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인기를 끄는 책 가운데 <미쳐야 미친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우리말로 미치다(狂)와 미치다(及)의 발음이 같다는 데 착안한 시도였는데,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 제목의 기발함이 아니라, 그 선언 자체의 의미이다.
고흐의 별 그림들을 보면, 별들이 이상하게도 한 점의 빛이 아니라 동심원 뭉텅이같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하늘에 마치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묘사를 볼 수 있다. 물론 그의 화풍 자체가 안정되고 틀에 박힌 고전적 구도를 완전히 탈피한 이상 별들이 꼭 천문 사진처럼 그려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누군가 고흐에게 "당신 그림의 별들은 왜 소용돌이처럼 그려져 있죠?"(이 그림인지 그 점이 더 잘 드러난 다른 그림이었는지는 모르겠다)라 물었을 때, "가슴이 그렇게 느끼는 걸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이다.
고흐는 1890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뒤 천문학자들은 전파 망원경을 통해 우리에게 별처럼 보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은하(나선형)임을 발견한다. 고흐의 가슴은 시공을 넘어 우주의 진실을 보았던 것일까, 그냥 예술적 감수성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