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헤라자드 2
아사다 지로 지음, 김석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엔 훈훈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가 갈수록 우익적 냄새가 진해지는 <태양의 유산>이나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는 <지하철>에 비해 <세헤라자드>는 반전사상과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밀도가 긴박해지고 적절한 타이밍에 단서들이 하나둘씩 던져지면서 독자를 손에 땀을 쥐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연합군과 일본 대본영의 비밀협상, 송영명의 정체, 일본 야쿠자와 해운업의 유래, 미륵호의 제원과 성능, 내력 등 국제정치의 거시적 주제에서부터 세부적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스토리를 엮어넣으면서도 눈에 거슬리는 모순이나 어색한 부분이 거의 없다. 아사다 지로가 굉장한 끈기를 가지고 관련된 자료를 뒤져 고증을 했거나, 본인이 스스로 경험한 부분(아마 해상자위대?)을 살렸거나 둘 중 하나다. 어쨌든 생생하다. 절대 책상머리에서 펜만 굴려서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이 <세헤라자드>에서 '일본이 피해자라는 점을 너무 내세운다'고 하시는데... 글쎄, 거긴 동의하기 어렵다. 그의 다른 작품이 태평양전쟁과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서는 오히려 휴머니즘을 강하게 느낀다. '일본도 피해자다'는 이야기를 곧 '일본은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걸로 확대해석하면 도대체 무슨 소재로 글을 쓰겠는가? 그리고 미륵호가 실제로 일어난 우키시마호 폭침사건(1945. 8. 24.)를 소재로 삼았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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