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배움이 짧았고 자신의 교육적 선택에 늘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다만 그 때 엄마는 어떤 '보통'의 기준들을 따라가고 있었으리라. 놀이 공원에 가고, 엑스포에 가는 것처럼, 어느 시기에는 어떠어떠한 것을 해야 한다는 풍문들을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엑스포에 가고 박물관에 간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를 엑스포에 보내 주고 놀이 공원에 함께 가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누구나 겪는, 평범한 유년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을 뿐이지만 무지한 눈으로 시대의 풍문들에 고개 끄덕였을, 김밥을 싸고 관광버스에 올랐을 엄마의 피로한 얼굴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도도한 생활) -13쪽

체르니란 말은 이국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아서 돼지비계나 단무지란 말과는 다른 울림을 주었다. 나는 체르니를 배우고 싶기보단 체르니란 말이 갖고 싶었다. (도도한 생활) -15쪽

내가 집을 떠나던 날 아빠는 오토바이 '쇼바'를 잔뜩 올린 채 도로 위를 달리며 울고 있었다. 아빠는 오토바이 속도가 최절정에 다다랐을 때 앞바퀴를 들며 "얘들아 너흰 절대 보증 서지 마!"라고 오열했고, 비닐하우스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속도 위반 딱지를 뗐다고 했다. (도도한 생활)-22쪽

언니는 그 중 하나를 수줍게 가리켰다. 전투 로봇의 갑옷처럼 번쩍하니 투박하게 생긴 거였다.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여자 애가 왜 그런 걸 고르냐?"고 묻자 언니는 얼굴을 붉히며 "저게 가장 21세기적인 느낌 가아서...."라고 답했다. 언니는 가장 21세기적인 컴퓨터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살게 되었다. 21세기가 얼마나 '슬림'한 것인지를 알게 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겠지만. (도도한 생활)-29쪽

어느 날 언니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볼펜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야, 미래가 어떻게 '완료'되냐?" (도도한 생활)-31쪽

패션은 관습적인 인사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중요한 화제였다. 그녀는 점점 궁색한 자신의 옷장과 여선생들의 관심에 부담을 느꼈다. 칭찬을 들은 후엔 이상한 부채감도 생겼다. 어느 때는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모두가 재빨리 자신을 훑어보며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근심이 보잘것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변화에 환호하는 건 우리에게 어떤 '화제'가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침이 고인다)-52쪽

어쩌면 유통기한이 정해진 안전한 우정이 그녀를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몰랐다. 하루란 누구라도 누구를 좋아할 수 있는,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근사해질 수도 친절해질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침이 고인다)-57쪽

그녀는 후배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유세를 떠는 것 같고, 그런 검열과 의식적인 배려를 해야 하는 자신이 지겨워진다. 그녀는 지각한 탓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나쁜 배역을 억지로 맡아버린 학생처럼 연극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침이 고인다)-76쪽

월세 부담이 컸지만 한번 쯤 무리라는 걸 모른 척하며 살아보고 싶었다. 그것이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서 잠깐 동안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환상이라 하더라도 이제 분수껏 사는 일은 지겨워져버렸다고 떼를 쓰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성탄 특선)-103쪽

의정부 북부행이라는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 어쩐지 나는 우리 모두가 아주 멀고 추운 나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오선을 지나갈 때)-119쪽

어느 날 나는 내가 진정으로 배곯아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리둥절해진 적이 있다. 궁핍 혹은 넉넉함을 떠나, 말 그대로 누군가의 순수한 허기, 순수한 식욕을 다른 누군가가 수십 년간 감당해왔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놀라웠던 까닭이다. (칼자국)-169쪽

어머니의 몸뚱이에선 계절의 끝자락, 가판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과일의 달콤하고 졸린 냄새가 났다. (칼자국)-178쪽

나는 엉거주춤 언니에게 5만원을 찔러준다. 언니는 기겁하며 손사래를 치고, 나는 받으라고 우기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늘 같은 식이다. 그것은 서로 덜 면구스러워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기, 온전히 속아주기만을 위해 고안된 격식과 같다. (기도)-204쪽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기다려봐" 하고 말한 뒤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이제 막 하늘에서 도착한 메시지를 전하듯 선하게 중얼거렸다.
"마음만큼 형편없는 게 또 있을까"-234쪽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한층 숨을 고르는 듯한 느낌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0-07 20:52 
    얄팍하게도 나는, 몇 살이세요? 라는 질문에 매우 자주 '80년생이요'라고 답한다. 스물 여덟,이라고 답하는 일보다 더 잦은 일이다. 이유는 이 리뷰를 읽는 분이 80이라는 숫자와 스물 여덟 이라는 두 단어를 보며 느꼈을 차이 그대로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일 수록, 고맙게도 80년대 생을 하나로 묶어 생각해 주시는 경향이 짙다. 김애란의 새 책을 접한 문단의 반응은 극찬에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시대의 감수성, 참 잘 잡아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비돌이 2007-10-0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자 밖에 안되는데요. 40자평은 40자가 되야 하는거 아닌가욤? ^^

웽스북스 2007-10-07 14:57   좋아요 0 | URL
까칠하십니다 ㅋ
저 아래 보면 7자도 있습니다~
제가 원래 좀 셈에 흐려서요~
 


내일 오전에는 독서 모임이 있다. 싸이월드에 있는 지하책방이라는 모임에서 하는 모임인데 첫 모임에 별 기대 없이 나갔다가 의외로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리고 내일은 내가 좋아라하는 작가인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들고 얘기한다. 덕분에 카스테라를 한 번 더 읽었다

워낙 얘기거리가 많은 소설이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모임 전에 온라인 상에 글을 남겨야 한다) 박민규의 소설과 상상력에 대해, 대안을 담보하지 못한 현실도피적인 이야기들,이라는 평가가 누군가로부터 내려졌고, 그 분의 글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여,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나는 확실히, 이 시대에는, 아니 인간에게는 소설과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의 블로그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 서적이 소설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쓴 말을 읽으며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이성이 세계를 보는 눈을 길러준다면, 감동은 세계를 바꿔나가고 싶은 부드러운 마음을 주지요 ^^ 저 역시 이성의 힘을 인정하지만, 문학의 힘도 믿어요. 그리고 문학의 힘을 믿고, 그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 때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 믿고요 ^^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작가가 어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데 대한 역할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작가도 있다. 그것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로서 훌륭하게 평가받아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박민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상상력에 근거한 유쾌하고 즐거운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제법 잘 말할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품간의 격차가 있음은 인정하나 (난 아직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견줄만한 박민규의 작품은 없다고 믿는다. 이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너무 삼미 정신으로 살고 싶은 거지)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비루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보여주기,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적는 것으로 길지 않은 글을 마무리했다.  (알고보면 마무리가 반인 사건?)

그리고 그의 소설들을 읽고 난 후 뭉클뭉클해지는 세상을 향한 마음,
작가가 꼭 대안은 이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한다면
결국 대안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여전히 박민규가 좋다




ps 그럼에도 내일은 매우 즐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시된 글들의 논점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고,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문학을 전공한 적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그저 소소한 독자일 뿐인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는 작업이 즐겁다, 고로 지금은 자야 한다, 아침에 나가야 할텐데 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장수 2007-10-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민규를 좋아합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나 '갑을고시원 체류기' 같은 단편은 "삼미..." 못지 않게 잘 썼다고 생각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웽스북스 2007-10-06 23:39   좋아요 0 | URL
오늘 얘기하는데 호불호가 확실히 엇갈리더라고요- 저도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좋아했고 이번에 모임 때문에 다시 읽으니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도 좋더군요 ^^

순오기 2007-10-0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박민규 작품을 하나도 읽은게 없네요~ㅠ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핑퐁을 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웽스북스 2007-10-06 23: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핑퐁보다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먼저 읽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순오기 2007-10-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웬디양님은 당분간 구매 금욕이던데... 저는 여전히 질러댑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사는 재미가 더 큰 것처럼 마구마구~ㅎㅎ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충실하게 또 바구니에 퍼 담습니다~~~못 말리는 아줌마야 난 OTL

웽스북스 2007-10-07 21:03   좋아요 0 | URL
흐흐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지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에요- 순오기님도 함께 삼미정신 콜이에요 ㅎㅎ
 

 

꽤 좋아하는 언니가 있다. 농담처럼 '올해의 인물' 감이라고 말하는 언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언니의 남편으로부터 '이사람 어디가 좋아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그 언니를 참 좋아했고, 또 잘 따랐으며, 올 한 해 언니로부터 받은 영향력이 꽤 큰 편이다

오늘 언니와 통화하며, 언니는 언니 앞에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 거 아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큰 힘이 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말야"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속이 상했다. 참, 너무 무력한 것만 같아 슬펐다. 그 어찌할 수 없는 힘 앞에서 무력하다 느끼는 언니도 무력하고 무슨 말을 해줘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나 역시 무력하다.


예전부터 신이 너에게 한가지 능력을 선물한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니,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늘 '텔레포트'라고 답했다. 좀 더 예전에 가까운 시절에는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고, 좀 더 요즘에 가까운 시절에는 교통 체증이 지긋지긋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갖고 싶은 한가지 능력을 묻고, 그 능력을 주는 일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왠지 모르게 늘 준비하고 살고 있는 나는 얼마 전부터 그 대답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적절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아니, 가장 적절한 위로의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슬퍼하는 누군가, 힘들어하는 누군가 앞에서 내가 뭘 해야 할 지 몰라 항상 쩔쩔 맬 때마다 나는 그게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해 빙빙 돌려대기만 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를 보는 마음이 그저 어려워 매우 난감해 했었다, 그 외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그저 들어주는 것 외에, 아무 말도 건넬 수 없는 내가 참 무력하게 느껴졌고, 그 무력함에 쩔쩔매는 나를 보는 일이 또 참 힘들었다.

때로는 눈으로, 때로는 맘으로, 때로는 행동으로, 때로는 한마디 말로, 누군가에게 가장 적절한 위로가 무언지 알아가는 일은 다행히 텔레포트처럼 비현실 적인 '초'능력이 아닌, 경험과 노력을 통해 체득될 수 있는 '능력'의 영역이기에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조금씩 익숙해지겠지. 다만 시행착오의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은 언니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7-10-06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소원으로
누군가에게 적절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걸 말씀하시는 분이라면,
그 마음 그대로 그분을 대하시는것 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것 같은데요.

마음이란건 참 신기해서 진심을 담으면 상대에게 가 닿기도 해요. 그리고 백번의 말보다는 그 진심어린 마음이 더 좋은 위로가 될테구요. 그분은 참 좋은 벗을 두셨네요.

로그아웃하고 나가려다가 당사자도 아닌 제 마음이 움직여 잠깐 멈칫했습니다.

승주나무 2007-10-0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 님과 같은 기분으로 로그아웃을 하지 못하겠네요.
저의 경우는 두 가지 방비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역'(逆)이지요. 상처를 받으면 스스로 막 팹니다. 그러면 내 속에서 새록새록 기운이 샘솟으면서 막 대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바닥을 친다'라고 하더군요..ㅎㅎ
두 번째는 '청'(聽)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책 중에서 '싯다르타'가 기억나는데, 아직도 저는 '바수데바'라는 '청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의 조언도 하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도 말하는 사람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그 사람..저처럼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사람의 백마디보다는 옆에서 말없이 진득허니 이야기를 들어주는 '언니'가 더 고맙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니랑 회포를 잘 풀고 오세요~~~

Mephistopheles 2007-10-06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달리지 않고 장소를 달리는 웬디양이시군요..^^
저도 종종 그런 느낌이 들긴 해요 어쩌다가 어떤 난관에 부딪쳐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밀려오는 상실감...누군가 친한 지인이 소주나 한 잔 하자며 그냥 아무말이 없어도 잔을 주고 받다 보면 알게 모르게 느끼는 안도감..^^

웽스북스 2007-10-06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어떤 부분이 다락방님의 마음을 멈칫,하게 했을까요- 다락방님 말 믿고, 그 마음 그대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승주나무님 // 내일은 '청'을 하고 와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저 동양 철학적 접근이라니 말이죠
메피스토님 // 시간이든 장소들 달리기는 영 꽝인 웬디양입니다 ^^

2007-10-06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10-0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과 대화 한마디 해본 적 없지만, 이 글을 보면서 까닭 모르게 저도 위로가 됩니다. 아마 웬디양님이 좋아하시는 그 언니분도 위로를 느꼈을 겁니다.

웽스북스 2007-10-06 23: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마노아님
오늘 다행히 언니는 잘 만났고, 좋은 시간 보냈어요 ^^

누에 2007-10-0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런 친구 한 명 알고 있어요. 제가 힘들 때 '야옹~'하고 얘기해주죠.

웽스북스 2007-10-07 20:42   좋아요 0 | URL
야옹,이라니~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

시비돌이 2007-10-09 02:08   좋아요 0 | URL
야옹은 '야한 얘기를 많이 하는 노인네'란 뜻은 아니겠죠. ^^ 이러다가 맞겠다.

웽스북스 2007-10-09 12: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시비돌이님 혹시 장래희망은 아니시고요?

시비돌이 2007-10-09 15:49   좋아요 0 | URL
헉,,,,,
 
sweetrain님의 글을 읽고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 의견으로 인하여 핍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 서겠다,

는 볼테르의 말을 좋아한다.
(문장 토씨까지 틀리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한계다 ;;)

일련의 글과 사건들을 보며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생각할수록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서재에 내 맘 깊숙한 곳에 있는 은밀한 생각들에 대해서까지 옮기는 날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그 페이퍼들이 도무지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글인가,하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파내고, 들쑤시고, 긁은 다음에 물파스를 발라대는 격이랄까. 지워진 악플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심한 인격 비방도 있었다. 나와 서재를 운영하는 방식도, 페이퍼를 대하는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이 누군가로부터 인격적모욕을 받을 이유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한 분께서 문제의 페이퍼를 쓰신 분에 대해 '척한다' 라고 하신 견해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여 '당신이 척하는 건 더 심하오'라는 비방을 들을 이유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댓글의 대부분이 익명이라는 건 참 괄목할 만한 현상이다. 충분히 자기 이름을 걸고 써도 될만한 글들도 역시 익명으로 적혀 있다. 이쯤 되면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이다. 짧은 머리로 얼른 생각하기에는, 지금까지 서재에서 쌓아온 저명성에 누가 되는 댓글이라 판단이 되서? 혹은 이름을 걸고 쓴 댓글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기 싫어서? 단순히 부끄러워서? 로그인을 하기가 귀찮아서? 아니면 신비주의? (설마) 정말 내가 유추해내고도 유치해서 말하기가 조금 민망하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 이유 밖에는 유추해 낼 수가 없다. 잘 모르겠다. 혹시 다른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면 꼭 알고 싶으니 들려주기 바란다. 진심이다. (그나저나 이 시간, 익명댓글들이 속속 지워지고 있는 것 역시 기현상이다)

정신과 치료를 운운하는 부분에서는 그만 유구무언이 되고 만다. 내가 심리학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책이나 글을 좀 찾아 읽는 편이다. 얼마전에 살짝 관심을 갖고 읽었던 글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익명성에 의존한 지속적 자기의견(구체적으로는 악플) 개진을 자기애적 인격 장애의 증상 중 하나로 설명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페이퍼에 덧글을 단 모든 사람들이 자기애적 인격장애로 인한 정신과치료를 요하는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모든 일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며 정도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하나의 기사에서 말한 공통 분모에 빗대어 누군가를 정신과 치료가 심각하게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력인가.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조금 화가 났었다. 이것이 서재에 들어온지 2개월 밖에 안된, 가만가만 조곤조곤 책 읽고, 구입한 얘기나 올리며 즐겁게 살던 신입회원이 살짝 열을 올린 이유이다. 생각보다 시간과 마음을 많이 쓰긴 했지만, 이 상황에 다시 놓인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서재에 이런 글 정도까지는 올려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 정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란이나 포르노에 대한 마음 속 정의도 모두 다르고, 기분이 나빠지거나 불쾌해질 수 있는 수위 역시 모두가 다르다. 일관적 잣대로 잴 수 없는 문제이기에,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알라딘 측에서 '서재란 이런 공간'이라고 규정지어주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스운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서재를 받아들이고 운영해 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말이다.

다만 각자 나름의 그 기준이 존중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화제의 서재글 집계 방식을 고치는 게 프로그램상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면, 글쓴이 정도를 표시해주는 건 어떨까. (짧은 상식으로는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정말 흔한 기능이긴 하지만, 공개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역시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수반하긴 하겠지만, 정말 그 사람의 글을 보기 싫은 거라면, 그 사람의 권리를 제약하지 않고서도 보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처 받고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이 가슴아프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화살을 알라딘의 시스템 쪽으로 돌린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지지만, 애정이 담긴 한마디로 여겨주면 좋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런 시스템적 보완이 어려울테니 조금씩 서로에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일단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해결책이 되리라 보인다. 만든지 2달밖에 되지 않았던 서재를 좋아했던 이유는 내가 그간 서재를 이런 곳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ps 이 글에도 역시 익명 댓글이 달릴 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기왕 달기로 마음먹었다면 달기 전에 위에 제시한 나의 의문점부터 해결해준 후에 달았으면 좋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0-05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5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0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제의 서재글은 누누히 지기님께 말씀드린 부분인데요, 이게 기술상으로 약간 어려움이 있답니다. 저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글이 드러나는 점은 좀 그렇거든요. 보고싶지 않은 글도 물론 있구요. 그리고 현대인중에 70%는 정신과 질환을 갖고 삽니다. ㅎㅎ 본인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할 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뭐든 급선무죠.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제 생각은 그래요. 전 남탓할 생각은 없거든요. 하하- :)

웽스북스 2007-10-05 10:06   좋아요 0 | URL
자신에게는 또 너무 관대한게 현대인들의 문제 아니겠어요-
저도 그렇죠 뭐 ^^;

시비돌이 2007-10-0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당황스럽긴 했죠.

웽스북스 2007-10-05 19:20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했고, 실은 궁금한 마음도 매우 컸답니다 ;

Mephistopheles 2007-10-0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모여사는 곳은 다 똑같다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논쟁도 논쟁이지만 그 후의 페이퍼들은 영 아닙니다. 몇분들은 빼고요.

웽스북스 2007-10-05 19:2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아직 제대로 다 보지는 못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