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시간 30분이지만. 주어진 뜻밖의 휴가. 는 우습게도 보일러의 고장 때문이었다. 이사온지 일주일만에 고장나는 보일러라니. 이런 OTL한 상황. 날이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온수가 없어 이틀동안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서 아껴 아껴 씻어야만 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해보니 너무 늦게는 못온다기에, 어쩔 수 없이 1/4차를 내고 집에 돌아와 수리아저씨를 기다렸는데, 보일러를 고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휴. 이런 허무한 일이. (그나마도 30분은 모 거래처에서 들러주시는 바람에 ;;; 날아가고) 나는 뚝딱 보일러를 고쳐버린 아저씨께 알라딘 광고 30초 버전에 나오는 배두나처럼 박수와 감탄을 연발해드렸다. (허무한 만큼, 신기한 것도 사실.)
뭐 어찌됐건, 시간이 남으니 뭐라도 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다시 옷을 챙겨입고, 시장으로 갔다. 그래. 나는 시장 있는 동네에 사는 여자다. 우훗. 용문시장거리, 라는 팻말만 봤지, 찾아갈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는데,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시장이더라.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 중인 후배 ㅊ가 놀러오기로 해서, 딸기바나나주스를 만들어주려고 과일을 사러 갔는데,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신나서 -_- 나는 그만 또 이것저것 사버렸다.
멸치 // 멸치볶음 해먹어야지
수수부꾸미 // 맛있잖아
세숫대야 // 그간 없어서 손빨래를 못했다 - 빨래판도 살 걸 그랬나?
욕실의자 - 촌스런 핑크
지퍼백, 호일, 매직블럭, 면봉 등등
그리고 딸기는, 무려 3팩에 5천원!!! 놀라운 가격에 그냥 3팩을 사들고 온 사건. (어차피 갈아먹을 거니까~) 오이지를 사고 싶었는데, 반찬가게에서 담궈놓은 오이지가 아직 다 안됐다고 한다. 오늘은 드디어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반찬을 만들어보는 날이다. 멸치볶음과, 김치찌개 도전! 예정이다. 김과, 스팸을 곁들여서 먹으면, 뭐 대략 맛있지 않을까? ㅎㅎㅎ
그나저나, 시장 있는 동네에 산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마트가 참, 가까운 것도 먼 것도 아니어서, 애매했는데- 그리고 이마트라, 자주 애용하는 게 좀 찝찌름했는데... 앞으로는 아무래도 시장을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눈요기하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 뭔가 내 속에 묻혀 있던 싱싱한 기운들이 함께 올라오는 기분이다. 나물들도 좀 사서 무쳐보고 싶었으나, 아직 기본 재료도 없고, 실은 뭘 어떻게 사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니, 그냥 천천히, 천천히 해볼 작정이다.
ps. 그런데 멸치볶음 할 때 멸치를 씻어야 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