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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게 몇개 있는 편인데, (실은 뭐 그리 서럽지는 않지만) 그 중 하나가 뒷북이다. 혼자 뒷북으로 미미여사의 모방범을 읽고 있는데, 아, 이게 한번 속도가 붙으니 당최 손을 떼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 책이 엄청 두껍고 길다는 것이줴. 빌려서 읽고 있는데, 아직 2권까지만 받은 관계로, 월요일을 기다릴 수 없는 관계로 3권은 서점에 가서 사오는 생오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침에 학원 마치고 학원 앞 불라(굳이 학원을 종로로 잡은 건 다 이유가 ;;;ㅋㅋ)에서 창가에 앉아 쿠션을 대고, 거의 눕다시피하는 포즈로 4시간 가량을 읽었나보다. (그런데도 아직 많이 남았다는거, 으흙) 권과 권사이의 텀을 이용해 잠시 쉬는 중. 여사님 좀 짱이신듯 ㅎㅎ


어후, 이 표지도 이제 외우겠으. 흐흣 (책상에 꽂아뒀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막, 이런 두꺼운 책을 읽느냐며 ;;; 게다가 색감도 좀 그로테스크하고 ㅎ 그런데 난 저 색감이 마음에 든다. 언젠가 보고서에 구현해봐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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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들한테 과제를 내줬는데, 실은 내가 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발악을 했다. 내가 무뎠던 부분,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애들한테 과제를 부과한 후에 줄세우기를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에 대해... (하필 교육한 날이 교육감 선거날이었다는 거? ㅋ) 무한 반성을 하며, "교육감 선거날을 맞이하야, 여러분에게 주입식으로 과제를 내주기보다는, 여러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제 주제를 직접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아으으으 그냥 정해주시지"였다. -_- 하하하 ;;; 하지만 나는 처음 취지 그대로 가기로 했고, 어제 주제를 받았는데, 가관이다, 아쥬 그냥! 대학생들의 풋풋함(-_-)이 묻어나는 주제랄까. 고유가가 인터넷 이용에 미친 영향, 하하하. 이거 찾아낼 수 있으면 정말 대단하지만, 얼마나 개연성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모 쇼핑몰의 성공 비결 (업계에서는 이미 실패로 정평이 나있는), 프로야구가 스포츠사이트 이용에 미친 영향 (그래프 한장이면 끝난다 -_-) 이런 괄호안의 말들을 매우 돌려서 돌려서 주제를 다 거절했는데, 나의 거절을 알아들었으려나. 그래도 고민하고 회의하는 과정에서 애들이 뭔가 얻는 게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련다. 그래도, 그런 방식을 통해 가르쳐주는 게 나은 걸거야. 그런 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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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와 과제 얘기가 나왔으니.. ㅎㅎ
내가 원래 좀 디자인에 집착한다. (그런데, 재능은 없다. 단호하게 ㅎㅎ) 어제 우리회사에 입사한 친구 C가 인턴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더니 평가기준이 내용이 60이고 구성능력(디자인)이 40이야? 라고 얘기하며 어이없어한다.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사실은 디자인이 80이나 마찬가지야. 디자인이 촌스러우면 난 안보거든. 특히 14폰트 넘어가는 굴림체로 타이틀 쓰는 과제는 무조건 감점이야. ㅎㅎㅎ (굴림체는 9폰트 정도가 가장 예쁘다, 그러나 나는 가급적이면 쓰지 않는다. 이번 인턴들은 다행히 '맑은 고딕'으로 통일하라고 미리 얘기해줬다. 맑은 고딕은 본문체로도 제목체로도 모두 예쁘게 구현되는 사랑스러운 기본체다 ㅎㅎ 선명도가 다소 낮다는 문제가 있지만 ;;)
이번에 썼던 보고서를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발표 전날 보고서를 미리 보신 부장님과 전무님께, "제 보고서 색감 쫌 이쁘죠?" 라고 얘기를 했더니, 전무님께서 "많이 세련되졌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사장님께서, 파란색 계열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라고 지적을 하셨다. 순서대로 보면 되는데 ㅜ_ㅜ 이게 나의 단점이다. 디자인적 재능은 없으므로, 적절한 색을 잘 못골라 계열색으로 주로 소화한다는 것. 그래도 이번에 푸른 톤이 정말 예쁘게 잘 조화됐는데 말이지 ㅜㅜ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전무님. "그래도 세련된 디자인을 구축한다고 이렇게 했답니다" 옆에서 부장님 "색감을 블루로 통일하는 게 컨셉이랍니다" 하하하하 -_- 급 난감앤드민망하여진 상황. 사장님도, 예쁘긴 예쁜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라고 말씀, 예!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로 마무리 (하지만 아직 수정은 안했다는 거) 그 페이지만 블루계열을 안쓸 수도 없고, 다 바꾸자니 캄캄하고, 외부로 나가는 보고서 아니라고 열심히 모른척 중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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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무스탕님이 쓴 글을 보면서 잠시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책을 구매한 사람에게까지 투표할 것을 권유한 사람이 있는데, 나는 경기도민이라고, 투표권이 없다고 푸념만 했지,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 독려하지 못했었던 것. 자꾸만, 내가 투표권이 없어서 그렇지, 변하지 않았다고, 똑같다고, 이건 내책임은 아닌 거라고, 그렇게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나보다. 이럴 땐 참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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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 어제, 신화는 없다,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은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이런 사람은 그래도 나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우리 부장님께, "부장님! 그건 신화에요, 깨세요. 신화는 없다 말고, 뉴스에 나오는 이명박의 모습을 직시하세요. 지금이 몇년도인데 금서를 지정하구 난리에요 @#$@#$@#$" 모드 돌입했다. 하하하. 고맙다 호가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