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유산 2
아사다 지로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태양의 유산>은 감수성 어린 글체 속에 감춰진 아사다 지로의 군국주의 속내를 잘 드러내는 책이다. 1권에서는 그나마 평화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던 줄거리가 2권 말미로 갈수록 노골적인 일본 정신 찬양으로 치닫는다. 1권에서 그리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목숨의 소중함에 대한 배려도 갈수록 엷어진다.

금괴의 행방을 아는 마지막 대본영 수뇌부 우메즈 장군이 함구한 채 죽고, 패전 직전에 뒷처리를 맡았던 대장성의 천재관료(이름을 잊었다)는 맥아더의 눈앞에서 창 밖으로 뛰어내려 자살한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금괴 은닉작업에 동원되었던 35명의 13세 소녀 가운데 34명이 한 마음이 되어 음독자살하는 장면이다. 물론 소설적 처리는 훌륭하다. 집단자살 장면은 단도직입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읽어가는 가운데 그 34명이 정확히 어떻게 되었는지는 맨 마지막, 맥아더와 미군이 그 금괴를 찾아내는 장면에서야 비로소 나온다.

그리고는 더 가관인 것은 맥아더의 반응.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금괴의 행방을 추적해온 그가, 금괴 앞에 옥쇄한 소녀들의 백골을 보고는 투덜대며 보관소 봉쇄령을 내리면서 "일본의 패전은 일본2600년 역사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저들이 다시 미국 서해안을 치러 올 거야."라며 사뭇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맥아더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사무라이처럼 공손히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건 어색하다고 생각했나보지?

문학작품으로서는 꽤 잘 쓴 글이며, 재미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 황당한 결말과 가미가제의 그림자에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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