 연이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과 맞물려 더욱 비애감을 준다.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오긴 오는 걸까. 직장인이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의 희망사항이라 치고 직장인의 애환 역시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직장인이라는 말을 떼고 오로지 업무만을 가지고 행복을 나누기도 애매하긴 하다. 결국 행복하게 일을 하는 것은 개인 차이인가. 하지만 적어도 업무의 특성과 취향을 떠나 고정적이고 안정된 수입이나 처우 등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개인의 업무를 통한 성장과 발전, 그리고 만족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일요일 저녁에 설문조사를 하면 당연 모두다 직장인이고 싶지 않을 것이고 월급날 설문조사를 하면 또한 대다수가 적정의 만족을 표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감을 가진 이들이 갈수록 덜해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업무환경은, 만족감을 가지기에 총체적으로 부실함이 곳곳에 드러나는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헤쳐나가는 것이 개인의 마음가짐의 몫으로 되는 것 또한 얼마나 문제인가.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다. <사회복지 공무원이라서 행복합니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부러운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저 말이 정말이지 책의 제목으로서의 표현일까, 실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마음의 표현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대한민국에서 여러 가지로 열악한 직업의 대표격이다. 공무원이라는 점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하지만 ‘사회복지’ 분야가 이 사회에서 대접받았다는 이야긴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업종에 관한 열정페이와 같은 노동업무가 가치와 의무, 도덕으로 가려져 있다. 적절한 노동환경과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하는 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회복지사든 사회복지공무원이든 과도한 업무강도로 인한 과로사나 자살 사건도 발생한다. 물론 사회복지시설 수급자나 대상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를 행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은 1991년부터 시작되기에 어쩌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의 역사적 전개도 함께 볼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섬에서 시작한 저자의 사회복지 업무는 저자가 도청으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확대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업무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당시만 해도 일반행정직에서 사회복지업무를 진행했고 직할시 정도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선발했다. 전담 사회복지공무원 선발은 2000년에야 이루어졌으니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정도를 알 수 있다. 저자도 말하듯이 단지 나이가 어리고 면지역이라는 것을 떠나서 잡다한 업무를 맡았다고 하고 있다.

  저자가 사회복지공무원으로 맡은 업무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은 변사자 업무다. 당시 섬지역에서는 변사자가 발생하면 시신 수습 업무를 사회복지담당자가 맡았다는 것이다. 시신 수습 업무란 시신 매장까지를 포함한다. 담당자가 직접 땅을 파고 매장하였다는 데서, 그 이전 담당자는 태풍으로 인해 하루 20~30구의 변사자를 처리한 적도 있다는 경험을 얘기하는 데서,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해경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다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해수욕장에 쌓인 수십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목에선 별거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아무리 마구 버린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말이다.

  저자는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업무들을 다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훗날에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하고 있지만, 엄연히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저자 자신의 열정적인 업무 스타일과는 별개로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업무 분장이나 상사의 일 떠안기기는 일종의 업무 방해 아닌가. 맡은 일을 잘 해나가는데 장애를 주는. 그러니 상사로 인해 저자가 팔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저자는 놀라우리만큼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담당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신념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터라 그것이 무너질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저자는 의지로 극복하며, 아직 몸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업무를 잘 수행해나가고 있다 한다. 업무를 하는 동안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또한 사회복지만이 아니라 가정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하며.

  많은 고난과 경험을 겪고 지난 시절을 풀어놓은 저자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겠다. 저자처럼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월요일은 여전히 출근하기 싫다고 느낀다 해도 하는 일에 만족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기를, 그러한 터전이 잘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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