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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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로가 변했다. 그가 기운이 없다. 지쳐있고 지루해하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
이라 당황했다.

더욱이 스토리에 대한 설명은 어찌나 불친절 한지
책의 중간쯤 읽었을때
더이상 사건의 흐름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뒤에가면 대충이라도 갈켜주겠지 모' 이런 심정


이럴수가! 그런데 더욱 매력적이다. (별을 다섯개나 줬다.)


2.
누구나 다 아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구조속에서
레이먼드 첸들러는 지긋지긋한 삶을 말한다.
내세울것 없는 도시의 뒷골목, 비열하고 초라한 그을음, 쉰 목소리
우울하면서도 무표정하게 하루하루 사는 숨소리가 어떤 것인지


3.
우리 삶을 표현하는 절묘한 문장들.

"절 놀리시는 군요."
그녀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목소리가 하숙집 수프처럼 싸늘했다.

ㅎㅎㅎㅎ
하숙집의 수프처럼 싸늘한 목소리라니.
익숙하고 친숙한 표현이지만 챈들러만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예는 너무 많다. 아니 페이지 마다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읽기 힘들다.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오래된 양탄자와 가구기름, 칙칙하게 익명으로 살아가는 수천명의 초라한 생활의 냄새가 풍겼다.


4.
팜므파탈 계보로 전형적인 유형의 세여자가 경합을 한다.
말로는 그녀들을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단죄하지도 않고
쓸쓸하고 피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어쩔수 없다는 듯이 보호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너무 지쳐있다.
오히려 그가 더 애처롭다.


5.
읽는데 오래걸렸다. 너무 우울하고 기운이 없어서 자주 책을 덮고
명랑한 갱과 노노무라 1.5평을 보며 기분전환 해야 했다.

우울할때 보면 좋을 책이다. 더 깊이 우울해 질수 있다. ^^

노년이 되어, 늙어서 다시한번 읽고싶은 책이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다.
그외에는 책들을 다 치우기로 했다.
말로를 보니 문득 그러고 싶어졌는데

챈들러는 그렇고 그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가중 천박하지 않은 수준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적당히 잘 만드는 편안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삶의 우울과 슬픔을 이정도로 진빠지게 써내다니. 분명 그는 고수다. 인정.

나도 때로는 사는 것이 우울하고 지긋즈긋하다오.
기운하나없이 녹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오.

아마도 나의 우울함을 당신은 알것같아서.

두번째 읽은 챈들러.... 말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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