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놓인 삶에서도 다시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조조 모예스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  

『미 비포 유』의 저자 조조 모예스의 새로운 소설 『원 플러스 원: 가족이라는 기적』. 진정한 사랑을 탐구하는 작가 조조 모예스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조금은 제멋대로인, 하지만 어떤 삶이든 따뜻하게 사랑할 줄 아는 여자 제스와 무엇이든 계획대로, 자신 이외의 것들을 아직 사랑해본 적 없는 남자 에드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낮에는 가사 도우미로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는 싱글맘 제스. 학교에서 괴짜로 놀림 받으며 매일 맞고 다니는 소년 니키와 수학 천재 소녀 탠지, 침 흘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덩치 큰 개 노먼과 함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탠지에게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찾아온다. 탠지의 수학 재능을 알아본 명문 학교에서 장학금을 줄 테니 입학하라는 권유를 해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장학금을 받더라도 학비를 감당할 수 없고,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한 가지 방법은 탠지를 스코틀랜드에 데려가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시키는 것이다. 만약 탠지가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상금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프트웨어 회사를 팔아 엄청난 부자가 된 젊고 유능한 에드는 쌓아온 모둔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제스네 가족이 사는 마을 근처의 별장에서 머물던 그는 제스네 가족의 여행에 휘말려 그들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는데…….

*

 

사재기 한다고 사둔 책이 많아서 당장 읽긴 어렵겠지만, 꼭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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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
임정일 지음 / 책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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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나는 집 앞 고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날씨에 따른 교통상황과 들쭉날쭉한 버스 배차시간을 고려해서 많게는 몇 십분 더 서두르다보니 절로 부지런해졌다. 지각에 대한 두려움 내지 강박이 있어서 내 뜻과 무관하게 지각할 때를 제외하고는 여유있게 다녀서 그런지 등굣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버스로는 짧은 거리지만 책을 읽던 기억, 학교에 도착해서는 제일 먼저 자리를 잡고 교실을 둘러보던 기억, 학년부장 선생님보다 먼저 도착한 경우도 더러 있어서 교실 앞에서 각 교실마다 문을 열어주셨던 학년부장 선생님을 기다리던 기억, 창문을 열어놓고 교실을 환기시키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던 기억 등 부지런함이 내게 가져다 준 추억들이다.

 

이 책 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가 말하는 느리게 걷는다는 것도 그런 거다.

 

그 차이는 10분이다. 10분이란 시간은 내가 마주치는 대상과 대상 사이에 쉼표를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새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낙엽을 밟았고,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노란 버스에 손을 흔들어 주었고, 담쟁이넝쿨을 보며 도종환의 시를 떠올렸고, 우체통 앞에서 손 편지를 써 본 지 참 오래되었다는 반성을 했으며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는 길고양이에게 말을 걸었고, 닭둘기가 되어 버린 비둘기의 진화에 대해 생각했다. 느리게 걷는다는 것은 그런 거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일상에 쉼표와 여백을 얻기 위해 10분 일찍 움직이는 것이다. (p.49)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내서라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지않나. 10분이면 우리는 포털사이트의 연예란 속 기사들을 전부 확인할 수 있고, SNS에 접속해서 재밌는 컨텐츠를 즐기거나 지인의 근황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느리게 걷고, 당신을 만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좀처럼 아무나가 되려하지 않는다. 어쩌면 방법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SNS를 통해 새파란 가을 하늘이나 낙엽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담쟁이넝쿨 사진을 배경으로 쓰인 도종환의 시를 읽으며 비둘기가 닭둘기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코믹하게 풀어낸 만화를 읽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다른 일이다. 스마트한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으로 새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낙엽을 밟으며 낙엽 냄새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꿈쩍하지 않는 비둘기의 느릿한 움직임을 보며 어쩌다 닭둘기가 되었을까 상상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인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글과 크게 다른 글은 아니었지만 한 장 한 장 읽고, 실린 사진들에 시선을 둔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임은 분명하다. 바쁜 연말이지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거침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의 뒷표지 구절처럼 정말이지 느리게 걷다 보면 분명 당신이 잃고 있던, 그 무엇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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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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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쉬웠다던 김연수 작가님. 작가님의 소설만큼이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도 정말 매력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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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
리사 스월링.랄프 라자 지음, 김은지 옮김 / 종이의온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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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출신의 영국인 아티스트 리사 스월링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랄프 라자. 부부인 두 사람의 행복 카툰 에세이 『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를 읽었다. 신간 서가에 꽂혀있었는데, 일단 노란책이면 집어들고보는 노란책 마니아기질 (특히 개나리색에 약하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라던가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라던가 노란책에대한 좋은 기억들 덕분이기도) 덕분에 접하게 된 책이다. 부제처럼, 몰랐던, 잊었던 소소한 행복들이 표지 속 그림체로 책 속 가득 그려져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볼펜의 잉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쓰기. 나와 같은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을 만날 때. 쌕쌕거리며 잠 자는 아기.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일 때. 아하! 하고 문제의 답이 떠오를 때. 100% 충전된 핸드폰. 소설책에 푹 빠지기.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 끈질기게 괴롭히던 모기를 마침내 잡을 때.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올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막판 승부에서 이길 때. 정류장에 막 도착한 순간, 들어오는 버스. 퇴근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시계. 끝이라는 글자 타이핑하기. 글이 막힘없이 술술 써질 때. 낯선 사람이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것을 바라보는 일. 등등. 이렇게 500가지가 담겨있다. 내가 노트에 옮겨적은것만 두장이 넘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문장화 해보지 않았던 행복들. 귀여운 그림이랑 함께 담긴 작은 행복들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의 홍보 문구처럼 우울할 때 읽으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때 읽으면 더 행복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교수님이 감동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연습을 통해서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읽는 사람으로서도, 쓰는 사람으로서도 말이다.다른 재주는 없어도 감정이입만큼은 능한지라 그땐 무슨 소린가 했는데, 나이 들면서 감정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하신 거구나 했다. 이 책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행복을 읽으며 행복을 배우라고.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연습이라하면 지레 겁먹기 쉽지만 어렵지 않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내 곁에 있음을 아는 것이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는 이 책의 말처럼 찾아가보는 거다. 이런 책을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일들을 적어보거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내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 속에서 행복을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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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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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손에 책 두 권이 들려있었다. 한 권은 뇌에 관한 책이었고, 한 권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황경신에 이어 사강의 책으로 익숙한 소담출판사의 책이 아니었다. 범우사의 범우문고로, 판형이 신선해서 손에 쥐었을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강의 책이라면 으레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꼼꼼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은 또 달랐다. 쓸쓸했던 단편집과 다소 격했던 환각 일기를 지나 만난 이 에세이 소설은 정말 새로웠다. 첫 장은 그냥 시작이 이런가보다 싶었다. 2장부터는 무일푼으로 프랑스에 온 스웨덴 출신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남매의 파리 생존기를 그려나가기에 이 둘이 주인공인 소설이구나 싶었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작가 자신의 생존기가 다시금 펼쳐진다. 그녀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다말고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가 포스팅 해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건, 소설은 시종일관 냉정하고 담담한 문체인데 반해 에세이는 열정적인 걸 넘어 거침없는 문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자신을 변론하던 사강답게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사강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는데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이 그렇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낙태가 돈 많은 여자에게는 잠깐의 불편이겠지만 돈 없는 여자에게는 끔찍한 도살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나의 위대한 신들 앞에서 맹세했다. (p.56)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의 권리이듯이. (p.57)

 

그 이미지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페라리, 위스키, 스캔들, 결혼, 이혼 등 대중이 말하는 예술가의 삶을 보낸 지도 벌써 십팔 년이다. 하긴 그 아름다운 가면에게 어떻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소 원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취향, 그러니까 속도, 바다, 자정, 모든 화려한 것, 모든 어두운 것, 나를 잃게 만드는 것, 고로 나를 찾게 만드는 것에 딱 들어맞는걸. 자기 자신의 가장 극단적인 면, 자기가 가진 모순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혐오하는 것들, 자기가 가진 분노와 악랄하게 싸워야만 인생이란 게 뭔지, 어쨌든 적어도 내 인생은 뭔지, 아주 약간, 그렇다, 아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무엇도 내게서 그 생각을 빼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p.68-69)

 

낙태에 관한 사강의 이야기를 꽤나 덤덤하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생명은 귀하게 여기는 법인데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사강의 이러한 생각들이 사강의 작품 속에 녹아있고, 사강 자신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자 후기에서 역자는 이 작품을 두고 어떤 작품보다 사강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얼떨결에 그녀의 대표작을 두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얼떨떨하다. 이전에 읽은 길모퉁이 카페독약보다는 사강의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은 분명하다.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 않은 것이 내 권리였다면 반대로, 찾아 읽는 것도 내 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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