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수업 -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정연주 옮김, 안상헌 감수 / 경향B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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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였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의 공저자 고가 후미타케.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미움 받을 용기는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로 풀어낸 책으로, 나의 경우 청년의 입장에 몰입해서 책을 읽어 나갔는데 그래서인지 한층 더 철학자와의 대화에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이후에 또 한명의 공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두어 권 접하면서 깨달았다. 미움 받을 용기를 흥미롭고 집중 있게 읽어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건 고가 후미타케의 문장력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즈음에 다시 만난 고가 후미타케. 그는 이 책 작가의 문장수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15년 전 작은 출판사에 취직한 후, 그 다음해에 작가로 독립했다. 이렇다 할 연줄도 없고 출판계 경험도 1년 미만인 상태로 결정한 독립이었다. 제대로 된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독립하고 처음 받은 일은 여행사의 홍보지에 게재한 당일치기 버스 투어 안내문이었다. 이후 조금씩 일반지나 경제지에서 일이 들어오게 되었고 최근 10년 동안 작가로서 매년 평균 10권 이상, 합계 80권 이상의 서적을 집필했다. (p.6)

 

매년 10권이라고 하면 적게 잡아도 매해 원고용지 3,000장이 넘는 문장을 써 왔다는 그의 글에서, 나는 미움 받을 용기의 청년이 생각났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생각을 우직하게 주장할 줄 알았던 청년. 그런 청년의 자신감은 고가 후미타케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입말을 글말로 바꾸는 데 프로라고 자신하고 경험도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작가인 나밖에 말할 수 없는 조언이 많다. (p.6)

 

이 책에서도 그의 단정하는 문장은 계속되는데, 그래서 그의 문장에는 힘이 있다. 미움 받을 용기에서 청년의 단정하는 주장은 종종 내 생각과 달라 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가 자신있어하는 글말이며 문장이 아닌가.

 

프롤로그와 문장 수업 안내에 관한 글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문장 수업이 시작된다. 4강으로 이루어진 구성인만큼 이번엔 나도 각 강에 맞춰 글을 나눠 써보려고 한다.

 

먼저, ‘쓰려고 하지 말고 번역하라는 문장수업 안내의 한 구절을 담아본다.

 

문장 세계에서는 종종 생각하고 나서 써라.”라는 조언을 한다. 생각해 보지 않고 쓰기 시작해 봤자 좋은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지만, 혹시 눈앞에 스무 살의 내가 있다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조언을 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 써라.”라고 말이다. (p.26)

 

약간의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이 구절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나 역시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글을 쓰는 타입이고, 그래서 시간이 글 한 편을 쓰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잡아먹곤 한다. 그런데 생각하기 위해 쓰라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제 아무리 생각하고 나서 쓰더라도, 쓰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글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글과 많이 달라진다.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된 구절이었다.

 

문장은 리듬으로 정해진다1강에서는 문체는 리듬이다, 로 강의를 시작한다. 이 강에서는 글에 대해 내가 가진 편견을 버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글을 써도 여전히 미숙해서 그런지 나는 접속사를 많이 쓰는 편인데, 접속사를 쓸 때마다 마음 한 편으로 불편했다. 접속사를 남용하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접속사에 기대는 것은 문장에 미숙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는 접속사를 무작정 생략하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접속사를 남용하면 거슬리고, 적당히 삭제해야 읽기 쉬워진다는 점은 인정하고, 그리하여 필요 없는 접속사는 없애라는 조언은 원칙적으로 옳다고 덧붙인다.

 

다만 한 가지, ‘접속사를 남용하지 말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p.54)

 

,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내가 접속사보다 더 많이 쓰는 것. 쉼표. 쉼표와 마침표를 너무 아끼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줄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제 발 저려서 유심히 읽었다. 쉼표를 떠나서 내게 부족한 행갈이단정하는 문장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지기 위해 단정하는 것이다. (p.77)

 

독자는 설득력이 있는 말을 바란다. 말의 설득력은 단정이라는 위험을 무릅썼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p.77)

 

그가 단정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낸 설득력이, 끝내 내게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 구절을 읽었다.

 

문장의 재미는 구성이 좌우한다2강에서 중요한 건 역시 구성이다. 또 다른 글을 예로 들어 구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영상의 구성을 빌려와 설명하는 데 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장의 재미를 구성하는 데 있어 영상의 카메라워크를 참고하라며 도입-본편-결말(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설명해준다. 또 글의 도입부에 대해 설명할 때, 관객을 관객석에 앉히는 데는 영화의 예고편이 큰 몫을 한다며 예고편의 기본 3패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내가 봤던 영상의 카메라워크와 예고편의 3패턴을 떠올리며 글을 읽으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자신의 문장을 독자로서 읽어 보라3강에서는 공감하고, 많이 반성했다. 나 역시 싫은 문장에서 글 쓰는 자세를 배운 적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원고는 의외로 쓰기 힘들다는 것을 사무치게 잘 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얼마든지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좋아할수록 쓰기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다. 공감은 여기까지다.

 

반성한 부분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첫째, 잘못된 세부 사항은 문장에 치명적이다.

둘째, 작은 거짓말은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셋째, 반전은 열 번 중 세 번이면 충분하다.

 

글을 쓸 때, 내가 부족한 부분들이다. 앞으로 글을 쓸 때 이 부분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내 생각을 책에 메모해가며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4글쓰기의 완성은 편집에 달려 있다에 들어서서는, 이 강의만큼은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흡수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자신이 쓴 문장에 주저 없이 가위질할 용기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퇴고를 할 수 있다. (p.188)

 

아무리 문장에 자신이 있더라도 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안 된다. 밤중에 쓴 러브레터를 예로 들 것까지도 없다. 문장이란 자칫하면 자아도취나 시야 협착에 빠지기 쉬운 도구이다. 자신에게 취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으며, 언제나 의심하면서 글쓰기에 임하도록 하자. (p.200)

 

퇴고는 어떤 의미로는 매몰 비용과의 싸움이다. (p.207)

 

좋은 문장이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행동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문장을 말한다. (p.222)

 

이 모든 구절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알고는 있지만, 결코 자신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내 딴엔 공들여 썼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가위질하지 못했고, 언제나 의심하며 글쓰기에 임하지 않았으며, 매몰 비용과의 싸움에서는 늘 졌던 나였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담은 구절만큼은 잘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문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낌없이 이야기했음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문장에 대한 그의 애정과,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막막해하는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나의 애정도 이 서평을 통해 묻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문장수업에 관한 책을 완독하고 글을 쓰면서도 전보다 더 산만하고 부족한 것 같아 아쉽지만, 꼭 전하고 싶다. 이 긴 글을 쓰면서 나는 행복했다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쓸 수는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을 다해 많이 쓸 수는 있는, 이 쓸모없는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바람을 덧붙이면서 글을 갈무리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글 쓰는 힘글 쓰는 의욕을 당신도 얻었으면 좋겠다쓰는 건 다소 어려울지 몰라도, 글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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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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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소피아 아모루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Nasty Gal의 창립자. 그런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에 눈길이 갔다.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녀의 연대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랬다.

 

2002 히치하이킹으로 서부 해안을 떠돌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정착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살았고 (먹어보지도 않고 공짜 베이글을 무시하지 마시오), 상점에서 소소한 물건을 훔쳐 월세를 냈다.

 

2002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서점에서 훔친 책이었다.

 

2003 절도 행위가 발각되었다. 도둑질은 그날로 그만두었다.

 

2014 나는 현재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 로스앤젤레스에 1400평 규모의 본사가 있고 켄터키에 물류창고가 있으며 350명의 직원이 내 밑에서 일한다.

(p.12-13)

 

그녀의 이런 연대기에 눈길이 갔던 건, 이 책이 빨리 부자 되는 법, 패션 업계에서 성공하는 법,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예감대로 이 책은 정말로 그런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맞지만 그런데 내 말을 꼭 고분고분 들어야 할까?’하고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 저자. 청개구리 심보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귀 기울여 듣는 나로서는 점점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발 날 대단한 존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고 부러워하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은 초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는 데 쓸 에너지를 자기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데 쓰면 좋겠다. 당신의 우상은 당신으로 충분하다. (p.22)

 

이 부분도 내가 참 마음에 들어 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물론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책 전반에 녹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내스티 갤을 시작하게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녀가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자신을 믿는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걸보스인 그녀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그녀 못지않은 주위의 걸보스에 대한 이야기다. 몇몇 챕터 뒤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소개되는데, 걸보스인 그녀가 소개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만큼 믿고 읽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건, 현재 내스티 갤 바잉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루치의 이야기다. 내스티 갤의 첫 직원이었던 그녀는 내스티 갤의 성공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나는 그야말로 빈털터리였고 확실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다. 막연한 생각에, 어시스턴트란 건 임시로 하는 일이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5년 후, 여전히 나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로를 찾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나를 흥미롭게 하는 것을 따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p.64)

 

그녀의 이 말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이야기가 그저 막연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시급 14달러를 16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둘 다 그때까지 소피아 아모루소가 받아본 시급보다 큰돈이었지만 그녀는 밥값을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만약 사업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참호에서 내 곁에 두고 싶은 병사는 그녀 같은 걸보스라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막연하게 시작했을지라도 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결코 막연하게 일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참 멋있었다.

 

나와 내 책이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을 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p.27)

 

걸보스가 꿈만 꾸지 않고, 달려들어 일하는 건 자신을 믿기 때문이고, 그건 비단 걸보스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책 속 구절처럼, 억만장자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일이란 우리 모두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왕이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있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움이 될만한 그 무엇을 그녀의 행동력에서, 부지런함에서, 시행착오 그 어디에서 발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좁은 일직선 도로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며, 헤매다보니 제일 빠른 길을 찾기도 하듯 말이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자신의 길에서 내스티 갤을 만들었고, 나는 나의 길에서 이 책 #걸보스 Girlboss를 만났는데, 나는 이 만남이 참으로 반갑고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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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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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여덟 살, 열 살 차이나는 친척 언니, 오빠가 있는 큰이모 집에 갈 때마다 내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 제목보다는 빨갛고 파랗던 원색의 책등이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책.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였다. 그 당시 역사라고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전부였던 내게는 오빠만큼 커서 아니면 오빠보다 크면 저런 책을 읽어야할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국사를, 세계사를, 근현대사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자랐지만 그 당시 오빠 나이를 훌쩍 지나서도 로마사는 먼 이야기였다.

모르고 읽었으면 모르겠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위안부 관련 망언을 그의 책보다 먼저 접했고, 제 아무리 필력이 대단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라 할지라도 나는 평생 이 책을 읽을 수 없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로마사를 접한 건 행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시리즈 제 1부다. 이 시리즈는 총 7부로 이루어졌는데,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각종 지도와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용어설명 (마스터스 오브 로마 가이드북이 그 책이다)을 보면 저 문장이 실감이 난다. 무언가에 여생을 바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독하고 싶었고, 끝내 그럴 수 있었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의 사이, 즉 팩션의 창작이지만, 이런 책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이지 않나.

 

로쟈님의 추천사 속 구절처럼, 이 책은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나를 데려갔다.

 

광대극은 거의 비극으로 바뀌었다. 클리툼나가 귀한 알렉산드리아산 유리잔을 집어들어 깨뜨리더니 술라의 얼굴을 겨냥하고 돌진했다. 이를 본 니코폴리스는 포도주병을 쥐고 클리툼나에게 덤벼들었다. 스킬락스는 신고 있던 코르크굽 샌들 한쪽을 벗어들고 메트로비오스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순 동작을 멈췄다. 다행히 술라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세 남녀를 장사 같은 힘을 발휘해 바로 제압해버렸다. (p.49)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겨 정확히 서른 살을 맞이하는 (소설 속 구절에 따르면 소포클레스가 신과 인간의 괴벽에 대한 깊은 체념 속에서 상상해봤음직한 가장 기이하고 흉측하고 복합적인 비극을 맞는) 술라를 구경하는 재미. 내 눈앞에 카이사르와 마리우스와 술라, 유구르타 등 많은 인물들이 번갈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로마를 이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낯설었던 로마사,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은 막히며 막힌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이드북을 벗 삼아 읽어 나갔고, 가끔은 가이드북에 더 심취해서 용어만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2권은 1권보다 재밌다는 서평을 잠깐 읽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모르긴 몰라도, 콜린 매컬로의 책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위험하다(어디까지나 긍정적으로)’싶은 책을 만났는데, 이렇게밖에 서평을 쓰지 못하는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남은 2권과 3권도 올해 독서 계획에 써넣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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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행복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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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오던 날, 나는 친구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길이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싶다기에, 집에 있는 책을 빌려준 친구였다. 빌려준 책을 돌려받으면서 겸사겸사 저녁을 먹으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빌려준 책에 관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내게서 책을 빌려 읽던 그 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다. 미움 받을 용기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일러주었다면 이 책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는 이런 책이다.

 

 

 

이 책에서는 오로지 간호인의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간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간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어떻게 하면 트러블 없이 최대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제가 오랫동안 공부하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아들러가 간호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한 건 아니어서 아들러라면 뭐라고 했을까를 아버지와 함께할 때 생각했습니다. (p.9)

 

 

 

다시 말해 이 책은 기시미 이치로에 의한, 자식을 위한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버지에 대해서 쓰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고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멈추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생긴 덕분에,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 덕분에 저는 늙음이나 병, 죽음에 대해서 한층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제까지의 삶에서 지금처럼 아버지와 진지하게 마주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p.230)

 

 

 

경험보다 더 중요한 교훈은 없다고, 기시미 이치로 자신이 직접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은 늙음, , 죽음등 피할 수 없는 문제 속에서 찾은 행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잠깐이지만 간호를 경험해 본 일이 있다. 작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신 큰이모의 간병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병원은 비일상적 경험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아버지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혼란을 겪습니다. (p.18)

 

물론 제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버지가 진정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영향도 의미가 있어 저도 열심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강한 불안에 휩싸이는 것도 안개 밖의 세상을 봤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간호인은 그런 불안을 없앨 수 있습니다. (p.76)

 

 

 

위와 같은 구절에 공감했는데, 내가 아파서 찾은 병원이 아닌 간호인으로서의 병원을 느끼면서 나 역시 혼란을 겪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의 환경이 달랐고, 대형 병원은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방심했는데 대형 병원에서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이모가 전보다 진정하시는 걸 보면서 뿌듯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입원한 환자는 육체적으로 불편을 겪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럴진대, 지금 이 순간 간호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간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간호가 아니라, 부모를 이해하고 나아가 늙음, ,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에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춤입니다. 춤을 추면 결과적으로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요? 어딘가로 가기 위해, 게다가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춤을 추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목표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대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삶도 그런 움직임과 같습니다. 그때그때 완성되기 때문에 몇 살이 되어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미완성으로 끝난다 해도 그때그때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 삶을 우리는 나이 든 부모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p.226)

 

 

 

아무 일 없이 살아갈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지만 일단 가족 중 누군가 배우자, 자녀, 부모 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그 사람과 함께 살아 왔던 일이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꼭 그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둘도 없는 존재라는 것, 지금은 이렇게 함께 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온다는 것, 그때까지는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병에 걸려도, 자기의 이상과 다르더라도 그런 이상 속의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둘도 없는 이 삶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매일 되새기며 결의를 다잡는 것에서부터 존경이 태어납니다. (p.228)

 

 

 

가족 중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책이 무슨 소용이며, 아들러 심리학은 더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책 속 구절처럼 부모의 간호를 맡는 지금이 진짜 현실이고, 간호가 끝난다고 해서 진짜 나의 인생이 시작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간호인 역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의 도움을 받거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간호인의 심리다. 간호인의 심리가 안정되어야, 간호를 받는 사람 역시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간호만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내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가 많은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네 인생의 또 다른 움직임에 든든한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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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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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어떤 나라를 여행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스위스라고 답하곤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왜 스위스를 가고 싶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스위스라고 대답할 때보다 더 확신에 찬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싶어서 라고.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처음 접한 뒤로 지금까지 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만큼 빠져든 작품이 없다. 어두운 배경에서 한 줄기 빛을 받고 있는 소녀. 고개를 살짝 돌려 어깨 너머로 화면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작품을 두고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 부른다지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왜 그리도 모나리자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이렇게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마우리츠하이스 왕립미술관에 가고 싶었고, 그 미술관은 스위스에 있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스위스가 가고 싶었던 것이다. (베르메르의 국적은 네덜란드이고,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세 명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화가이지만 오로지 그 작품이 스위스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네덜란드가 아니고 스위스였던 것이다. 하하.)

 

그랬던 스위스는, 조조 모예스의 장편소설 미 비 포유를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소설의 화두였던 조력자살때문이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윌 트레이너가 선택한 그 길. 나 역시 그를 간병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 루이자에게 감정이입해서, 그가 선택을 되돌렸으면 하고 바랐지만, 결국 그는 스위스로 떠난다.

소설을 읽던 당시에는 스위스를 그저 조력자살이 허용되는 나라로만 생각했고, 소설의 전개에 빠져서 잘 몰랐다. 이 책 스위스 방명록존엄한 탈출 : 조력자살부분을 읽으면서 조력자살에 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스위스의 리버럴한 조력자살 정책은 정부나 의료계가 주도권을 쥐고 정식으로 합법화하고 양성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자세한 법률이 부재하는 모호한 틈새에서 비영리단체들이 고통 없이 죽을 권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지역정부와 의료계의 협조를 받아 약 30년에 걸쳐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p.351)

 

이를 비롯해서 스위스에서의 조력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온전하게 읽게 됨으로써 나 역시 이 문제에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구절이다.

 

자기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그래야만 하는가. 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이 그리도 절박한가. 그러나 오로지 주변사람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애도가 두려운 자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p.349)

 

조력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미국에서 8, 일본에서 4, 오스트리아 빈에서 4, 그리고 지금은 스위스 베른에 옮겨가 2년째 머물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들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영원한 여행자이면서 성실한 시민이라 수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소속된 내부자이면서 바깥에 선 관찰자로, 누구도 몰랐던 스위스 사회의 감추어진 이면을 들여다보는 책.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외국인이 정착하기 좋은 나라, 삶의 수준이 높은 나라라는 객관적인 스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스위스에 누가 살았으며 그들이 무엇을 일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어서 좋았다.

 

니체의 안식처였던 실스마리아 챕터를 시작으로, 반평생을 스위스에서 보낸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반갑게 읽고 취리히에서 요절한 천재, 혁명가이자 의사였고 문인이었던 게오르크 뷔히너 이야기를 지나, 존엄한 자살 조력자살을 거쳐 바그너의 스위스를 끝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공감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들의 별 5개 만점 후기를.

잘 몰랐고, 몰라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스위스는 내게 그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기 위해 가고 싶은 나라였지만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탈바꿈했다. 누구보다 뜨겁게 시대를 살았고, 누구보다 뜨겁게 싸웠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스위스로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비스위스인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언급하며 이런 구절을 덧붙인다.

 

이들은 모두 스위스에 머물렀던 경험을 통해 세상에 중요한 유산을 남겼으며, 그들은 스위스에, 스위스는 그들에 빚지고 있다.’ (p.16)

 

. 에필로그를 읽고, 다시 앞장을 펼쳐 프롤로그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스위스에, 스위스는 그들에 빚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 책을 쓴 노시내 작가님과,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마티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기회를 준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에 빚졌다고. 다소 과한 표현일지라도, 이렇게 표현할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치는, 혹은 스위스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보물을 한 가득 담은 책을 감사하게 챙겨 읽은 기분.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낯설었지만 새로웠고, 행복했다. 이 책의 에필로그 속 구절처럼 그 보물들 뒤에는 늘 인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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