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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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소피아 아모루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Nasty Gal의 창립자. 그런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에 눈길이 갔다.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녀의 연대기가 나오는데 정말 그랬다.

 

2002 히치하이킹으로 서부 해안을 떠돌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정착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살았고 (먹어보지도 않고 공짜 베이글을 무시하지 마시오), 상점에서 소소한 물건을 훔쳐 월세를 냈다.

 

2002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서점에서 훔친 책이었다.

 

2003 절도 행위가 발각되었다. 도둑질은 그날로 그만두었다.

 

2014 나는 현재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 로스앤젤레스에 1400평 규모의 본사가 있고 켄터키에 물류창고가 있으며 350명의 직원이 내 밑에서 일한다.

(p.12-13)

 

그녀의 이런 연대기에 눈길이 갔던 건, 이 책이 빨리 부자 되는 법, 패션 업계에서 성공하는 법,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예감대로 이 책은 정말로 그런 책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맞지만 그런데 내 말을 꼭 고분고분 들어야 할까?’하고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 저자. 청개구리 심보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귀 기울여 듣는 나로서는 점점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발 날 대단한 존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고 부러워하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은 초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는 데 쓸 에너지를 자기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데 쓰면 좋겠다. 당신의 우상은 당신으로 충분하다. (p.22)

 

이 부분도 내가 참 마음에 들어 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물론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소중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책 전반에 녹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내스티 갤을 시작하게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 1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녀가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자신을 믿는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걸보스인 그녀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그녀 못지않은 주위의 걸보스에 대한 이야기다. 몇몇 챕터 뒤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소개되는데, 걸보스인 그녀가 소개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만큼 믿고 읽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 중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건, 현재 내스티 갤 바잉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루치의 이야기다. 내스티 갤의 첫 직원이었던 그녀는 내스티 갤의 성공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나는 그야말로 빈털터리였고 확실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다. 막연한 생각에, 어시스턴트란 건 임시로 하는 일이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5년 후, 여전히 나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로를 찾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나를 흥미롭게 하는 것을 따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p.64)

 

그녀의 이 말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피아 아모루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이야기가 그저 막연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시급 14달러를 16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둘 다 그때까지 소피아 아모루소가 받아본 시급보다 큰돈이었지만 그녀는 밥값을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만약 사업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참호에서 내 곁에 두고 싶은 병사는 그녀 같은 걸보스라 손꼽을 정도였으니까. 막연하게 시작했을지라도 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결코 막연하게 일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참 멋있었다.

 

나와 내 책이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을 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p.27)

 

걸보스가 꿈만 꾸지 않고, 달려들어 일하는 건 자신을 믿기 때문이고, 그건 비단 걸보스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책 속 구절처럼, 억만장자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일이란 우리 모두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왕이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있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움이 될만한 그 무엇을 그녀의 행동력에서, 부지런함에서, 시행착오 그 어디에서 발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좁은 일직선 도로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며, 헤매다보니 제일 빠른 길을 찾기도 하듯 말이다. 소피아 아모루소는 자신의 길에서 내스티 갤을 만들었고, 나는 나의 길에서 이 책 #걸보스 Girlboss를 만났는데, 나는 이 만남이 참으로 반갑고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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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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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여덟 살, 열 살 차이나는 친척 언니, 오빠가 있는 큰이모 집에 갈 때마다 내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 제목보다는 빨갛고 파랗던 원색의 책등이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책.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였다. 그 당시 역사라고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전부였던 내게는 오빠만큼 커서 아니면 오빠보다 크면 저런 책을 읽어야할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국사를, 세계사를, 근현대사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자랐지만 그 당시 오빠 나이를 훌쩍 지나서도 로마사는 먼 이야기였다.

모르고 읽었으면 모르겠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위안부 관련 망언을 그의 책보다 먼저 접했고, 제 아무리 필력이 대단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라 할지라도 나는 평생 이 책을 읽을 수 없겠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로마사를 접한 건 행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시리즈 제 1부다. 이 시리즈는 총 7부로 이루어졌는데,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각종 지도와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용어설명 (마스터스 오브 로마 가이드북이 그 책이다)을 보면 저 문장이 실감이 난다. 무언가에 여생을 바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독하고 싶었고, 끝내 그럴 수 있었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의 사이, 즉 팩션의 창작이지만, 이런 책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이지 않나.

 

로쟈님의 추천사 속 구절처럼, 이 책은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나를 데려갔다.

 

광대극은 거의 비극으로 바뀌었다. 클리툼나가 귀한 알렉산드리아산 유리잔을 집어들어 깨뜨리더니 술라의 얼굴을 겨냥하고 돌진했다. 이를 본 니코폴리스는 포도주병을 쥐고 클리툼나에게 덤벼들었다. 스킬락스는 신고 있던 코르크굽 샌들 한쪽을 벗어들고 메트로비오스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순 동작을 멈췄다. 다행히 술라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세 남녀를 장사 같은 힘을 발휘해 바로 제압해버렸다. (p.49)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겨 정확히 서른 살을 맞이하는 (소설 속 구절에 따르면 소포클레스가 신과 인간의 괴벽에 대한 깊은 체념 속에서 상상해봤음직한 가장 기이하고 흉측하고 복합적인 비극을 맞는) 술라를 구경하는 재미. 내 눈앞에 카이사르와 마리우스와 술라, 유구르타 등 많은 인물들이 번갈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로마를 이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낯설었던 로마사,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은 막히며 막힌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이드북을 벗 삼아 읽어 나갔고, 가끔은 가이드북에 더 심취해서 용어만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2권은 1권보다 재밌다는 서평을 잠깐 읽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모르긴 몰라도, 콜린 매컬로의 책이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위험하다(어디까지나 긍정적으로)’싶은 책을 만났는데, 이렇게밖에 서평을 쓰지 못하는 내 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남은 2권과 3권도 올해 독서 계획에 써넣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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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행복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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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오던 날, 나는 친구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길이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싶다기에, 집에 있는 책을 빌려준 친구였다. 빌려준 책을 돌려받으면서 겸사겸사 저녁을 먹으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빌려준 책에 관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내게서 책을 빌려 읽던 그 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다. 미움 받을 용기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일러주었다면 이 책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는 이런 책이다.

 

 

 

이 책에서는 오로지 간호인의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간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간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어떻게 하면 트러블 없이 최대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제가 오랫동안 공부하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아들러가 간호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한 건 아니어서 아들러라면 뭐라고 했을까를 아버지와 함께할 때 생각했습니다. (p.9)

 

 

 

다시 말해 이 책은 기시미 이치로에 의한, 자식을 위한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버지에 대해서 쓰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고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멈추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생긴 덕분에,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 덕분에 저는 늙음이나 병, 죽음에 대해서 한층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제까지의 삶에서 지금처럼 아버지와 진지하게 마주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p.230)

 

 

 

경험보다 더 중요한 교훈은 없다고, 기시미 이치로 자신이 직접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은 늙음, , 죽음등 피할 수 없는 문제 속에서 찾은 행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잠깐이지만 간호를 경험해 본 일이 있다. 작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신 큰이모의 간병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병원은 비일상적 경험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아버지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혼란을 겪습니다. (p.18)

 

물론 제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버지가 진정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영향도 의미가 있어 저도 열심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강한 불안에 휩싸이는 것도 안개 밖의 세상을 봤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간호인은 그런 불안을 없앨 수 있습니다. (p.76)

 

 

 

위와 같은 구절에 공감했는데, 내가 아파서 찾은 병원이 아닌 간호인으로서의 병원을 느끼면서 나 역시 혼란을 겪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의 환경이 달랐고, 대형 병원은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방심했는데 대형 병원에서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이모가 전보다 진정하시는 걸 보면서 뿌듯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입원한 환자는 육체적으로 불편을 겪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럴진대, 지금 이 순간 간호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간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간호가 아니라, 부모를 이해하고 나아가 늙음, ,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에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춤입니다. 춤을 추면 결과적으로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요? 어딘가로 가기 위해, 게다가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춤을 추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목표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대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삶도 그런 움직임과 같습니다. 그때그때 완성되기 때문에 몇 살이 되어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미완성으로 끝난다 해도 그때그때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 삶을 우리는 나이 든 부모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p.226)

 

 

 

아무 일 없이 살아갈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지만 일단 가족 중 누군가 배우자, 자녀, 부모 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그 사람과 함께 살아 왔던 일이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꼭 그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둘도 없는 존재라는 것, 지금은 이렇게 함께 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온다는 것, 그때까지는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병에 걸려도, 자기의 이상과 다르더라도 그런 이상 속의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둘도 없는 이 삶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매일 되새기며 결의를 다잡는 것에서부터 존경이 태어납니다. (p.228)

 

 

 

가족 중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책이 무슨 소용이며, 아들러 심리학은 더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책 속 구절처럼 부모의 간호를 맡는 지금이 진짜 현실이고, 간호가 끝난다고 해서 진짜 나의 인생이 시작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간호인 역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의 도움을 받거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간호인의 심리다. 간호인의 심리가 안정되어야, 간호를 받는 사람 역시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간호만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내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가 많은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네 인생의 또 다른 움직임에 든든한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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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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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어떤 나라를 여행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스위스라고 답하곤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왜 스위스를 가고 싶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스위스라고 대답할 때보다 더 확신에 찬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싶어서 라고.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처음 접한 뒤로 지금까지 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만큼 빠져든 작품이 없다. 어두운 배경에서 한 줄기 빛을 받고 있는 소녀. 고개를 살짝 돌려 어깨 너머로 화면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작품을 두고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 부른다지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왜 그리도 모나리자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이렇게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마우리츠하이스 왕립미술관에 가고 싶었고, 그 미술관은 스위스에 있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스위스가 가고 싶었던 것이다. (베르메르의 국적은 네덜란드이고,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세 명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화가이지만 오로지 그 작품이 스위스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네덜란드가 아니고 스위스였던 것이다. 하하.)

 

그랬던 스위스는, 조조 모예스의 장편소설 미 비 포유를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소설의 화두였던 조력자살때문이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윌 트레이너가 선택한 그 길. 나 역시 그를 간병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 루이자에게 감정이입해서, 그가 선택을 되돌렸으면 하고 바랐지만, 결국 그는 스위스로 떠난다.

소설을 읽던 당시에는 스위스를 그저 조력자살이 허용되는 나라로만 생각했고, 소설의 전개에 빠져서 잘 몰랐다. 이 책 스위스 방명록존엄한 탈출 : 조력자살부분을 읽으면서 조력자살에 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스위스의 리버럴한 조력자살 정책은 정부나 의료계가 주도권을 쥐고 정식으로 합법화하고 양성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자세한 법률이 부재하는 모호한 틈새에서 비영리단체들이 고통 없이 죽을 권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지역정부와 의료계의 협조를 받아 약 30년에 걸쳐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p.351)

 

이를 비롯해서 스위스에서의 조력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온전하게 읽게 됨으로써 나 역시 이 문제에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구절이다.

 

자기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그래야만 하는가. 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이 그리도 절박한가. 그러나 오로지 주변사람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애도가 두려운 자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p.349)

 

조력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미국에서 8, 일본에서 4, 오스트리아 빈에서 4, 그리고 지금은 스위스 베른에 옮겨가 2년째 머물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들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영원한 여행자이면서 성실한 시민이라 수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소속된 내부자이면서 바깥에 선 관찰자로, 누구도 몰랐던 스위스 사회의 감추어진 이면을 들여다보는 책.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외국인이 정착하기 좋은 나라, 삶의 수준이 높은 나라라는 객관적인 스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스위스에 누가 살았으며 그들이 무엇을 일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어서 좋았다.

 

니체의 안식처였던 실스마리아 챕터를 시작으로, 반평생을 스위스에서 보낸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반갑게 읽고 취리히에서 요절한 천재, 혁명가이자 의사였고 문인이었던 게오르크 뷔히너 이야기를 지나, 존엄한 자살 조력자살을 거쳐 바그너의 스위스를 끝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공감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들의 별 5개 만점 후기를.

잘 몰랐고, 몰라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스위스는 내게 그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기 위해 가고 싶은 나라였지만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탈바꿈했다. 누구보다 뜨겁게 시대를 살았고, 누구보다 뜨겁게 싸웠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스위스로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비스위스인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언급하며 이런 구절을 덧붙인다.

 

이들은 모두 스위스에 머물렀던 경험을 통해 세상에 중요한 유산을 남겼으며, 그들은 스위스에, 스위스는 그들에 빚지고 있다.’ (p.16)

 

. 에필로그를 읽고, 다시 앞장을 펼쳐 프롤로그를 다시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스위스에, 스위스는 그들에 빚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 책을 쓴 노시내 작가님과,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마티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기회를 준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에 빚졌다고. 다소 과한 표현일지라도, 이렇게 표현할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치는, 혹은 스위스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보물을 한 가득 담은 책을 감사하게 챙겨 읽은 기분.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낯설었지만 새로웠고, 행복했다. 이 책의 에필로그 속 구절처럼 그 보물들 뒤에는 늘 인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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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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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드라마에서 만났던 두 캐릭터를 떠올린다. <펀치>의 박정환과 <슈퍼대디열>의 차미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시한부였다. 세상을 뜨기 전, 아내 하경과 딸 예린을 위해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고, 강력했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정환과 자신이 세상을 뜨고 나면 혼자가 될 사랑이를 위해 사랑이의 아빠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미래. 이 소설 비포 아이 고를 읽고 있자니, 그런 두 사람이 떠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지 역시 시한부를 선고받았기 때문일까.

 

몇 년 전 완치된 줄 알았던 암이 재발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몸 곳곳에 퍼져 되돌릴 수 없게 된 데이지. 자신에게 주어진 길어야 6개월인 시간에 데이지는 떠날 자신보다 남편인 잭을 먼저 생각한다. 내가 떠나면 잭은 어떻게 살아갈까, 누가 잭을 챙겨주지? 어쩌면 이런 데이지였기에, 그녀의 엉뚱한 결심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잭에게 새 아내를 찾아주자.’라는 데이지의 결심.

유방암 말기를 선고 받은 스물일곱의 여자가 최우선순위로 둔 일이,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는 일이라니. 대체 얼마나 사랑해야 이렇게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나 역시 그런 데이지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지만, 본격적으로 잭의 새 여자 찾기에 돌입하는 데이지를 보면서는 말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이 담긴 것 같은 대목이 있다. 바로, 데이지 자신이 잭의 새 여자를 찾는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밝힌 친구 케일리와의 대화다.

 

그 여자는 좋은 사람이야. 잭한테 좋은 사람이 되어줄 거야. 잭은 행복할 자격이 있어.” 하고 데이지가 말하자 케일리는 생각에 잠겨 엄지손톱을 물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너는 행복할 자격이 없니?”

 

나는 데이지가 아니고, 데이지에 아무리 감정을 이입해서 읽는다고 해도 나 역시 궁금한 부분이었다. 물론 데이지가 그만큼 잭을 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지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 역시 데이지가 자신을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에 케일리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이 대화로 데이지는 케일리와 다투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 그 말에 웃음이 나올 뻔한다. 암에 걸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케일리에게 한 말을 모두 취소하기를 원한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원한다. (p.343)

 

자신이 떠난 뒤에도 잭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여자도 데이지고, 자신이 떠나더라도 잭이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여자 역시 데이지였다. 후자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나는 점점 더 데이지에게 몰입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잭에 대한 데이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구절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구절이다.

 

엄마 가슴에 머리를 묻고, 엄마 배에 무릎을 꼭 붙인다. 엄마 배속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듯.

새로 태어나기 위해.

두 번째 기회를 얻기 위해.

그러다 결과가 같다는 것을 알면 다시 태어나 살고 싶을지 궁금하다. 이 삶을, 이 몸을, 이 암을.

그러다 잭이 생각난다.

그리고 질문을 제대로 떠올리기도 전에 대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렇게 할 것이다. (p.362)

 

서른이 되기도 전에 암이 두 번이나 찾아온 데이지의 삶,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삶에 잭이 있었으므로 두 번째의 인생이 같을지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나는 이 대목을 카페에서 읽고 있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혼났다. 먹먹한 데이지, 너를 어쩜 좋으니... 하며 이 구절을 필사 했고 이렇게 옮겨 쓴다.

 

소설의 마지막장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잭의 시점에서 쓰인 글이 나온다. 소설을 통틀어 처음 나오는 잭의 시점이었던지라 반가웠고, 그래서 더 아련했다. 이 역시 노트에 필사해두었고, 이 글에 함께 담아내고 싶지만 그건 이 책을 읽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남겨두고 싶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남편인 잭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편의 새 아내를 찾았던 데이지와 함께 울고 웃은 독자일 테니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글을 마무리 하려는데,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이 책의 한 줄 평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 포근한 쿠션과 한 잔의 와인, 그리고 티슈를 준비해라. 멋진 주말이 완성될 것이다. (shelby1055)’라던 한 줄 평. 내게는 한 잔의 와인 대신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고, 만석이었던 일요일 낮의 카페에서 이 책을 읽느라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공감이 간다. 대책 없는 데이지의 사랑 덕분에 나는 위로받았고, 그리하여 나의 주말은 따뜻했으며, 끝내 멋진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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