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보운전자다. 운전면허를 딴 지는 몇 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초보운전자의 딱지를 떼지 못했다. 왜냐하면, 차를 타고 나간 날이 별로 안되기에..ㅠ.ㅠ
워낙에 겁이많다. 스피드를 싫어하고, 위험한 건 질색을 하는 성격이다. 놀이공원 가도 절대 무서운 놀이기구는 안탄다, 운전면허도 따고 싶지 않았다. 차몰고 다니라고 할까봐서.. 한데, 울 옆지기, 운전면허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느니.. 요즘 세상에 면허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느니... 등등의 갖은 말로 나를 꼬셨다. 아니, 일종의 압력이었다.
결국, 학원을 다니며 땄다. 학원에서 면허따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단지, 돈이 좀 많이 들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 외엔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학원에서는 그다지 위험한 일이 없다. 도로주행의 경우도 시험때의 규정속도는 40Km이니, 요건 딱 내게 알맞은 속도이다. 무난히 합격했다.
이 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툭하면 울 옆지기.. 어디 갈거면 차 끌고 나가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것도 스트레스다. 차를 타면 좌우는 물론 뒤까지 살펴야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잘 안된다. 차선을 끼어드는 건 아직까지 두근거리고.. 속도를 올리는 건 더 겁난다. 가야할 곳의 주차문제가 확실치 않으면, 웬만하면 차를 갖고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은 검증된 가까운 할인점만 다녔다. 그것도.. 주차하다가 넘 늦게 한다고 누가 빵빵댈까봐 걱정되어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로 골라서 다녔다. 그외의 곳은 내가 잘 아는 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차를 타고 나갔다. 그러니, 차를 타는 건 한달에 두어번 정도, 많아도 대여섯번... 아무리 면허딴지 몇년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타고다니면 여간해선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ㅡ.ㅡ;;
문제는 어제 발생했다. 제사라 시댁엘 가야 하는데, 다행히 옆지기가 볼 일이 있어 휴가를 냈다. 속으론 안심했다. 데려다주겠구나....!! 한데, 가야할 시간이 되도록 옆지기가 집에 오질 않더니, 급기야는 날 보고 차를 몰고 시댁엘 가라한다..ㅡ.ㅜ 차를 안 가지고 가고 싶지만, 한밤중에 돌아올 때를 생각하면 도저히 안가지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댁은 서울 면목동, 울 집은 분당이다.. 위에 고속도로라 쓰긴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분당-수서간 도시고속도로를 타야한다.. 아이들 둘을 태우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채우도록 했다.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
길은 다행히 잘 알고 있다. 옆지기가 운전해서 여러번 다녔던 길이고, 시내도로는 옆지기의 코치아래 두어번 운전해 본 경험이 있다. 비록 잔소리는 엄청 많이 들으며 갔었지만..ㅡ.ㅡ;;
분당-수서간 도로에 올라섰다. 원래 80Km가 제한속도인 도로지만, 다른 차들은 100Km넘게 달리기도 한다. 나는 착실히(?) 80Km로 달렸다.. 뒤에 차들 아마도 욕했겠지? 1차선쪽은 당연히 비워두고, 3차선쪽은 들어오는 차들이 많아서 피하고, 계속 중간차선인 2차선으로만 갔다. 내 뒤에 따라오는 차들을 보니 잘 참고 따라오는 것 같다.. 한데, 급커브가 나오니 도저히 80Km를 유지를 못하겠다. 70Km로 줄였다. 그랬더니 치사하게 뒤의 차들이 막 추월을 해버리는 것이다.. 정말 잠깐이었는데..ㅡ.ㅜ
울 딸래미 옆에서.. "엄마, 우리 뒤에뒤에뒤에 있던 차가 저~ 앞에 있어!!!" 라고 한다.. 흑흑~ 나보고 어찌하라고..
여하튼 무사히 시댁에 도착했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에 주차하는 건 더 문제였다. 결국, 벽에 좀 닿았다. -.-;; 울 옆지기가 나중에 하는 말이 역시나 긁혔댄다.. 흥~ 그래도 그 정도면 잘 한거지!!
원래 울 옆지기가 운전하면 시댁까지 오는데 45분 정도걸린다. 나는 얼마나 걸렸을까? 아아~ 1시간 20분 걸렸다..ㅡ.ㅜ 길이 좀 막히긴 했지만 엄청난 차이다.. 차에서 내리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찌나 긴장했었는지 팔도 무지 아프고...
초보 운전자.. 대단한 경험을 했다. 꿈에서도 운전할 것 같다.. 다음엔 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