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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가운데는 초현실적 상황 설정이 되어 있는 작품이 적지 않다. 가장 심했던 건 <지하철>이었고,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야 완전히 처음부터 웃기기로 작정한 거니 그렇다 치고, <철도원>도 사실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에 죽은 아이의 귀신(?)이 찾아온다는 내용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볼 때, <낮선 아내에게>는 '마지막 행운'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적인 세계(?) 만을 그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의 단편소설류가 으레 그렇듯이, 주인공들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앞의 네 편만 예를 들어보자면, 이혼한 부모 아래 자라는 고(춤추는 소녀), 교향악단에서 해고되어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첼리스트(스타더스트 레뷰), 어린 시절 혼혈아 조지를 학대한 기억과 남의 여자였던 소꿉친구와 결혼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히데오(숨바꼭질), 자식들은 모두 해외로 나가버리고 독거주택에서 홀로 지내다 음식을 끊고 자살하는 72세 노파 후사코(덧없음)... 그리고 주인공들은 어느 하나 확실한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한다. 그냥 담담한 필체로,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 말해주듯이 해피엔딩이냐 언해피엔딩이냐조차도 불분명한 선에서 스토리는 뚝 끊긴다.(이것도 '마지막 행운'은 예외)
개인적으로는 몰락한 예술가의 내면적 갈등과 행로를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스타더스트 레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표제작인 '낮선 아내에게'는 <철도원>에 실린 '파이란'과 아주 유사한 스토리지만 더 나은 작품이라고 느꼈다.
별 감동은 없는, 그러나 읽고 나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면이 있는 괜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