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과학한다 - 마음에 관한 선구적 과학자 6인의 최신 강의, 뉴사이언스 1
카렌 N. 샤노어 외 지음, 변경옥 옮김, 김수경 감수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이런 제목으로 10년쯤 전에 책이 나왔다면 틀림없이 사이비라고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본래 불가의 용어였던 '마음 다스림'을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달나라와 원자폭탄과 월드컵과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마음'이란 것의 실체에 대해 진지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류의 관심사가 수백년만에 처음으로 바깥 세계가 아니라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다.

책 자체의 가치,  종이미디어로서의 전달력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리 흡족한 수준이 아니다. 일단 필자의 수준이 고른 편이 아니다. 여섯 명의 저자들 가운데 제인 가켄바흐와 디팩 초프라의 글은 비교적 조리있고 맥점을 짚는다. 당연히 호기심이 솟는다. 그러나 카렌 샤노어의 글은 두서가 없고 밋밋하며 프랑크 퍼트넘은 구체적인 사례 지적이 거의 없어 맥이 빠진다. 최악은 카를 프리브람. 19세기 영국 귀족들만을 상대로 강연하는 스타일인지, 문장이 현학적이고 거창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철학논고인지 정신과학 이론인지 헷갈릴 정도다. 본래 각기 다른 상황에서 제출된 학술적 보고서였던 것을 무리하게 한데 묶은 것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제의 참신성, 즉 지금까지는 과학의  대상이라고 상상조차 못 해 본 분야에 대해 연구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여기 참여한 과학자들이 모두 신과학운동과 뉴에이지사상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정신적 전통(꿈을 중시하는)이라든가 최면술과 플라시보, 명상 등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과학의 진정한 자세로 돌아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글은 주제가 서로 겹치지 않지만, 공통적인 것은 영혼, 마음, 혹은 정신이라 불리는 그 어떤 것이 단순히 몸과 물질, 육체에 종속적인 존재가 아님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서양 근대과학의 기반을 이루는 유물론적 세계관에서 본질적으로 이탈한 과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인 셈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쓰였다고 보기엔 설명이 너무 부족하고(예를 들면 210페이지의 '자기조회 자동제어 피드백 고리 self-referral cybernetic feedback loop'는 아무 설명 없이 이해할 독자가 몇이나 될까?) 특히 뒤로 갈수록 번역자의 무성의와 오역으로 의심되는 문장들이 빈발하지만, 과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이해하기에는 이만한 책도 없다. 신과학의 개설 혹은 입문서로는 괜찮은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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