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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수년간의 권고로 내가 고모네 동네로 위장전입 되어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교육감 선거를 하기엔 늦은 오늘 아침. 아. 어젯밤에 누구 찍어야 할지도 다 정해놓았건만. 그런데 우리집이 몇통인지 몰라서. 그냥 가까운 투표소로 가봐야겠다고 결정하고 잠들었건만. 결국 부랴부랴 출근을 했고, 계속 마음을 동동거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으니까. 나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교육감 선거날 안쉬는 건 다 우리같은 힘없는 노동자들은 투표도 못하게 하려는 거라고, 안그래도 투표율 낮은데 돈많고 시간많은 마나님들만 투표하시면 결과가 어떻겠냐고 투덜투덜거렸었는데. 퇴근길 교육감 선거 벽보 보면서도 괜히 속상했는데. 

와.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세상에나.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이명박 교육을 심판하겠다던... 전교조는 뿌리를 뽑아야한다던 김진춘 후보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이런 순간 함께했음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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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앞으로는 한달에 다섯장씩 나에게 커피쿠폰을 끊어주고, 그 한도 내에서만 커피를 마시겠다. 대신, 좋은 사람들과 최선의 커피를. 마시는 기쁨이 더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오늘 커피 한잔도 안마시고 견딜만 했다구. (혹시 이건 어제 커피를 세잔이나 마셨기에 축적된 카페인의 힘이 아니냐는 가설도 세워보았다.) 대신 4월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하하. (이미 마신 커피만 해도 10잔이 넘는다만. 무시무시) 

이렇게 중대결심을 하는 이유는. 

1. 돈 때문
2. 심장 때문
3. 피부 때문

정답은, 이 세가지 모두 다 맞고, 여기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건 스스로 요즘들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중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나의 삶에 도통 절제라는 것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내린 극단의 조치랄까. 

아. 부디. 내가 잘 지킬 수 있어야 할텐데. 


3

지난번 요가를 하며 조금 업됐던 나는, 오늘 다시 완전 지진아모드였다 -_- 다리가 90도밖에 안벌어지다니. 아아. 무릎이 그토록 안펴지다니. 으으. 역시 주3회를 했었어야 했나. 그래야 늘지 않을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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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4-09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한 여성들.. 120도 이상 가능하지 않아요?.. 90도면 저랑 얼추 비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9-04-09 01:24   좋아요 0 | URL
조용히 해요. 3개월 이후 140도가 목표에요 -_- (그래도 허리는 완전 유연한데 -_- 다리스트레칭 동작만 가면 바보가 된다는 --> 아무런 이득이 없는 변명이다 ㅋ)

Alicia 2009-04-09 09:30   좋아요 0 | URL

조용히 해요 조용히 해요 조용히 해요 ㅋㅋㅋㅋㅋ
웬디님 좀 짱이세요! 으흐흐!

Alicia 2009-04-09 10:48   좋아요 0 | URL

웬디님 저는 요즘 스트레스 엄청받아서 커피양은 마구마구 늘고
대신 판촉하는 아주머니 꼬임에 넘어가서 낼름 주는대로 받아먹다가-_-
결국 당근인지 케일인지 야채즙을 모은 이롬생즙을 먹고 있어요
건강식품 먹으니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이러믄서-_-.

우린, 커피를 줄여야 해요.
그리고 웬디님 오늘도 굿모닝이에요. ^^

라주미힌 2009-04-09 17:53   좋아요 0 | URL
부루투스 너 마저;;;; 윽... 갑자기 이 대사가..

웽스북스 2009-04-10 23:23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 원래 제가 좀 짱이에요. 저 커피 3일동안 안마셨어요.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나요 흐흐 전 야채즙은 잘 못먹어요. 흑.

라주미힌님 // 부르텄어 너마저? 막이러고 ㅋㅋ

바로 2009-04-0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님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네요. 같은 글도 재미있게 쓰는 듯^^ 종종 들어오게 되네요. 그나저나 커피 에피소드는 재미있네요. 은근히 글 이면에 재미난 고민이 많을 듯~

웽스북스 2009-04-10 23:24   좋아요 0 | URL
아. 이번에 히틀러의 아이들도 읽고 썼어야했는데. 으흑. 커피 에피소드는 언젠가 나름에 글로 쓸 예정이에요. ㅎㅎ 원래는 나의 길티플레져로 이번에 쓸까 했는데 ㅋ 주제 변경.

Arch 2009-04-09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선거 소식만 듣고 투표했는지 몰랐는데 웬디양님 페이퍼 보고서야, 아 다행이다, 다행이다, 이렇게 조금씩 힘 좀 쓰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금기로 인한 갈망이 더 클 수 있겠지만, 지켜지고 의식한다면 뿌듯할거 같아요. 며칠 지나지 않아 커피 쿠폰 하나로 3잔까지 되게 규칙을 바꿨다, 이런 페이퍼 올라오면 흡!
허리 유연하면 다리는 패쓰해요. 세상에는 다리 스트레칭이 불가능한 종족들이 있거든요. 봐요, 여기 알라딘에도 세명이나 되네.

웽스북스 2009-04-10 23:25   좋아요 0 | URL
커피쿠폰하나로 3잔까지? ㅋㅋㅋㅋㅋㅋ
1+1 쿠폰은 어때요. ㅎㅎㅎ

세상엔 다리 스트레칭이 아예 불가능한 종족이 있는 거에요? 아. 마음에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불가능하면 어쩌나 하며 마음이 싸해지는데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4-0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이 이리 훌륭하신 분이셨다니~~ 저는 두드러기 투병 일주일째인데도 까잇거 인생 얼마산다고를 모토로 커피술 마구하는 중임다..

자자 다리 하다보믄 다 됐니다. 제가 학교다닐때 춤선생해봐서 아는데 쪼그려앉기도 안되던 인간들 1년만 하면 다 됐습니다.

웬디양님 아자아자 좋은하루 ~^^*

웽스북스 2009-04-10 23:2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저도 그래요. 다만 그 중독의 정도가 너무 강한 것 같아서 커피커피커피 하던 것을 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에요. 오늘 3일짼데. 아. 지금 너무 졸려요. ㅋㅋㅋ

무스탕 2009-04-0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투표했어요 --v 소문내고 지지한적은 없지만 심적으로 밀어주던 후보가 당선되서 저도 좋아요 ^^

아줌마인 저도 다리가 90도밖에 안벌어져요;;;;
아가씨 웬디양~ 노력하셔야죠? :) 홍홍홍~~~

웽스북스 2009-04-10 23:2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나이까지, 90도는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흐.

오늘 집 앞에 노란 현수막에, 보내주신 성원은 아이들에게 보답하겠따는 말을 보니 괜히 흐뭇. ^-^ 무스탕님도 보셨지요?

Mephistopheles 2009-04-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아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뒷조사하여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죄목을 색출해낼려고 할껄요..^^

웽스북스 2009-04-10 23:27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그 생각은 못했어요. 메피님 말은 거의 대부분 맞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기도 하고요 ㅜㅜ

Mephistopheles 2009-04-12 22:59   좋아요 0 | URL
크게 걸릴게 없다면 문제는 없지만..요즘 이쪽 업계분들이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보니..^^

turnleft 2009-04-10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제목만 보고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본 1人;;

웽스북스 2009-04-10 23:27   좋아요 0 | URL
읏. 죄송해요. 제가 좀, 제목 짓는 걸 어려워라합니다 ㅜㅜ

BRINY 2009-04-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뽑은 후보가 당선된 게 얼마 만인지~~ 너무 뿌듯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