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
핀란드인 미카 왈타리가 쓴 고대 이집트 이야기
1908년 태어난 미카 왈타리가 두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2차 대전이 끝나는 1945년 발표한 책이다.
그의 책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다른 것은 없다.

어떻게 3500년전 세상을 마치 내가 어릴적 살았던 동네를 회상하듯이 그림처럼 써낼까.
이점이 이 책의 첫번재 장점이다.
1945년 해방정국에서 우리는 이집트의 문명에 관심없었다.
나는 가끔 유럽인들의 지적유산 그자체보다
국경을 넘어선 지식의 탐구가 자유롭고 보편적인 그들의 문화가 더 부럽다.
그럴때면 반도 땅이 답답하지만
한글 이외의 다른 문자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으니

이렇게 영어권 이외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길 바랄 밖에.^^


2.
전형적인 매력적인 인물들이 순서대로 배치된다.
이것이 이책의 두번재 장점이다.

시누헤 - 진지한 모범생 스타일의 의사. 네페르에게 바치는 헛된 열정으로 거지가 될 줄도 알고
             옛이야기에서 흔히 그렇듯이 이러저러한 위험과 고난을 그때그때 적절히 나타나는
            행운으로 잘도 타고 넘는다.
투트모스 - 영혼이 자유로운 화가. 생쥐가 고양이를 공격하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매력적인.
호렘헵 - 선동을 잘하는 전사들의 대장. 싸움이 뭔지 아는 용맹스런 전사.
카프타 - 외눈박이 노예. 그는 노예라기보다 친구처럼, 보호자처럼 물정모르는 시누헤를
            보살핀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아는 듯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약한 사람인듯하지만
            비열하지 않다. 입바른 소리 척척 잘하는 익살꾼.


3.
이 모든것이 단 1권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이책의 단점이다.
1권의 재미있는 모험에 비해 2권은 지루한데 결정적인 것은
파라오 아케나톤의 멍청한 유일신때문이다.
태양신 앞에 남자와 여자, 흑인과 백인, 귀족과 천민이 평등하다고 하면서
테베를 버리고 천국의 도시를 건설한다. 명령해서!!!
도대체 이런짓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진정 평등하면 지가 파라오를 그만두면 될 일이다.
시누헤가 아케나톤에게 동의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메리트와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도
시누헤가 '홀로인 자' 이기 때문이다.
시누헤 표현에 의하면 이미 그가 태어나기 전에 별들에 새겨진 거겠지.

아케나톤이 당시 혁명적인 평등한 사상을 가진 왕이었다면
그는 훨씬 씩씩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거다.
그는 비참하게 사는 노예들을 모아 놓고 선동했을 거다.
나는 파라오의 힘이 있으니, 나의 힘으로 너를 놓아주겠다.
나를 더이상 파라오로 대하지 말고 너의 친구로 대해주라.
우리 함께 귀족도 노예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어떤 노예들은 심장이 뛰고 아케나톤을 위해 목숨을 걸겠노라 결의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이렇게 멍청하고 나약하고 신경질 적이고 무능하고 철이없어
사람 마음을 속터지게 하는 것이
단지 신내림을 받아서 평등한 세상을 받아들여
도시 건설의 모험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4.
구구절절히 징징대는 시누헤는 뒤로 갈수록 지루하다.
미카 왈타리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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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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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로가 변했다. 그가 기운이 없다. 지쳐있고 지루해하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
이라 당황했다.

더욱이 스토리에 대한 설명은 어찌나 불친절 한지
책의 중간쯤 읽었을때
더이상 사건의 흐름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뒤에가면 대충이라도 갈켜주겠지 모' 이런 심정


이럴수가! 그런데 더욱 매력적이다. (별을 다섯개나 줬다.)


2.
누구나 다 아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구조속에서
레이먼드 첸들러는 지긋지긋한 삶을 말한다.
내세울것 없는 도시의 뒷골목, 비열하고 초라한 그을음, 쉰 목소리
우울하면서도 무표정하게 하루하루 사는 숨소리가 어떤 것인지


3.
우리 삶을 표현하는 절묘한 문장들.

"절 놀리시는 군요."
그녀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목소리가 하숙집 수프처럼 싸늘했다.

ㅎㅎㅎㅎ
하숙집의 수프처럼 싸늘한 목소리라니.
익숙하고 친숙한 표현이지만 챈들러만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예는 너무 많다. 아니 페이지 마다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읽기 힘들다.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오래된 양탄자와 가구기름, 칙칙하게 익명으로 살아가는 수천명의 초라한 생활의 냄새가 풍겼다.


4.
팜므파탈 계보로 전형적인 유형의 세여자가 경합을 한다.
말로는 그녀들을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단죄하지도 않고
쓸쓸하고 피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어쩔수 없다는 듯이 보호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너무 지쳐있다.
오히려 그가 더 애처롭다.


5.
읽는데 오래걸렸다. 너무 우울하고 기운이 없어서 자주 책을 덮고
명랑한 갱과 노노무라 1.5평을 보며 기분전환 해야 했다.

우울할때 보면 좋을 책이다. 더 깊이 우울해 질수 있다. ^^

노년이 되어, 늙어서 다시한번 읽고싶은 책이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다.
그외에는 책들을 다 치우기로 했다.
말로를 보니 문득 그러고 싶어졌는데

챈들러는 그렇고 그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가중 천박하지 않은 수준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적당히 잘 만드는 편안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삶의 우울과 슬픔을 이정도로 진빠지게 써내다니. 분명 그는 고수다. 인정.

나도 때로는 사는 것이 우울하고 지긋즈긋하다오.
기운하나없이 녹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오.

아마도 나의 우울함을 당신은 알것같아서.

두번째 읽은 챈들러.... 말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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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1.
글재주 있고 호기심 왕성해서
최소한의 생계비를 걱정하지 않으며
욕심없어 소박한 사람의 행복한 자취생활
다카노는 좋겠다.
이렇게 한가한 청춘을 보낸것에 축하한다.


2.
읽으면서 새삼
이리저리 많을 때는 1년에 4번도 이사하며 보낸 내 10년의 자취생활을 생각했다.
젊어 더욱 거리낌없이 자유롭고 편했던
집안이 쓰레기통 같아도 되고
귀챦으면 밥은 안먹어도 되고
새벽에 술취한 동지들이 소주한병들고 방문해도 되는
ㅎㅎㅎ

그때가 좋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지금은 늙었다우.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맛있어서 살찌고 있는


3.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와세다 1.5평 청춘기' 가 아니라 '노노무라 1.5평 청춘기' 다.
와세다 대학에서 5분거리인 후미진 주택가의 '노노무라'라는 하숙집에서
다카노가 8년의 젊은 시절을 재밌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하숙집 이름이 분명 있는데도,
노노무라 라는 이름이 표현하지 못하는 무었때문에 와세다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대학, 청춘의 낭만을 떠올리는 단어로 와세다가 더 적당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움, 젊음, 고정관념을 벗어난 이미지

딱 그만큼, 노노무라를 와세다로 바꾸는 만큼의 사기가 이 책에는 있다.
석연치 않다.


4.
노노무라의 1.5평이 낭만적인 이유는
다카노가 세계 여기저기 탐험한 경험을 써서 책으로 내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능력때문이다.
노노무라에서 8년의 낭만은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그가
노노무라를 익숙한 일상의 베이스캠프로 삼았다는 것이다.
마치 8년을 내내 노노무라에서 일없이 산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트릭이
이 책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숨어있다.

다카노는 자신의 경험을 과장과 허풍을 실어서 설레발치며 소설로 써본거다.
노노무라에서 와세다로의 석연치 않은 사기의 핵심은 가벼움이다.
자기경험을 너무 쉽고 가볍게 상품화했다.
혹은 잘팔리는 책의 시스템에 자기경험을 맞추어 조립해버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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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금지된 패션의 역사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4
스티브 길버트 지음, 이순호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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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신에는 확실히 묘한 느낌이 있다.

'살갗을 찔러 피를 내 신체를 영원히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이고 심오하며 도저히 헤아릴 길 없는 황홀감' 이라고 작자는 썼다.

확실히 그런 점도 있는것 같다.
음---, 피부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렇지만 나에게는
뭔가 모욕적인 느낌이다.

그런 문신의 역사이다.


2.
아카데믹하고 장황하게 수사적인 말을 늘어놓지 않아서 좋다.
고고학을 비추어 인류에게 문신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사람의 몸에 남은 흔적이 어떤것들이 있는지 역사의 순서대로 보여준다.
기독교 사회에서는금지했던 것이고
기독교 외의 사회에서는 매우 일반화된 전통이 깊다. 
보다 원초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느낌으로


3.
문신에 대한 기록을 고대로 부터 시간순으로
특히 근대이후는 문서가 표시된 원서를 그대로 인용해서 보여준다.
역사의 1차 자료를 길어도 그대로 인용하여 보여준다.
그것들의 집대성. 문신에 대한 족보를 만들었다.


4.
그러다보니 시종일관 서구인들의 시선과 시각이다.
문신을 몸에 그린 타히티, 뉴질랜드, 필리핀...... 의 사람들이
무슨 의미로 왜 그런 장식을 몸에 하는것에 집착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호기심 많은 서양인의 눈으로 동양의 문신을 서술한다.
지들에게는 없는 전통의 문화이기도 하고. 결국 

유럽인들이 동방의 개척과 함께 문신을 어떻게 발견해 나가고 기록해 왔는지
지료들의 역사.


5.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소장의 가치가 있도록 기획된 편집이다.
두꺼운 종이에 화보와 그림이 풍부하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호기심 생기는 문신의 역사를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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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1.
미미여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추천될 만한 소설로 부족함이 없고
일본 현대 사회파 추리소설중 대표작으로 분류되어 마땅할 소설이다.


2.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민한다.
이점이 가장 좋다.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속에 있는 고민들
피해가고 싶어도 피해지지 않는 현대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을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경험으로 말한다.
그래서 모두 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불안하고 가슴한쪽 부터 싸해진다.
범죄를 특별한 능력을 갖었거나 특별히 나쁜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누이처럼 힘도 없고 잘나지도 않은 사람이
현대 사회의 무책임한 시스템 속에서 파괴되고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으로 세밀화를 그린다.

더욱이 그처럼 아무것도 아니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엄살을 부리거나 징징대지도 않는다. 
의연하게 자기 앞에 놓여 가로막는 장애물을 넘어서 '잘' 살아보려고 기를 쓴다.

그런 쿨함과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행간으로 읽히는 삶에대한 연민이 적절하다.  


3.
쉽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가 간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쉽게 희망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면 행복해진다는 드라마의 거짓말은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서 둘은 결혼을 했다는 거짓말보다 천박하다.  

4.
혼마와 아들 사토루를 중심을고 한 가족들, 이웃들의
사소한 일상과 대화는 소설의 리얼함을 더욱 자연스럽게 해준다.
쉽게 선언되는 낙관적인 미래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려 나누고 오가는 감정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과 미래에 대한 긍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소설은 당대의 사회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1990년대 일본사회를 그대로 떼어내 옮겨와 우리에게 보여준다.

미야베 미유키는 뛰어난 리얼리스트다.

다 읽고 가슴이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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