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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평점 :
지금까지 찾아 읽던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은 대개 가벼운 터치의 것들이었기에,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약간은 가벼운 시각(코믹터치)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뭔가 좀 달랐다.
20여 년 전, <오싱>이란 일본 문학작품이 한국을 뒤흔든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쥐어짜내는 듯한 감동이라는 느낌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본 문학작품이 어떤 면에서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지는 대충 감을 잡았다. <철도원>은 그 계보를 잇는다.
아사다 지로는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문장은 단조롭다. 이 정도 필력과 스토리라인으로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까 싶은 구석도 있다. 그 비밀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바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도 잘나가는 인간이 없다.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아이들은 일찍 죽어버리던가 가출하고, 직장 상사는 몰인정하게 달달 볶아대고, 능력있는 후배한테 쫒기고... 그 못난 인간 군상들이 어느 순간에 작은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게 만든다는 데에서 카타스시스가 오는 듯하다. 즉 그의 작품이 갖는 매력은 평범하다못해 나른해진 일상 속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잔잔한 사랑을 발견 혹은 회복하는 대비 효과(극적 contrast)에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철도원>보다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처음에는 SF인줄 알았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천국>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토토와 엘레나가 조역으로 물러앉고 장인정신의 냄새가 물씬한 일본의 알프레도 아저씨(센바)가 주연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