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실히 병원을 다닌 이후로 몸이 좋아졌는지
3주 연속 주말 강행군 (창원 - 안면도 - 속초) 에
이렇게 버텨준다

심지어 속초 가기 전날에는 2시간 밖에 못잤는데 말이다

논다고 피곤한 게 아니라,
일을 많이 해야 피곤한 것이 분명해


2

결혼식 진행 ppt는 나름 반응이 괜찮았다
전날, 전전날 잠 줄여가면서 만든 보람이 있다
예식을 치른 리조트에서 예식 담당자가
선곡한 음악이랑 ppt 파일좀 달라며 유에스비를 가져왔다
음악은 한번 틀지도 못하고 리허설 때 몇개 틀어본 게 다인 것을

그리고 자기 결혼식 때도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좀 들어왔다,(그래봐야 두개? ㅋㅋ) 아직 멀었지만 ㅎㅎ

예전에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축가 불렀다가 망친 아픈 추억도 있고
사진도 못찍고 비디오도 못찍는 무재능,인 나도
누군가의 결혼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겨서 좋다 흐흐
(그래봐야 앞으로 또 몇번 안되겠지만, 또 신랑 신부를 좀 알아야 뭐가 나오겠지만 ;;)

그나저나 남의 결혼식에서 우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 될텐데
왜이렇게 부모님께 신랑신부가 인사만 하면 슬픈건지 참


3

군대 갔다오면 철든다는 말은 누가 지어낸 말일까
나는 내 동생을 보면서 그 말을 의심한다

제대한지 얼마 안된 내 동생은 이번학기 들어
내게 공부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자기 말로는 공부는 지하철에서 한단다, 하하


얼마 전 회사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3만원 정도는 책을 사고
남은 상품권의 반은 엄마를 드리고
3만원 정도를 남겨놨었는데 그 얘기가 나오니
동생의 눈이 동그래진다

"누나 문화상품권 있어?"
"응, 왜 너 필요하니?"

나는 내심, 얘가 책을 사려나? 했지

"응, 문화상품권 있으면 게임 결재하고 이럴 때 되거든"

나는 문화상품권을 주려고 서랍을 꺼내다가 도로 닫았다
그리고 눈이 똥그래진 엄마와 나

"너 그 게임 돈내고 하는 거였어?" (완전 세상물정 몰라 모녀 모드)
"응 원래 이런 거 다 유료야"
"덜덜덜 얼만데?"
"2만원"

휘둥글 휘둥글 정말 비싸구나

하지만 잠시후 생각해보니,
어차피 문화상품권이 없다고 얘가 게임을 안할 것도 아니고 ;
그냥 생돈 2만원 나가느니 과외도 못구해서 늘 자금난에 시달리는 녀석
좀이라도 여유있는 게 낫겠다 싶어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얘기했다

"그래도 게임은 좀 줄여라, 응?"
묵묵부답

그리고 나서 조금 뒤에 생각난 묘안

"너가 게임을 하루에 2시간으로 줄이면 내가 앞으로 게임비 2만원 매달 내줄게"
묵묵부답,

보다못한 엄마
"누나의 제안에 구미가 당기지 않니?"

이녀석의 대답
"하루 두시간이면 게임 더 싸게 할 수 있어, 됐어"



아, 정말이지 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군대에서도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지만-


4

그나저나 자고나면 월요일이다
아 정말 자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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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2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가 너무 착한데요? 움...

p.s. 군대갔다오면 철든다, 는 말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데, 마치 군대가 뭔가 사람을 '제대로' 만들어준단 뉘앙스여서에요. 함수상자 안에 숫자를 집어넣으면 마치 원하던 답이 나오는 것같은 식으로 꾸며진 말이랄까. -_-

웽스북스 2007-10-29 00: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래요
실은 철든다는 게 참 슬픈 말이기도 하죠
결국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모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참, 동생은 철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모순이고 이중잣대인거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좋아하지만 그 책은 동생에게는 절대 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랑 비슷한 거에요 ㅋㅋㅋ (언젠가 비슷한 글을 썼던 것 같은 느낌이)

이매지 2007-10-2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갔다와도 절대 철 안듭니다 ㅎ
그래도 졸업이 슬슬 다가오니 걱정이 되기는 하는지
잔소리 좀 자주했더니만 버럭하더군요-_-;;
결혼 ppt는 어떤 느낌일까나 궁금하네요 :)

웽스북스 2007-10-29 00:28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은 남동생이아닌 남자친구이야기인거죠?
남들한테 군대갔다와서 바뀐 각잡힌 생활 얼마나 가느냐 물어봤더니 6개월은 간다기에 그정도는 기대를 해봤었어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ㅋㅋ
결혼 피피티는, 제 친구들이 보고는 참 너같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ㅋㅋ ppt에서도 자아정체성이 뚜렷하다니 대단하죠? ㅋㅋ

마늘빵 2007-10-29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피피티를 한번 보고 싶어요. 나중에 내 결혼식도 웬디양님께 부탁을.... =333

웽스북스 2007-10-29 18:24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럼 알라딘 블로그를 오래오래 유지해 주세요 아프락사스님~!

마늘빵 2007-10-29 22:5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결혼을 늦게 하리라고 생각하시는군요!!!! -_-a 왜 그럴까.

가시장미 2007-10-29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ㅋㅋ 내일이 월요일인데, 잠 못 들고 있는 가시장미랍니다.
저도 자고 싶지 않은데.. 어찌 안될까요? 시간좀 멈추게 해주세요. ㅠ_ㅠ ㅋㅋ

웽스북스 2007-10-29 18:2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렇게 월요일은 왔고, 어찌어찌 또 하루가 끝나가고, 다 그런거죠 뭐..^^ 반가워요 가시장미님!

도넛공주 2007-10-2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아프락사스님 웬디양님과 결혼하신다구요?

웽스북스 2007-10-29 18:25   좋아요 0 | URL
엄머엄머, 그럼 뭐 저야 영광이긴 하오나,
제 결혼식 ppt를 제가 만들 수는 없잖아요~ ^.~

마늘빵 2007-10-29 22:51   좋아요 0 | URL
엄머엄머, 도넛공주님 지금 질투하시는거에욧! ( '')( ..)

다락방 2007-10-30 13:03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옷
굉장히 흥미로운 댓글이잖아요.
정신이 번쩍 나는걸요.

그래, 결혼하실겝니까? 흐흣 :)

얼음장수 2007-10-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개월은 택도 없을 것 같습니다. 나오기 한달 전부터 다 빠져나갈 텐데.
결혼식장에서 자칫 잘못 울다간 오해 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ㅋㅋ
저는 차라리 월요일이 좋습니다.

웽스북스 2007-10-29 18:25   좋아요 0 | URL
아, 뭐 손수건 꺼내고 훌쩍이기야 하겠나요,
그냥 같이 눈물 질금거리는 거죠- ^^
월요일을 좋아하시는 분은, 흠! 처음 본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6개월은 택도 없는 거였군요 ㅠㅠ)

이게다예요 2007-10-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물정 몰라 모드에 동감.
얼마 전에 통장에 6만 얼마가 찍혔길래, 남편에게 물어보니 게임비에다가 새로 계정을 만들었다던가, 뭐 어쨋다던가 하더라고요. 순간 얼마나 버럭했는지. 결혼해도 철 안 드는 건 마찬가지에요.^^
반가워요.

웽스북스 2007-10-29 18:27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이게다예요 님! ^^ (이래서 알라딘마을이 좋다니까요 ㅎㅎ)
게임사들이 광고비를 엄청 많이 쓰는 광고주 중 하나인데, 다 이유가 있는 거였군요- 갈퀴로 긁어들이겠어요 아쥬, 아 근데 6만원이라니 정말 비싸다!
(그들은 우리의 책값을 아까워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