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아이들]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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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그날 점심은 공교롭게도 카레였다. 외부 손님이 오셔서 회사 근처에 있는 깔끔한 인도 음식점으로 가서 카레를 주문해 먹었고, 그날 따라 유난히도 난이 많이 나와 반도 못먹고 나머지를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아침에 읽었던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해내며, 음식을 남기는 일에 평소보다 많은 가책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평소에는 무감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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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린다는 주섬주섬 배낭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아침에 내가 쥬린다에게 주었던 난이었다.
"쥬린다. 너 그거 먹지 않았던 거야? 아직도 갖고 있었어?"
나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응, 엄마 주려고... 엄마 이거 옴 오빠가 아침에 나 먹으라고 준 거야. 엄마 먹어"
쥬린다는 이미 식을 대로 식어버린 난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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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은 인도 음식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 한국에서 난을 먹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난을 먹는 나는 난을 남길 수 밖에 없었고, 인도에 사는 쥬린다는 배고픈 상황에서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난을 먹지 않고 엄마에게 가져다 준다. 분명 그 나라 음식인데, 그 나라에 사는 가난한 아이에게 이 음식은, 다른 나라에 있는 나에게보다 더 귀한 음식이 돼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이런 불공평을 넘어선 아이러니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세계에 있는 빈곤층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책으로, MBC 다큐멘터리 W의 어린이 인권 관련 코너를 모아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실상과 함께, 현지에서 NGO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도 담았다. 아직도 마녀 사냥의 풍습이 남아 있는 나라에서 평생을 마녀로 낙인찍혀 살아가는 아이들. 거리에서 꽃을 파는 아이들,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채석장에서 평생을 일하는 아이들, 소 한마리에 팔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생존이라는 것은 워낙 절박한 문제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그 이후의 것들을 고민할 수 있는 법인데, 이 아이들은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 이후의 것을 고민할 수 없었고, 그렇게 자란 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다시 똑같은 부모가 되어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가 가슴 아프다. 배우지도 못했고, 충분히 고민하거나 사유할 여력이 없을 수 밖에 없었던 그 부모를 감히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어른이라면 이런 현실들에 대해 좀 더 구조적으로 다룬 책들을 보며 고민하는 편이 나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런 동화 형식의 책을 통해 좀 더 쉽게 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친구같은 제 또래 아이들의 삶에 닥친 현실의 고통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접하고 그들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자란 아이라면, 분명 그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타인의 향한 마음이 남다를 것이다.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혹은 그 이전부터 함께 이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기아대책이나 월드비전 같은 기구를 통해,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주고, 아이의 이름으로 매달 후원하도록 해야겠다, 가능하면 편지도 쓰고, 더 가능하다면 함께 여행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 알라딘 서평단 리뷰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