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한국 기성세대의 행태 가운데 내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회식만 했다 하면 2차, 3차를 끌고가는 버릇이었다. 처음엔 얌전히 이야기만 주고받지만,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꼭 이런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야, 오늘은 내가 쏜다! 2차 가자!"
그리고는 누군가 먼저 가겠다고 하면, "아~이 참, 거 일찍 가서 뭐 하려고 그래?" "알았어~ 내가 싫다 이거지!" 따위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자신이 낸다는 사실이 곧 사람들에게 뭔가 큰 것을 베푸는 일일까? 나는 이런 행태가 사실 큰 결례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다. 시간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가진 유일한 자원이자, 삶이라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고령토와 같은 원재료이다. 회식이나 모임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잠시 중단하고 그 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느끼기에 그 자리가 기분이 좋고, 누군가와 더 있고 싶다면 당연히 이렇게 말해야 되지 않을까?
"오늘 여러분과 함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향기를 더 맛볼 수 있게 귀한 시간을 좀더 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면, 바로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말한 사람의 체면을 생각해서 차마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시간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다.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이다.