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길이 끝날 때까지 누가 뒤에서 아무리 당신의 이름을 부르더라도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 본다. 그리고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에, 자기의 어리석음과 부족한 인내심에 절망한다. 전설의
고향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양의 신화에서도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많은 걸 보면 약속을 지킨다는 것과 ‘하지
말라는 금기사항을 끝까지 참고 버티기’ 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그리스 신화에서 한 노래 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오르페우스는 우리가 흔히 뮤즈(Muse)라 부르는 무사이의 아홉 자매 중 한 명인 칼리오페의 아들이었다. 엄마부터가
이름난 그리스 가요계의 스타이다 보니 아들 역시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 마다 100점이었고 청중들의 앵콜 요청이
쏟아지는 그리스 신화 최고의 ‘카수’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부르면 숲 속을 노닐던 모든 동물들이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나무들 조차도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가지를 오르페우스 쪽으로 늘어뜨렸다고 한다.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목숨을 빼앗는다는 세이렌들도 그의 노래 앞에서는 명함 조차 내밀지 못했다.
노래 잘하는 남자에게는 예쁜 여자들이 잘 따르는 법(물론 예외도 많다만…. 내 친구 중에도… -_-) 오르페우스의 아내는 이름 마저도 아름다운
숲 속의 님프였던 에우리디케였다. 하지만 이 인물 좋고 노래 잘하는 부부 앞에 신혼의 단꿈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자나깨나 뱀
조심… ㅠㅠ).
노래는 커녕 식음을 전폐하고 죽은 아내의 죽음을 목놓아 슬퍼하던 우리의 오르페우스 선수, 용감하게도 저승세계까지 아내를 찾아 나선다. 무기라곤 오로지 리라라는
하프 비숫한 악기 하나와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공기반 소리반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꿀성대밖에 없었다.
살아서는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저승세계였지만 오르페우스의 연주와 노래는 하데스의 저승세계 마저 순순히 문을
열어줄 정도로 감동적이었나 보다(훗날 글룩이란 작곡가가 오페라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 에우리디케도 없이 / 어디로 갈 것인가 / 나의 연인도 없이 “ 로 시작하는 아리아는 이 상황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https://youtu.be/C1B85UQT4AY
노래라곤 담쌓고 살던 하데스와 저승세계의 온갖 음울한 괴물들도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그만 넋을 잃고 감동에 빠져
든다. 고통과 비명만 가득하던 저승세계에 잠시 아름다운 노래로 평화가 찾아든 것이다. 마침내 저승세계의 왕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내어 준다. 하지만, 쪼잔한 하데스는 여기에 토를 단다.
“ 반드시 저승세계를 벗어날 때까지 뒤를 돌아 보지
말 것”.
꿈에도 그리워 하던 아내의 손을 잡고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를 빠져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에우리디케가 촉촉하고 달달한 목소리로 “오르페우스여
제발 저를 한번만 봐주세요. 왜 저를 안 보시나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요?”란 말에 오르페우스는 " 무신 쏘뤼~~ "하며 뒤를 돌아본 순간, 에우리디케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오르페우스는 절망한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노래도 어느 정도 흥이 나야 나오는 법.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잃었다는
자책감에 오르페우스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아니 부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인들은 그런 오르페우스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자신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달라고, 자신들을 사랑해 달라고 밤낮으로 오르페우스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절개를 지키던 오르페우스는 결국 이 철없는 여자 사생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목이 잘리고 강에 던져진 것이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 <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하는
님프>는 바로 죽은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죽어서
저승세계로 간 오르페우스가 하데스 왕과 페르세포네 왕비의 배려로 다시 에우리디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살아서 같이 행복한 것과 죽어서 영원히 같이 행복한 것. 어느 것이
더 낫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끝까지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하면, 그 누가 뒤에서 당신 이름 부르며 술 마시자고 해도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되요. 알았죠? ~~~
“
마눌님의 2016년 새해 신년사다.
아마 지엄하신 그 분부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게 되면 오르페우스처럼 대형 참사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이미 전설의 고향과 수많은 그리스 신화들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새해에는 그저 돈만 열심히 벌고 책이나 엄청 읽어야겠다.
마누라 보다 오래 살면 절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나는 책. 배우자 보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사람은 절대 읽지 마시라.
책 읽은 후의 여운이 제법 오래 가는 책.
한 달에 최소한 고전 하나씩은 읽으려고 나름 갸륵한 결심을 하고 실행 중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보다 장광설은 덜하지만 이 책에서도 이상한 사이코들은 많이 등장한다. 역시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만하다. 글씨가 작아서 노안을 재촉하는 책.
가요평론만 하는 줄 알았더니 강헌 아저씨가 이렇게 명리학의 고수일 줄이야. 사주명리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만인이 명리학자가 되자는 결론은 ‘글쎄올시다’이다. 예전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리뷰( http://blog.aladin.co.kr/yahkle/5853420 )에서도 밝혔지만 적당히 상식선에서만 공부하자는 것이 여전한 내 주장이다. 이 책의 후반부 내용은 적당한 상식선을 살짝 넘는 수준이지만 자기 사주명식을 이해할 정도의 공부를 위해서
이 정도 수준까지 공부하는 건 괜찮겠지. 어설프게 선무당이 되어 남의 운명상담만 안해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