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콜택시를 타고 퇴근을 했는데 실은 내가 콜택시를 탈 때마다 나는 콜택시의 세계가 너무 궁금했었다. 어제 기사님은 친절하시고,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길래, 나는 그간 궁금했던 콜택시의 세계에 대해 좀 여쭤봤다. 나름 이것도 알고보니 재밌고, 공정을 넘어 다소 냉정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콜택시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은 총 세명이라고 한다. 한 명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 전담이고, 한 명은 콜을 보내는 것 전담,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연결 사항을 SMS 로 전송하는 일 전담이다. 바쁜 시간이 되면 콜 연결 쪽이 말을 제일 빨리 하는 직원으로 교체된다고 한다. 아무리 빨리 말을 해도 다 알아듣는 기사님들도 신기하다. 내가 어떻게 저 말을 다 알아들으시냐고 했더니, 저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말을 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역시 밥벌이는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손님 한명이 콜을 신청하면 그 콜은 최대 네번까지 방송을 해주는데, 그 네번 할 때마다 뒤에는 A1, A2, A3, A4 라는 말이 붙는다. 이건 현재 콜을 받을 수 있는 반경 거리를 이야기하고, 숫자가 커질 때마다 반경 거리가 늘어난다. 그리고 신기한 건, 콜센터에는 전광판이 있어서 그 차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가 다 나오기 때문에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경 1km 안에 있는 택시만 콜 응대가 가능한 A1의 경우는 A2 위치에 있는 사람이 콜에 응하면, 전광판상으로 다 표시가 되기 때문에 경고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경고자는 다음날 아침 7시 (아가씨 교대시간이란다) 까지는 콜에 응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만약 그 상태에서 다시 콜에 응하게 되면 24시간동안 정지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가겠다고 한 콜을 거부하게 될 경우에는 최소 3일동안 콜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이용하는 해피콜은 시각장애인 봉사를 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다소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장애인용 콜을 부르는 기호가 따로 있다. F1, F2 로 시작하는 말들은 장애인 콜이라는 뜻이다. 장애인 콜에 응한 기사에게는 K2라고 응대하는데, 이는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왜일까?) 그리고 콜 정지를 당한 기사님께서 장애인 콜에 응할 경우에는 정지가 풀리게 된다.
내가 전화를 걸면 내가 있는 곳과 행선지를 자동으로 기억해 주길래 시스템화가 꽤 잘돼있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전광판으로 자동차의 위치까지 나오는 시스템일 줄은 몰랐다.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날 보며 기사님께서는 기뻐하며 더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하신다. 아저씨의 직업세계에 대한 관심이 즐거웠나보다. 역시 뭐든 더 배우려면 리액션이 좋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같은 길치에 거리개념 없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반경 몇킬로인지 계산하기가 쉽지 않은데, 경고를 주는 제도는 좀 냉정하다는 생각도 든다. 콜을 받고 못받고는 당장의 밥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을텐데 말이다. 물론 내 콜을 가끔 선릉이나 삼성에서 잡아 10분 이상 기다리게 하는 아저씨들 때문에 늘 기다려야한다면 그 역시 난감한 일이긴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는 공정해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고객'의 이름으로 요구하는 서비스들은 사람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만들 때에야 차가운 것들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