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만들고 나서 거의 두 달 만에 리스트와 리뷰가 완전히 짝을 맞추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에너지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분류가 될까, 이 책은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까, 이 카테고리는 좀 이질적인 것 같은데... 둘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등등.
웹상에 만든 서재 다듬는 게 이리도 어려운데, 실제 종이책을 방 안에 쌓아놓은 서재를 정리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알라딘 깔끔서재 공모...? 난 꿈도 안 꾼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십여 년 전 책자의 책들을 깊이 밀어넣고 앞에 키작은 책들을 두 줄로 쌓을 때부터 이미 불안하더니, 논문 자료 모으면서 방바닥에서 책장 앞으로 다시 한 줄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완전히 두 손 들고 말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물과 세계를 분류하고 정돈해서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 욕망이 과학과 문명을 발달시켜 왔고, 달나라에 우주선을 쏘아올리며 원자폭탄과 비행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원자를 나노 단위로 쪼개들어가던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질의 배후에서 질서잡힌 우주(코스모스)를 포착하지 못하고 카오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지식을 사랑하고 지혜를 추구하면서 책을 찾는다. 그러나 그 책이 쌓여가면서 어느 날엔가는 책을 치우고, 쌓고, 정리하고, 분류하느라 책을 읽을 시간을 갉아먹는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책이란 대상에 대해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