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전에는 독서 모임이 있다. 싸이월드에 있는 지하책방이라는 모임에서 하는 모임인데 첫 모임에 별 기대 없이 나갔다가 의외로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리고 내일은 내가 좋아라하는 작가인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들고 얘기한다. 덕분에 카스테라를 한 번 더 읽었다

워낙 얘기거리가 많은 소설이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모임 전에 온라인 상에 글을 남겨야 한다) 박민규의 소설과 상상력에 대해, 대안을 담보하지 못한 현실도피적인 이야기들,이라는 평가가 누군가로부터 내려졌고, 그 분의 글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여,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나는 확실히, 이 시대에는, 아니 인간에게는 소설과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전에 지인의 블로그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 서적이 소설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쓴 말을 읽으며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이성이 세계를 보는 눈을 길러준다면, 감동은 세계를 바꿔나가고 싶은 부드러운 마음을 주지요 ^^ 저 역시 이성의 힘을 인정하지만, 문학의 힘도 믿어요. 그리고 문학의 힘을 믿고, 그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 때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 믿고요 ^^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작가가 어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데 대한 역할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작가도 있다. 그것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로서 훌륭하게 평가받아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박민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상상력에 근거한 유쾌하고 즐거운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제법 잘 말할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품간의 격차가 있음은 인정하나 (난 아직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견줄만한 박민규의 작품은 없다고 믿는다. 이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너무 삼미 정신으로 살고 싶은 거지)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비루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보여주기,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적는 것으로 길지 않은 글을 마무리했다.  (알고보면 마무리가 반인 사건?)

그리고 그의 소설들을 읽고 난 후 뭉클뭉클해지는 세상을 향한 마음,
작가가 꼭 대안은 이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한다면
결국 대안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여전히 박민규가 좋다




ps 그럼에도 내일은 매우 즐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시된 글들의 논점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고,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문학을 전공한 적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그저 소소한 독자일 뿐인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는 작업이 즐겁다, 고로 지금은 자야 한다, 아침에 나가야 할텐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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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10-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민규를 좋아합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나 '갑을고시원 체류기' 같은 단편은 "삼미..." 못지 않게 잘 썼다고 생각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웽스북스 2007-10-06 23:39   좋아요 0 | URL
오늘 얘기하는데 호불호가 확실히 엇갈리더라고요- 저도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좋아했고 이번에 모임 때문에 다시 읽으니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도 좋더군요 ^^

순오기 2007-10-0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박민규 작품을 하나도 읽은게 없네요~ㅠ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핑퐁을 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웽스북스 2007-10-06 23: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핑퐁보다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먼저 읽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순오기 2007-10-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웬디양님은 당분간 구매 금욕이던데... 저는 여전히 질러댑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사는 재미가 더 큰 것처럼 마구마구~ㅎㅎ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충실하게 또 바구니에 퍼 담습니다~~~못 말리는 아줌마야 난 OTL

웽스북스 2007-10-07 21:03   좋아요 0 | URL
흐흐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지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에요- 순오기님도 함께 삼미정신 콜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