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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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쉬웠다던 김연수 작가님. 작가님의 소설만큼이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도 정말 매력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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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
리사 스월링.랄프 라자 지음, 김은지 옮김 / 종이의온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남아프리카 출신의 영국인 아티스트 리사 스월링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랄프 라자. 부부인 두 사람의 행복 카툰 에세이 『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를 읽었다. 신간 서가에 꽂혀있었는데, 일단 노란책이면 집어들고보는 노란책 마니아기질 (특히 개나리색에 약하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라던가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라던가 노란책에대한 좋은 기억들 덕분이기도) 덕분에 접하게 된 책이다. 부제처럼, 몰랐던, 잊었던 소소한 행복들이 표지 속 그림체로 책 속 가득 그려져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볼펜의 잉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쓰기. 나와 같은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을 만날 때. 쌕쌕거리며 잠 자는 아기.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일 때. 아하! 하고 문제의 답이 떠오를 때. 100% 충전된 핸드폰. 소설책에 푹 빠지기.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 끈질기게 괴롭히던 모기를 마침내 잡을 때.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올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막판 승부에서 이길 때. 정류장에 막 도착한 순간, 들어오는 버스. 퇴근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시계. 끝이라는 글자 타이핑하기. 글이 막힘없이 술술 써질 때. 낯선 사람이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것을 바라보는 일. 등등. 이렇게 500가지가 담겨있다. 내가 노트에 옮겨적은것만 두장이 넘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문장화 해보지 않았던 행복들. 귀여운 그림이랑 함께 담긴 작은 행복들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의 홍보 문구처럼 우울할 때 읽으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때 읽으면 더 행복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교수님이 감동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연습을 통해서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읽는 사람으로서도, 쓰는 사람으로서도 말이다.다른 재주는 없어도 감정이입만큼은 능한지라 그땐 무슨 소린가 했는데, 나이 들면서 감정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하신 거구나 했다. 이 책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행복을 읽으며 행복을 배우라고.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연습이라하면 지레 겁먹기 쉽지만 어렵지 않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내 곁에 있음을 아는 것이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는 이 책의 말처럼 찾아가보는 거다. 이런 책을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일들을 적어보거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내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 속에서 행복을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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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손에 책 두 권이 들려있었다. 한 권은 뇌에 관한 책이었고, 한 권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황경신에 이어 사강의 책으로 익숙한 소담출판사의 책이 아니었다. 범우사의 범우문고로, 판형이 신선해서 손에 쥐었을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강의 책이라면 으레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꼼꼼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은 또 달랐다. 쓸쓸했던 단편집과 다소 격했던 환각 일기를 지나 만난 이 에세이 소설은 정말 새로웠다. 첫 장은 그냥 시작이 이런가보다 싶었다. 2장부터는 무일푼으로 프랑스에 온 스웨덴 출신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남매의 파리 생존기를 그려나가기에 이 둘이 주인공인 소설이구나 싶었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작가 자신의 생존기가 다시금 펼쳐진다. 그녀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다말고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가 포스팅 해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건, 소설은 시종일관 냉정하고 담담한 문체인데 반해 에세이는 열정적인 걸 넘어 거침없는 문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자신을 변론하던 사강답게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사강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는데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이 그렇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낙태가 돈 많은 여자에게는 잠깐의 불편이겠지만 돈 없는 여자에게는 끔찍한 도살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나의 위대한 신들 앞에서 맹세했다. (p.56)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의 권리이듯이. (p.57)

 

그 이미지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페라리, 위스키, 스캔들, 결혼, 이혼 등 대중이 말하는 예술가의 삶을 보낸 지도 벌써 십팔 년이다. 하긴 그 아름다운 가면에게 어떻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소 원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취향, 그러니까 속도, 바다, 자정, 모든 화려한 것, 모든 어두운 것, 나를 잃게 만드는 것, 고로 나를 찾게 만드는 것에 딱 들어맞는걸. 자기 자신의 가장 극단적인 면, 자기가 가진 모순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혐오하는 것들, 자기가 가진 분노와 악랄하게 싸워야만 인생이란 게 뭔지, 어쨌든 적어도 내 인생은 뭔지, 아주 약간, 그렇다, 아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무엇도 내게서 그 생각을 빼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p.68-69)

 

낙태에 관한 사강의 이야기를 꽤나 덤덤하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생명은 귀하게 여기는 법인데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사강의 이러한 생각들이 사강의 작품 속에 녹아있고, 사강 자신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자 후기에서 역자는 이 작품을 두고 어떤 작품보다 사강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얼떨결에 그녀의 대표작을 두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얼떨떨하다. 이전에 읽은 길모퉁이 카페독약보다는 사강의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은 분명하다.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 않은 것이 내 권리였다면 반대로, 찾아 읽는 것도 내 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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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세계문학의 천재들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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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생일이 같고, 책 코드가 잘 맞는 ssun0915님께 my favorite book 릴레이를 받았을 때, 이런 릴레이를 받아보는 게 처음이라 잠시 얼떨떨 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해야지, 했던 책이 있었다. 나는 선뜻 대답하지만, 듣는 사람은 열에 아홉은 낯설어하는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의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 책을 구매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마트 안에 있는, 지금은 없어진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다. 표지에 가득 찬 책과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독일, 그것도 판타지 소설을 겁 없이 집어 들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사 들고 왔지만 시작은 결코 쉽진 않았다. 독일 소설이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이 책을 시작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건 오히려 판타지였다. 그 당시 너도나도 읽던 해리포터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내가 모두가 시인인 공룡족의 도시 린트부름에서 태어난 젊은 공룡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그는 대부로부터 신비한 원고 한 뭉치를 유산으로 받게 되고, 원고의 강렬함과 풍부한 감성에 매혹되어 실종된 저자를 찾아서 모든 책들이 만들어지고, 명성을 얻으려는 작가들이 몰려들고, 출판사, 인쇄소, 고서점들이 즐비한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읽겠다고 덤벼들었던 거다. 적어도 해리포터는 사람인데, 내가 읽으려는 이 책의 주인공은 공룡이었다. , 삽화가 어딘가 모르게 비범하다고 생각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어야지, 하게 만든 건 이 책의 친절한 경고덕분이었다.

 

이것은 병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는 차라리 이 책을 다시 책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슬그머니 아동문고 쪽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중략) 여기서 전개될 이야기는 어느 장소에 대한 것이며, 그것을 읽는 일이야말로 진짜 모험이 될 것이다! (중략) 그렇다. 나는 이야기 첫머리에 내 독자들 가운데서 전혀 겁도 없고 대담무쌍한 소수의 독자들만이 동참하도록 제한했으니, 이제는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반갑다, 내 용감한 친구들이여. 그대들이야말로 모험을 새길 만한 좋은 재목감이다! (p.13-14)

 

나를 도발하는 경고문에 넘어갔던 것도 있고, 책 뒤표지에 열병에 걸린 듯 이야기의 스타일에 도취되어 책이 끝날 때까지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는 한 줄 평에 혹한 것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그 덕분에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한 줄 평을 쓴 사람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느 순간 빠져들어서 책이 끝날 때까지 나는 이 책에 푹 빠져있었다. 소름이 돋기도 했고, 감정이입을 과하게 한 나머지 울기도 하면서 말이다. 책에 관해서 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그려낸 작가가 그저 대단했고 감사했다. 무슨 작가가 삽화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그렸지? 하면서 감탄했으며 이 책을 출판해준 들녘출판사가 고마웠다. 과장 같지만 사실이다. 많은 소설을 읽어 왔지만 이 책을 읽을 때만큼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읽었던 책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하고, 읽기로 결심한 소수의 독자가 된다면 당신도 발터 뫼르스를 찬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은 그저 이 책을 쓰지 않았고 다만 번역하고 삽화를 그렸을 뿐이라고 밝히는 작가지만 에 관해 이렇게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낸 걸 보면 알 수 있다. , 이 사람은 책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구나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접했던 덕분일까, 나는 시작이 쉽지 않았던 많은 소설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이 그랬고, 최근에는 미비포유가 그랬다. 두 권 모두 재밌게 읽었다 손에 꼽는 책들인데,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이 책이 그랬고, 위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작이 어려운 책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떠올린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내 인생의 책이 되어버린 이 별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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